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소비자연대와의 리니지 약관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엔씨소프트가 이번엔 공정위를 대상으로 리니지 약관 수정안을 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리니지 이용약관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번 수정안 제출은 지난 해 10월 공정위가 엔씨소프트 및 11개 업체의 게임 이용약관에 대해 권고조치 한 사항을 이행한 것.
수정된 약관에 따르면 현행 현금거래 적발 시 영구 계정압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두 단계에 걸쳐 1차 적발 시 30일 계정정지, 2차 적발 시 영구 계정압류 하는 조항으로 대체된다. 또 외부로 공개가 불가능한 게임 내 채팅내용 열람에 관한 조항은 유저가 원하는 경우 사후통보, 열람 가능할 수 있도록 바뀐다. 이 밖에도 엔씨소프트는 당시 공정위가 무효로 판단한 약관 조항 5개와 운영정책 2개를 모두 수정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측은 엔씨소프트가 제출한 약관에 대해 “앞으로 협의를 거쳐야겠지만 약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수정안을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밝혀 엔씨소프트의 수정안은 대부분 무리 없이 적용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측은 단계별 계정 제제에 대한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은 공정위의 답변이 나오는 즉시 적용하며, 본인확인 시스템 등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단계별 제제 조항은 4월 5일을 기준으로 적용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약관수정 예외조항,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수정된 약관이 여전히 맹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단계별 계정압류에 대한 예외항목. 수정된 약관은 단계별 계정 제제를 원칙으로 하지만, 현금거래의 규모가 큰 경우와 전문적/직업적 현금거래를 할 경우는 지금과 같이 1차 적발 시 영구계정압류를 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었다.
문제는 이런 예외조항이 해석하기에 따라 업체측에 유리하게 적용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김주영 팀장은 “예외조항은 현금거래의 반복여부, 실명이용 여부, 현금거래액의 크기 등 종합적인 기준을 적용해, 이것이 전문적/직업적 현금거래라고 판단되면 1차 적발시 영구계적 삭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영구 계정압류를 위한 현금거래의 규모나 기준은 내부적으로 마련되어있지만 운영상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만약 예외조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공개한다면 현금거래 업자들에게 이 기준을 피해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구실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결국 약관수정 자체가 무색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리니지 약관으로 엔씨소프트와 마찰을 빚어온 온라인소비자연대 측 정준모 변호사는 “약관수정을 해도 실제 유저가 체감하는 부분은 전혀 바뀐 것이 없다. 엔씨소프트의 자의대로 리니지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라며 “수정된 약관은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 법적 잣대에 억지로 끼워 맞춘 수정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따라서 수정된 리니지 약관은 4월 적용 이후 운영, 서비스 면에서 유저들로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인정받기 전에는 계속해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온라인소비자연대 측 정준모 변호사 "엔씨는 포지션에 상응하는 도의적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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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법원 민사 16부는 지난 26일 온라인소비자연대(이하 온소연)가 리니지의 영구계정압류조항은 부당하며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측 주장을 기각하며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재 소송 기각에 대한 이유가 담긴 구체적인 판결문은 나오지 않은 상태. 온라인소비자연대 측 정준모 변호사를 만나 수정된 리니지 약관에 대한 의견과 온소연 측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
판결 이후 유저들의 반응은 “현금거래를 했으면 제제를 받는 것 당연하다”는 쪽이 많은 것 같다
-‘현금거래’란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금거래를 부정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만연한 현금거래를 ‘나쁘다’고 자꾸 감추면 더욱 음지로 숨어들 뿐이다.
현금거래의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원천적인 봉쇄, 다른 하나는 양성화를 시켜 법적인 통제를 받는 방법이다. 이 중 양성화를 시켜 부작용을 통제하는 방안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는 약관은 다른 업체에도 많이 있다. 왜 유독 엔씨소프트와 리니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주지하다시피 엔씨와 리니지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대표격이다. 엔씨의 경우 그동안 리니지로 많은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너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니지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으면 또 한국의 대표 게임업체라면 그에 상응하는 도의적인 책임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엔씨는 자사의 게임으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말로만 적극 대처하겠다고 한다. 현금거래는 절대 불가한다면서 거기에 대한 대응 방안은 너무나도 소극적이다. 이번 수정안이 엔씨소프트의 소극적인 자세를 잘 보여준 사례다.
온라인 게임 이용에 대한 이상적인 모델이 있는가?
-현거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야 한다. 본인인증시스템, 그리고 아이템 거래, 계정도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로한이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 진정 유저들이 현거래로 인해 입는 피해를 막겠다면 이런 시스템을 잘 갖추어야지 단지 계정압류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에 수정된 리니지 약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마디로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판단한다. 계정압류를 단계적으로 하겠다고 하지만 예외조항으로 여전히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또 채팅내용 열람 사후 통지 조항도 여전히 통신보호법 위반의 여지가 남아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엔씨소프트는 “당초 공정위도 게임의 특성상 열람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며, 단지 유저에게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 수정하라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향후 계획은?
-리니지 이용약관의 부당함에 대해 전문가, 업계 관계자, 법조인 등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1심의 판결은 사안자체가 매우 민감해 재판부가 좀 소극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법리에만 기대 해석된 이유도 있다고 본다.
약관의 부당함에 대해 많은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항소할 것이고 2심 또는 3심까지 가더라도 재판부가 현명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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