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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리뷰] 수리수리마수리 ‘삼국지를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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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끝장리뷰 서민 게이머 소개



이번 주에 끝장낼 게임은?



▲ 최근 2막 '여포의야망'을 공개한 삼국지를품다


엔도어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삼국지를품다(이하 삼품)’가 작년 11월 세간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김태곤 상무의 신작인 만큼 당시 큰 관심을 받았죠. 이 게임은 출시 이후 두 가지 방향으로 마케팅에 무게를 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나는 ‘드라마’라는 키워드로 스토리텔링을 부각하는 감성적인 접근방식, 하나는 PC-모바일-태블릿을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즉 물리적인 접근방식이었죠. 정리하자면 ‘정통’과 ‘혁신’을 모두 잡겠다는 각오가 있었던 셈인데요, 과연 ‘삼품’은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냈을까요?


# 쟁점 1. 현재 단계 ‘삼품’의 상황은…


 

 장제석 기자: "당장의 성과보다는 '도전'에서 의미를 찾아야"


‘삼품’은 삼국지의 정통 시나리오, 그리고 최초의 완성형 멀티 플랫폼 지향 게임이라는 점에서 갖가지 이슈를 터뜨릴만한 힘이 내재돼 있다. 그러나 ‘블레이드앤소울’ 같은 ‘기대작’으로 평가받지 못한데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삼국지를 뼈대로 한 만큼 시장 주 소비층에는 어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출시 이후 2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넥슨에서도 성과에 대해 언급할 때가 됐건만 아직 말이 없다. 집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동접 등을 꽁꽁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까지 미미한 수준인 걸 알게 해준다.


그러나 ‘삼품’은 당장 성과를 논하기에 앞서 도전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할만하다. 작년부터 온라인게임 시장이 줄고 모바일게임 시장의 비중이 더 커지려는 상황에서 ‘삼품’은 양쪽 모두를 끌어와 가능성을 열어버린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꼭 ‘성공’이라는 수식어을 달지 못하더라도, 이 게임은 앞으로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삼품’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한 게 굉장히 많아진다. 기존 온라인게임과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 거지? 어떤 흐름으로 정통 삼국지의 참맛을 살렸을까? 그리고 멀티 플랫폼으로써 갖춰야 ‘조건’은 시스템적으로 잘 구현돼 있는 건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살아나야 하는 ‘재미요소’는 죽지 않고 잘 살렸을까? 좋아, 어디 한번 해보도록 하지. 



▲ '삼국지를품다' 전투 장면, 군주와 장수가 펼치는 '협공' 외에 큰 전략요소는 없다



# 쟁점 2. 삼국지 스토리는 제대로 살렸나?


 

 장제석 기자: "게임식 독자로써의 접근방식"


스토리. 뭐랄까, 토종 온라인게임에게 가장 ‘아픈’ 단어다. 사실이 그렇다. 지난 2010년 발간된 게임백서 이용자 동향을 보면 ‘게임을 할 때 가장 유심히 보는’ 문항에 무려 28%가 ‘스토리’라고 답변하며 1위를 차지했다. 2위가 그래픽이다. 그만큼 게이머들은 게임이 제공하는 갖가지 스토리를 통해 가상 세계와의 호흡을 원하지만, 정작 이 부분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작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당장 작년만 봐도 ‘거울전쟁:신성부활’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스토리가 부각된 게임은 없었다. 꽤 슬픈 일 아닌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삼품’은 비록 독창적인 건 아니나, 확실한 스토리텔링으로 플레이어의 대뇌피질을 점령한다.


우선 ‘삼품’에서는 ‘나’의 존재가 특이하다. 나는 누구인가? 그냥 독자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독자. 이상한 말이라고? 사실이 그렇다. 게임을 시작하면 내가 만든 캐릭터는 분명히 있는데 철저히 외면당한 채 유비, 관우, 장비의 관점에서 스토리가 이어진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에 엮이는 법도 없다. 나는 그저 유비에서 조조로, 조조에서 원소로, 원소에서 동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게 도와주는 전달자일 뿐이다. 개입이 없는 만큼, 스토리의 주체는 유비가 됐다가 때로는 조조가 되고, 손견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 방식은 기타 잡스런 요소의 ‘방해’ 없이 삼국지의 흐름을 그대로 따를 수 있는 조건을 성립시킨다.


