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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논타겟팅 다른 스타일 `액션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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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을 정도로 잘난 이 남자, 흠잡을 곳 없는 얼굴과 과도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바디 스펙.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 시선이 집중되는 그. 하지만 알고 보니 모태솔로다. 왜냐고? 내 돈 내가 벌어 내게 쓴다는 이상한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김도진.

그를 보고 있노라면, 우수에 같이 젖는다고 할까? 너무나 섬세한 그이기에 살짝 만 건드려도 파르르 떨릴 것 같아 섣불리 다가서기 어렵다. 무엇보다 논리정연 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크나큰 상심을 겪게 되며 두문불출하고 있는 그는 최윤.

그가 캡이었던 시절. 빨간 스포츠카를 끌고 압구정을 누비면서 '야, 타!' 한마디면 줄줄이 엮인 굴비처럼 XX염색체가 사뿐히 자리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잔머리 대마왕! 빠르게 제 2의 황금기를 준비했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그의 이름은 이정록.

임태산. 아, 이 남자 어찌하리 천상 순정마초다. 친구 돌보랴, 동생 아끼랴, 연애 불지피랴 멀티 플레이어도 이런 멀티 플레이어가 없다. 누가 그랬나 이름 따라 인생 간다고? 할 일이 태산이고 앞으로도 태산이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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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의 품격 꽃중년 4인, 고교 동창으로 절친이지만 캐릭터가 극명하게 나뉜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등장하는 주인공 4인 방의 소개말이다. 뜬금없는 드라마는 뭐고 주인공 소개는 왜 하는 거야? 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제목 그대로 논타겟팅 액션RPG를 이 주인공들에 비유해 본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먼저 논타겟팅 액션RPG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자. 논타겟팅 액션RPG 아니 논타겟팅이란 과연 무엇일까? 진부한 이야기지만 오늘은 그게 주제니까 짚고 넘어가자.

논타겟팅은 말 그대로 Non Targetting 즉, 타겟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특정 대상이 없이 행동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대상을 선택해서 공격이나 방어하는 것이 아닌 무기나 캐릭터 스킬의 범위 내에 대상이 존재할 때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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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로 논타겟팅 방식이 도입된 뛰어난 타격감의 대명사 '릴'

이러한 논타겟팅 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게임(해외는 제외한다)은 2003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릴' 온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논타겟팅 방식으로 3인칭과 1인칭 시점을 동시에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타격감의 정수를 보여준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 회자 되고 있다.

이후 여러 온라인게임이 출시 됐지만 대다수가 논타겟팅 보다는 타겟팅 방식을 채택해왔다. 이와 중에 국내 대표 논타겟팅 액션RPG 게임이 등장했는데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 ‘C9’ ‘테라’ ‘레이더즈’가 그것이다.

모태솔로 김도진과 마니아 게임으로 걸어가는 '마영전'은 도진개진?

2009년 12월, 연말연시의 분위기 속에 화사한 게임 하나가 등장한다. 넥슨 산하 데브켓 스튜디오가 개발한 ‘마영전’이다. 원작 마비노기의 외전 격인 ‘마영전’은 해외 개발사 밸브의 소스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논타겟팅 액션 RP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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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과 통계 등 건축학을 전공한 독선적 성격의 김도진, 마영전의 솔플이 연상된다

출중한 외모의 캐릭터와 함께 콘솔 조작감의 컨트롤을 더해 게이머들에게 신선함을 불러 일으켰다. 흡사 장소 불문 시간 불문 발 디디는 곧 마다 런웨이를 만들어 버리는 남자가 김도진이라면 플레이를 하면서 한타 한타 내지르는 모션에서 그간 타겟팅 방식의 온라인게임서 느꼈던 고루함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게다가 장비 파괴 시스템과 내 캐릭터는 내가 꾸민다는 모토 아래 뷰티샵까지 더해져 여자들의 시선 아니 뭇 남성들의 시선을 주목시킨 이 ‘마영전’은 '이비짜응'과 '오나짱'을 연발하기에 이르렀다. 여성들에게 신사의 품격이 눈 사진을 찍는 피사체였다면 게이머 특히 남성들에겐 ‘마영전’이 그것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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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트롤의 묘미를 잘 살린 마영전, 개발 방향의 고집은 좋은 의견 수용도 좀 했으면

