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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부모의 눈을 피해라! 몰래 즐기는 게임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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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하고싶은가? 그래! 하고싶다!!

위 이미지에서 뭔가 다른 점을 찾을 수 있겠는가? 찾았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때와 장소에 따른 제약이 있다. 지금 너무나 하고 싶지만, 이곳은 직장이고 근무시간이기에 어딘가 보고 있을 직장 상사의 눈치가 신경 쓰이고, 오늘따라 공부가 머리에 안 들어오는데 엄마는 여러 차례 내 방에 들어오시면서 잘 되가냐며 물으시지만, 눈은 컴퓨터를 향하는 현실 말이다.

누군가의 눈을 피해 게임을 하고 싶은 게 어디 학생과 직장인만의 문제겠는가? ‘미소녀게임’ 유저들도 마찬가지다. ‘미소녀게임’ 은 게임에서 여성 캐릭터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안구정화에 좋은 서비스장면이 난무한다. 아무도 없는 집안, 혹은 내 방안에서가 아니라면 마음 놓고 플레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만약 가족 및 누군가가 게임속 그녀와 감정에 충실한 장면을 보고 만다면, 그 뒤 이어질 정적과 민망함은 앞으로의 인간관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유저들의 소망을 반영하듯 작년 NHN 포털 사이트 한게임에서는 ‘남 몰래 게임하는 나만의 비법을 알려주세요’ 라는 이 게시판을 개설한 적이 있다. 게시판은 개설과 함께 수많은 유저들의 덧글과 노하우가 달리면서 짧은 기간에 많은 이슈를 남겼지만, 사회인식의 여파 탓에 안타깝게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게이머들의 욕구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에 그들은 남들의 눈을 피해 게임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고, 일부에서는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얻었다. 그들이 처절하게 일궈낸 남 몰래, 남들의 눈을 피해 할 수 있는 게임을 살펴보자

알게 모르게 존재했던 몰래 게임의 역사

지금은 즐길 수 없는 두 가지 예를 소개한다. 20세기 막바지, 예나 지금이나 명절연휴에 온 가족이 모이면 반드시 판을 벌였던 ‘고스톱’ 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하지만 가정집에 한정되어 있어 직장인들은 주말이 아니면 쉽게 즐기기 어려웠다. 이러한 직장인들을 위해 등장한 게임이 바로 ‘포트리스’ 의 개발사 CCR 에서 출시한 ‘몰래맞고(혹은 X2맞고)’ 다.


▲사회적 파장도 있었던 몰래맞고의 등장

‘몰래맞고’ 는 윈도우 화면 하단바에 고스톱 패를 끼워 넣은 감쪽같은 아이디어로 05년 3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개발사는 애초에 플레이 유저층을 20~30대 직장인으로 잡았으며, ‘눈치 볼 것 없는 국내유일 고스톱 게임’ 이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우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몰래맞고’ 는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고스톱 패인지 윈도우 디자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정교했기 때문에 실제로 상사의 눈을 피해 즐기는 직장인 유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07년 CCR 내 ‘몰래맞고’ 개발팀인 스카이소프트가 해체되면서 해당 게임 서비스도 종료되었다.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의 ‘더블샷타임즈(the doubleshot times)’ 가 있다. ‘더블샷타임즈’ 는 실행하면 가상신문 사이트가 생성된다. 이 가상사이트는 겉보기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기사들로 이루어져있으나, 속을 살펴보면 테트리스나 블록깨기 같은 게임을 군데군데 숨겨 놓았다. 또한 게임의 배경으로 엑셀화면을 선택할 수도 있어 당시 상사의 눈에는 영어신문 읽으며, 일 열심히 하는 사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겉보기엔 엑셀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은 벽돌깨기 게임이다