또한, 이 방식은 모두 퀘스트로 연결되는데, 이 과정에서 굵직한 사건은 컷씬을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비주얼 자체가 뛰어난 건 아니지만, 드라마 연출과 흡사해 꽤 흡입력이 있다.



▲ 손견을 걱정하는 훈남 손책





▲ 1막에서는 동탁-초선-여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메인을 장식한다



▲ 확실히 컷씬은 삼국지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과 함께 재미를 준다


다음으로 짚어볼 건 인물의 활용이다. 게임 내 등장하는 인물, 정확히 말해 장수들은 재미요소를 충전해줄 하나의 콘텐츠이면서, 온라인게임으로써 유지해나갈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시나리오를 전개해 나가면서 특정 스토리를 끝내면 주체가 되는 인물을 하나씩 영입할 수 있는데, 세력이 관계 없다는 게 특이하다. 2막이 공개된 현재 단계에서도 조조, 동탁, 초선, 손견, 황개, 하후돈 등의 인물을 내 세력(플레이어)에 편입시킬 수 있다.


뭔가 아이러니하다. 정통 시나리오를 따르는데, 세력에 관계없이 장수를 모을 수 있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데에는 게임이 ‘시나리오’와 ‘가상 플레이’를 철저하게 분리했다는 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나’는 게임 내에서 한 명의 군주가 되는데, 인물을 하나씩 끌어 모으며 삼국지의 영토를 무대로 ‘가상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퀘스트와 사냥, 혹은 내정 등을 통해 장수의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세팅한 뒤, 이들을 한데 묶어 다른 플레이어의 진영으로 출정하거나 AI 전장으로 보내 서서히 세력을 넓힐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성을 점령하면 비로소 ‘천하통일’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나리오는 시나리오대로, 플레이는 플레이대로 뼈대를 잡되, 게임 내 등장하는 ‘장수’를 연결고리로 활용해 양측에 목표의식을 심은 셈이다. 더 강해지고 싶은 욕구, 그리고 끝없이 등장하는 인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컷씬과 함께 연출되는 정통 시나리오까지. 삼국지를 느끼면서도 온라인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지속 플레이에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는 것. 맞다. 이게 바로 ‘삼품’의 정체이며, 게임이 지향하는 플레이의 기본 뼈대라 할 수 있다.


나는 바로 이런 읽는다-플레이한다-감상한다라는 ‘게임식 독자’로써의 접근 방식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과거 ‘파이어 엠블렘’의 플레이 방식을 온라인게임 구조에 맞게 바꾼 식.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은 ‘엔딩’이 없는 상황에서 ‘나’와 시나리오를 어떻게든 연결하려고 해 부담이 컸다. 덕분에 갖가지 미디어 IP 활용은 꿈도 못 꿨다. 그러나 ‘삼품’은 시나리오와 플레이에 ‘나’의 역할을 다르게 설계하면서도, 이들 콘텐츠가 엮일 수 있게 방향을 잡음으로써 새로운 플레이 방식의 가능성을 열었다. 비록 ‘삼품’ 자체가 삼국지를 따르다보니 세계관이 독창적인 건 아니지만, 이런 형태로 써먹을 수 있는 소스의 범위가 넓어지니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게임식 독자’로써의 접근방식, 이건 게임에서나 통용 가능한 멋진 말이 아닌가 싶다.



▲ 사실 '삼국지빠'들에게 이런 장수들의 등장은 게임을 계속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될 수밖에…





▲ 영입한 장수는 나(군주) 위주로 편성해 퀘스트를 하거나, 별동대를 만들어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



▲ 나머지 장수는 내정을 돌리든지, 아니면 2, 3의 별동대를 구성하면서 운영하면 된다



# 쟁점 3. 멀티 플랫폼으로써 '삼품'은?


 

