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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막힌 한국게임, 원인은 사드 아닌 '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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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0일 김병관 의원실 주최로 열린 국회 간담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던 국내 게임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이 보복성 차원에서 한국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거부한다는 강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드 사태'만 해결되면 국내기업이 다시 한 번 중국시장에서 호황을 누릴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간담회를 개최했다.

20일, 국회의사당에서는 '사드 사태와 게임에 대한 전문가 긴급 국회 간담회'가 진행됐다. 김병관 의원실이 주최하고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준비위원회에서 주관한 이 간담회는, '사드 사태'로 인한 국산게임의 중국진출 중단 문제를 놓고 업계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열린 자리다.

그런데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는 전원 중국 시장 진출 좌절 문제의 핵심이 '사드 사태'가 아니라는 데 뜻을 모았다. 한국 게임이 지닌 근본적 문제는 '사드 사태'로 인한 판호 미발급이 아니라 품질 저하며, 지금 상태로는 '사드 사태'가 아니어도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 간담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중앙대 경제학과 위정현 교수는 "한국 개발기술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던 것은 이미 옛날"이라는 말로 서두를 뗐다. 위 교수는 "사드 위기가 사라진다고 중국 진출이 낙관되지는 않는다. 사드가 우리 판단력을 흐리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제품경쟁력과 산업경쟁력이다. 우리는 그 점에서 이미 중국에 뒤쳐져 있다. 그런데도 사드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의식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이승훈 교수도 위 교수의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보다 콘텐츠를 소모하는 속도가 빠르고, 중국 개발사는 그러한 속도에 맞춰서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익숙하다"고 주장했다. 플레이어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속도에서부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IP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국내 업계가 잠깐 IP에 관심을 갖다 시들해진 데 비해, 중국은 당장 수익을 낼 수 없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유명 IP를 사들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끈 모바일 RPG '음양사'도 해외 IP를 배양해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중국의 문화적 토양에서는 나오기 힘든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처럼 중국게임이 이미 콘텐츠 제작 속도는 물론, IP 면에서도 국내 게임보다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을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와 IP를 개발할 인력도 중국에 밀린다는 점이다. 이승훈 교수는 이어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비지니스 모델만 관심을 갖지, 신기술 세미나와 R&D는 점차 줄어들었다. IP 개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비지니스 모델도 다변화되지 못한다"라며, 국내 기업들이 돈 버는 데만 집중하고 개발 의지는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렇기에 점점 국내 게임업계의 개발력이 중국에게 뒤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미 중국업계의 성장이 한국을 앞지른 지 오래라는 데 입을 맞추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주장도 나왔다. '사드 사태'가 해결되도 중국시장 진출을 낙관할 수 없는 건 당연하고, 이제 중국게임의 국내시장 잠식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권을 차지한 중국게임 '소녀전선', '음양사', '권력'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엑스솔라 코리아 류명 대표는 '소녀전선', '음양사', '클래시 로얄', '클랜즈' 등, 중국에서 개발했거나 중국 모기업을 둔 회사가 제작한 게임들이 국내 앱 스토어 매출 상위권을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 사실을 짚었다. 이미 국내에서도 중국이 한국게임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판호 문제와 무관하게 중국이 한국보다 경쟁력에서 앞서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이대로라면 중국 진출이 아니라 국내 시장 사수부터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김병관 의원은 "앞으로 중국 시장을 어떻게 볼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 중국 게임업계는 크게 성장했고, 이미 많은 면에서 국내업계가 경쟁하기 버거운 상대가 됐다."며, "가장 아쉬운 점은 제작 퀄리티의 차이다. 한국은 정체된 느낌이고, 젊고 참신한 인재의 유입이 과거에 비해 급속도로 떨어진 상태다. 업계에 오래 있던 사람들 위주로 고착화되다 보니 게임 개발 방식도 경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변하는 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정부의 지원도 미비했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좌장을 맡은 한동숭 한국문화콘텐츠기술학회 회장은 "게임업계가 대외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게임물관리를 말할 때 규제 완화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해외 게임에 대한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간담회에 발표자 및 토론자로 참여한 게임업계 전문가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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