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기획] 와우 속 패러디! `리치킹의 분노` 패러디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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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공히, 세계 최대급의 글로벌 온라인 게임으로 자리잡은 와우. 두개의 확장팩을 거치는 동안, 와우저들의 발길이 닿는 땅은 점차로 넓어져 왔다. 때로는 작렬하는 용암을 건너고, 때로는 축축하고 습기찬 정글의 거대한 풀더미를 헤치며 수많은 모험을 거쳐온 와우저들은, 광활한 대륙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어디에나 발자취를 남겼다.

동부 왕국, 칼림도어, 아웃랜드, 그리고 노스렌드까지... 와우저들을 모험심과 탐험심에 불타게 했던 이 광활한 월드에는 게임을 개발한 제작진의 열정이 곳곳에 묻어있다. 하지만, 게임이 그저 진지하기만 해서는 재미가 없는 법. 하물며 전세계 게이머의 절반 이상이 즐기고 있는 와우에는 그만큼 다양한 가치관과 취향을 포용하는 오라가 필요한 법이다. 게임을 개발한 블리자드는, 그러한 포용과 그들만의 재치를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 월드 속에 숨겨 두었다. `패러디`라는 형태로 표현된 개발진의 센스는, 비단 게임 뿐만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 전반을 훑으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몰라도 괜찮지만, 알면 더욱 즐거운 게임 속 패러디! 이번 시간에는 수백건이 넘는 와우의 패러디 중,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과 함께 추가된 신작 패러디를 집중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리치왕` 이전의 패러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리지널의 패러디들은, 발견 당시 와우저들 사이에 꽤나 화제가 되었을 만큼 유명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많다. 당시, 와우의 개발진들은 북미나 일본 등지의 다양한 오락물을 섭렵하고 게임 내 곳곳에 그러한 요소들을 숨겨 두었다.

가장 유명했던 것은, 일본의 유명 개발사 `닌텐도`의 히트작들을 대상으로 한 패러디일 것이다. 칼림도어 남부, `운고로 분화구` 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패러디들은, 덥고 습한 운고로 지역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와우저들을 슬며시 웃게 만든 게임의 활력소였다. 일명 `링쿠 퀘스트`라 불렸던 [54] 링쿠의 모험 연속 퀘스트와, [52] 무이긴과 라리온 퀘스트가 바로 그것.

링쿠는, 닌텐도의 스테디 셀러 `젤다의 전설`을 패러디했고 무이긴과 라리온은 각각 `슈퍼마리오`의 배관공 형제 마리오와 루이지다.

패러디에 대한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에 고무되었는지, 개발진은 이후의 확장팩에도 꾸준히 패러디를 포함시켰으며 이제 패러디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와우의 개성 중 하나이다.

	센스 만점! `리치왕의 분노` 속 숨은 패러디

본론으로 들어가, 이제 본격적으로 `리치왕의 분노` 속 패러디들을 살펴 보도록 하자. 자료 조사는 해외 와우 관련 지식 사전, `와우 위키`의 해당 페이지를 참고하였으며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몇 항목들에 이미지를 첨부하는 형식으로 편집하였다.

	게임

파이날 판타지 7
• 달라란의 꽃 상인 `에어리스 프림로즈`. 파이날 판타지 7의 여주인공인 `에어리스 게인즈블`의 패러디다. 분홍과 빨간 색상의 의상을 입고 꽃을 판다는 설정이 그녀의 패러디임을 짐작케 해 준다.
포켓몬스터
• 울두아르의 무쇠 평의회 3인방, `강철 파괴자/룬술사 몰가임/폭풍소환사 브룬디르` 처치 업적. 3인방의 처치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업적, `XXX, 너로 정했다!` 는 포켓몬스터의 유명한 대사인 `피카츄! 너로 정했다!` 의 패러디.
   

	영화

300
• 죽음의 기사 생성 후 진행하게 되는 전용 퀘스트, [55] 오늘 밤 헤이븐샤이어로는 영화 `300`의 스파르타 국왕, 레오니다스의 대사 `오늘밤, 우리의 만찬은 지옥에서!(Tonight, We dine in Hell!)를 패러디한 것이다. 영문 클라이언트의 퀘스트명은 `[55] Tonight We Dine In Havenshire`.

알라딘(디즈니)
• 재봉술로 제작할 수 있는 탈것 아이템, [격조 높은 비행 융단]에 적혀있는 메시지 "눈을 감지 마세요!"는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주제가의 가사 일부에 포함되는 글귀다. 주제가, `A whole new world`는 알라딘과 공주가 함께 융단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에서 흐르는 아름다운 노래. "Don`t you dare close your eyes!"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
• 얼음왕관의 `콜티라 데스위버`로부터 받을 수 있는 [80] 즐거운 장난 퀘스트에 등장하는 오브젝트 `왕의 눈`은 리치왕이 세상을 보는 도구로,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사우론의 눈 그 자체다.

