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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잡지 연대기 1부 - 게임월드부터 게임매거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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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8월 창간된 국내 최초 게임잡지 '게임월드'(출처: 다음 블로그 sungilworld님)

■ 관련기사: 게임잡지 연대기 2부 <게임잡지 몰락에서 웹진 탄생까지>


얼마 전 필자는 올 한 해를 넘기기 전에 어지럽혀져 있는 방을 정리하고자 방 한 켠 박스 안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게임잡지를 옮기다가 문득 풋풋했던 소년 시절이 떠올랐다.

매 달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오면 손에 꼬깃꼬깃 쥐어진 돈을 들고 게임잡지를 사기 위해 한걸음에 서점에 달려 갔었던 그 시절. 서점에 조금만 늦어도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게임잡지는 그 시절 소년이 즐기던 몇 안 되는 유희 중 하나였고 그 욕망은 너무 강렬했다.

이런 추억을 곱씹어 본 필자는 국내 게임잡지의 지난 흔적을 되짚어 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90년대 게임 산업 성장과 함께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던 게임잡지는 이제 케케묵은 추억 속에서나 들춰볼 수 있는 그런 것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몇 몇의 소수 게임잡지는 잔존하여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거나 신문 가판대 한 켠에 주간지 형태로 자리잡고 있지만 찬란했던 게임잡지의 지난 날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런 게임잡지의 흥망성쇠가 이뤄진 그 이면에는 인간 본연의 기본적인 욕망이 있었다. 과거 국내 콘솔과 PC 게임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그 시기, 방대한 게임 정보가 쏟아져 나오며 게이머들은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다. 게임을 선택 하는데 있어 그 폭이 너무 큰데다 관련 정보의 부재가 심했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다종의 다양한 게임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보를 필요로 했다.

유희로 즐기고자 했던 게임에 대한 욕망이 지식과 정보에 대한 탐구와 갈구로 이어졌고, 이러한 현실은 곧 정보의 수요와 맞물리게 되며 그 결과 게임잡지가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한정된 영역에서의 단순 정보 전달은 한계가 있었고, 본문에도 밝히지만 시대적 상황과 함께 게임잡지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목적으로 변질되어 감에 따라 소멸되기에 이른다.
 

게임잡지 태동기 < 1980년대 초반 ~>

사실 이 당시에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인지가 다른 국가에 비해 낙후 돼 있었다. 지금이야 국내 게임 산업이 영화, 음반 등의 엔터테인먼트 시장보다 그 규모가 워낙 커진데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는 당시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특히, 게임을 아이들이나 하는 수준 낮은 저급한 놀이 정도로 치부했고 오락실은 불량스러운 아이들이나 가는 곳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으니 오죽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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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잡지의 시초가 된 PC교육용 잡지(출처: 이글루스 saickho님)

이런 와중에 83년 MSX계열의 8비트 PC(사실 상 게임기에 가까운)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관련 정보 잡지가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학습’에 우선 순위를 둔 교육용 정보(이유는 게임에 대한 당시 사회적 인식 때문)를 다뤘다. 게다가 왠만한 가정집이 PC를 보유하고 있는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부유층에서나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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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게임잡지 '게임월드'는 게임 인식 전환에 주력했다(출처: 다음 블로그 sungilworld님)

PC정보 잡지의 딜레마는 진입장벽이었다. PC를 보유한 이들이 소수이고 딱딱하고 밋밋한 교육용 정보를 게재 하더라도 잡지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여, 구독하는 독자가 늘린다면 앞서 언급한 상황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PC정보 잡지는 고정된 독자층을 형성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게임 정보를 싣기에 이른다. 이것이 곧 게임잡지의 시초이자 정보 매체의 원조가 된다.

결정적으로 PC가 보급되던 시기와 맞물려 일본에서 콘솔 게임기가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닌텐도의 ‘패미컴’이다. 이후 16비트 ‘메가 드라이브’가 발매되고 본격적으로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게임 정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게임 전문잡지가 탄생하게 된다.
 

게임잡지 초창기 <1980년대 후반 ~ 1990년대 초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콘솔 게임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게이머들의 정보에 대한 갈증을 부추겼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PC 게임 잡지의 정보가 한계에 달하던 90년도 8월에 이르러 국내 최초 게임잡지 ‘게임월드’가 창간된다. 곧 이어 ‘게임뉴스’가 창간되며 국내 게임잡지의 서막이 오름과 함께 게임잡지들의 각축전이 시작된다.