휴가후유증, 현실에 금방 적응하기 힘든 당신을 위해서

 
▲아이디어 종결자, '나바쁜거안보이니' 소개 영상

엑셀은 물론 워드, 파워포인트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무료 사이트 ‘나 바쁜 거 안보이니(이하 나쁜거니)’ 도 있다. ‘나쁜거니’ 사이트는 ‘부술계획’, ‘벽돌게임’, ‘리더쉽’, ‘블록색 맞추기’ 등 총 4개의 모드를 제공한다. 특히, 모든 게임에서 공통적으로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아이콘이 사라지는 기능을 지원해 위급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첫 번째 모드는 최근 생긴 ‘단어부수기(Crash planning)’ 다. ‘단어부수기’ 게임방식은 제한시간 내 단어박스를 없애면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게임이다. ‘단어부수기’ 는 처음 실행하면 주간계획표 제목의 틀 안에 단어가 들어간 박스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같은 단어박스는 색깔이 정해져 있으며, 가로세로 3개 이상 나열하면 사라지게 된다. 단어박스는 사라지면서 자동적으로 위에서 새로운 단어박스가 내려오는데, 이것을 활용한 연쇄작용이 게임의 포인트다. 연쇄작용은 줄어드는 제한시간을 크게 늘려주기에 앞 수 읽기가 빠르면 유리하다. ‘단어부수기’ 는 벌써 다음주 계획표를 작성하며 업무사랑에 열중인 모습을 상사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두 번째 모드는 ‘브레이크다운(Breakdown)’ 으로 쉽게 말하면 핑퐁게임이다. 게임 방식은 작성된 문장을 모두 없애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단순한 방식이며, 조작법은 마우스 이동뿐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게임화면은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실행되며, 이를 본 상사는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며 리포트 작성에 열중하고 있는 당신에게 뿌듯한 눈길을 보낼 것이다.

세 번째 모드 ‘리더쉽(Leadership)’ 은 우주선을 안전하게 목표지점까지 이동시키는 것이다. 우주선은 키보드 방향키로 움직일 수 있으며, 빨간 선과 파란 선의 예상 그래프로 된 벽(닿으면 게임 오버) 사이를 피해 다닌다. 게임의 난이도는 추진력에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는 속도의 차이에 따른 섬세한 조작을 필요로 하며, 연타가 필요한 순발력도 관건이다. 배경은 파워포인트로 구성되어있으며, 상사께서는 당신을 시장경제 파악에 힘쓰는 일등사원으로 평가 할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 모드는 ‘블록색 맞추기(Cost cutter)’ 다. 게임목적은 3차원 세로 막대형 그래프로 구성된 블록을 많이 제거하는 것이다. 게임방식은 마우스를 이용해 2개 이상의 같은 색깔 막대 그래프를 클릭해 없애면 된다. 또한 밀어내기 방식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왼쪽에 막대 그래프가 튀어나와 꽤나 집중력을 요구한다. 상사는 정확한 차트작성에 애쓰는 꼼꼼한 사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엄마 오늘따라 너무 집중이 잘되요, 화면 중간의 스네이크 게임이 보이는가?

직장인이 아닌 학생이라면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 에서 재미를 찾아보자. ‘유튜브’ 에서 동영상을 로딩하면, 화면 가운데 흰 점 여러 개가 회전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때 화살표 방향키를 몇 번 누르면 이스터 에그 게임 ‘스네이크’ 가 플레이 된다. ‘스네이크’ 는 화면 어딘가에 위치한 흰 점을 향해 키보드 방향키로 움직이며 꼬리 붙이기를 하는 것이다. 목표간 작고 움직임이 빨라 꺾는 위치선정을 잘 파악해야 한다. 또한 정지화면과 게임을 언제나 전환 할 수 있고 게임화면 또한 뚜렷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런 엄마의 등장에도 모니터엔 칠판과 EBS강의 선생님밖에 보이지 않는다.