 장제석 기자: "자동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경계를 허물다


다들 알다시피 ‘삼품’은 유니티엔진을 통해 최초로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이다. 별도의 다운로드 필요 없이 웹에서 바로 게임에 접속할 수 있고, PC에서 하든 모바일 기기로 즐기든 ‘똑같은’ 상황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흥미로운 건, 게임 자체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는 거다. 3D 그래픽에 시네마 영상까지의 리소스를 감안한다면 이 정도 규모는 클라이언트 게임에 충분히 견줄만하다.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는 ‘삼품’ 정식 서비스 이후 바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동접 대비 50%가 모바일 유저라고 말했다. PC유저와 모바일유저 간의 ‘플레이 패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를 넘어 1월이 된 지금, 모바일 기기로 접속하는 유저는 더 늘어 7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 데이터 역시 의미가 남다르다. 마우스와 키보드 기반 조작이 모바일 환경에서도 충분히 대체될 수 있다는 것과 멀티 플랫폼에 대한 시장 수요층의 갈증이 높다는 것이 어느정도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럼 게임의 구조는 어떻게 돼 있는 걸까?


우선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동’ 시스템이다. 게임에 접속하면 마우스 클릭이나 터치만으로 화면상 어느 곳이든 이동할 수 있고, 아예 전체 맵을 열어 원하는 지역을 선택해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턴 방식으로 구현된 전투도 마찬가지. 뭔가 전략적인 요소를 넣는 것 대신, 여기서도 ‘자동사냥’ 기능을 지원해 내가 육성한 장수들이 싸우는 모습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습득하는 아이템이나 채집 등은 마우스 클릭이나 손가락 터치만으로 가능하다.



▲ 전투는 턴 방식으로 진행되며, 화면에 이동가능한 지역과 공격 가능 거리 등이 표시된다



▲ 자동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PC-모바일 유저도 서로 편하게 파티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렇게 편한 방식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WOW’도 UI에서 퀘스트 내비게이션을 지원하지 않았지만, 네 번째 확장팩부터 이를 적극 도입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그 답은 연출에 있었다. ‘WOW’는 이용자들의 요구로 내비게이션을 지원하는 대신, 게임의 메인 스트림인 퀘스트에 연출을 극대화했다. 퀘스트를 끝내면 지역이 변하고, 지역이 변하면서 갖가지 연출이 작동하고, 연출이 작동함으로써 ‘내가 무엇을 했는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준다. ‘재미’의 주체를 바꾸면서 편리함을 제공한 것이다.


‘삼품’의 편리함은 ‘제한’이라는 철학을 내세웠다. 앞서 언급한 자동전투는 하루 30회로 횟수가 제한돼 있다. 그 이후부터는 직접 조작하거나 게임 내 아이템을 사용해 횟수를 늘려야 한다. 퀘스트 클리어 개수도 30개(현재 시나리오의 경우 20개)로 제한돼 있다. 


이렇게 제한을 둔 데에는 역시 모바일 플랫폼과의 연동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모바일 환경 자체가 ‘오래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발사 스스로 플레이 타임을 설정해둔 그런 느낌이랄까? 김태곤 상무의 말처럼 하루 1~2시간이 ‘자동’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플레이 시간으로 생각된다. 이후에 더 하고 싶으면 아이템을 쓰거나 직접 조작을 하면 된다. 힘들면 다음날 다시 접속하면 되고. 바로 여기서 우리는 멀티 플랫폼 지향 게임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을 알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잠깐잠깐’ 그렇지만 ‘하루하루, 꾸준히’ 접속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하는 것. ‘삼품’은 ‘제한’을 기반으로 한 자동의 편리함을 시스템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콘텐츠와 맞물려 이를 충족시키려데 무게를 두었다. 


실제로 모바일 기기(아이폰4S, 아이패드2)에서 ‘삼품’을 즐겨본 결과, UI적인 면에서 다소 답답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플레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는 것보다, 손가락만으로 이리저리 문지르는 게 편할 때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와 컷씬 등은 모바일 기기에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삼국지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전투에서도 ‘자동’을 기반으로 한다면, PC유저와 모바일유저가 서로 파티 플레이를 하는 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확실히 합격점을 줄만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이다.