게이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임 정보는 신작 소개나 발매 일정, 공략 등이었다. 특히, 게임 공략 정보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게임잡지의 퀄리티를 평가하는 척도가 됐다. 대다수의 게임(패미컴의 주가가 한창 오를 시기)이 일본 게임들로 일본어를 모르는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번번히 진행이 막히는 것은 다반사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 즉, 그 게임의 공략이 필요했는데 게이머가 필요로 하는 공략 정보가 게임잡지에 실렸는지의 여부가 관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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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머가 원한 것은 공략이었고 게임잡지가 내세운 것도 공략이었다(출처: 다음 블로그 sungilworld님)

이후 성숙기에 가서 언급하겠지만 위와 같은 상황으로 하나의 게임 잡지가 아닌 다수의 게임잡지를 구매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나게 된다. 물론, 최초의 게임잡지인 ‘게임월드’와 ‘게임뉴스’ 역시 게이머들이 니즈를 신작 소개와 공략으로 보고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 역시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여 제작한 것이 아닌 일본의 게임 잡지들로부터 그대로 가져와 번역하여 싣는 것이 태반이었다. 그 과정에서 정보의 오역과 누락, 중복 등의 문제가 산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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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게임잡지는 일본의 게임잡지 정보를 가져와 옮기는 것이 주류(사진: 일본 게임잡지 '게임러브')

2년 뒤인 92년 12월 새로운 게임잡지 ‘게임챔프(게임메카의 모태)’가 창간되는데 이 시기에 ‘게임월드’와 ‘게임챔프’ 사이에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게임뉴스’는 발행 수를 늘리는 등 변화를 꾀했으나 결국 93년 폐간 하게 된다. ‘게임챔프’’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는데 바로 ‘게임음악 어레인지 CD’를 부록으로 제공 했다.

8비트 콘솔게임들의 음악은 미디로 제작된 것이라 지금과 같이 오케스트라를 동원하여 별도의 게임 OST를 제작하여 고퀄리티를 추구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멜로디로 믹스된 게임음악 CD는 당시 게이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이 차별화된 판매 전략인 게임음악CD는 ‘게임챔프’에게 성공을 거머쥘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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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년 12월 창간한 '게임챔프'의 1주년 특대호(출처: 네이버 블로그 gprotection님)

94년 11월 창간한 커뮤니케이션 그룹의 ‘게임매거진’과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루고 있던 ‘게임챔프’ 사이에서 최초 게임잡지 ‘게임월드’ 역시 재도약을 시도하지만 96년 폐간 하고 만다. 이 당시에는 ‘게임매거진’이 새로운 콘텐츠를 국내에 선보이는데 이 부분은 성숙기에 다루도록 하겠다.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게임잡지들의 본격적인 시장 경쟁과 더불어 게임 산업의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게 된다. 특히, 콘솔 게임의 성장과 PC게임의 등장, 한정된 게임 시장 내 다수의 게임잡지 창간 등으로 게임잡지 시장은 추후 대격변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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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챔프의 광고지면 '구식 게임기는 가라'(출처: 네이버 블로그 gprotection님)

 

게임잡지 성숙기 <1990년대 중반 ~>

이 시기에 이르러서 게임기의 하드웨어는 한층 더 발전한다. 게다가 PC의 보급이 가속화 되면서 더불어 PC게임 역시 장르를 불문하고 타이틀의 수와 볼륨이 확장되어 갔다. 이런 상황은 콘솔 게임 잡지의 태동 시기와 유사하면서도 게임 산업이 급변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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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PC게임전문지 '게임채널'(출처: 티스토리 leno79님)

이에 발맞춰 93년도에 동서 게임채널의 최초 PC게임전문지 ‘게임채널’이 창간되고 이를 계기로 기존의 콘솔 게임잡지(성숙기 이전 게임잡지)들은 별책부록 개념으로 PC게임을 다루는 잡지를 창간하게 된다. 특히, 95년도에 ‘게임챔프’는 아예 별도로 ‘PC챔프’를 창간하여 콘솔과 PC 게임을 각각 분리하여 전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또, 그 해 11월에는 KBS영상사업단에서 PC게임잡지 ‘게임피아’를 창간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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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모델,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출처: 네이버 블로그 gaiel님)