흥미로운 스토리와 더불어 키보드와 마우스의 조합으로 다양한 액션과 콤보를 사용할 수 있는 ‘마영전’은 빼어난 타격감과 컨트롤의 묘미를 잘 살린 논타겟팅 액션 RPG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잘난 김도진에게 모태 독신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듯이 ‘마영전’도 아쉬움이 남는다. 완전체라 불리는 김도진이 모태 독신이 된 이유는 이기적인 성격 탓이다. 독설과 지적질을 서슴지 않는 그는 앞서 얘기 했듯이 내가 번 돈을 아내나 자식에게 나눠 쓰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독신을 고집한다. 극중에서도 그는 처절하리만큼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주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마영전’은 어떨까? 매력을 발산하며 신선함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독선적인 운영 탓에 이탈한 유저가 꽤 된다. 그간 게이머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요구한 피드백은 개의치 않았던 ‘마영전’과 드높은 자존감의 김도진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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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체라 자부했던 김도진이 짝사랑에 구애하듯 마영전도 시즌2로 관심끌까?

김도진과 ‘마영전’의 공통점은 늦게 나마 깨달은 한가지 사실에 있다. 극중 이 모태 독신 김도진을 짝사랑하게 만든 이가 있었으니 조금씩 그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마영전’도 마찬가지로 그 동안 고수해왔던 자신만의 길에 게이머 의견을 반영해 시즌2로 변화를 주고 있는 것.

잘 나가는 변호사지만 남 모를 아픔이 있는 최윤,  'C9'도 상처가 있어...

2009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 대상 및 기술, 창작상 그리고 게임 사운드, 그래픽, 게임 캐릭터 부문을 수상한 화려한 이력의 게임이 있으니 'C9'이다. ‘마영전’보다 조금 빠르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C9’는 화려한 스킬 콤보와 함께 보다 대중적인 논타겟팅 액션 RPG를 고수 했다. ‘마영전’이 모노 톤이라면 ‘C9’는 스테레오 톤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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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을 겪으며 은둔자가 된 듯한 최윤 하지만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데...

다정다감한 최윤처럼 게이머에게 친숙한 느낌을 선사한 ‘C9’는 본문에서 소개하는 게임들의 맏형과 같은 느낌이다. 당시 먼저 시작했다는 점도 있지만, 익숙하고 화려한 그래픽을 필두로 키보드의 숫자키를 활용한 조작, 초보 게이머들을 배려한 수행 퀘스트, 던전 난이도 구분과 빠른 던전 클리어 타임 등 게이머들을 위한 사려 깊은 맛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시련이 닥치는데 최윤이 아내와 사별을 겪듯이 ‘C9’은 버그와 랙, 잠수 패치 등으로 점철 된 유저 이탈을 경험하며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 후 두문불출하던 차에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려 중국과 일본으로 먼저 진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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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과 비슷한 상황으로 잊혀져 가는 듯 하다가 재기를 꿈꾸는 C9
 

최윤은 아내와 사별 이후 그 상처로 홀로서기를 한 상태지만, 친구의 여동생을 사랑하게 되면서 뜻밖의 국면으로 치닫는다. 스스로에게 친구의 여동생을 탐내는 건 욕심이라고 떨쳐내려 하지만 쉬이 떨쳐버리지 못하는데 ‘C9’도 최근 스피드 레벨 업 서버를 오픈 하면서 국내 시장을 탐내고 있는 것이다. 욕심일까?

한 때 잘나가던 카사노바 이정록, 다시 잘 나가보려는 ‘테라’

세번째 논타겟팅 액션 RPG게임은 ‘테라’다. ‘테라’를 신사의 품격 주인공 중 한 명에 대입하자면 일명 카사노바 이정록을 지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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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기 때는 XX염색체가 굴비 엮이 듯 했다는 이정록, 하지만 그것도 한 때지 한 때...

극중 이정록이란 캐릭터를 살펴보면 그는 낙천적이고, 겁 많고, 노래 잘하고, 춤 찰 추는 한량이다. 빨간 스포츠카를 끌고 압구정을 누비면 콧대 높은 여인네들이 사뿐히 조수석에 올라타고 기타 하나 메고 로데오 골목을 좀 걸어주면 얼굴 보겠다고 카페에 몇 시간씩 자리 잡은 여자들이 연병장 두 바퀴란다.

