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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2002년 각광받던 ‘콘솔방’ 지금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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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입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비가 내리는 오늘, 괜히 센치해져서 그런지 학창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다시 생각해보면 자다가도 이불에 하이킥 할 것 같은 일들이 많지만 (황급히 이불을 갠다), 과거는 미화된다고 그 시기가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지네요. 하지만 지금쯤 많은 학생들은 중간고사의 굴레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에는 평소에 큰 관심이 없었던 일조차 재미있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젊은 영혼들이 가득가득 모이는 번화가에는 각종 유흥(!)을 위한 장소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더욱이 그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죠. 기자 역시 당시에는 중간고사의 무게에 짓눌려 좀비처럼 학교 앞을 배회하다 그런 가게에 홀린 듯이 들어가곤 했습니다.

학생들의 안녕을 위해 운영되는 장소들은 그 종목도 다양합니다. 풍류와 멋을 사랑하는 민족성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노래방, 복고 영화에는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인 당구장과 야구장도 건재합니다. 세가지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PC방과 멀티방도 빼놓을 수 없죠.

그 중에 조금 독특한 것을 꼽자면 바로 ‘콘솔방’입니다. 으레 ‘플스방’이라고 불리는 이 장소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모아놓은 멀티방과 달리 오로지 콘솔만 가득하기 때문에, 타겟층이 매우 좁고 손님도 한정적인 편입니다. 이런 ‘콘솔방’은 어떤 이유로 생겨났을까요?

그 실마리는 PC 파워진 2002년 10월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콘솔방’이 막 태동하기 시작한 2002년도, 그 시절과 2013년의 콘솔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PC 파워진 2002년 10월, PS2는 최고의 선물


▲ 풍채가 예사롭지 않은 드워프가 독자들을 맞아줍니다

PC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답게 역시 메인 뉴스는 PC 플랫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단 모서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벤트 소식인데요, ‘매달 PS2 4대씩 펑펑!’이라는 문구가 보이네요. 노란색 말풍선으로 강조까지 되어 있는걸 보면 꽤 파격적인 조건이 틀림없습니다. 사실 지금 준다고 해도 참여하고 싶네요(-_-).


▲ 당시 꿈의 게임기였던 'PS2'


▲ 온라인게임 공략이 대부분이었던 PC 파워진 한켠에는 이런 코너도…


▲ 2002년도부터 PS3이야기가 나왔었네요
지금은 PS4가 나올랑 말랑 하고 있다능


‘PS2’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하다

콘솔의 역사는 꽤 깁니다. 다양한 브랜드가 있었지만 현재 그 중에서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인데요, 두 기기 모두 국내에 정식 수입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 현장 르포처럼 보이지만 사실 흥미기획입니다

 콘솔 게임을 오랫동안 해온 게이머라면 요즘은 정말 꿈 같은 시절일 것이다. 과거에는 용산에서 불법으로 판매하던 콘솔 게임기와 게임들을 정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수십만원에 육박하는(최신 게임기의 경우 백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하드웨어 가격에 정품 게임은 10만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불법복사가 성행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쉬쉬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시기는 지났다. PS2가 국내에 정식발매되면서 하드웨어 가격도 적정한 선에, 게임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PC 파워진 2002년 10월, <콘솔방, 그것이 알고 싶다>


1994년, PS1이 첫 출시되었을 때 한국은 발매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기사에서 언급된 대로 돈은 돈대로 더 쓰고, 불법(!)까지 저질러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콘솔이 국내에 정식 발매된 것은 2002년 2월입니다. 11년이라는 시간은 유구한 가정용 콘솔의 역사에 비하면 매우 짧은 기간이죠. 


하지만 정식 발매된 제품도 당시 20-30만원을 호가해, 지갑 사정이 넉넉치 않은 게이머들에게 콘솔 구매는 꿈의 이야기와도 같았습니다. PC보다야 훨씬 저렴한 가격이지만,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을 하던 PC와 달리 콘솔은 오로지 ‘게임’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기인지라 접근성이 낮았던 것이죠.