기존의 콘솔 게임잡지들인 ‘게임매거진’, ‘게임월드’, ‘게임라인’은 각각 Sofcom, PC게임월드, MYPC 등을 별책부록으로 PC게임정보를 다루어 국내 PC게임시장에 앞다퉈 나서기 시작한다. 이 때 최초의 콘솔 게임잡지였던 ‘게임월드’는 잡지사들의 경쟁에 밀려 1년 후에 폐간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는 콘솔이 아닌 PC게임잡지의 창간이 줄을 이었다. ‘PC플레이어’, ‘PC게임매거진’, ‘V챔프’ 등 게임잡지 세대라면 한번씩은 들어보고 봤음직한 PC게임잡지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다. 이것은 추후 콘솔 게임 보다 PC게임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을 암시한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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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떴다하면 초대박'이란 문구에 눈길이 간다(출처: 네이버 블로그 ddongvida님)

사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각 게임잡지들의 콘텐츠는 큰 차이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게임 관련 광고와 소개를 시작으로 인기 게임들과 신작 및 후속작 소개, 공략 등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이 때문에 어떤 게임잡지가 좀 더 디테일한 공략과 빠른 신작 소개, 타 게임잡지와 차별화된 콘텐츠가 무엇인지가 게이머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바로 판매부수로 직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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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머가 따져본 '윈도우 95 손익계산서'? 헉

그 중에 새로운 콘텐츠를 가져간 게임잡지가 있었는데 ‘게임매거진’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매거진’은 94년 11월 창간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챔프’와 경쟁 가도를 달리며 ‘게임월드’를 따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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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월 1일 전 날, 필자를 설레게 했던 그 시절 그 잡지(출처: 드림위즈 블로그 kewmetal님)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게임챔프’가 창간 당시 게임음악 CD를 부록으로 한 차별 전략을 두었다면 ‘게임매거진’은 무엇보다 국내 TRPG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당시 ‘게임매거진’은 새로운 콘텐츠로 잡지 후면에 TRPG의 룰과 리플레이 기사를 수록했고 ‘던전 앤 드래곤즈’와 ‘소드월드’ 등의 해외 오리지널 TRPG를 번역하여 소개했다. 특히, ‘던전 앤 드래곤즈’의 리플레이 ‘천일모험기’는 TRPG가 생소했던 국내에 게이머들이 직접 진행한 이야기를 수록한 것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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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당시 '천일모험기'를 구독하기 위해 게임매거진을 샀다(출처: 이글루스 mistjade님)

이와 함께 96년 10월 창간한 ‘게임라인’은 다양한 기획기사를 제작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게임잡지 기자의 캐릭터화를 꾀해 호불호가 나뉘긴 했지만 두터운 독자 팬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앞서 ‘게임챔프’와 ‘게임매거진’과는 달리 콘텐츠보다는 기자의 독특한 스탠스가 중점이었던 게임잡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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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일명 '덕후'들을 양산하고 지지를 얻었던 게임라인(출처: 이글루스 mistjade님)

이런 와중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게임 시장에서 게임잡지 수요자는 한정돼 있고 차별화된 전략과 콘텐츠를 내세운 게임잡지들은 이 수요자들을 서로 나눠 고정 독자층으로 확보하여 유지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인 콘텐츠를 가지지 못한 많은 신생 잡지들이 창간과 폐간을 거듭하게 되는 상황이 빚어진다.

이후 게임잡지들이 순수한 의도로 번들 게임CD를 부록으로 제공했는데 서서히 그 취지가 변질되어가며 과도기에 들어서게 된다. 이로 인해PC게임 산업과 게임잡지 시장은 휘청거리기 시작하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내 IMF 사태까지 더해져 말미에는 일대의 대격변이 발생하게 된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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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셧다운제'를 연상케 하는 게임시간 통제 프로그램 기사(사진은 PC챔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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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도 게임의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사진은 PC챔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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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메카에서 보관 중인 PC챔프, 90년대 중반 부터 PC게임이 급격하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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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챔프에서 PC파워진으로 제호가 바뀐 후 표지(이유는 2부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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