므흣한 FPS, 그 이름은 ‘갸루 건'

이제까지 직장인과 학생을 위한 ‘긴급회피’ 를 다뤘다면, 지금부터는 ‘미소녀게임’ 유저를 위한 기능이 존재하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첫 번째 게임은 알케미스트에서 개발한 ‘갸루 건’ 이다. 지난 1월, Xbox360 으로 발매된 이 게임은 발매 전부터 부스 모델에게 물총을 쏴 맞추는 퍼포먼스,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캐릭터의 속옷 노출로 심의 경고를 받는 등 게임 내외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문제작(?)이다.

‘갸루 건’ 은 조준발사 시스템을 채택한 엄연한 1인칭 슈팅게임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제일의 인기남인 주인공(나)에게 달라붙는 미소녀캐릭터들의 구애를 이겨내고, 가슴앓이하는 단 한 명의 히로인에게 고백하기 위해서 ‘헤롱헤롱 페로몬 샷(이하 헤롱헤롱샷)’ 을 쏜다(방해되니까)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헤롱헤롱샷’ 은 쏴 맞추는 미소녀캐릭터들의 부위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며, 그 때마다 여성 캐릭터들의 므훗한 음성이 난무한다. 총 66명에 달하는 미소녀캐릭터마다 약한 신체부위가 존재하며, 그 부위를 공략하면 ‘두근두근 게이지’ 가 차오른다. ‘두근두근 게이지’ 가 최대치에 도달하면 미소녀캐릭터가 승천(절정의 기분)하는데, 승천한 캐릭터에게 추가적으로 ‘헤롱헤롱 모드’ 를 실행하면 근접한 상태에서 앞뒤는 물론 위아래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미소녀를 관찰 할 수 있다.


▲ 이렇게 야시시한 장면을 감상하다가도 누군가 오는 기척만 느껴지면......


▲ 순식간에 '엄마왔다' 기능을 발동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갸루 건’ 은 시야부터 음향까지 신경 쓰면서 몰래 즐겨야 하는 게임이다. 이러한 장면 도중 부모님이나 여동생 누나등이 예고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이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갸루 건’ 은 로딩을 제외한 모든 장면에서 셀렉트(SELECT) 버튼 한번으로 ‘엄마왔다’ 라는 기능을 순식간에 실행할 수 있다. 예로 므흣한 장면 진행 중 누군가의 침입으로 ‘엄마왔다’ 를 실행하면 게임화면이 추억의 2D 도트게임으로 변하고, 음성까지 단조로운 효과음으로 전환되어 ‘건전한 게임’ 처럼 변한다. 아래의 2D 도트화면에서 정적과 민망함을 찾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위기에 대처하는 유저의 용기와 자신감이 돋보일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난입이 끝나고 당사자가 사라지면, 다시 셀렉트 버튼을 누르고 하다 만 미소녀캐릭터를 승천시키면 된다.

갑옷파괴는 옵션이다. ‘퀸즈’ 시리즈의 등장

두 번째 게임은 타 게임 여성 캐릭터들의 크로스오버 시리즈 ‘퀸즈 블레이드’ 의 최신작 ‘퀸즈 게이트 스파이럴 카오스(이하 퀸즈 게이트)’ 다. 반다이남코게임즈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지난 달 28일, PSP로 발매되었다. ‘퀸즈’ 의 장르는 시뮬레이션 필드와 전투 시스템 기반의 SRPG로, 등장 캐릭터를 살펴보면 ‘킹 오브 파이터즈’ 의 마이부터 ‘철권’ 의 리리까지 다양한 격투게임의 미소녀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게임의 백미는 호감도 시스템의 존재와 부위별로 일정량 대미지를 가하면 일러스트 컷인과 함께 갑옷이 벗겨지는 ‘갑옷파괴’ 시스템이다. ‘갑옷파괴’ 는 여성 캐릭터의 머리장식부터 가슴은 물론 다리와 엉덩이 등 어느 곳의 의상이건 찢어버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컷인 연출도 부위에 따라 모두 다르다. 또한 한 번 파괴했다고 끝이 아니며, 반복적으로 또는 집요하게 같은 부위를 연속적으로 파괴해 더 과감한 컷인씬을 노릴 수도 있다.

