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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커지고 허리는 얇아지고, 기형이 된 한국 게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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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작년 실적이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에는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넥슨 등 주요 게임사의 실적이 발표되며 2016년의 게임업계 한 해 농사가 어땠는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살펴본 결과 게임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할 뿐 아니라 성장률에서도 중소기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게임업계 대표 ‘N사’로 분류되는 세 업체는 올해 모두 탄탄한 실적을 달성했다.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곳은 넥슨이다. 넥슨의 작년 연 매출은 1,831억 2,800만 엔인데 이를 한화로 바꾸면 1조 9,358억 원이다. 즉, 2조에 근접한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 역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넷마블게임즈는 해외 실적 증가를 발판 삼아 2016년에 매출 1조 5,061억 원을 달성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작년에 2015년보다 17.3% 늘어난 9,836억 원에 달하는 연 매출을 올렸다. 이 세 업체의 매출을 모두 합치면 4조 4,255억 원에 달한다.

N사를 제외하고도 증가세를 유지한 대형 게임사도 눈길을 끈다. 우선 NHN엔터테인먼트는 모바일게임 및 보드게임 호조를 토대로 작년 연 매출이 2015년보다 32.9% 증가한 8,564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서머너즈 워’를 토대로 해외에서 탄탄한 실적을 달성한 컴투스도 19% 늘어난 5,156억 원에 달하는 연 매출을 달성했다.

앞서 말한 N사 연 매출에 NHN엔터테인먼트와 컴투스까지 더하면 그 액수는 5조 7,975억 원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6 게임백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1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작년에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5개 게임사가 전체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즉, 상위 5개 게임사에 60%에 가까운 매출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 상위 5개사의 2016년 매출은 5조 7,975억 원에 달한다
(사진제공: 각 게임사)



우울한 모바일게임 상장사, 중소업체의 연이은 뒷걸음질

대기업이 작년에 성장을 이어간 반면에 중소업체는 성장은커녕 뒷걸음질을 친 곳이 적지 않다. 가장 눈에 뜨이는 부분은 ‘모바일게임 상장사’들의 동반 실적악화다. 이들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3’ 출시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2015년보다 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31.7% 감소했다. 신작을 내고도 뚜렷한 실적 개선이 없었던 것이다.

2015년에 코스닥에 입성한 액션스퀘어는 적자 폭이 많이 늘어났다. 2016년에 액션스퀘어는 매출은 40.6%가 줄었으며, 영업손실 역시 114억 원으로 2015년(24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작년에 상장된 썸에이지도 상황이 비슷하다. 매출은 2015년보다 36.7%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비교적 최근에 코스닥에 입성한 모바일게임사, 액션스퀘어와 썸에이지 모두 매출이 30% 이상 감소하는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이다.

다른 중견업체 역시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작년 하반기부터 김태곤 사단의 ‘오션 앤 엠파이어’를 비롯해 ‘앵그리버드 다이스’, ‘건쉽배틀 2 VR’ 등 다방면으로 신작을 내며 매출 개선에 나섰던 조이시티는 영업이익이 2015년보다 60.6%나 줄었다. 와이디온라인 역시 ‘갓오브하이스쿨’을 이을 새로운 게임을 찾지 못하며 매출은 16%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두 업체 모두 마땅한 신규 매출원을 발굴하지 못하며 실적악화를 면치 못한 것이다.


▲ 작년에 실적부진을 면치 못한 5개 게임사
(사진제공: 각 게임사)

점점 더 약해지는 허리, 힘 빠지는 게임산업

지금까지 국내 게임사들의 2016년 실적에 대해 살펴봤다. 작년의 경우 대기업은 더욱더 성장하고, 중소기업은 실적이 악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즉, 머리는 더 커지고 허리는 더 얇아지며 거의 ‘역삼각형’에 가까운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허리가 약하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작년에는 더욱더 심해진 것이다.

특히 허리를 받쳐줄 중견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게임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두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대기업에서는 불가능한 색다른 아이디어로 두각을 드러내는 중견 기업들의 활약이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는 게임산업도 마찬가지다. 게임산업 역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함께 커야 전체 산업의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모바일’ 위주 시장에서는 자금이 성공의 열쇠로 떠오른다. 수많은 게임이 한정된 오픈마켓에서 경쟁하고 있기에, 게이머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TV 광고나 유명한 IP와 같은 화려한 모습을 앞세워야 한다. 여기에 안정적인 매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업데이트와 이벤트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자금’이 핵심으로 통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모바일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바일 위주 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며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숨구멍 하나 틔우기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리하자면, 모바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며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이러한 점이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며 한국 게임산업의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국내 게임시장 규모 및 전망 (사진출처: 2016 게임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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