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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영화는 잘 만들면서... ‘폭망’ 슈퍼히어로 게임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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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스마일게이트에서 만든 본격 슈퍼히어로 AOS ‘마블 엔드 타임 아레나’가 공개 서비스에 돌입했습니다. 마침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겠네요. 우람한 덩치와 야성적인 힘을 지닌 ‘헐크’부터 각종 첨단 무기로 무장한 ‘아이언맨’까지, 영웅들의 각양각색 능력이 AOS와 잘 어울립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슈퍼히어로는 마니아의 전유물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여러 게임업체에서 모셔가려는 금싸라기 IP가 됐죠. 영화의 인기 덕분에 일단 출시만 하면 기본적인 인지도는 보장됩니다. 하지만 작품성 없이 IP에만 기댄 게임은 결코 오래갈 수 없는 법. 게임의 역사를 되돌아봐도 대충 만들었다가 쪽박을 찬 사례가 훨씬 많거든요.

5위. 토르: 갓 오브 썬더

마블이 영화계에서 승승장구 중이지만 게임 쪽은 문제가 많습니다. 영화 개봉에 맞춰 홍보도 하고 짭짤한 수익까지 거둘 겸 게임 버전을 함께 내놓는데, 이게 대부분 패드를 던져버릴 정도로 재미가 없어요. 요즘 AAA급 게임은 2~3년 개발이 기본인데, 이건 영화를 위해 단시간에 날림으로 만들었으니 당연히 내용물이 멀쩡할 리가 없죠.


▲ 마블 영화는 최고지만, 영화 기반 게임은 대부분 망작이죠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덕분에 천하의 ‘아이언맨’조차 저질 게임으로 전락했지만, 그나마 그건 슈트 입고 날아다니는 맛이라도 있습니다. 진짜 최악은 ‘토르: 갓 오브 썬더’에요. 원작이 재미있어도 게임이 망하는 판국에 ‘토르’는 영화부터가 문제가 많았죠. 그나마 영화는 크리스 햄스워스랑 톰 히들스턴 보는 맛이라도 있었는데 게임 속 3D 모델링은 워낙 조잡해 전혀 닮질 않았습니다.

게임은 ‘토르’가 지상에 추락하기 전, 그러니까 ‘영화’보다 약간 과거 시점을 다룹니다. 하는 일이라고는 아홉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무나 보이는 족족 때려눕히는 것뿐이죠. 망치의 타격감은 무슨 솜방망이 같고 몬스터와 스테이지는 끝도 없이 재탕됩니다. 서사는 차라리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고요. 나름 수집 요소가 있긴 한데 번개의 색을 바꾸는 것. 게임을 해보면 ‘토르’를 죽이고 싶어하는 ‘로키’ 심정이 이해될 겁니다.


▲ "쏘오오오오르으~!!" 근데 아무리 봐도 햄식이가 아닌데?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4위. 왓치맨: 디 앤드 이즈 나이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그래픽노블이자 1988년 휴고상에 빛나는 앨런 무어 ‘왓치맨’도 게임화의 저주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원작은 슈퍼히어로의 클리셰를 비틀어 민중을 감시하는 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과 비판 의식을 보여줬죠. 다만 성인 눈높이에 맞춘 수위 높은 폭력과 성적 묘사가 산재해있어, 명성에 비해 대중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 기자처럼 왓치맨 팬이라면 이거라도 해야 합니다, 게임이 이것뿐 (사진출처: 스팀)

내용은 난해하고 표현 수위까지 아슬아슬하니 여러모로 다루기 까다로운 작품입니다. 당장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버전만 봐도 그럭저럭 무난하게 찍었음에도 원작을 망쳤다고 온갖 욕을 들어먹었죠. 하물며 영화보다 원작 구현이 어려운 게임이 좋은 소리를 듣긴 도저히 무리입니다. 그래서인지 수십 년간 게임화 시도 자체가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 덴마크의 한 개발사가 용감하게도 2009년 ‘왓치맨: 디 앤드 이즈 나이’라는 액션 게임을 내놓았습니다. 원작에서 이미 갈라선 ‘나이트 아울’과 ‘로어셰크’가 아직 자경단 활동을 하던 시절 이야기죠. 다만 아무래도 철학적인 주제의식을 살릴 자신이 없었는지 앞으로 전진하며 죄다 똑같이 생긴 악당을 패는 것이 전부. ‘종말이 다가왔다’는 부제처럼 문제의 개발사 ‘데드라인’ 게임스는 게임이 출시되고 몇 달 후 도산했답니다.


▲ 주제의식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고 B급 액션물 탄생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3위. 가면라이더 서몬라이드

슈퍼히어로가 서양에만 있는 것은 아니죠. 서브컬처 왕국 일본에도 ‘울트라맨’, ‘슈퍼전대’, ‘메탈히어로’ 등 뛰어난 영웅이 여럿 존재합니다. 특히 무려 46년간 큰 사랑을 받으며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가면라이더’야말로 일본을 대표하는 슈퍼히어로라 할 수 있죠. 원작자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말하길 “시대가 원할 때 가면라이더는 반드시 되살아난다!”