 콘솔방, 그것이 알고 싶다

PC게임과 온라인게임은 게임방이라는 매개체가 없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크기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랜 암흑기를 거쳐 이제야 빛을 보게 된 콘솔 게임기도 마찬가지. 서울의 신촌이나 대학로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를 중심으로 점차 콘솔 게임을 서비스하는 ‘콘솔방(콘솔 게임방)’이 생겨나고 있다. 

-PC 파워진 2002년 10월, <콘솔방, 그것이 알고 싶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곳이 바로 ‘콘솔방’입니다. PC방처럼 시간당 요금을 내고 콘솔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이 장소는 사실 2002년 전부터 존재했었지만,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 등은 수입 자체가 허가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원칙상 ‘불법’이었습니다. PS2가 정식 수입된 후, 음지에서 운영되던 콘솔방들이 하나 둘 양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죠. 2002년 당시의 콘솔방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는데, 그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PC 파워진에서 찾아간 모 대학 근처의 모습을 살펴볼까요?



▲ 당시 콘솔방의 풍경…모니터가 눈에 띄네요

콘솔방보다는 오락실 같은 분위기입니다



▲ 꽤 쾌적한 환경이 갖춰진 곳이었네요


2002년의 콘솔방에 설치된 기기는 사실 PS2 뿐이었습니다. Xbox는 아직 정식 수입 허가가 나지 않았었고, 출시된 타이틀도 PS2로 구동되는 것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콘솔방이라는 명칭보다는 ‘플스방’으로 불리곤 했고, 게다가 축구게임 ‘위닝 일레븐’시리즈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독보적으로 많다 보니 ‘위닝방’이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 2002년에도 '위닝 일레븐'이 대세


반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늘 그렇듯 콘솔방도 그 규모를 늘리려면 부딪히게 되는 난관이 있었습니다.




 첫째, 가정용으로 허가가 난 게임기를 영업용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비디오를 보면 언제나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으로 시작하는 불법 영상물에 대한 경고만화가 나오기 전에 ‘이 비디오는 가정용으로만 사용될 수 있으며 병원 등 공공장소에서는 상영할 수 없다’는 뜻의 경고문이 나온다. 

둘째, 가격 문제다. 콘솔방을 하게 될 업주측에서는 게임기나 소프트웨어를 대량 구입함으로 원가절감을 하려 하겠지만 SCE 본사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이니만큼 가격을 올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중략)

-PC 파워진 2002년 10월, <콘솔방,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외에도 몇 가지 고려점들이 더 있었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위의 두 가지 입니다. 당시 PC 파워진은 SCEK가 SCE 본사에 콘솔방 사업에 적극 진출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하면서, 위와 같은 이슈들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죠. 또한 Xbox와 게임큐브 등 경쟁 기기 업체들은 이미 관련 사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콘솔방의 보급이 한국 게임시장의 새로운 부흥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기사를 통해 본 2002년 콘솔방의 분위기를 표현하자면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11년이 지난 지금, 콘솔방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위닝방’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 게임메카 근처의 콘솔방,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2013년 10월 4일, 오후 7시쯤 방문한 모 대학가의 아담한 콘솔방은 손님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확 들어온 풍경은 ‘위닝 일레븐 2013’과 ‘위닝 일레븐 2013’, 그리고 또…’위닝 일레븐 2013’…어째 11년 전과 바뀐 것이라고는 그래픽 뿐인 것 같습니다?



▲ 푸른 그라운드가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어



▲ Aㅏ.. 여기에도…


29인치 RGB 모니터에서 커다란 텔레비전 화면으로 바뀐 것도 눈에 띄는 변화이긴 합니다. 하지만 한 기기당 두 명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과 플레이어 대부분이 남성인 것은 2002년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게 없네요.


사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플스방’이나 다름 없었던 콘솔방에 Xbox도 설치되어 있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매장에 설치된 기기는 전부 PS3이라는 관리자의 답변만 들려옵니다. (훈훈한 공대생들이 둘러앉아 Xbox360으로 ‘헤일로 3’를 즐기는 ‘빅뱅이론’스러운 장면은 저만 기대했나 봅니다) 결국 2013년에도 콘솔방은 ‘플스방’으로 남았네요.