모바일 이용자의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멀티 플랫폼에 대한 갈증을 뜻한다. 최근 품질이 우수한 모바일게임이 늘어나고 있긴 하나, 온라인게임을 모바일 기기로 즐긴다는 건 꽤 오래 전부터 게이머들의 바람 중 하나였다. ‘삼품’은 이를 시도한 첫 작품이다.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아 서버점검이 잦다는 점, 괴상한 버그가 계속해서 발견되는 점, 그리고 잦은 로딩은 아쉬운 부분이긴 하나, 모바일 게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PC온라인게임도 아닌 것이 큰일을 해낸 건 마땅히 박수칠만하다. 멀티 플랫폼, 일단 합격이다. 





▲ '삼국지를품다' 모바일(iOS) 버전 스크린샷, 사실 비주얼도 나쁘지 않다고



# 쟁점 4. 그래서 게임 자체는 재미있는 건가?


 

 장제석 기자: "어서와, 이렇게 얌전한 삼국지는 처음이지?"


그래, 여기까지는 좋다 치자. 그러나 문제는 있다. 바로 ‘재미’다. 기획도 좋고 구현된 기술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재미’가 빠진다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잠시 분위기를 바꿔 게임의 ‘재미’를 잘근잘근 씹어보자. 


우선 퀘스트부터. 단언컨대, 이거 정말 지루하다. 진행과정이 간혹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치솟기도 한다. 대체 왜? 같은 패턴이 무한 반복되기 때문이다. 삼국지 자체가 전쟁과 인물 갈등 외에 ‘게임 콘텐츠’로써 써먹을만한 게 부족한데다, 멀티 플랫폼 기술적 한계가 더해지면서 플레이가 너무 단조롭게 돼 버렸다. 


특히 퀘스트 진행에 필요한 전투는 어찌 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몬스터’로 써먹을만한 게 인간형 외에 소스가 거의 없는 만큼, 항상 비슷한 녀석들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1막의 최대 레벨이었던 32까지 도달하는 동안, 황건적 때려잡고, 동탁군 검병 때려잡고, 동탁군 창병 잡았다가 궁병 잡고, 다시 검병을 해치운 뒤 위치를 바꿔 원소군 궁병 때려잡고, 어디 갑자기 나타난 황건적 잔당을 추적하다 다시 원소군 창병과 책사를 잡고, 그러다 보니 야이씨 뭐야 또 동탁군 병사를 잡으라고? 라는 단조롭고 지루한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손에 핏기를 일으키게 한다. 더군다나 퀘스트 대부분 억지스럽게 ‘전투’를 꼭 하도록 끼워 넣은 게 눈에 보여(다른 식의 연출이 없어서) 지루함을 더한다. 간혹 인스턴스 공간에서 펼치는 시나리오 미션과 파티 플레이 전용 미션이 있긴 하나,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달래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확실히 이 부분은 멀티 플랫폼 지향에 대한 통증으로 볼 수 있다. 연출을 더 끌어올려 플레이 패턴을 늘리자니 리소스가 부담되고, 전략적인 요소를 넣어 전투를 디테일하게 풀자니 조작과 ‘자동전투’ 구현이 어긋나고, 몬스터의 종류를 늘려보자니 아무래도 ‘병사’ 외에 딱히 삼국지에 넣을 만한 게 없으니까. 왕실 책사를 때려잡는데 웬 ‘도마뱀’ 몇 마리가 벼슬을 받아 몬스터로 등장할 때는 가슴 한 구석이 아리기까지 하더라. 얼마나 고민이 많았으면 도마뱀까지 동원했을꼬. 이 부분은 2막이 공개된 지금 시점에서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다. 포괄적 의미의 ‘사냥’을 버릴 수는 없으니, 이는 앞으로 ‘삼품’이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 중 하나로 판단된다. 다만 이른 시기에 개선되긴 힘들 거 같다. 



▲ 자동전투를 구현하긴 했지만, 장수들 특색이 있어 보는 맛은 충분하다


시나리오의 경우 장점이 더 많긴 하나, 중요한 게 빠져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보통 ‘삼국지’하면 인물과 전장이 떠오르는데, 어찌된 셈인지 ‘삼품’에서는 전장이 빠져 있다. 인물 간 갈등과 화합 등은 그럭저럭 잘 묘사됐지만, 피비린내 나는 전장이 없다. 특히 컷씬에서는 기술적 한계 때문인지 전투 장면이 거의 구현되지 못했다. 관우가 화웅의 목을 베는 명장면은 최소 컷씬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우리는 동탁군 병사를 다시 잡는다. 아, 그만 좀 제발 목만 베버리라고. 요약하자면 너무 얌전한 게 아쉽다. 분명 삼국지는 확실한데, 역동성이 없으니 누군가 통일한 천하에서 조용히 논밭이나 가꾸는 그런 기분이 든다. 


