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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압도적인 샌드웜의 존재감, 듄 임페리움: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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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으로 유명한 듄은 국내에도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듄 IP를 기반으로 한 보드게임 수작도 있습니다. 보드게이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듄 임페리움' 시리즈입니다. 유명작을 원작으로 삼은 보드게임은 흔합니다. 대부분 팬들을 위한 굿즈에 가깝죠. 영화 포스터를 박스에 붙이고, 캐릭터 이름을 카드에 적어놓은 정도이며, 게임성은 뒷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메카는 한 달에 한 번 보드게임 개발사 포푸리의 우치 대표와 함께 좋은 보드게임을 소개하는 코너 [보드게임]을 연재합니다.

▲ 영화 '듄: 파트 2'까지 담은 보드게임 듄 임페리움: 봉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샌드웜으로 유명한 듄은 국내에도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듄 IP를 기반으로 한 보드게임 수작도 있습니다. 보드게이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듄 임페리움' 시리즈입니다.

유명작을 원작으로 삼은 보드게임은 흔합니다. 대부분 팬들을 위한 굿즈에 가깝죠. 영화 포스터를 박스에 붙이고, 캐릭터 이름을 카드에 적어놓은 정도이며, 게임성은 뒷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듄 임페리움 시리즈는 다릅니다. 첫 게임은 세계 최대 보드게임 커뮤니티 '보드게임 긱(Boardgamegeek)'에서 2020년 베스트 카드 게임으로 선정됐고, 수많은 보드게임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인기작을 활용한 보드게임 중 보기 드문 흥행작이기도 합니다.

원작 영화보다 보드게임이 먼저 나온 사연은?

듄: 임페리움 개발 비화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최대 보드게임 행사인 젠 콘(Gen Con)에서 듄 영화 제작사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가 듄 테이블탑 게임 제작을 발표했고, 바로 그날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작은 보드게임 회사 다이어울프에 레전더리 측이 게임 제작에 대해 연락했습니다.

당시 다이어울프는 덱 빌딩 게임 '클랭크!'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상태였지만, 듄과 같은 대형 IP를 다루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더구나 40년 만에 새로운 듄 보드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였기에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이에 보드게임 디자이너 폴 데넌은 1주일간 고민한 끝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덱 빌딩과 일꾼놓기를 결합하고, 카드로 일꾼을 배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듄 임페리움: 봉기와 듄 임페리움 기본판 (사진: 게임메카 촬영)

흥미로운 건 게임이 영화보다 먼저 세상에 나왔다는 점입니다. 듄 임페리움 기본판은 2020년 11월 출시됐고,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1편은 2021년에 개봉했습니다. 영화 제작사는 보드게임 개발팀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영화에 크게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작업하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게임에는 영화는 물론 프랭크 허버트의 ‘듄’ 소설 시리즈 전체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요소가 담겼습니다.

그리고 2023년 11월, 듄: 파트 2 개봉을 몇 달 앞두고 후속작인 '듄 임페리움: 봉기'가 출시됐습니다. 게임 출시 몇 주 전,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개발팀을 캘리포니아로 초청해 개봉을 앞두고 있던 ‘듄: 파트 2’를 미리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에 대해 다이어울프 스콧 마틴스 사장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죠.

이처럼 듄 임페리움 시리즈는 영화 팬을 위한 굿즈에서 출발한 것이 아닙니다. 영화와 거의 동시에 기획됐고, 영화만큼 폭넓게 듄 세계관을 탐구한 전략 게임으로 완성됐습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게임 속 카드에 그대로 등장한다