▲ 특촬물 게임은 거의 다 별로지만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저질 (사진출처: 반다이남코)

악의 조직에게 전투병기로 개조됐지만 선한 마음만은 지켜낸 사이보그 ‘가면라이더’. 빨간 머플러를 휘날리며 오토바이에 탑승한 모습은 50년 가까이된 디자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에요. 이후 후속작이 이어지며 고대인, 뱀파이어, 마법사, 카 레이서, 그냥 강화 슈트까지 그 정체성은 매번 바뀌었지만 정의로운 마음가짐은 한결 같습니다.

이렇듯 그간 축적된 시리즈가 워낙 많다 보니 자연스레 크로스오버 게임이 등장했죠. ‘가면라이더 서몬라이드’는 NFC 피규어를 통해 좋아하는 ‘가면라이더’를 소환해 싸우는 액션 게임입니다. 일단 게임은 게임대로 사야 하는데다 피규어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요. 그런 주제에 작중 대사라곤 “헙! 흡! 크앗!”같은 기합소리뿐이고 배경도 일본 도심이 아니라 무슨 ‘크리스탈 월드’라는 동화 속 세계에요. 더는 시대가 원치 않으니 제발 이런 게임 좀 그만 만들었으면…


▲ 다 떠나서 왜 판타지인지 이해가 안갑니다, 몬헌이야 뭐야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2위. 아쿠아맨: 배틀 포 아틀란티스

“물고기도 아쿠아맨을 부끄러워해”라는 서글픈 유행어를 낳은 비인기 영웅 ‘아쿠아맨’도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에 곁다리로 낀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내건 2003년작 ‘아쿠아맨: 배틀 포 아틀란티스’에요. 개발사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하고많은 슈퍼히어로 중에 얘를 골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라이선스 비용이 엄청나게 쌌다던가.


▲ 이 촌스러운 표지가 콜옵이랑 같은 해에 나온 게임입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아쿠아맨’은 바다왕국 아틀란티스의 군주답게 수중전이라면 ‘슈퍼맨’조차 한 수 접어주는 강자입니다. 일단 당연하게도 수영을 무척 잘하고 신체 강도는 강철과 같아요. 어떤 수중 생물이라도 텔레파시로 조종할 수 있고 화려한 금빛 삼지창은 무엇이든 꿰뚫어버리죠. 비록 뭍에 나오면 존재감이 떨어져 우스운 인상을 주긴 했지만 실상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요.

그런데 게임에서 ‘아쿠아맨’이 보여주는 활약상이란 처참한 수준입니다. 마치 물장구치는 어린이마냥 움직이는데다 어설픈 시각효과 덕분에 적을 제대로 때리고 있는지 분간이 안가요. 삼지창은 또 어디다 팔아버렸는지 왼손에는 엄한 갈고리까지 달았어요. ‘아쿠아맨’이라면서 왜 갑자기 ‘후크 선장’이 튀어나온 겁니까. 거기다 2003년 기준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저질 그래픽 때문에 웅장해야 할 아틀란티스가 마치 거대한 무덤처럼 느껴집니다.


▲ 왜 물고기가 아쿠아맨을 부끄러워 하는지 확실히 알겠네요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1위. 슈퍼맨 64

흔히 DC 코믹스, 나아가 아메리칸 슈퍼히어로를 관통하는 두 상징으로 ‘슈퍼맨’과 ‘배트맨’을 꼽습니다. 둘 다 경력과 인기가 정점에 이른 최고의 영웅들이지만, 흥미롭게도 만화 외에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위상은 천양지차에요. 가령 영화계에서 ‘배트맨’이 ‘배트맨과 로빈’의 실패를 딛고 ‘다크나이트’로 화려하게 부활할 때 ‘슈퍼맨’은 수년간 지지부진하며 아무것도 못했었죠.


▲ DC코믹스의 대들보지만 게임계에선 통 힘을 못쓰는 슈퍼맨 (사진출처: 닌텐도)

게임계로 오면 격차가 더욱 벌어집니다. ‘배트맨’은 추억의 패미컴 버전을 비롯해 슈퍼히어로 게임의 금자탑이라 평가되는 ‘아캄’ 시리즈까지 여러 명작을 탄생시킨 반면 ‘슈퍼맨’ 게임은 정말이지 예외를 찾기 힘들 정도로 하나같이 별로입니다. 원작이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미디어믹스가 이 지경이면 DC 코믹스에서 굿이라도 해야지 싶습니다.

‘슈퍼맨’ 등장하는 망작 가운데 가장 특출한 게임은 99년작 ‘슈퍼맨 64’입니다. 끔찍한 게임성 덕분에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해졌죠. 악당으로부터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는 뻔한 내용인데 그나마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 게임 ‘슈퍼맨’을 어떻게든 조종하여 허공에 떠있는 링 사이를 계속 통과할 뿐이거든요. 움직임은 골판지보다 뻣뻣해서는 툭하면 벽에 끼거나 뚫고 사라지는 버그까지, 이게 미니게임이 아니라 본편이라니 차라리 지구가 멸망하도록 내버려두겠습니다.


▲ 이러려고 슈퍼히어로가 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게임입니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김영훈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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