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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기획]게임 속 포션 알고 먹자 - 현직약사가 예상한 게임 속 약물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은 바로 ‘약물’일 것이다. 장비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면서, 생존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약물소지여부에 따라서 더 높은 수준의 사냥터에 갈 수 있고, 위기에 닥쳤을 때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심지어 다시 살아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게임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약물. 과연 이 약물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현실의 약과는 얼마나 다른가? 게임메카는 현직약사와 함께 성분을 분석하고 예상해봤다. 이번 기획에는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하고 계시는 K모 약국 이용수 약사께서 수고해주셨다.

▲ 각 게임마다 수많은 포션이 존재한다.

포션의 기본, 회복포션.

대부분의 게임에 등장하며 기본적인 약물이고 게이머에게 필수적인 약물이기도 하다. ‘리니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수많은 MMORPG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체력을 회복시켜준다. 회복포션은 보통 회복효과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판타지 소설에서는 상처 회복력이 높은 ‘트롤의 피를 정제’해서 회복포션을 만든다고 서술한다. 인기 판타지소설이며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랐던 ‘드래곤라자’에서는 회복포션을 먹기도 하고 상처에 바르기도 한다. 게임에서는 소비 아이템이기 때문에 회복포션을 상처에 바르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먹는 것으로 가정하고 분석해봤다.

▲ 이렇게 강력한 보스와 싸울 때 포션이 없었다면 곤란했을 것이다.

회복포션의 역할은 상처치료와 체력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상처났을 때 먹는 약에는 각종 세균을 없애주는 ‘항생제’와 상처 자리에 염증을 없애주기 위한 ‘소염제’가 들어간다. 현재 먹는 약을 토대로 회복포션의 성분을 추정했다. 심한 상처가 났었기 때문에 출혈로 인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정신적 안정을 위해서 출혈로 인한 쇼크를 방지하기 위한 ‘진정제’가 들어갈 것이다. 또한, 갑작스런 조직 재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을 방지하기 위해서 ‘진통제’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스태미나 회복을 위한 ‘영양제’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회복포션을 바르게 된다면 어떨까? 이 약사는 “‘정제한 트롤의 피’와 같은 핵심성분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서 정확히 언급하기는 어렵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약으로만 따지면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은 성분과 역할이 다르다. ‘바르는 약’은 ‘먹는 약’과 달리 습기를 막아주는 ‘보습제’와 피부 재생을 도와주는 ‘촉진제’ 성분이 들어 있다”라고 말했다.

▲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은 다른 역할을 한다.

즉, 사용방법에 따라서 포션의 성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핵심성분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세한 분석은 불가능했지만 기본적인 성분은 현실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정신적인 지주, 마나포션.

회복포션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포션이다. 스킬과 마법이 있는 MMORPG 대부분이 제공하고 있는 포션이기도 하다. 체력과 다른 또 하나의 힘인 정신력을 회복하는 포션으로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포션이다. 판타지소설에서는 ‘만드라고라’ 등으로 만든다고 하지만 만드라고라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확인할 수 없었다.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분석보다는 예상에 초점을 맞췄다.(※ 마법식물인 만드라고라가 실존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오해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 만드라고라. 사람같이 생긴 뿌리가 특징이다.

마나포션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정신력 회복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정신력 강화를 위해서 ‘각성제’가 첨가될 것이다. ‘각성제’는 흥분상태를 야기하기 때문에 ‘진정제’를 같이 넣어서 정신분열을 막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 기억력 증진에 좋다는 ‘허브’ 등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해보다가 학부모들이 많이 찾으신다는 ‘집중력향상제’가 들어가는 것은 어떨지 이 약사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그는 “그 약은 항우울제다. 항우울제 는 일정 기간동안 집중력을 향상시켜주지만 이건 ‘우울증치료제’이지 ‘집중력향상제’가 아니다.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 분들께서 오용하시는 것이다. 우울증이 없는데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허브

‘집중력향상제’는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사용하고 아무렇지 않은 캐릭터를 보면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약품은 제외시키는 것이 옳았다. 결국 마나포션의 성분으로 예상한 것은 각성제, 진정제, 기억력 및 집중력에 좋은 약재였다.

무거운 몸에 활력을, 해독포션.

게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상태 이상은 ‘독’일 것이다. 지속적으로 체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귀찮은 상태 이상이기도 하다. 현실에서도 독사나 벌의 독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을 없애주는 ‘해독포션’은 어떨까? 그러나 분석하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이 약사는 “세상에는 수만가지의 독이 존재한다. 중독된 독에 따라서 약을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만능해독포션’은 존재할 수 없다. 벌침에 쏘였을 때 ‘암모니아’를 바르는 것은 맞지만, 암모니아를 해독포션이라고 부를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독에는 암모니아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의 종류 뿐만 아니라 환자의 중독상태와 체질에 따라서 약을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즉, 독마다 특성이 있고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며 중독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종합해독포션’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특히 여러가지 독이 몸에 침투했을 경우 해독약이 다른 독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해독포션’이라고 내놓을 수 없다. 결국 해독포션의 성분은 분석할 수 없었다.