제작비화를 살펴봤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해 알아봅시다. 우선 영화 비주얼을 살린 아트워크가 인상적입니다. 카드 곳곳에서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등 영화 속 배우들을 발견할 수 있죠. 영화를 봤다면 생각날 그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구성품 자체는 샌드웜 말고는 크게 눈에 띄는 것이 없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 영화에서 보던 캐릭터를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영화 속 장면이나 인물이 카드에 그대로 담겨 몰입도가 높아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왼쪽은 듄 임페리움 기본판의 폴. 오른쪽은 듄 임페리움: 봉기의 폴이다. 영화를 보았다면 왜 그가 이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디테일이 게임 내 시스템으로도 잘 구현되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트레이드마크인 샌드웜. 게임에는 나무와 피규어 버젼 두 가지가 들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플레이를 시작하면 게임에 대한 인상이 달라집니다. 앞서 밝혔듯이 듄 임페리움: 봉기는 덱 빌딩과 일꾼놓기라는 두 가지 방식을 결합한 게임입니다. 덱 빌딩은 카드를 구매하면서 행동과 능력을 키워갑니다. 기본 카드로 시작해, 게임을 진행하면서 더 강력한 카드를 확보하여 덱에 추가합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폴 아트레이디스가 영화에서 프레멘의 전사로 성장했듯이, 플레이어의 덱도 점점 강해지죠.

▲ 게임 시작할 때 카드 10장을 받고 시작한다. 이후 카드를 구매하면서 덱을 늘리는 방식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어서 일꾼놓기는 자신의 차례에 어떤 행동을 할지 일꾼을 놓아 결정하는 플레이 방식입니다. 스파이스를 얻거나, 병력을 모집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다양한 행동이 있습니다. 일꾼놓기는 다른 플레이어가 행동을 지시하는 공간을 먼저 차지하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없어지는데요, 이로 인해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지역이 선점되지 않을까'하는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게임 핵심은 정치적 관계 구축입니다. 영화에서 봤던 프레멘, 베네 게세리트, 우주 항행 길드, 황제 등이 게임에 등장합니다. 이들과 관련한 행동을 하면 정치적 관계가 상승하죠. 가장 먼저 일정 이상의 관계를 맺으면 동맹 토큰을 받습니다. 토큰을 받았다고 하여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나보다 더 깊은 관계를 맺으면 동맹 토큰을 빼앗기게 됩니다. 영화 속 정치적 음모와 배신이 게임에도 그대로 재현되는 셈이죠.

▲ 왼쪽 칸 네 구역이 각 세력을 의미한다. 아래부터 프레멘, 베네 게세리트, 우주 항행 길드, 황제다. 세력과 관련된 행동을 하면 사각형 나무 토큰이 전진하면서 관계가 상승됐다는 점을 표시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원 관리도 중요합니다. 스파이스, 솔라리(화폐), 물까지 세 가지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아라키스에서는 물이 귀하고 스파이스는 흔하지만, 제국에서는 그 반대죠. 이런 자원의 가치 차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전투 시스템도 흥미롭습니다. 모든 행동이 끝난 후, 전장에 놓인 병사 숫자와 공개된 카드 속 공격력으로 승리가 결정됩니다. 여기에 숨겨진 책략 카드의 영향으로 전투 상황은 마지막까지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영화에서 폴이 예지력으로도 보지 못한 미래가 있듯, 게임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알 수 없습니다.

▲ 각 플레이어가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 샌드웜은 3의 공격력, 사각형 토큰 하나는 2의 공격력을 의미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양상을 바꿀 수도 있는 책략 카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작보다 더 다양해진 전략, 듄 임페리움: 봉기

듄 임페리움의 후속작인 봉기는 전작보다 전략적인 선택지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일꾼을 배치할 수 있는 영역이 증가했고, 각 팩션과의 영향력을 통해 특별한 공간을 해금할 수 있게 됐죠. 예를 들어 우주항행길드에 대한 영향력이 2가 되어야 초암 공사 칸에 있는 운송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되었습니다. 

스파이도 추가됐습니다. 듄: 파트 2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스파이와 정보전이 게임에도 반영된 것입니다. 스파이를 활용하면 다른 플레이어가 선점한 공간에도 들어갈 수 있어, 전략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 사람 모양 말을 놓고 칸에 그려진 행동을 한다. 원기둥 모양이 바로 스파이다. 기본판과 다르게 봉기에서는 스파이 행동을 통해 다른 플레이어가 놓은 행동 칸에 들어갈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원 밸런스도 조정됐습니다. 물 자원 획득이 기본판보다 까다로워져 자원 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전투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듄: 파트 2가 대규모 전투 장면으로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것처럼, 봉기에서도 전투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특히 샌드웜의 등장은 전투에 극적인 변수를 더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봉기가 독립 실행형이면서도, 확장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는 것입니다. 봉기만으로도 완전한 게임이지만, 듄 임페리움 기본판의 확장팩을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죠. 확장까지 구매한다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본판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기에, 확장 구매는 나중에 고려해도 됩니다.

