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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한양대학교 앞의 터줏대감, 한양게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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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꽃피는 춘삼월에 인사드리는 성지순례의 Ryunan입니다.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어느덧 3월 초, 바로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개강과 개학을 맞아 정신없이 바쁘실 텐데요, 특히 대학생 분들은 음주가무를 조금만 줄여 주세요. 떠나간 건강은 쉽게 돌아오지 않거든요.

이번 성지순례는 개강시즌에 맞춰 대학가 근처의 게임센터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대학가 게임센터는 골수 매니아들보다는 현지 대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지금이 한창 붐빌 때입니다. 오늘은 서울의 명문 사학,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정기를 받아 오랜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한양게임센터’ 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한양게임센터 가는 길, 왕십리 역에서 더욱 가깝습니다

한양대학교와 큰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해 있는 ‘한양게임센터’ 는 오랜 시간 한양대생의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켜 준 유서 있는 게임센터로, 한양대 학생들이 모이는 유흥/식당가 초입에 있습니다. 재미난 것은 한양대역보다 왕십리역에서의  지하철 접근성이 더 좋다는 것이죠. 한양대역에서 내리면 큰 길을 따라 한참 걸어가야 하지만, 왕십리역에서 내릴 경우 바로 한양대 앞 번화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찾아오실 수 있습니다.


▲ 한양게임센터 외관, 다소 낡은 건물 외관과 번쩍번쩍한 간판이 대조를 이룹니다

이 곳이 바로 ‘한양게임센터’ 입니다. 간판 옆의 'ARCADE GAME' 이라는 문구가 ‘여기는 성인게임장이 아닌 아케이드 게임센터다’ 라는 것을 나타내주는 표식이기도 합니다. 다소 낡은 건물 외관과 달리 간판만큼은 최근에 새로 교체하였는지 번쩍번쩍한 것이,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 행인들의 도전의식을 묘하게 불태우는 펀치 게임들

이제껏 찾아간 골목 어귀의 게임센터들과는 달리, ‘한양게임센터’ 는 차도 앞 큰길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고, 이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펀치머신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저녁에는 술에 취한 한양대생들이 괴력을 뽐내기 위해 이 곳을 즐겨 찾는다고도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 펀치게임이 남성의 승부욕을 자극한다면, 인형뽑기 게임은 여성과 어린아이, 커플들에게 인기가 있죠

펀치머신 만큼이나 인형뽑기 기기도 절찬리에 가동 중입니다. ‘한양게임센터’ 는 외부에만 총 5대의 인형뽑기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각 기기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인형의 종류가 제각기 달라 자신이 원하는 인형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 앵그리버드만큼은 정말 뽑기 힘드니 피해주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제가 저것 때문에 날린 돈만 모아도 집 한 채는… 못 삽니다.


▲ 시트지로 만들어진 듯 한 게임 로고들이 보입니다

가게 입구에는 시트지로 만든 재미난 간판들이 붙어 있습니다. 아케이드게임의 전성기 때 만든 듯한 각종 아케이드 게임의 로고들인데요, 어딘가 약간 어설프긴 하지만 그래도 게임 로고를 최대한 비슷하게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 E-amusement 가맹점 뒤에 붙어있었던 원래 게임 로고는 어떤 것이었는지 좀 궁금해지지 않나요? 저는 많이 궁금했는데… 자, 그럼 본격적으로 게임센터 내부를 탐방해보겠습니다.


▲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한양게임센터' 의 전경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전경. 제일 먼저 코나미의 ‘더 비시바시’ 와 함께 ‘팝픈뮤직’ 과 ‘리플렉 비트’, 그리고 ‘사운드 볼텍스’ 가 보입니다. 여느 게임장이 다 그렇듯, 이 곳도 체감형 리듬게임이 게임센터 전진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13년 전 아케이드를 강타했던 리듬게임 붐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 입구 근처에 있는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인기가 있죠

조금 뒤쪽에서 출입문 방향으로 바라본 다른 각도의 모습. 입구에서 바라봤을 땐 보이지 않았던 ‘드럼매니아’, 그리고 국내에 몇 기종 없는 ‘Beatmania2DX’ 가 이렇게 숨어있었습니다. 출입문 바로 오른쪽에 붙어있어서인지, 들어와서 정면만 바라보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기기입니다.

