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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술 대표 "화이트데이 가격 8,800원 결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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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는 매년 3월 14일 돌아오는 기념일로, 남성이 호감 가는 여성에게 사탕을 전해주는 날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즈음, 국내에 패키지게임이 융성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게이머라면 이 ‘화이트데이’라는 단어가 꽤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포가튼 사가'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등으로 국내 패키지게임 산업을 주름잡았던 손노리의 호러 어드벤처게임 IP, '화이트데이' 말이다. ‘화이트데이’는 상당히 마니아틱한 호러 어드벤처 장르임에도 불구, 인터넷 개인방송 콘텐츠로 많이 활용되어 직접 게임을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적잖이 알려져 있다. 그런 ‘화이트데이’가 드디어 모바일로 돌아온다.

개발사인 로이게임즈는 10월 중순 연 간담회에서 자세한 정보를 공개했다. 발표 내용은 ‘파격’에 가까웠다. 챕터 해금 방식으로 유료화 모델을 설정하리라던 유저들의 예상과는 달리 ‘화이트데이’는 인앱결제 없는 유료게임으로 출시된다. 게다가 국내 모바일게임으로서는 처음으로 실물 게임 타이틀처럼 디자인된 ‘한정판 패키지’까지 판매한다. 접근성이 낮은 유료보다는 부분유료화 게임을 선호하고, 실물 제품보다는 인게임 이벤트로 승부하는 현 한국 트렌드에 완전히 역행하는 선택이다.


▲ '화이트데이' 메인 이미지 (사진제공: 로이게임즈)

왜 로이게임즈는 이런 과감한 선택을 했을까? 아무리 ‘화이트데이’ IP가 국내 호러 어드벤처 중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지만, 단순히 자신감만으로는 추진할 수 없는 방식이다. 좋게 표현하면 도전이고 '파격'이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파탄’으로 이어질 것 같은 행보다. 이 길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 로이게임즈 이원술 대표를 직접 만났다.


▲ 로이게임즈 이원술 대표

“‘화이트데이’는 원래 가치온소프트에서 만들고 있었어요. 저도 애착이 강한 IP라 가끔 찾아와서 개발 상황을 보곤 했는데, 유료화 모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더군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도 유료화 모델이 정확히 잡혀 있지 않으면 퍼블리셔를 잡기 힘들었습니다. 가치온소프트도 퍼블리셔를 찾지 못했죠. 어쩔 수 없는 고민이었겠지만, ‘화이트데이’에 부분유료화 모델을 억지로 집어넣으려다 보니까 게임이 이상해지더군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럴거면 리부트를 하자고 제안하고, 같이 개발하기로 한거죠"

이원술 대표의 첫 계획은 가치온소프트에서 만들던 ‘화이트데이’를 정리한 후, PC버전을 모바일에 이식하는 정도였다. ‘화이트데이’를 기다리는 팬들은 많았지만 처음부터 다시 만들 여력은 없다 보니, 팬서비스 차원에서 마무리를 지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옮기고 보니 그래픽이 아쉽고, 그래픽을 고치고 보니 사운드를 보강하고 싶고... 이런 식으로 바람이 자꾸 늘어나다 보니 생각보다 프로젝트가 커져버렸다.

이렇게 된 거, 원작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싹 다 보완하자는 마음에서 ‘화이트데이’ 개발에 올인했다. 원작 BGM을 녹음했던 황병기 교수를 만나 ‘미궁’을 재녹음하고, ‘미생’ 윤태호 작가와 함께 엔딩 연출과 시나리오를 다듬은 것도 ‘이왕 하는거 쌈박하게 잘 만들자’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 '화이트데이' CG 트레일러 (영상제공: 로이게임즈)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황병기 교수, 윤태호 작가가 워낙 거물이다 보니 개런티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 사람들을 섭외할 생각을 했냐고. 뭐 비용 문제는 미루고서라도, 다른 부분유료화 게임들처럼 폭발적인 매출을 낼 타이틀도 아닌데 괜한 부분에 투자한 거 아니냐는 의중이 담긴 질문이겠죠. 그런데 어차피 제대로 만들기로 한 거, ‘화이트데이’ IP를 더 견고하게 만들 근간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두 분과 같이 작업한 거고요. 결과물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무엇보다 원작을 즐겼던 유저들도 모바일 ‘화이트데이’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얻었으면 했다. ‘화이트데이’를 처음 접하는 유저라면 모든 게 새롭겠지만, 과거에 경험했던 게임을 그대로 내놓고 ‘추억팔이’만 하는 건 기존 유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게임 내에 등장하는 요소들 중 새롭게 다듬은 부분이 많다. 심지어 중간 중간 가볍게 읽을거리로 등장했던 ‘학교괴담’ 텍스트는 처음과 같은 게 단 하나도 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구현된 귀신들을 만나는 것도 꽤 재미난 경험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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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이희민'도 갑자기 미소년화


▲ 적들도 한층 무서워졌다

모바일로 ‘화이트데이’를 처음 즐기는 유저에 대한 배려도 존재한다. 적은 힌트를 기반으로 문제를 직접 풀어가야 했던 원작과는 달리, 문자 메시지 시스템을 통한 안내나 편해진 인터페이스 등 신규 유저들이 헤매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준비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서서히 조여오는 긴장감과 공포는 모바일에서도 여전하다고.

이원술 대표의 말대로라면, 모바일 ‘화이트데이’는 원작을 느낌을 200% 살려낸 리부트 타이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로이게임즈 앞에는 여전히 숙제가 놓여 있다. 유료로 출시되는 호러 어드벤처게임, 그야말로 ‘마니악’의 정수만 모아놓은 타이틀임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냐는 것이다.

로이게임즈가 제시한 8,800원은 원작의 1/3 가격이지만, 국내 유료게임 시장에는 애초에 5,000원을 넘어가는 타이틀이 거의 없다. 아주 비싸진 않지만 그렇다고 선뜻 손이 가지도 않는 가격이다. 완성도가 높은 건 잘 알겠지만, 많이 무모한 도전 아니냐는 질문에 이원술 대표는 본인도 ‘밤에 자다가 깰 만큼 걱정된다’고 답했다.


▲ '화이트데이' 한정판 패키지

“확실히 무모하죠. 게다가 8만 8,000원짜리 한정판 패키지까지 내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예측이 안 됩니다. 사실 개발비나 기간 생각하면 거의 원작 가격 이상을 책정해야 하는데, 첫 시도다 보니 최대한 유저들이 부담을 덜 느낄만한 선에서 커트를 하려고 했어요. 간담회 열리는 날 오전까지 고민했습니다. 8,800원으로 책정해도 되나 하고. 그런데 9,900원 하려고 하니까 왠지 홈쇼핑 같고, 느낌이 별로더라고요. 아예 만 원 넘는 가격으로 책정하려 해도 국내에는 그런 게임이 거의 없고, 해외도 10달러 넘는 유료게임은 전무하다시피 해서 그럴 순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 대표는 ‘화이트데이’이기에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다며, 폭발적인 성공은 아니어도 국내 대형 퍼블리셔, 혹은 개발사를 움직일 수 있을 만한 정도의 결과물은 나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작은 파란이라도 일어나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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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어드벤쳐
제작사
손노리
게임소개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리부트)’는 지난 2001년 손노리에서 출시한 호러 어드벤처게임으로, 이번에 새롭게 모바일, PC용으로 새롭게 개발됐다. 특히 고품질 그래픽으로 게임을 재구성했을 뿐만 아니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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