1인 플레이 모드도 훌륭합니다. 잘 만들어진 오토마(가상의 경쟁 또는 협력 상대) 시스템 덕분에 혼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죠. 2인 플레이에서도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오토마를 끼워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영화 속 명장면이 플레이에서 되살아난다

이번 게임은 3인으로 플레이했습니다. 한 명은 듄 임페리움을 경험해보지 못한 초보, 한 명은 듄 임페리움 기본판 경험자, 마지막 한 명은 듄 임페리움: 봉기를 해본 사람이었습니다.

▲ 3인 게임 세팅 모습. 나무 구성물만 있어 조금 심심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피규어만 따로 패키지를 만들어 판매되기도 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게임을 처음 하는 플레이어가 기지를 막았던 언덕을 파괴했고, 초반부터 전투 대부분에서 샌드웜이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샌드웜 출현으로 일반 군사 공격력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었죠. 영화에서 프레멘이 아닌 이들이 샌드웜 앞에서 무력했던 것처럼, 게임에서도 샌드웜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 샌드웜을 불러들인 대전쟁이 시작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한 명이 샌드웜을 부르자, 다른 플레이어도 샌드웜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막바지 전투였습니다. 승리 조건은 각 세력의 영향력을 한 칸씩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플레이어가 샌드웜을 소환해 승리하면서 영향력을 두 칸씩 올렸고, 결국 이 전투로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아니었지만요.) 영화 속 폴이 샌드웜을 타고 나타나 전세를 뒤집는 장면이 테이블 위에서 재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문제의 후반 교전 카드, 샌드웜을 활용한 승리로 보상을 2배 가져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함께 한 플레이어 중 듄: 임페리움을 해본 사람은 봉기의 변화를 금방 느꼈습니다. 물 자원 수급이 어려워졌고, 전투를 통한 승리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파이' 시스템 추가로 일꾼 선점에 대한 스트레스는 줄었지만, 스파이를 언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습니다.

듄 임페리움은 입문용으로는 괜찮지만 승리 전략이 점차 뻔해집니다. 이후 출시된 듄 임페리움: 봉기는 다양한 전략적 고민을 할 수 있어 리플레이 가치가 있었죠. 매 게임마다 다른 전략을 시도할 수 있고,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면 완전히 다른 플레이가 펼쳐집니다.

다만 보드게임 입문자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덱 빌딩, 일꾼 놓기, 정치 시스템, 전투까지 고려할 요소가 많죠.플레이 타임도 2-3시간 정도로 긴 편입니다. 가볍게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며, 솜씨 좋은 룰 마스터도 필요합니다.

듄의 세계를 더 깊이 알고 싶은 영화 팬에게 추천

듄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합니다. 영화에는 다 담을 수 없었던 정치적 음모와 세력 간 갈등을 게임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배울 때는 어렵지만, 허들만 넘는다면 듄 세계 속 캐릭터와 세력을 직접 운용해볼 수 있다. 그 재미는 무척 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영화 세계관을 더 깊이 체험하고 싶은 팬에게도 좋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듄 세계의 정치 구조와 각 세력의 특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전략 게임을 좋아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은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도 적합합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고, 한 번 배우고 나면 계속 즐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제작사인 다이어울프에서 스팀과 스마트폰으로 듄 임페리움 기본판 앱을 출시했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 룰에 대한 부담 없이 게임을 즐겨볼 수 있습니다.

▲ 스팀에서 듄 임페리움 기본판을 구매해 플레이할 수 있다. 보드게임을 잘 옮겨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듄 임페리움: 봉기는 인기 IP를 기반으로 한 보드게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영화 팬을 위한 굿즈가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전략 게임입니다. 듄 세계관을 완벽히 담아낸 보기 드문 수작이기도 합니다. 전략게임을 좋아하거나, 듄의 팬이라면 꼭 플레이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우치
평범한 보드게임 개발자.
보드게임 회사 '포푸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플레이로그로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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