아래 사진은 공교롭게도 코나미 로고가 동시에 떠 있을 때 찍은 ‘Beatmania2DX’ 와 ‘드럼매니아 V8’. 이 두 기기는 한 대는 정발이 되지 않은 직수입기기(Beatmania2DX), 그리고 다른 한 대는 정발이 된 기기(드럼매니아V8)임에도 불구하고 둘 다 E-amusemen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플레이 요금은 둘 다 500원으로, ‘Beatmania2DX’ 기기 입하 후 플레이 유저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하네요.


▲ 사운드 봁첵스와 디제이맥스 기기, 흥망이 엇갈리고 있는 두 아이가 붙어 있군요

위의 두 기기와 바로 마주보고 있는 ‘사운드 볼텍스 부스’ 와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3’. 기기 수는 적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로 한창 신규유저들을 모으고 있는 ‘사운드 볼텍스 부스’ 와, 그에 대조되어 더 이상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유저들이 싹 빠져나가고 있는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3’ 의 명암이 서로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 신형 발판으로 교체한 '펌프 잇 업' 과 그 옆에 붙어 있는 농구게임 'BEAT DUNK'

입구 왼쪽에는 ‘펌프 잇 업’ 최신작인 ‘FIESTA2’ 가 한 대 있습니다. 최근 발판을 신형 발판으로 교체하여 상태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장소가 협소하고 ‘한양게임센터’ 자체의 댄스게임 플레이 환경이 그리 쾌적한 편이 아니라(이 이야기는 글 말미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매니아 유저는 별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라이트하게 즐기는 대학생 비중이 높은 편인지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입구 앞이라 고수 유저가 플레이를 하면 주목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포인트.

‘펌프 잇 업’ 바로 오른쪽엔 농구게임이 두 대 붙어있습니다. ‘BEAT DUNK’ 라는 이름의 이 농구게임은 검은 색 외형에 화려한 네온사인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다른 농구게임에 비해 상당히 육중하게 느껴지는 몸집을 보고 있자면 위압감마저 느껴집니다.




▲ 언제나 어디서나 '리플렉 비트', 그리고 파파파파 '팝픈뮤직'

농구게임과 바로 마주하고 있는 코나미의 리듬게임 ‘리플렉 비트’ 의 최신작 ‘콜레트’ 는 국내에 정발이 된 코나미의 리듬게임 ‘BEMANI’ 시리즈 중 가장 최근에 출시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사계절’ 이라는 테마를 통해 매 계절마다 게임기 뒤의 판넬을 바꾸기도 하는데,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에서는 판넬을 수시로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아 사진에 보이는 한 가지 테마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팝픈뮤직’ 의 국내 최신작, ‘20 판타지아’ 도 신 기체로 한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여느 성지라 불릴만한 게임센터가 다 그렇듯이, ‘한양게임센터’ 역시 잘 갖추어진 라인업으로 많은 유저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팝픈뮤직’ 뒷편으로는 일반 비디오게임 공간, 그리고 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모습이 얼핏 비춰집니다.




▲ 한창 업데이트 효과를 보고 있는 '유비트 소서' 와 모니터 불량의 'EZ2DJ'

‘팝픈뮤직’ 과 마주한 곳에는 ’유비트 소서’ 두 대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다른 게임들에 가려진 구석에 있어 쉽게 찾기가 힘들지만 항상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가득한, 많은 사랑을 받는 게임입니다. 최근 큰 업데이트가 이루어져 잠시 떠났던 유저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고 하네요. 역시 게임은 업데이트!

한때 국산 게임의 자존심이었지만, 지금은 근근히 아케이드의 한 축을 유지해나가며 다시 부활하기만을 바라는 한국형 리듬게임 ‘EZ2DJ’도 최신작 AE버전으로 한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기기 상태는 전체적으로 양호해 보이나, 화면 아랫부분이 조금 찌그러져 있는 것이 흠. 최상의 화면에서의 판정을 중요시하는 유저들에게 이 찌그러진 화면은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아케이드 리듬게임에도 와이드 화면과 LCD모니터가 표준화된 요즘, 이 오래된 브라운관 모니터가 어디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 라이트한 미니게임을 표방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은 '더 비시바시'

위에 보이는 기기는 ‘비시바시’ 의 최신작 ‘더 비시바시’ 입니다. 대학가의 커플들, 혹은 친구들끼리 찾아와 같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라이트 유저들을 겨냥하여 만든 게임이라 혼자 플레이하는 사람보다는 여럿이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해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절대로 게임 자체는 라이트하지 않지요. 상상 이상으로 매니악하고 높은 난이도의 게임입니다. 어느 부분이 매니악한지는 직접 플레이 해 보시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경험이 훨씬 와닿으니까요.