얼음왕관 지역의 `앙그라타르: 분노의 관문`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악의 소굴 `모르도르`의 관문과 대단히 흡사하다.

매트릭스
• 달라란의 보랏빛 요새 앞, 물 속에서 녹슨 금고를 발견할 수 있다. [녹슨 감옥 열쇠]가 있으면 이 금고를 열 수가 있는데, 이 속에는 다양한 아이템들과 함께 [조잡한 식기]라는 쓰레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이 아이템에는 `숟가락이 없습니다.` 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에게 숟가락을 휘어 보이던 동자승이 내뱉은 대사다.
피노키오
• 달라란의 장난감 제작자, `제페토 조이버즈`는, 물론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의 패러디다.

	소설

어니스트 헤밍웨이
• 숄라자르 분지의 `헤멧 네싱워리`가 주는 퀘스트를 [77] 어미의 난폭함까지 완료했을 때 달성되는 업적 `노스렌드의 설원` 업적. 해당 업적은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업적의 영문판 원제는 `The Snows of Northrend`.

해리 포터
• 울부짖는 협만의 미친 드워프들의 속삭임, "그 이름을 말하는 건 금지되어있어." 라는 말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 중 하나다. 주인공 해리 포터의 숙적, `볼드모트`의 이름은 마법사들 사이에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 "He who must not be named."
J.R.R 톨킨
• [70] 겨울지느러미 동굴에서 탈출 퀘스트의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므르글의 칼날] 아이템은,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한 아이템의 패러디. 나즈굴에게 쫓기던 주인공 `프로도`는, 마침내 웨더탑에서 추적자들에게 붙잡히고 마는데, 그를 추적하던 나즈굴들의 대장인 앙그마르의 `마술사왕(Witch-King)`은 그의 어깨에 자신의 검을 내리 꽂는다. 마술사왕이 사용하는 검의 이름이 바로 `모르굴의 칼날(Morgul-Blade)`이다. 게임 상 아이템인 [므르글의 칼날]의 영문 이름은 `Mrgl Blade`.
셰익스피어
• 울부짖는 협만의 NPC "무쇠톱"제니로부터 받는 호드 전용 퀘스트, [71] 작업용 재료 수집의 수행 과정은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의 패러디다. 퀘스트 수행 도중, 만나볼 수 있는 상인 `안톤`에게서 구입하는 `갓 저민 고기`는 소설 내용에서 등장하는 `1파운드의 살점`을 패러디하고 있다.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로부터 부탁받은 돈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배를 담보로 유대인 상인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었을 시의 지불 조건으로 자신의 살 1파운드를 걸고서... 감미로운 장면이 풍부한 셰익스피어의 걸작 희곡 중 하나.
오즈의 마법사
• 얼음왕관에서 받을 수 있는 [77] 녹는다... 녹아! 퀘스트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사악한 서쪽 마녀의 유명한 마지막 대사 "I`m melting... melting!"를 패러디한 것. 해당 퀘스트의 영문 원제는 `I`m Smelting... Smelting!` 이며, <melt: 녹다> 와 <smelt: (광석따위를 제련하여)용해하다> 의 의미 및 스펠링을 적절히 사용한 패러디.

	마치며

사실, 이 외에도 음악이나 스포츠, 만화 등 다양한 분야의 패러디들이 엄청나게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일부는 국내에도 유명한 작품들이지만 일부는 영어권이 아닌 유저들은 다소 생소할 법한 패러디들. 본문에서 소개한 게임이나 영화, 그리고 소설 장르의 패러디도 결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다만, 본 기사는 누구나 아는 종류의 패러디만을 골라 국내의 유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꾸미도록 노력했다.

몰라도 즐겁지만, 알면 더욱 즐거운 게임 속 패러디! 이처럼, 정리된 자료를 보며 `아아, 그랬구나!` 라며 손뼉을 치는 것도 좋고, 게임을 하며 우연히 발견되는 패러디들에 배시시 웃음 짓는 것도 좋다. 누군가에게는 게임 외의 다른 장르 및 작품들에 대한 새로운 배움의 장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되새기며 웃게 만드는 개발진의 행복한 배려 패러디! 이후의 업데이트에서도 블리자드만의 센스를 계속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만 마친다.

글: 게임메카 이선화 기자(시혼, sihon@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