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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한다고 병인가? 게임중독에 객관적 연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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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D-11 게임질병코드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현장, 왼쪽부터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한콘진 강경석 본부장, 게임협회 강신철 협회장, 더민주 조승래 의원, 중앙대 한덕현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어디가 아픈지, 무엇이 원인인지를 찾고 정확한 치료법을 써야 건강해진다. 원인을 잘못 짚었거나, 잘못된 약을 쓰면 오히려 병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사회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원인을 찾지 않고, 대충 눈에 보이는 부분만 잡으면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요한 논쟁 중 하나인 '게임이 중독이냐, 아니냐'도 이러한 접근이 필요하다. 찬성과 반대가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서 냉정하게 원인과 결과를 진단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오는 5월에 전세계 의사들이 사용하는 질병통계편람 '국제질병분류(이하 ICD)’에 ‘게임장애’를 추가하려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최소 2024년까지는 적용되지 않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따라서 게임업계도 더 이상 숨지 말고 '게임 중독'을 정확하게 진단해보자며 논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은 게임이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짚어보는 체계적인 연구를 최대한 빨리 시작해보는 것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은 3월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ICD-11 게임질병코드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현장에서 “누군가의 주관을 담은 연구가 아니라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며 “그 동안 진행된 ‘게임중독’ 관련 연구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싶어도, 주장에 힘을 실어줄 연구나 데이터는 부족하다. 이는 게임업계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고 정부와 국회에서도 연구를 지원해준다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강 협회장이 이야기한 연구는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다’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게임이 정말로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아니라면 왜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그는 “연구 결과 게임이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업계도 여기에 맞춰서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이전에 부당하고 잘못된 절차로 ‘게임 질병화’가 진행된다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토론회에 참석 중인 강신철 협회장과 조승래 의원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의학계에서 진행된 ‘게임중독’ 연구는 치밀할까?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는 “일단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만든 진단기준인 DSM-5에는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임시진단기준이 있다. 이는 임시이며 정식진단이 아니다. 그리고 정식진단이 될 수 없는 이유로 게임장애를 정식진단으로 올리기에는 연구나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 여태까지 모은 자료나 연구결과가 중구난방이라 통일성이 떨어지고, 공존질환에 대한 고민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덕현 교수가 주목한 점은 공존질환이다. 병원에서 게임에 관련된 문제를 겪는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는 한 교수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게임은 알코올이나 마약과 비교하면 상담자가 다른 정신질환을 가진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전체의 90%가 우울증과 같은 다른 질환을 같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게임 중독’이 게임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신질환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여기에 WHO가 공개한 ICD-11 베타 버전에는 중독의 3요소가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 물질을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갈망, 한 번 하고 나면 똑같은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용량이나 횟수가 늘어나는 내성, 그것을 하지 않을 때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심장이 빨리 뛰는 금단이다. 한덕현 교수는 “ICD-11 진단기준은 중독의 핵심적인 증상은 없고, 많은 시간을 이용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을 중독처럼 생각하면 안 되냐는 수준으로 뭉뚱그려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게임업계가 게임을 질병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할 때 억지로 엮거나, 애매모호한 결과물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이것으로는 여론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업계 내부에서만 문제를 가지고 있지 말고 학계나 정부, 의학계에 적극적으로 손을 뻗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진행하는 공동연구를 제안할 색이다. 게임이 사람에게 미치는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문제는 물론 사회와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두 부처가 함께 조사해보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이와 함께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그 주제가 4차산업혁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에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4차산업혁명이 오면 일자리도 줄어들고 미래가 불투명해서 어떻게 자녀를 교육시켜야 하냐는 것이다. 만약 게임이 4차산업혁명의 총아이자 핵심산업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이를 바탕으로 충분히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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