▲ PC방과 다름없이 간식은 충분히 구비되어 있습니다


매장에 구비된 게임 타이틀도 대부분이 ‘위닝 일레븐 2013’입니다. 처음 입구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느꼈지만 방문하는 손님의 대부분이 ‘위닝 일레븐 2013’을 찾고, 아주 드물게 ‘NFL’을 즐긴다는 말에서 콘솔방의 현주소를 체감할 수 밖에 없었죠. 



▲ '위닝 일레븐 2013'이 증식하고 있다 !!


2002년에 제기됐던 문제점들도 그대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SCEK의 관계자 모두 PS3와 Xbox360이 영업용으로는 출시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와 관계된 계획은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당시 콘솔방 사업에 적극 진출할 것을 주장했던 SCEK는 관련 사업이 PS3와 전용 타이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며, 회사와는 관계없는 별도의 파생 산업으로 보고 있다네요. 더불어 콘솔방보다는 자체적인 PS3 체험존 운영을 통해 국내에 가정용 콘솔의 보급율을 높이고자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여가의 대명사가 될 때까지


생긴지 11년이 지났지만 ‘콘솔방’은 오락실보다 더 생경하게 느껴지는 장소입니다. 특히 1인당 1 PC시대가 열린 지금 게임에 특화된 기기를 굳이 따로 구매하는 사람이 적을 뿐더러, 콘솔게임이 보편화된 해외와 달리 PC 온라인게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에서는 더욱 그 수요가 적죠. 더군다나 콘솔방이 ‘위닝 일레븐을 PS3로 플레이 할 수 있는 곳’이 되어버린 지금은 다양한 콘솔을 체험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사람도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차세대 콘솔인 PS4와 Xbox One이 발매를 앞두고 있기에 큰 비용을 들여 기기를 전부 교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죠.


차세대 콘솔이 발매된다는 사실은 분명 게이머들에게 희소식이지만, 기기를 선뜻 구매하기에는 ‘가격’의 장벽이 만만치 않습니다. PS4는 399달러(한화 약 43만 원), Xbox One은 499달러(한화 약 53만 원)으로 2002년 못지 않은 가격대로 책정된데다가, 비슷한 시기에 두 기기가 출시된다는 점 때문에 경제사정이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바로 구매하기가 어렵습니다. 



▲ 무서운 가격대의 셋탑박스 Xbox One



▲ 비교적 저렴하지만 절대로 싼 가격은 아닌 'PS4'


이런 상황에서 ‘콘솔방’은 어느 정도 순기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콘솔을 설치하고 새로운 타이틀을 빠르게 수급한다면, 기기는 구매할 수 없지만 새로운 게임을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현재 콘솔방의 간판 타이틀인 ‘위닝 일레븐 2013’처럼 다수의 팬을 보유한 게임을 제공하는 장소로도 활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차세대 콘솔의 시스템 혁신으로 인해 다양한 장르의 타이틀도 즐길 수 있을 전망입니다. 현세대 콘솔은 여러 사람이 한 기기를 사용할 경우 기존 세이브 파일이 지워지거나 변경되는 등 스토리 기반의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콘솔방은 그 현상이 더욱 심해서, ‘위닝 일레븐 2013’이나 ‘NFL’과 같은 게임이 인기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차세대 콘솔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개인 데이터를 쉽게 보관할 수 있어, 콘솔방에서도 ‘GTA 5’와 같은 타이틀을 충분히 플레이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해지려면, 위에서 언급됐던 영업용 콘솔이나 소프트웨어 등 사업적인 부분의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PC 온라인게임과 달리 ‘끝’이 있는 콘솔게임은 새로운 타이틀이 많이 출시되거나 킬러 타이틀이 있어야만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콘솔방의 보편화로 인해 소프트웨어 판매량이 줄어든다면 개발사와 콘솔업체로서는 관련 사업을 장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콘솔방의 입지는 국내 콘솔게임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갈 길이 멀지만, 차세대 콘솔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금이 그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최적의 순간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온라인게임과 함께 성장한 PC방처럼 콘솔게임의 보편화를 장려하는 콘솔방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지난 08년 4월, 게임메카 시모나미 님이 만든 '포토툰' 특집. 내용도 흥미롭지만, 08년 당시 플스방의 

흔적과 분위기가 잘 느껴지네요. 내용이 더 궁금하신 분은 [원본 전체보기] 로 넘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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