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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과 엔씨 사이 넥슨, 조직개편으로 체질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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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파 온라인 4' 론칭 쇼케이스 현장에 방문한 넥슨 이정헌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회사 수장이 바뀌면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큰 부분은 조직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새 대표가 온 후 달라지는 회사 구조에 따라서 대표가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에는 게임업계 전체적으로 새로운 인사 발표가 많았다. 그 중 눈길을 끈 곳은 넥슨이다. 넥슨코리아는 올해 이정헌 대표를 맞이했다.

이 대표는 실무형 인물로 손꼽힌다. 2003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던전앤파이터’, ‘피파 온라인 3’를 성공시키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2014년에 사업본부 본부장까지 승진했다. 그 이후에도 넥슨 첫 모바일 흥행작 ‘HIT’를 성공 덤에 올린 후 2015년에 부사장에 올랐다. 20년 가까이 넥슨에서 일하며 본인이 맡은 게임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쾌속 승진을 이뤄냈다.

이처럼 실무에 밝은 이정헌 대표가 과연 어떠한 조직을 꾸리냐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4월 16일에 나왔다. 큰 변화가 있었던 부분은 개발조직이다. 골자는 기존에 있던 ‘신규개발조직’을 없애고 그 밑에 있던 ‘스튜디오’를 끌어 올린 것이다. 현재 넥슨에는 내부 스튜디오 데브캣 스튜디오, 왓 스튜디오, 원 스튜디오가 있다. 여기에 띵소프트, 넥슨지티, 넥슨레드, 불리언게임즈까지 더하면 넥슨이 가진 스튜디오는 총 7개가 된다.

스튜디오에게 자율성을 주며 얻고 싶어 하는 것

조직개편 전에 넥슨에는 신작 개발을 총괄하던 ‘신규개발본부’가 있고 그 밑에 데브캣과 같은 개발 스튜디오가 있었다. 개발조직이 크게 두 단계였던 것이다. 실무를 맡는 개발 스튜디오와 이를 관리하는 본부가 있는 구조는 회사 안에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의사결정에 다소 많은 시간이 걸리고 스튜디오 개성이 게임에 반영되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조직개편 후 넥슨에는 ‘신규개발본부’가 없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던 스튜디오가 격상한 것이다. 여기에 각 스튜디오는 각자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자율권’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를 좀 더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넥슨 안에는 ‘마비노기’를 만든 데브캣처럼 개성 있는 스튜디오가 있는 만큼 좀 더 특색 있는 신작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여러 신작을 관리하는 부분에 있어 본부체제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처럼 두 체제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이 ‘본부’가 아닌 ‘스튜디오’ 체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넥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트랜드’다. 넥슨은 “게임 시장 트렌드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방향은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라며 “기존 개발본부 체제와 비교해 독립적인 스튜디오 체계는 개발과 관련된 의사결정 구조가 간결해졌다”라며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통해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혹은 그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신작 개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넥슨은 스튜디오 체제가 좀 더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그리고 신속한 결정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는 신작 개발로 이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쉽게 말해 유행을 선도하는 게임을 선보이고 싶다는 의도를 바탕으로 개발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여기에 넥슨은 전체 사업 총괄로 ‘피파 온라인’ 모든 시리즈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김헌 부사장을 세웠다. 개발 자율권은 스튜디오에 주되, 어느 정도의 통일성을 이루도록 했다.

다만 이번 조직개편에서 네오플은 빠져 있다. 이에 대해 넥슨은 “네오플은 지리적인 요인 때문에 개편에서 제외되었다”라고 말했다. 개편 전에도 ‘던전앤파이터’로 넥슨 매출을 책임져왔고, 네오플 자체가 넥슨 및 자회사가 있는 판교와 멀리 떨어진 제주도에 있기에 앞으로도 독자적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신작 만들겠다

실제로 모바일 시장에서 3N의 행보를 보면 넥슨은 다소 어중간한 면이 있었다. 여기서 3N이란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다. 관건은 속도와 파괴력이다. 넷마블은 속도에서 강점을 보였다.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여러 게임을 빠르게 내놓으며 장르를 선도한 것이다. 지난 18일에 열린 ‘아이언쓰론’ 기자간담회에서 넷마블 이승원 부사장은 “'몬스터 길들이기'로 모바일 RPG 시대를 열었고, '레이븐'으로 액션 RPG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어서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MMORPG 트렌드를 선도했다”라고 말했다. 빠르게 장르를 점한 넷마블 행보를 명확히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 주력 장르를 빠르게 점했다는 것이 넷마블의 강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반대로 엔씨소프트는 속도는 느리지만 파괴력으로 승부했다. 게임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검증해 출시 속도가 더디고, 나오는 게임 수도 적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내는 모바일게임은 하나하나가 파괴력이 엄청나다. 작년 6월에 출시되어 거의 1년 가까이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수성 중인 ‘리니지M’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윤재수 CFO는 올해 2월에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많은 게임을 내서 짧은 라이프사이클을 가지고 가는 것보다 임팩트 있는 게임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 '리니지M'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모바일 시장에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정반대 노선을 가고 있다. 하지만 넥슨은 속도와 파괴력 모두 중간이었다. 모바일 시장에서 액션 RPG가 유행하기 시작한 2015년 상반기를 넘겨 그 해 11월에 되어서야 ‘HIT’가 출시했다. MMORPG도 유행 자체는 중국 게임을 중심으로 2015년부터 시작됐으며 ‘리니지2 레볼루션’이 나온 2016년 연말에 고조됐다. 하지만 넥슨이 대표 MMORPG로 앞세운 ‘AxE’는 작년 9월에야 시장에 발을 들였다.

그렇다고 넥슨이 출시한 게임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두 게임 외에도 ‘메이플스토리M’, ‘다크어벤저3’, ‘오버히트’, ‘열혈강호M’, ‘야생의 땅: 듀랑고’ 등 많은 게임이 출격했다. 하지만 ‘리니지M’이나 ‘리니지2 레볼루션’과 비교하면 시장 장악력과 지구력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든 것은 사실이다. 시장 변화 반영과 게임 수, 게임 완성도에서 대체로 준수했으나, 이를 반대로 말하면 세 부분 모두 어중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넥슨은 ‘빠른 시장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개발 단계에서 의사결정 구조를 간단하게 만들어, 각 스튜디오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만든 것이다. 더 이상 ‘트렌드’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특히 이정헌 대표가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에서도 ‘HIT’, ‘다크어벤저 3’, ‘AxE’, ‘오버히트’ 사업을 총괄한 것을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시장 변화에 민감한 개발 조직이 필요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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