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리차드 개리엇,“내년 여름 타뷸라라사 오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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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자이자 로드 브리티시(Lord British)라는 경칭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전설적인 개발자 리차드 개리엇이 한국을 찾았다.

온라인 게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자이자 로드 브리티시(Lord British)라는 경칭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전설적인 개발자 리차드 개리엇이 한국을 찾았다.

리차드 개리엇은 현재 NC소프트 북아메리카 총책임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타뷸라 라사’의 제작을 총지휘하고 있는 인물. 이번 한국 방문은 베이징과 서울에 있는 타뷸라 라사 개발진들과의 미팅을 위해 들른 것이다.

NC소프트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차드 개리엇은 “내년 2~3월 중에 친구와 지인들을 대상으로 타뷸라 라사의 클로즈베타테스트 성격의 테스트를 거친 후 여름에는 꼭 오픈베타테스트를 진행하겠다”며 타뷸라 라사의 공개가 임박했음을 공식으로 발표했다.

이날 기자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NC소프트 관계자들은 노트북에서 실제로 구동되는 ‘타뷸라 라사’의 실제 플레이 모습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리차드 개리엇은 한국 방문 소감에 대해 베이징보다 맛있는 음식점도 많고 치안도 안정돼 있어 길을 다니다가 사고사로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너스레를 떠는 등 시종일관 유쾌하고 정열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리차드: 이번이 7번째 한국 방문이다. 현재 타뷸라 라사는 오스틴 스튜디오에 55명, LA 스튜디오에 20명, 베이징 스튜디오에 20명의 개발진들이 만들고 있다. 개발진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만큼 최종적인 컨텐츠 개발 조정을 위해 개발진들의 의견을 하나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베이징을 거쳐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현재 한국에서는 로컬 작업을 위해 담당자를 셋업 중에 있으며 빠른 속도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1년 내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예정으로는 내년 2월 쯤에 지인, 친구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한 후 여름쯤 오픈베타테스트를 생각 중이다.

- 타뷸라 라사는 무슨 뜻인가? SF물 설정에 영향을 준 작품이나 책이 있다면?
리차드: 타뷸라 라사는 아무 것도 없다는 ‘무의 상태’를 뜻하는 라틴어로 단순히 프로젝트 이름이다. 기존에 우리팀(오스틴 팀)은 판타지물만 만들었기 때문에 SF물은 처음이었다. 따라서 완전히 처음부터 새롭게 도전하는 의미를 담아 타뷸라 라사라고 프로젝트 이름을 정한 것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생명체가 전멸한 지구를 무대로 최후의 생존자들이 최악의 미래를 막아낸다는 게임배경이 ‘무의 상태’를 뜻하는 타뷸라 라사와 잘 어울린다는 말도 곧잘 듣곤 한다.

내 사무실에 있는 책장에는 문자 관련서적, 철학 관련서적, 불교 관련서적 등 다양한 책들이 카테고리별로 구분되어 있다. 타뷸라 라사에 도입된 문자는 이 중 문자 관련 책 한권을 보다가 문득 영감이 떠올라 게임에 반영한 것이 아니다. 문자 관련 서적을 계속 보면서 연구하고 공부한 결과를 게임 내에 삽입한 것이다. 나는 좋은 아이디어는 다른 창조물을 보고 문득 영감을 떠올려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 타뷸라 라사의 장르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MMORPG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FPS로 봐야 하는가?
리차드: FPS 느낌이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 결과가 플레이어의 반응, 순발력에 의존하기보다 캐릭터의 능력치로 대변되는 수치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MMORPG가 맞다. 다만 FPS처럼 컨트롤 포인트를 제압하면 아군 진영에 유리하게 되는 등 FPS의 특징적인 요소들이 다수 게임에 반영되어 있어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MMORPG가 마을에서 정비하고 사냥터에서 레벨을 올리는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데, 타뷸라 라사는 게임 스토리 라인의 깊이, 탄탄한 배경 등 기존 MMORPG와 차별되는 로드 브리티시 스타일의 게임이 되도록 만들고 있다.

- 로드 브리티시 타입의 게임이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리차드: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히트를 기록한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이 어떻게 책을 썼는지 아는가?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사전작업과 자료를 조사한 후 책이 완성됐다. 이처럼 게임을 만들기 전에 그 배경, 신화 등을 세밀하고 실감나게 준비해야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올 수 있는 법이다.