‘수수께끼의 팔찌’ 는 이러한 눈요기의 정점이다. ‘수수께끼의 팔찌’ 는 호감도 시스템을 통해 올린 여성 캐릭터와의 우호도를 떨어뜨리는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아이템의 효과는 부분파괴에 그쳤던 ‘갑옷파괴’ 를 넘어 선정성 가득한 ‘보너스 어택’ 의 세계로 게이머를 인도한다.


▲ 수위가 낮은 이미지도 이정도인 '퀸즈' 시리즈


▲ 전작 퀸즈 블레이드의 'KKK' 기능


▲ 최신작인 퀸즈 게이트의 'KKK' 기능, 대폭 업그레이드가 되었다는걸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퀸즈 게이트’ 는 전작에서부터 ‘KKK(이 느낌! 감시받고 있는건가?! 회피다!! (주: 일본어 발음 약자)’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KKK’ 는 ‘갸루 건’ 과 동일하게 로딩을 제외한 모든 화면에서 실행할 수 있으며, 역시 2D 도트게임 화면을 내보낸다. 놀라운 것은 전작 ‘퀸즈 블레이드’ 보다 한층 발전된 그래픽으로 꾸며져 어색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KKK’ 기능은 셀렉트(SELECT)와 스타트(START)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실행 할 수 있다.

벗을수록 강해져요 ‘알 토네리코’ 시리즈

세 번째 게임은 ‘알 토네리코’ 시리즈로 가스트와 반다이남코게임즈가 PS3 타이틀로 공동 개발한 게임이다. ‘알토네리코’ 는 스토리와 전투시스템이 중심인 RPG 장르에 분류되었지만, 모험을 통해 주인공과 히로인 사이에 정이 깊어지면 에너지가 생겨나고, 점점 강력해지면서 신체를 가리는 옷이 에너지 확보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탈의 하면서 데미지가 강해지는 ‘퍼지’ 시스템을 숨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리즈는 ‘퍼지’ 시스템에 반응해 미소녀캐릭터들의 바스트모핑이 들어간 탈의 영상이 존재한다. 또한 여탕 이벤트나 실수를 가장한 므흣한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코스모스피어’ 의 CG와 대화수위는 눈뜨기 보기 힘들 정도로 민망 그 자체다. 어느 유저는 미소녀캐릭터에 RPG라는 장르에 혹해 구입했지만, 알고 보니 탈의 RPG 라며 당했다는 울분의 덧글도 올라올 만큼 몰래 즐겨야 하는 마성의 게임인 것이다.

‘알 토네리코’ 는 위 두 게임과는 조금 다른 회피기능이 존재한다. 이 회피기능은 실행하면 의미불명의 이상한 그림들이 나온다(바다새우 각 부위를 설명하는 이미지부터 내일의 날씨 화면까지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정보)  ‘갸루 건’ 이나 ‘퀸즈 게이트’ 처럼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2D 도트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에 위화감을 가질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알 토네리코’ 는 그 의심을 멋지게 벗어날 수 있는 생활형 정보 창을 띄워줌으로써 그 의심을 완벽히 씻어버린다.


▲ 야시시한 장면을 감상 중인데 누군가 내 방문을 연다 싶으면.....


▲청개구리의 대표주자 일기예보부터


▲ 새우의 부위 별 소개 자료 등 생활 정보(?)를 보는 척 할 수 있다

일이나 공부의 능률은 적절한 휴식과 게임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더욱 끌어 올릴 수 있다.여기에 이왕 게임을 즐긴다면 남의 눈치를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들킬 염려 없이 몰래 즐기는 게임은 나름의 스릴감까지 존재한다. 본 기사에서 소개한 게임들은 한정된 장르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는 때와 장소에 제약이나 상황에 눈치 볼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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