▲ 중독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전장으로, 기절회복포션.

보통 HP가 0이 될 경우 캐릭터는 기절 상태가 된다. 이 때 ‘기절회복포션’을 사용하게 되면 체력을 회복하면서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포션 중에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기절회복포션을 분석 및 예상해봤다.

현실에서 사람이 기절했을 경우에 먹는 약은 ‘청심환’과 ‘각성제’이다. 각성제로 정신을 깨우고 청심환으로 안정을 시키는 것이다. 청심환은 진정제이면서 여러가지 영양소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절한 사람에게 적합한 약이다. 기절상태는 매우 위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게임 안에서 캐릭터가 기절하는 것은 독 등의 상태이상 보다 타인에게 타격을 받아 출혈로 인한 쇼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출혈을 막기 위한 ‘지혈제’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절회복포션을 사용했을 때 체력도 회복하므로 회복포션 성분도 들어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기절하면 그 후 한동안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게임 안에서는 일어나서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이 약사는 “기절상태에서 바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깨어난 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마약을 사용한다면 약간이나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마약을 첨가한다면 ‘코카인’을 ‘석회’와 함께 사용할 것이다. 일시적이나마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 코카나무와 코카잎의 추출물인 코카인. 강력한 마약이다.

기절회복포션은 다른 포션들보다 복잡한 매커니즘을 갖고 있었다. 기절상태회복은 물론 지혈과 회복까지. 거기에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미지의 성분까지 갖췄다. 확실히 비싼 값을 하는 포션이었다.

전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버프포션.

캐릭터의 각종 스탯을 올려주거나 빠른 몸놀림을 갖게 해주는 포션이다. ‘리니지’의 ‘용기의 포션’이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영약’이 해당된다. 캐릭터를 일정 시간동안 강하게 해주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사용하는 포션이기도 하다. 의외로 버프포션은 비슷한 물질이 현실에 존재했다. 바로 ‘스테로이드’다.

▲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을 세운 베리 본즈. 스테로이드 파문에 휘말렸다.

스테로이드는 금지약물로 유명하다.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 호르몬제’로 근육을 발달시킨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과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많이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때문에 엄청난 거구를 자랑한다. 왜냐하면 스테로이드가 근육을 비약적으로 발달시켜 주기 때문이다. 반면 부작용이 심각하다. 신장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비뇨기 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몸에 부종이 발생한다. 피부와 뼈가 약해져서 쉽게 다친다. 스테로이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용할수록 몸이 스테로이드에 적응해버리기 때문에 다음에 사용할 때는 훨씬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도한 스테로이드 사용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 과도한 스테로이드 사용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그 밖에 ‘리니지’의 버프포션들은 사용할 경우 ‘기분이 좋아진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이것으로 보아 ‘흥분제’ 또는 ‘각성제’ 성분이 들어있을 것이다. 지능 스탯을 상승시키는 버프포션에는 마나포션에 첨가된 성분들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버프포션의 주성분은 ‘스테로이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현대 사회에도 직장인들의 버프포션으로 유명한 ‘자양강장제’가 있다.

▲ 대표적인 자양강장제

자양강장제에 대해서 이 약사는 “많은 분들이 자양강장제를 착각하신다. 자양강장제는 영양분으로 체내 장기의 떨어진 기능을 회복하는 데 있다. 자양강장제에 들어있는 각종 비타민과 간 기능을 회복하는 ‘코린산’ 등의 성분들이 신체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지 몸을 강화시켜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자양강장제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고 일시적으로 심장을 활발하게 해준다. 이 때문에 야근하시는 분들이 자양강장제를 많이 복용한다.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잠도 안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면 더 큰 피로를 느끼게 된다. 또, 고혈압이신 분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장박동수 증가로 혈압이 올라가면 뇌졸증 등 위험한 상태에 빠지실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라며 자양강장제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자양강장제는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일 뿐 버프포션이 아니었다. 워낙 몸이 안좋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버프를 받은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결국 현실에 버프포션은 존재하지 않았다.

약물의 오용과 남용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좋은 성분으로 이루어진 자양강장제나 영양제를 모두 섞어서 복용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실제로 실험을 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약사는 “공자는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약도 지나치면 독이다. 약과 독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약물의 오용과 남용을 경계했다.

▲ 유명한 하이포션. 제작자도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각종 포션은 게임에서 게이머들의 편의를 돕기위해 지원하는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유통되고 있는 약은 오용, 남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한다. 혹시라도 호기심에 포션을 제조하고자 하는 분들은 자제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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