과거 나는 울티마를 만들 때 ‘루닉’이라는 게임 속 문자를 만들었다. 비록 게임 속에서만 쓰이는 언어지만, 당시 울티마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영어 사용자들은 어렵지 않게 ‘루닉’ 문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게임 곳곳에서 나오는 루닉 문자들은 이들 게이머들에게 게임 속 재미요소로서 큰 호평을 받았다. 물론 한국 사용자들에게 루닉 문자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타뷸라 라사에서도 게임 속 문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타뷸라 라사는 울티마와 달리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게임 속에서만 등장하는 문자라 하더라도 전세계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중국의 한문처럼 그림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 속 문자를 완성했다. 이 새로운 문자는 게임 속에서 등장해 게임의 이해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타뷸라 라사는 판타지가 아니라 SF물이다. 판타지라면 조금은 과장되고 허황된 설정이나 연출이 별 무리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SF물은 실제 물리법칙이 최대한 그대로 적용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만큼 정교하게 SF세계를 만들었다.

이처럼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작은 시스템 하나하나라도 게이머들에게 보여줄 때 결코 부끄럽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로드 브리티시 타입의 게임이다.

- 2001년 5월 NC소프트에 입사한 후 타뷸라 라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년 여름으로 예정되어 있는 오픈베타테스트를 기준으로 하면 5년 넘게 걸린 셈인데, 이처럼 오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리차드: 이미 알고 있겠지만 중간에 게임 기획 자체가 거의 전면적으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개발을 막 시작한 시기는 NC소프트가 글로벌한 회사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때라서 ‘타뷸라 라사’ 역시 동양과 서양을 함께 아우르는 글로벌한 게임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막상 1년 정도가 지나서 나온 결과물을 보니 이것은 동양과 서양의 특성을 함께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게임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기획 자체를 통째로 뒤집어엎었다.

개발진은 오스틴 멤버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오스틴 멤버들의 특성이 묻어나는 게임을 만든 후 그곳에 인터내셔널한 요소를 넣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타뷸라 라사는 다시 태어났고, 작업은 탄력을 받아 지금까지 이르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다.

- 한국의 리니지가 북미시장의 성적이 좋지 않다. 마찬가지로 에버퀘스트도 한국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동, 서양 게이머들의 성향 차이 때문이라고 흔히 이야기하는데, 타뷸라 라사는 이 성향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리차드: 나와 우리 팀이 NC소프트에 합류하면서 가장 먼저 본 것이 리니지였는데, 리니지를 통해 한국 게이머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 게임들은 마우스로 이동방향을 지정하고 2D 타입의 게임이 주류였다. 하지만 북미는 마우스로 방향을 지정하는 게임이 전무했고 3D 타입으로 게임 주류가 이동하고 있는 상태였다. 또 한국의 성공게임은 PvP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는데, 북미에서는 자신의 캐릭터가 죽는 걸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PvP 요소가 아예 없었다. 즉, 게임 시스템부터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에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동양 게이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해 그것을 게임에서 구현할 수 있는가다. NC소프트는 이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타뷸라 라사를 어떻게 만들어야 동양에서도 히트할 수 있는지 NC소프트 본사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하고 있다. 물론 게임 자체의 퀄리티가 높아야 하는 것은 필수다.

- 내년 여름에 오픈베타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스케쥴이 잡혀 있는가? 각 나라별로 현지화 방침은 어떤가?
리차드: 사실 게임개발과 관련된 일정은 변수가 너무 많아 확답이 힘들다. 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여름까지 모든 컨텐츠 기획이 끝나고 오픈베타테스트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타뷸라 라사는 개발 초기부터 현지화를 고려해서 만들고 있다. 번역 문제도 데이터베이스에서 빼내면 바로 번역이 가능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현지화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NC소프트 본사에서는 타뷸라 라사의 현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세계 동시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WOW는 퀘스트에 중점을 둔 게임이다. 하지만 로드 브리티시 타입의 게임은 지금까지 사회성과 높은 자유도를 중시해 왔는데, 이번 타뷸라 라사는 퀘스트와 자유도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는가?
리차드: WOW는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나도 상당히 오랫동안 WOW를 즐겼다. 하지만 타뷸라 라사는 WOW와 조금 다르다. WOW는 레벨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지역에 제한을 두는 등 게임 속 세계를 이해하는데 제약이 있다. 하지만 타뷸라 라사는 레벨을 통해 제한을 두지 않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재미를 구현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물론 MMORPG인 만큼 레벨이 있지만, 레벨에 따라 조금 어렵고 쉬운 요소는 있을 수 있어도 갈 수 있는 지역을 통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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