▲ 스틱형 비디오게임 구역 입구, 그리고 외로이 서 있는 초코볼 자동판매기

이제 본격적으로 스틱 비디오게임 구역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많은 리듬게임들의 홍수를 지나가서야 스틱 비디오게임들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이 두 공간은 같은 게임센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곳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서로 상반된 분위기를 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일단 입구에는 건슈팅 게임인 ‘렛츠고 정글’ 과 ‘타임 크라이시스 4’ 가 각각 한 대씩 설치되어 있는데, ‘렛츠고 정글’ 의 경우 가끔 여성 플레이어들이 플레이하면서 꺅꺅대는 비명소리를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본격적으로 비디오게임 구역에 들어가기 전, 뭔가 눈에 띄는 자판기가 보입니다. 옛날 문방구 앞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코볼 자판기! 100원 동전을 넣고 돌리면 그 안에서 초코볼이 여러 개 나오는 방식이 옛날 모습 그대로인 그 자판기입니다. 요즘엔 위생이나 관리 문제로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참 오랜만입니다. 참고로 게임을 하며 당분을 충분히 섭취해 주면 집중력도 향상되고 체력도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세상 어딘가에는 있겠죠?




▲ 아케이드 대전격투 게임의 자존심, '철권' 과 'KOF'

‘한양게임센터’ 의 ‘철권’ 은 총 4조 8대가 가동 중입니다. ‘철권 6’ 2조와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2조가 사이좋게 마주하고 있어요. 역시 다른 게임센터 못지않게 ‘철권’ 의 인기는 대학가 게임센터도 피해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유저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어도 여전히 아케이드의 효자 게임이기 때문이죠.

‘철권’ 바로 옆에 있는 비디오게임들. 국내 게임센터에서는 ‘철권’ 옆에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를 위치시키는 것이 일종의 암묵적인 룰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철권’ 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KOF’ 시리즈는 ‘철권’ 과 더불어 아케이드 격투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투톱이었으니까요.


▲ 어쩐지 어정쩡한 버전, '이니셜 D' ver.5

지금 일본엔 7번째 버전이 나와있지만, ‘한양게임센터’ 의 ‘이니셜D’ 는 아직 아직 5번째 버전으로 남아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버전6 출시를 통해 다시 유저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요, 때문에 버전5는 약간 과도기적인 느낌입니다. 버전4에 비해선 낫지만, 6에 비하면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죠. 실제로 지나친 무리수를 감행하다가 오히려 유저들을 다 떨궈버린 흑역사를 안고 있는 비운의 버전이기도 합니다.




▲ 어딜 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오래방' 과 '틀린그림찾기'

다시 반대쪽으로 나와 화장실과 카운터가 있는 쪽으로 이동해보겠습니다. 왜 이것이 아직까지 소개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법한 오락실 코인 노래방, 일명 ‘오래방’ 입니다. 벽 한쪽면을 전부 장식하고 있는 이 오래방은 총 6대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벽 바로 옆에 착 붙어있어 마치 원래부터 이 곳의 벽이었던 것 마냥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래방 기기를 따라 카운터가 있는 안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나오는 ‘틀린그림찾기’ 최신작 ‘틀린그림찾기 5’ 가 보입니다. 다른 체감형 게임에 비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철권과 마찬가지로 웬만한 게임센터에는 한 대 이상 존재할 정도로 그 존재감이 의외로 굉장히 큰 게임입니다.




▲ 발매된 지 오래 되었지만, 꾸준히 찾는 사람이 있는 스틱형 게임, 이들이 진정 명작입니다

게임센터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철 지난 스틱형 비디오게임들이 보입니다. 체감형 게임에 밀려 안쪽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아직은 유저가 꽤나 많습니다.

