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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분야별 이슈⑥: 'VR 원년' 타이틀은 2017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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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전세계적으로 ‘가상현실(VR) 원년’으로 불렸다. 진정한 VR게임 경험을 선사해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PS VR이 모두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다양한 VR게임 역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VR 원년을 선언하기에는 좀 이르다. 기기 보급도 저조하고, 국산 VR게임도 프로젝트 단계에 머물며 연초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늦어진 출시와 부족한 물량… VR 기기 보급은 내년으로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 PS VR은 VR 플랫폼을 선도하는 기기로 꼽혔다. 이에 많은 이들이 세 기기의 출시와 함께 본격적인 VR게임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 중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는 3월, HTC 바이브는 4월 출시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10월 13일 PS VR이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에 동시 발매되면서, 처음으로 주요 기기 중 하나를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지스타 2016’이 열린 11월 HTC 바이브도 정식 발매됐다. VR 플랫폼이 자리잡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기기 출시가 2016년 4분기가 되어서야 시작된 것이다.

▲ '지스타 2016' 현장에서 발표된 HTC 바이브 정식 발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출시가 늦은 것 외에도 기기 보급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PS VR은 국내 최초로 출시된 기기인 만큼, VR을 기다리는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가격 역시 60만 원 수준으로 다른 기기에 비해 저렴했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발매와 함께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PS VR을 구하고자 하는 유저들이 오매불망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안정적인 VR 환경을 제공하는 신형 콘솔 PS4 Pro마저 품귀현상에 시달렸다.

7월 30일 시작된 PS VR 1차 예약판매는 5분만에 준비된 물량이 동났다. 이어 PS VR이 정식 출시되는 10월 13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리며, 오전 중에 준비된 물량이 전부 판매됐다. 이후 11월 ‘지스타 2016’, 12월 2차 한정 판매 등을 통해 PS VR과 PS4 Pro의 추가 물량이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결국 발매 2개월이 지난 후에도 PS VR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10월 13일, PS VR 구매를 위해 모인 유저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12월에도 재고 찾기 어려운 PS VR과 PS4 Pro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11월 출시된 PC용 VR 기기 HTC 바이브는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VR 기기들의 높은 가격은 출시 전부터 대중화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지적받아 왔다. 그 중에서도 HTC 바이브가 가장 비싸다. 여기에 국내 판매가도 해외보다 비싸게 책정되었다. HTC 바이브 해외 판매가는 799달러(한화 약 96만원)이고, 국내 판매가는 125만 원이다.

상업용으로 출시된 기기의 경우, 좀 더 높은 가격이다. HTC 바이브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에디션’은 소비자 버전보다 50만 원 가량 비싼 175만 원이다. VR카페를 창업하려면 ‘비즈니스 에디션’을 구매해야 한다.

▲ 'HTC 바이브 비즈니스 에디션'은 175만 원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태동한 국산 VR게임... 출시는 내년으로

새로운 플랫폼의 정착을 위해서는 기기 외에도 양질의 콘텐츠가 더해져야 한다. 이에 국내 게임사에서도 VR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식 출시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 결실을 남긴 VR게임 개발사는 대부분 인디게임이나 중소업체다. 핸드메이드게임이 만든 ‘룸즈: 불가능한 퍼즐’과 스튜디오HG의 ‘스매싱 더 배틀’은 일찌감치 오큘러스 리프트 론칭 타이틀 30종에 포함되며, 해외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완성도와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스코넥엔터테인먼트, DEC코리아는 지난 3월, GDC2016에 개발 중인 VR게임 데모버전을 전시하며 발 빠른 움직임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인디개발자를 중심으로 VR게임 개발이 한창이다.

▲ '룸즈: 불가능한 퍼즐' VR 소개 영상 (영상출처: 핸드메이드게임 공식 유튜브)

▲ '스매싱 더 배틀' VR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스튜디오HG 공식 유튜브)

조이시티, 엠게임, 드래곤플라이, 블루홀스튜디오 등 중견 개발사들도 VR에 뛰어들었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바일게임 대신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으로, 지난 11월 출시된 조이시티의 ‘건쉽배틀 2 VR’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결과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은 VR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정착을 위한 국산 VR 콘텐츠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지난 11월 출시된 조이시티의 '건쉽배틀 2 VR'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그렇지만 국산 VR게임에 대한 희망적인 관측은 유효하다. 지난 ‘지스타 2016’에서는 B2B, B2C를 막론하고 VR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주류를 이룬 모바일게임보다 전시 규모는 작았지만, VR이라는 특징을 십분 활용한 기대작들이 총출동하며 관람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금 당장은 기기 보급부터 콘텐츠까지 아쉬운 점이 많지만, VR게임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다.

▲ '지스타 2016'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화이트데이: 스완송' (사진제공: 로이게임즈)

성장 가능성은 충분, ‘VR 원년’ 타이틀 2017년으로

‘VR 원년’으로 주목을 받았던 2016년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보니, 일각에서는 VR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는 사람만 하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VR 시장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금 단계에서 성과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다시 말해 오는 2017년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떤 이슈가 있을까? 먼저 기기 보급의 경우, 오큘러스 리프트가 정식 출시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소식은 아직 없지만, 지난 7월 전파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다.

▲ 오큘러스 리프트 국내 전파인증 내역 (사진출처: 국립전파연구원)

이미 출시된 기기들의 발전도 구매력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오큘러스 터치는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세밀한 조작이 가능해 VR경험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렸고, HTC 바이브 역시 손에 딱 달라붙는 신형 컨트롤러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무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진화된 VR경험을 선사하는 '오큘러스 터치'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VR 기기 보급의 가장 큰 문제인 비싼 가격을 보완할 기기도 나올 예정이다. 2017년 출시가 목표인 MS의 VR기기는 최저 299달러(한화 약 36만 원)으로 저렴하게 책정되었다. 삼성 역시 PC용 게이밍 VR 기기 ‘오디세이’ 상표를 등록하며, 국내에서 하이엔드급 VR 기기를 개발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남겼다. 만약 저렴한 기기를 구하기 쉬워진다면 기기 보급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 MS 신형 VR 헤드셋 시제품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국산 VR게임도 2017년에는 본격적인 출시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개발되는 게임 대다수가 VR 모바일게임이고, 공개 후 1, 2년 가량의 개발기간을 거쳤다. 또한 한빛소프트, 드래곤플라이는 중국 VR 콘텐츠 그룹 ‘폭풍마경’과 제휴를 체결하는 등, 각 업체들의 사업적인 행보도 이어졌다. 슬슬 게임 개발이 완료되고 출시 일정이 윤곽이 잡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 2016’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프로젝트 M’, ‘화이트데이: 스완송’ 등도 VR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여기에 2016년 대비 3배 가량 늘어난 ‘첨단 융복합 게임콘텐츠 활성화 지원 사업’ 예산도 새로운 VR게임 개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 체감형 VR게임도 등장하고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한국판 '서머레슨'으로 꼽힌 '프로젝트 M' (사진제공: EVR 스튜디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VR게임 카페도 VR 대중화에 기여한다. PC방을 대체하는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VR을 체험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좀 더 사실적인 체험을 전달하는 VR의 강점을 활용하는 놀이기구도 하나 둘씩 등장하며,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VR콘텐츠의 가능성을 알렸다. 이에 힘입어 VR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즉, 국내 VR게임 시장은 오는 2017년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사업 아이템, VR카페 (사진제공: 인터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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