마지막으로 장수까지만 언급하도록 하자. 앞서 언급한데로 장수는 ‘삼품’의 가장 큰 콘텐츠이자 게임을 유지해나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너무 여기 얽매여 있다. 이거 하나로 게임을 어떻게든 유지해 나가려는 속셈이 엿보인다고 해야 할까? 지루한 전투도 하나하나 끝을 봐야 결국 원하는 장수를 얻을 수 있어 이 자체가 전투의 ‘목표의식’으로 작동하고, 군주(나)의 레벨이 어떻든 장수는 1레벨로 등장하기 때문에 육성의 ‘목표의식’으로 또 지루한 전투의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지루한 게 돌고 돈다. 여기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데, 처음엔 몰라도 가면 갈수록 과정이 지루해진다. ‘하루에 조금씩만 플레이하면 된다’는 게임의 기본 흐름을 따른다고 해도, 매일 접속해 같은 패턴으로 놀아야 한다는 게 뼈아프다. 


물론 이 방식은 게이머들의 취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갈릴 여지는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 것과, 과정 자체를 ‘견뎌내는’ 건 차이가 크다는 것을. 만약 후자 쪽이라면 한번 흥미를 잃으면 그걸로 끝이다. 다시 접속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나는 현재 ‘삼품’이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기존 게이머들에게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삼국지에 애착이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더 다양한 층을 노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 어차피 개발 측에서 아무리 멀티 플랫폼을 강조하고 삼국지의 정통성을 강조한다고 한들, 역시 게이머들에게는 재미가 최고이기 때문. 뼈대는 대략 완성이 됐으니, 이제 남은 건 부분부분에 대한 재미요소를 더 끌어내 이를 하나로 연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미 끝났다고? 아니다. 김태곤 상무의 말처럼 당분간 멀티 플랫폼으로써 경쟁작은 없으니 기회는 아직 있다. 



 ▲ 조운의 등장, 여기서 잠깐 전투장면이 나오긴 하나 허술하다



 ▲ 아무리 그래도 조운 캐릭터를 이런 식으로 돌려 써먹는 건… 그것도 산적 두목이라니



# 5. 유료화 모델은 어떤 식으로 구현돼 있나?


 

 장제석 기자: "삼국지로 성인 타겟층을 품는다는 것"


‘삼품’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언급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유료화 모델이다. 특이하게도 이 게임은 ‘돈을 쓴 사람이 조금 더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돈을 쓰면 능력치가 하락하는 식의 극단적인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캐시 아이템 사용은 순전히 개인의 만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투자 대비 다른 이용자들과의 경쟁에서 크게 앞서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우선 구조적인 부분부터. ‘삼품’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가상의 플레이’를 위한 하나의 영지를 부여 받는다. 만약 낙양을 받았다면 플레이어는 내정 시스템을 통해 영지를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그러나 낙양이란 영지는 하나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A에게도 있고, B에게도 있다. 결국 게임 내에는 수십, 수백 명이 각자 배분 받은 낙양 영지가 있는 셈이다.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가 ‘천하통일’을 목적으로 낙양을 친다고 해도, 그 누군가 중 한명만 피해를 볼뿐이다. 낙양이 하나밖에 없다면 목숨 걸고 지키는 진풍경이 벌어졌겠지만 ‘삼품’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오히려 길드 개념의 ‘동맹’ 간 자존심 대결이 더 앞선다.


때문에 A라는 이용자가 게임을 헤비하게 즐긴다고 해서 서버 전체를 점령하는 식의 심각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 강화 시스템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아이템 차이가 벌어져도 기타 변수로 인해 ‘심각하게’ 정복당하지 않는 구조다. 이른바 ‘노현질’로 일컬어지는 지갑을 열지 않는 이용자들의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투자를 한 이용자는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천하통일’ 확장을 목표로, 나머지는 소소한 ‘천하통일’을 목표로 플레이를 한다. 물론 장수를 육성하고 시나리오의 흐름을 만끽하는 기본 재미요소는 모두가 같다. 다만, 속도에서만 차이가 날뿐이다.