재미있게도 ‘한양게임센터’ 의 비디오게임들 중에는 모니터 아래에 저렇게 전원 스위치가 설치되어 있는 기기가 있습니다. 게임기를 관리할 때 기기를 쉽게 끄고 켤 수 있도록 전원 스위치를 개조하여 저 쪽에 매달아놓은 것 같은데요, 누군가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데 다가와서 장난으로 스위치를 내려버리는 못된 행동만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정말로 리얼 철권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 오직 1,000원권만 교환되는 동전교환기와 화장실

오래방 기기를 따라 끝으로 오면 보이는 화장실과 고액지폐를 바꿔주는 카운터가 나옵니다. 게임센터 내부엔 총 두 개의 동전교환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둘 다 5000원 이상의 고액지폐를 교환하는 기능이 없어 천원짜리 지폐 외의 화폐는 이 곳을 통해 교환해야 합니다. 그 외에 게임에 필요한 철권 바나패스카드와 E-amusement 카드도 판매하니 관심있으신 분은 카운터를 이용해보세요. 정수기도 설치되어 있어 게임을 하다 목이 마르면 이 곳에서 물을 마실 수도 있습니다.


▲ 결코 좁지만은 않은 공간 속에 수많은 게임들이 알차게 들어차 있는 '한양게임센터'

‘이니셜D’ 가 있는 위치에서 바라본 ‘한양게임센터’ 의 모습. 밖에서 보기에는 다소 좁아 보이지만, 실제로 들어와보면 상당히 넓은 공간에 게임들이 알차게 가득 차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으며 한양대의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아케이드 게임 플레이 환경을 제공해 준 ‘한양게임센터’. 수많은 학생들이 입학하고 졸업하면서 이 곳을 찾는 손님들도 세월에 따라 계속 바뀌지만, 그 와중에서도 한 자리를 지키며 다채로운 게임 라인업으로 여러분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한양게임센터’ 는 충분히 성지가 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 일명 '켜지지 않는 에어컨'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여름에 지나치게 덥다는 것입니다. ‘사우나’ 라고 불릴 만큼 말이죠. 이는 ‘한양게임센터’ 를 자주 찾는 유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입니다. 환풍이 잘 되지 않는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찬 게임기, 그리고 ‘켜지지 않는 에어컨’ 으로 유명한 허울뿐인 냉방시설 등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죠.

실제로 날씨가 30도가 넘는 한증막 같은 무더위에도 웬만한 일이 아니면 에어컨이 켜지지 않는데요, 예전에 필자가 ‘한양게임센터’ 를 찾아 너무 더운 나머지 ‘드럼매니아’ 기기 옆에 있는 에어컨을 켜니 어디선가 번개와 같은 속도로(?) 카운터의 주인할아버지가 달려나와 에어컨을 끄고 돌아가는 모습을 목격한 적도 있었습니다. 뭐, 지금은 악명 높았던 할아버지 대신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가게를 보고 있을 때가 많으니 올 여름에는 어떻게 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여름철엔 이 조그마한 선풍기가 유일한 희망이지만...

그래도 선풍기 쪽은 전기를 덜 먹어 그런지(?) 항상 가동이 되는 편인데, ‘사운드 볼텍스’ 와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구역, 그리고 ‘Beatmania2DX’ 와 ‘드럼매니아’ 구역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이 선풍기는 한 쪽에서 바람을 쐬고 있으면 다른 한 쪽이 선풍기 바람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두 게임 유저들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선풍기를 내가 플레이하는 게임 쪽으로 돌려놓고 시원하게 게임 플레이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반대쪽 게임을 하는 유저가 선풍기를 자기 쪽으로 돌려놓고, 그리고 나는 다시 선풍기를 내 쪽으로 돌려놓고 하는 악순환이죠. 

‘한양게임센터’ 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취약점인 냉방 문제는 앞서 말한 댄스게임 ‘펌프 잇 업’ 의 신형 발판 입하에도 불구하고 매니아 유저들의 호응을 많이 얻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디 올 여름에는 예년과 같은 ‘사우나’ 같은 모습을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양게임센터 근처 맛집

‘한양게임센터’ 는 한양대학교 앞 번화가를 끼고 있어 대학가 특유의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껏 소개한 다른 어느 게임센터 주변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넉넉하게 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주머니 가벼운 게이머들을 더욱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이지요.

