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 문화원정대 대원들과 함께 국토횡단에 참여했다. 20일은 경북 문경에서 이화령을 넘어 충북 괴산까지 가는, 20일간의 국토횡단 코스 중 가장 험난한 코스가 예정되어 있다. 김택진 대표는 바쁜 일정을 미루고 대학생 128명과 가장 힘든 길을 함께 걷고자 오늘을 선택했다. 게임메카는 하루 여정을 마무리짓기 위해 들어간 충북 괴산의 연풍초등학교에서 김 대표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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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원정대와 함께한 하루 일정을 마친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김택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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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3 사건, 어떻게 만들어낸 우리 기술인데...
올 상반기는 게임업계에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국내 최고 게임사인 엔씨소프트. 그곳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리니지 3)를 담당하고 있는 주요 개발진들이 대거 회사를 나가게 되었으며, 동시에 엔씨소프트의 주요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었다.
특히 이번 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김택진 대표가 어째서 엔씨소프트에게 있어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해왔던 주요 인물들을 과감히 내치게 되었는지. 김 대표는 이런 세간의 의문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엔씨소프트 설립 당시만해도 우리나라 게임이라 불릴만한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한번 세계적인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10년을 달려왔죠. 그런데 엔씨사건의 내막을 보면, 우리가 만든 기술을 일본업체에 넘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굉장한 충격이었죠. 우리가 어떻게 일궈 온 노력의 결과인데, 우리의 꿈이 담긴 노력인데 그런 것을 빼내서 (하필이면) 일본에 준다는 건지… 억울한 심정에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김택진 대표는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글로벌`이란 단어를 한번도 빼놓지 않았다. 그만큼 김 대표에게 있어 우리게임을 세계로 알리는 것은 엔씨 설립부터 지금까지 평생의 꿈인 것이다. 20여년 간 소프트웨어만 개발해 온 `소프트웨어쟁이 김택진`은 순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한국의 기술을 해외에 판 개발자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저는 옛날부터 소프트웨어쟁이입니다. 20여년 동안 소프트웨어만 개발하고 살았습니다. 아마 내가 딴 짓한 거 못 봤을 겁니다.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하며 온라인게임을 선택한 건, 우리 기술을 당당히 세계에 팔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중에 세계를 휘어잡은 소프트가 이제껏 있었나요? 우리가 기술로서 앞 설 수 있는 건 인터넷, 그중에서도 온라인게임 기술이었죠."
새로운 리니지 3는 한국의 모든 기술이 녹아들어간 프로젝트 될 것
세계를 휘어잡을 수 있는 게임. 김 대표는 이런 자신의 소망을 `리니지 3`에 걸고 있다. `리니지 3`는 언리얼 3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해왔던 지난 프로젝트를 모두 버리고, 독자엔진으로 새롭게 개발할 계획이다. 2008년 1월 1일부터 시작해 3년내에 신제품이 나와 4년차 되는 해에 오픈을 할 예정이다.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 3`에 대해 말하며 “2011년 경에 공개될 리니지 3는 그동안 축적해놓은 한국의 모든 온라인게임 기술이 녹아들어간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 장담했다. `리니지 3`는 단순히 회사차원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바라며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그의 ‘꿈’인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을 목표로 하는 엔씨소프트에게 이번 소니와의 제휴는 큰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콘솔게임으로의 첫도전에 소니를 선택한 이유를 “확신을 갖고 우리를 밀어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라이브를 통한 온라인 정책이 상당 부분 정해져있어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또 Xbox360은 많은 라인업을 가지고 있지만 PS3는 아직 타이틀이 많지 않았죠.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둘다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두 회사 모두 우리를 밀어줄 이유가 없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요구를 또 우리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을 적극적으로 서포트해줄 업체를 선택한 것입니다”
최근 온라인게임, 자기식의 해석 담긴 게임 없어 실망
김택진 대표는 자신을 한 대표의 사장이면서 각 프로젝트의 본부장까지 맡고 있다며 자사에서 진행중인 게임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촉박하다 말한다. 그런 그가 게임 개발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밸런스죠. 게임을 제작하다보면 창의성과 시장성 2가지를 모두 생각해야 합니다. 창의성만 생각하면 혼자만 즐겁죠. 또 시장성만 생각하면 다 B급 게임만 나오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외면하게 됩니다.”
이러한 개발관을 가진 김 대표에게 최근 나온 한국 온라인 게임중 인상깊은 게임이 있었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전혀 없다”고 답한다.
“상업적인 성공과 실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개발자로서 자기 식의 해석은 있어야 하죠. 단순히 한국게임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이 사람이 어떤 부분을 잘 해석했네’라고 느꼈던 게임이 없었던 것뿐입니다.”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리니지 시리즈에도 계속해서 변화를 주려고 한다. 김택진 대표는 “온라인게임은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지 않으면 세상에 버림받는다”고 말했다.
“리니지 시리즈의 수명은 저도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리니지 시리즈 라이브 팀을 맡으면 개발팀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창조적인 일은 오픈 전에 모두 끝내기 때문이죠. 발표하는 순간 틀이 고정되어서 그 위에 혁신을 추구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안하면 망하는데요. 그런 변신을 게이머가 받아들여 준다면 오래가는 거고 자칫 삐긋하면 수명이 끝나는 거죠.”
한국 대표 브랜드? 그런 데는 관심없습니다
한국의 NO.1 게임사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그로서 NO.1 자리에 대한 압박은 크지 않을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넥슨과의 경쟁구도에 대해 물어보자 김대표는 웃으며 말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넘버원 브랜드를 지키자는 생각 같은 거 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 안에서 목표하는 바를 가려고 노력하는 거지 다른 데는 관심없습니다. 다른 회사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언론에서 만들기 때문이에요. 특히 넥슨 같은 경우는 계속해서 앞서가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늘 배워서 저렇게 잘해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NO.1 게임사라고 고민은 한두개 쯤 가지고 있는 법. 엔씨소프트가 가진 두가지 고민은 RPG 회사로서의 이미지가 너무 뚜렷하다는 것, 또 기획력이 있는 기획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 또한 이를 인정하고 있었다.
“우리가 RPG에 강한 회사라는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그 시각으로 다른 게임을 보려고 해서 맥을 잘 못 집을 때도 많죠. 부작용도 많구요. 엔씨도 다양한 창의력이 나올 수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매일 고민합니다. 기획자 부족은 엔씨 뿐만 아닌 현재 모든 한국 게임사의 고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 엔씨에서는 미국 스튜디오와 교류하며 점점 많은 것을 배워나가며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를 창립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어디선가 코딩을 하고 있었을 거라 말한다. AB형인 그는 소탈한 복장으로 회사내부에서도 직원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 한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반드시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취미라며 얼마전 본 애니메이션 `초속 5cm`가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하는 김택진 대표.
세계 최고가 되보자고 10년을 달려온 그에게 올 한해 일어났던 많은 일들은 가슴아픈 상처이자 치욕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그는 “리니지는 아시아만, 길드워는 미국에서만 성공했다”며 아직도 반쪽짜리 성공만 거둔 사람이라 말한다. 김택진 대표의 꿈, 아니 엔씨소프트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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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원정대 대원들과 기념사진 찰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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