2011년 1월 ‘테라’가 런칭 할 당시 논타겟팅 MMORPG로 포지셔닝하며 로데오를 거닌 이정록처럼 게임 업계의 관심은 남달랐다. 기대에 부응하듯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트를 끊은 테라는 순항이었다.

많은 게이머들이 몰렸던 건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필드를 주무대로 논타겟으로 툭툭 치면서 사냥하는 맛이 쏠쏠했다. 특히나 ‘테라’의 종족 중 하나인 ‘엘린’은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로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급기야 ‘테라’의 마스코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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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엘린이란 등호가 성립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린 캐릭터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비상한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정록이 깨달았듯이 그 좋은 시절은 인생의 무덤, 결혼이라는 시기에 들어서면서 화려한 날들이 끝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는 생각보다 똑똑했고, 포기가 빨랐다. 인생의 2막을 향해 그간 연락해온 누나들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입찰자에게 인생을 던졌다.

‘테라’ 역시 비슷한 순간을 겪은 것이다. 다름 아닌 콘텐츠의 한계에 다다랐던 것. 온라인게임의 고질적인 시기적 약점에 시달린 것이다. 하지만 ‘테라’는 이정록처럼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제2의 막은 해외 시장 진출로 스타트 단추를 눌렀고 국내는 차분히 업데이트를 준비했다.

파멸의 마수, 진화 업데이트에 이어 이번 아르곤의 여왕 파트2를 계기로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것이다.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야, 타!'를 외쳤던 그 시절을…

인생은 한방, 남자답게!를 외치는 임태산, 그래 한방이다 레이더즈

마지막으로 신사의 품격 임태산과 ‘레이더즈’다. 이 둘은 어떤 점이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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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리의 친구, 자상한 오빠, 귀여운 애인 역할을 하는 멀티 플레이어 임태산

임태산은 극중에서 제일 왕성한 활동을 하는 캐릭터다. 인생 이름 따라 간다고 할 일도 태산이고 걱정도 태산이다. 섹시한 육체를 바탕으로 우정과 의리, 대의와 명분, 사나이 가는 길 등에 고민하며 결국 도진의 유혹에 잘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함께 회사를 차린다.

그러나 실패를 맛보면서 안팎으로 회사 뒤취닥꺼리를 하게 되고 깨달은 것이 '인생은 어차피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고민할 시간에 행동하고, 결과에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남자답게 화끈하다.

듣기만해도 지루하리만치 6년이란 기간을 개발해온 ‘레이더즈’. 개발 시작부터 할 일이 태산이었지만 바로 코 앞인 5일 공개 서비스를 남겨두고 있으니 이젠 걱정이 태산이다. ‘건즈 온라인’을 개발했던 마이에트 엔터테인먼트가 우리도 MMORPG! 그것도 논타겟팅 액션으로! 라고 으X하면서 시작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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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서비스를 시작하는 레이더즈는 임태산의 역할 같이 다양한 요소가 섞였다고...

개발 기간 동안 우정과 의리로 이탈자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 대의와 명분은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이라고 포장했다. 이제 와서 발 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의 좌우명처럼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레이더즈’는 논타겟팅 액션 RPG 게임의 최종 주자로 남들 했던 거 안 했던 거 다 넣었다. 기본적으로 필드를 배경으로 에픽 몬스터를 공략하는 재미가 특징이다.

액션게임의 단점인 커뮤니티 부재도 MMORPG 요소를 접목해서 보완했다. 커뮤니티 콘텐츠를 집어 넣어 게이머간에 관계를 지속 시킬 수 있도록 파티 플레이를 자연스레 유도한다. 퀘스트 PVP도 필드에서 주기적으로 발생되는 이벤트다. 거기에 더해 게이머들이 함께 요리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콘텐츠도 있다.

남은 건 결과인데 어떤 결과가 됐든 임태산처럼 미련을 두지 않을 수 있을까?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신사의 품격, 뻔하지만 기대되는 논타겟팅 액션RPG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지만 각자의 스타일대로 문제를 헤쳐나간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 과정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만큼 좋아하는 주인공이 개인별로 다르다.

이번에 이야기한 게임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마영전’ ‘C9’ ‘테라’ ‘레이더즈’ 모두 특징 있는 게임들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많지 않은 국내 논타겟팅 액션RPG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각 게임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살펴보는 것도 게이머들에게 또 다른 재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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