이 가격에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장어구이

첫 번째로 소개할 집은 푸짐하고 맛있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전문점입니다. 가게 이름부터 '장어구이' 인 이 곳은, 어째서인지 가게 안에 들어오면 장어를 먹는 사람은 없고 전부 김치찌개를 시켜먹는 이상한 식당입니다. 물론 실제로도 장어구이를 팔기도 하지만, 정작 장어구이를 주문하면 주인 아저씨가 직접 '장어대신 김치찌개를 먹으라' 고 말리기까지 합니다. 재미있죠?

이 곳의 대표메뉴는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넣고 푸짐하게 끓여낸 김치찌개로, 8,000원의 소(小) 사이즈 하나를 시키면 커~다란 양은냄비에 2~3인은 넉넉히 먹을법한 찌개와 함께 푸짐한 계란말이 한 판이 같이 나옵니다. 식사를 해결하려면 공기밥을 따로 시켜야 하지만, 인원수대로 공기밥을 시켜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지요. 물론 저녁에는 이대로 안주삼아도 좋습니다만, 다른 밑반찬은 전혀 없으니 참고해주세요.

가격 : 김치찌개(소) 8000원, (대) 15000원, 공기밥 1000원
위치 : 성동구 행당동 19-54. 한양대 유흥가 및 식당가 안에 위치


▲ 간판은 분명 장어구이 집이지만, 주 메뉴는 김치찌개




▲ 대학가다운 푸짐한 인심과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인 '장어구이' 김치찌개

경양식 스타일과 분식 스타일의 절묘한 조화. 행운돈까스

한양대 앞에서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인 행운돈까스는 '빵으로 하시겠습니까, 밥으로 하시겠습니까?' 라는 말이 나올 것 같은 인상적인 옛날 경양식 스타일의 돈까스와 현대적인 분식집 스타일의 돈까스의 맛이 절묘하게 조합된 곳입니다. 빵과 밥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의 딜레마를 한번에 날려주는 곳이기도 한데요,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나오거든요.

따뜻한 모닝빵과 수프로 속을 달랜 뒤에 나오는 두툼하고 푸짐한 돈까스와 밥은 삼일 굻은 사람도 1인분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 정도로 넉넉한 양과 푸근한 옛 맛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돈까스, 생선까스, 함박스테이크에 따끈한 계란후라이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푸짐한 정식메뉴도 단돈 5,000원밖에 하지 않는 저렴한 가격은 이 집을 계속 찾게 하는 매력이기도 합니다.

가격 : 웰빙정식(김치볶음밥+돈까스) 4500원, 정식 5000원
위치 : 한양게임센터를 나온 뒤 오른쪽으로 꺾어 국민은행ATM기 사이 내려가는 골목가 위치


▲ 메뉴 사진만 봐도 옛 경양식 느낌이 나는 '행운돈까스'




▲ 빵과 밥이 같이 나오는 한 그릇의 행복, 가격 또한 4,500원으로 매우 저렴

알이 톡톡 터지는 알밥 한 그릇이 3500원? 한양대 알촌

행운돈까스와 마주보고 있는 곳엔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깔끔한 외관을 뽐내는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대학가의 젊음을 상징하는 톡톡 튀는 인테리어와 깔끔한 분위기가 유독 눈에 띄는 이 곳은 알촌이라는 이름의 매운 알밥 전문점으로, 뚝배기 안에 날치알과 야채를 듬뿍 넣고 비벼먹는 날치알 비빔밥을 단돈 3500원에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주문할 때는 알밥의 매운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순한 맛부터 시작하여 최고 매운맛인 '진매', 그리고 메뉴판에는 없지만 요청을 하면 따로 만들어준다는 숨겨진 메뉴 '진진매'까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당신의 도전의식을 더욱 불태워줍니다. 톡톡 튀는 날치알과 매운 양념의 하모니를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가격 : 알밥 3500원, 불밥 4000원
위치 : 한양게임센터를 나와 오른쪽으로 꺾어 국민은행ATM기 사이 내려가는 골목에 위치. 행운돈까스보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위치




▲ 3,500원에 푸짐하고 지글지글한 알밥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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