앞서 언급한 자동전투 기반의 전투도 투자를 한 이용자는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소모되는 병사의 수가 적어 신경쓸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개인의 만족에서만 차이가 난다. 퀘스트 자체가 파티 플레이를 해야 훨씬 효율적으로 클리어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명과 엮여서 하다 보면 내 아이템 상황이 좋든 나쁘든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하는 게 가능한 구조로 구현돼 있어서다. 



▲ 동맹대전 등 모든 침략 콘텐츠는 AI가 공격하는 시뮬레이션 형태를 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고 투자에 대한 동기를 아예 없앤 건 아니다. 장수를 더 빠르게 육성하고 싶은 욕구, 피해량을 더 높이거나 줄이고 싶은 욕구, 아이템 등급을 더 올리고 싶은 욕구, 다른 이용자나 동맹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고 싶은 욕구 등을 적나라하게 오픈돼 있다. 여기서 뭘 어떻게 할지는 게이머들의 몫이다. 


이런 부분은 이른바 ‘용옥’이라 불리는 아이템 하나로 모든 걸 해소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삼품’은 아이템의 종류를 다양하게 늘리는 대신 이 ‘용옥’ 하나에 모든 기능을 넣어버렸다. 일종의 캐시 아이템 단일화인 셈. ‘용옥’은 아이템 강화, 내정 자원, 자동 전투 등 대부분의 콘텐츠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요술 아이템인 셈. 덕분에 소비에 비교적 저항이 적은 성인 이용자 층은 기존 게임보다 훨씬 편하게 접근해 해당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다. 관점을 바꿔 게임 자체가 멀티 플랫폼을 지향하는 만큼 과정을 최소화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템을 단일화했다는 점에서도 수긍이 된다. 


이런 식의 구조는 ‘삼품’이 철저하게 성인을 주요 타겟층으로 잡았기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본다. 삼국지의 향수는 아무래도 신세대 게이머보다는 20대 후반부터 30~40대 게이머들에게 더 진하게 남아있으니까. 캐시 아이템에 저항력이 큰 10대 이용자들에게는 투자 없이도 즐길 수 있게 하도록 유도하면서도, 실제 소비층에게는 개인만족으로 기반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건 확실히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다.


물론 비난여론도 거세긴 하다. 워낙 서버점검이 잦고 아직 버그가 많아 서비스에 불만족을 표하는 이용자 층이 꽤 많기 때문. 여기에 나와 장수 육성 중 ‘용옥’을 쓰느냐 안 쓰느냐에 따라 강해지고의 약해지고의 차이가 확 드러나기 때문에 개발진의 의도와 달리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사항도 높은 편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동맹(길드)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다른 플레이어에 의해 수시로 영지가 짓밟히기 때문에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꽤 큰 편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부분 유료화를 선택한 이상,  그리고 ‘땅따먹기’를 PvP 시스템의 기본 줄기로 삼은 이상 당연히 짊어져야 부분이라고 판단된다. 지금 시스템 구조를 바꾸기는 힘드니 앞으로도 계속 밸런스 조절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 힘 없는 자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부캐(약한 전투력)를 만들어 자기 성을 치는 '알박기'가 성행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건 상상만으로 즐거운 일이다. 경계가 허물어갈수록 극심한 혼란도 따르겠지만, 그간 갈라진 구조로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도 생겨난다. ‘삼품’도 그 중 하나다. 물론 현재의 ‘삼품’은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도전적인 작품’이라는 데 더 무게를 두고 평가하는 게 더 옳다고 본다. 이런 도전은 언제나 즐겁고 또 반가우니까. 앞으로 이런 식의 참신한 시도가 더 늘어다고, 관련된 다수의 작품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현재 김태곤 상무의 심정은 어떨까. 아마 주문을 외우고 있을 거다. 더 잘 통하게 해달라고. 수리수리마수리? 



▲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장제석
부드러운 산적형. 나사빠진 낭만주의자. '오빠'와 '모험'이라는 위대한 단어를 사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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