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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환상? 자금줄? 파이널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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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 ‘스퀘어’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하나의 게임을 만들었다. 그 이름은 바로 ‘파이널 판타지’다. 당시 ‘드래곤 퀘스트’가 장악하고 있던 일본 RPG 시장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이 게임은 이후 12편까지 발매되면서 ‘드래곤 퀘스트’와 함께 일본 RPG의 대표 게임으로 발돋움하였다. 또한 제작사 ‘스퀘어’는 대기업으로 발전했고 이후 다양한 파생 게임과 매체에 도전하였다. 이후, 자신들의 경쟁자인 ‘에닉스’와 합병하여 거대기업 ‘스퀘어 에닉스’가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초심은 변질된 것일까? 그들의 최후의 보루이자 희망이었던 ‘파이널 판타지’는 언제부턴가 ‘마지막 환상’이 아닌 ‘자금줄’이 되어 버렸다. 그들에게 있어서 ‘파이널 판타지’는 과연 무엇인가?

리메이크와 파생상품으로 점철된 마지막 환상

과거 ‘패미콤’으로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1, 2, 3편은 당시 ‘스퀘어’를 부도의 위기에서 회생시킴과 동시에 몇 단계 위로 끌어올려준 효자 타이틀이다.

   

▲ 전설의 시작이자 우려먹기의 시작인 1편과 2편

그래서인지 아니면 시스템이 간단해서인지는 몰라도 ‘스퀘어 에닉스’는 이들 중 1, 2편을 계속 리메이크 혹은 다른 기종으로 이식하여 판매했다(일각에서는 3편을 1, 2편처럼 문어발식으로 리메이크하지 못했던 이유가 당시 개발에 참여한 이란 출신 천재 개발자의 능력을 따라가지 못해서 나오지 못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세계를 떠돌아다니기 좋아했던 그는 3편 프로그래밍 대부분을 맡았으며 이후 스퀘어에서 나와 세계를 다시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 2006년이 되어서야 리메이크된 3편

1편은 6번(MSX2, 원더스완, PS, GBA, 모바일, PSP), 2편은 5번(원더스완, PS, GBA, 모바일, PSP)에 걸쳐서 리메이크하여 발매했다. 또한 시리즈 중에 가장 ‘스토리가 뛰어났다’고 평가 받은 4편도 5번(SFC - 이지 타입, PS, 원더스완, GBA, NDS)에 걸쳐서 리메이크 되었다.

▲ 스토리가 가장 뛰어났다고 평가받는 4편.

이들은 과거 나왔던 게임을 발매 플랫폼에 맞게 수정하였고, 더욱 파워업하여 출시했다. 그리고 ‘소니’의 가정용 게임기 시장 평정의 시발점이 되었던 7편은 파생게임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이 밖에 6편도 2번 리메이크 되었으며, 10편은 시리즈 최초로 속편이 제작되기도 했다.

▲ 시리즈 최초의 속편 'X-2'

‘최신 게임기’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발매되어 ‘스퀘어 에닉스’의 든든한 ‘자금줄’이 되고 있는 리메이크작. ‘스퀘어 에닉스’는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혹은 더 발전한 ‘파이널 판타지’의 초기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 발매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기획 자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그래픽, 사운드 등 부수적인 부분에 들어가는 자금만으로 고정팬에게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적은 자본으로 많은 이익을 낸다’는 것은 이상적인 수익 모델이다. ‘스퀘어 에닉스’도 기업의 이상적인 수익 모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적은 자본으로 많은 이익 창출, 그에 따른 부작용

‘파이널 판타지’의 리메이크작과 파생게임은 팬들의 추억을 되살리고 새로운 팬 유입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반면 부정적인 면도 노출했다. 바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에 발매된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다.

▲ '파이널 판타지' 20주년 기념작이어서 더욱 주목받은 게임

‘파이널 판타지’ 20주년 기념으로 ‘파이널 판타지’ 1편부터 10편까지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해서 팬들에게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플레이 한 뒤에 필자는 PSP 전원을 끄고 한숨을 쉬었다.

액션게임은 아니고 대전게임도 아니며 RPG도 아니다. 도대체 무슨 장르의 게임인지 알 수가 없다. 전투는 기존에 출시된 ‘드래곤볼Z’와 너무 닮았다. 게다가 레벨, 아이템, PP 노가다를 죽어라 해야 하다니… ‘20주년 기념작’이니까 더욱 노가다하라 이건가? 게다가 각 세계에서 자기가 최고라고 떠들던 녀석들을 모아놓으니 스토리도 가관이다. BL(Boys Love)게임 같은 스토리 진행은 ‘스퀘어 에닉스’의 자랑인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즐기려던 유저에게 카운터를 날려버렸다.

 

▲ 게임 하면서 닮은 점이 너무 많았다

‘스퀘어 에닉스’는 ‘SNK 플레이모어’의 ‘킹 오브 파이터즈’를 생각하면서 ‘주요 캐릭터들의 축제의 장’을 구현하기 위해 이 게임을 만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괴작’이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레벨을 100까지 올렸지만 게임을 하면서 필자는 ‘유저들의 코묻은 돈을 빼먹기 위해서 발매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외에 ‘파이널 판타지7 : 더지 오브 켈베로스(PS2)’는 인기 캐릭터 ‘빈센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무엇보다 7편 이후의 스토리를 다뤘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 동영상만 봤을 때는 정말 '대작'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게임을 열어보니 발매 전에 보여줬던 빈센트의 화려한 액션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동영상에서 보여줬던 공중을 날아다니는(?) 액션은 찾아볼 수 없었고 점프는 무릎 정도 높이만 뛸 수 있었다. 그리고 빈센트의 몸에 시야가 가려서 적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조작성도 엉망이어서 빈센트를 플레이어의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동영상과 사운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조작성과 액션이 너무 뒤떨어졌기 때문에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 차라리 7편 리메이크작을 만들어줬음 좋겠다

다시 초심을 찾길 바란다

‘파이널 판타지’는 화려한 그래픽, 중후한 사운드, 감동적인 스토리 등 게임에 있어서 필요한 요소 대부분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좋아하고 신작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사인 ‘스퀘어 에닉스’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리메이크작 혹은 파생 게임만 계속 발매하고 있다. 필자는 게임에 대한 자부심과 이미 확보한 많은 수의 팬, ‘에닉스’와 합병하면서 여유로워진 자금 등으로 인해 ‘파이널 판타지’ 1편을 개발할 당시의 개발 마인드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파이널 판타지’를 만들어 준 것은 ‘팬’이다. ‘스퀘어 에닉스’는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서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같은 괴작이 아닌, 그들을 지탱해주는 팬들이 바라는 게임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 다시 이 때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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