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은 더 이상 화면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매년 가을이면 판교역 일대는 개발자와 이용자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거대한 놀이터로 바뀐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풍경이 재현됐다. 9월 11일과 12일 이틀간 열린 인디크래프트 x GXG 2026이 바로 그 무대였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도심형 축제답게 게임 시연, 음악, 코스프레, 공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판교역 광장과 인근 전시 공간을 가득 채웠고, 지난해에는 약 3만 8천 명이 다녀갈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게임 행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발굴부터 해외 진출까지, 인디크래프트라는 육성 시스템

이번 인디크래프트 x GXG 2026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공간은 테크원 타워 1층에 마련된 인디크래프트 전시였다. 2024년과 2025년 두 해에만 412개 개발사가 이 플랫폼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누적 참관객은 약 4만 명에 이른다. '산나비'나 '아르카나 택틱스', '모태 솔로', '데빌위딘 삿갓' 같은 작품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거쳐 간 관문도 바로 이곳이다.

인디크래프트가 다른 전시와 다른 점은 게임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사를 준비시키고, 평가와 투자 연계를 거쳐 실제 퍼블리싱과 해외 수출 상담까지 한 해 동안 순차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올해는 그 성과를 증명하듯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독일 쾰른 게임스컴(8월 26~30일)에도 이름을 올렸는데, 부스 규모를 지난해의 두 배로 늘려 해외 투자자와 퍼블리셔 앞에 K-인디게임을 선보인 것이 벌써 2년째다.
현장에서 만난 인디게임들

인디크래프트 x GXG 2026의 부스에서는 국내 부문과 챌린저 부문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인된 공간을 무대로 삼은 악선은 한국 무속 신앙을 모티브로 한 핵 앤 슬래시 로그라이크다. 신이 깃든 다섯 자루의 무기와 90종에 달하는 귀물을 조합하는 빌드의 폭이 넓어 플레이할 때마다 다른 손맛을 낼 수 있었고, 낯익은 소재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무기가 됐는지 중화권에서도 관심을 보인다는 후일담이 있었다.

로봇에 올라탄 소녀가 폭주한 AI에 맞선다는 설정의 오! 로봇: 전설의 정비공은 탑다운 슈팅으로, 개발자 한 명이 혼자 완성했다고는 믿기 힘들 만큼 마감도가 높았다. 아이템을 모으고 NPC와 대화를 나누는 흐름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옛 오락실 슈팅을 하던 감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사후세계에서 죄를 기억하지 못하는 소녀가 문지기의 청으로 괴물 사냥에 나서는 레미는 액션 어드벤처다. 회복 스킬을 쓰는 순간에는 피격을 감수해야 해 타이밍 싸움이 팽팽했고, 어두운 톤의 일러스트가 세계관과 잘 맞아떨어졌다. 출시는 2027년 4분기로 예정돼 있다.

작품 모두 장르는 제각각이었지만 부스 안에서 개발자와 곧바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조작법을 물으려던 질문이 자연스레 기획 의도를 듣는 대화로 이어졌고, 그렇게 나눈 반응 하나하나가 평가 자료로 쌓여 우수 개발사 선발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니 가벼운 체험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게임 밖에서도 가득했던 볼거리


인디크래프트 외에도 인디크래프트 x GXG 2026 곳곳에는 즐길 거리가 넘쳤다. 스마일게이트와 전문 코스프레팀 RZCOS가 협업한 코스튬 갤러리에서는 로스트아크 캐릭터 의상을 마네킹으로 감상할 수 있었고, 직접 의상을 입어보는 체험존도 별도로 마련됐다. 호요버스의 원신,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포토존과 인기 코스어들의 촬영 공간도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콘솔 게임 체험 라운지와 게임음악 전시, 학생들의 창작 게임을 소개하는 GXG 캠퍼스 아케이드까지 더해져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저녁에는 다이나믹 듀오의 개막 공연과 우주골치클럽의 무대, 게임 음악 창작곡을 겨루는 GXG SOUND TRACK 경연까지 이어지며 축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판교에서 확인한 K-인디게임의 저력

세계 최대 게임 박람회를 다녀온 작품을 집 근처에서, 그것도 만든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즐길 수 있다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다. 인디크래프트 x GXG 2026이 특별했던 이유는 화려한 전시나 공연보다도 이 접점 자체에 있었다. 지금은 낯선 이름으로 부스 한켠을 지키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 몇몇이 몇 년 뒤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지, 그리고 그중 다음 '산나비'는 어느 작품이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이번 인디크래프트 x GXG 2026이 남긴 가장 큰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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