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역사 10년, 사운드가 살아야 게임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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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게임 산업의 발전과 함께 게임사운드 산업도 함께 성장해왔다. 과거 김학규 대표의 손에서 출발한 ‘악튜러스’, ‘라그나로크’ 역시 90년대 초반 PC통신의 게임음악동호회 출신인 ‘사운드템프’에 의해 제작되었다.

‘게임 사운드’라는 말에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게임음악,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해주는 수준의 ‘배경음악(BGM)’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의 게임사운드는 배경음악을 통해 공간의 깊이와 분위기를 전달해주며, 나아가 게임의 재미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일컫는 ‘타격감’과 같은 효과음까지 결정한다.

10년의 역사 무색한 토종 게임사운드에 대한 낮은 인식

지난 10년 동안 게임 산업의 발전과 함께 게임사운드 산업도 함께 성장해왔다. 과거 김학규 대표의 손에서 출발한 ‘악튜러스’, ‘라그나로크’ 역시 90년대 초반 PC통신의 게임음악동호회 출신인 ‘사운드템프’에 의해 제작되었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 1세대의 시작만큼이나 오래된 뿌리를 자랑하는 것이 토종 게임 사운드의 역사다.

요즈음 국내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게임 그래픽 못지 않게 게임사운드에 대한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 사운드템프의 작업으로 유명한 `라그나로크`

그로 인해 ‘아크로드’, ‘썬’, ‘헉슬리’와 같은 대형 MMORPG가 해외의 유명 게임음악가와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게임음악을 선보였지만, 배경음악이나 홍보에 이용되는 수준으로 그치고 말았다.

2006년까지만 해도 20여 개 이상의 중소 규모의 게임음악 스튜디오가 난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개발되는 온라인 게임 숫자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게임 사운드 외주 작업을 의뢰하는 숫자도 함께 줄어들었다. 현재 게임 사운드 시장에서 손 꼽히는 전문제작업체는 워크스페이스, 테이크원 미디어, 게임앤사운드, 스튜디오EIM 등 약 5~6개 업체에 해당한다.

실제로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 엔진, 그래픽, 운영 등 다른 분야가 발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게임음악은 여전히 후반작업, 외주작업에 그치는 등 10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게임 전문 교육기관의 커리큘럼을 살펴보아도, 게임 사운드 제작에 관한 교육 과정을 마련해 놓은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단순 비용절감 차원의 잘못된 접근이 문제

이 같은 업계 전반의 ‘저 평가’는 실질적인 게임사운드 제작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MMORPG를 개발하는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업체나 개발사에서는 게임사운드의 경우 전문 제작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단발성 게임 홍보에 쓰이는 프로모션용 음악 제작부터 게임 내 각종 효과음, 주제가, 배경음악 등 부분별 사운드부터 전체 음악 제작까지 외주 업체와 긴밀히 관계를 맺고 있다. 기본적으로 외주 작업은 시설비와 스튜디오 운영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음악 제작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 제작 시스템을 갖춘 테이크원 미디어의 경우 녹음스튜디오에만 최소 2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스튜디오 임대료를 제외한 초기 설비비용으로, 음향기계 역시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문제는 외주제작사에 게임사운드 제작을 의뢰하는 것을 전문가와 함께 일한다기 보다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개발 비용은 올라가지만, 상대적으로 게임 사운드에 투자하는 비용은 ‘10년 동안 변함이 없다’라는 것.

“게임사운드라고 하면, 아직도 골방 같은 곳에서 두 세 명이 밤샘해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관계자들은 업계 전반에 퍼진 게임사운드에 대한 낮은 인식을 꼬집었다.

▲ 100평 이상의 넓은 공간에 마련된 테이크원 미디어의 인상적인 녹음 스튜디오, 음향실, 피아노

음원, 음향, 연출 3박자 고루 갖춘 게임사운드에 대한 이해 필요

기본적으로 해외 게임에서 쓰이는 소리(음원)의 숫자와 국내 게임에 사용되는 소리의 숫자는 작게는 3배에서 크게 10배까지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가 아직 사운드를 후반작업으로만 생각하여 단순히 게임에 붙이는 수준에 그친다면, 해외에서는 개발 초기부터 호흡을 맞춰오며 프로그래밍 단계에서부터 사운드 제작에 대해 고민한다.

특정 지역에 가면 단순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음악은, 그것이 아무리 듣기 좋은 음악이라도 제대로 된 게임사운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마치 깃발로 꽂아놓듯이 똑 같은 음악이 나오는 것이 아닌, 게임 배경음악과 각종 효과음의 조화, 그리고 이것을 총괄하는 ‘연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임앤사운드 김대현 제작실장은 “게임에서 유저들이 움직이는 공간은 대체로 초원과 같은 야생, 야외 공간이다. 풀벌레 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처럼 주위를 둘러싼 환경을 구성하는 소리들을, ‘앰비언스 (Ambience)’라고 한다. 가까이 가면 이 소리가 보다 크게 들리고, 멀어지면 소리가 작게 들리고 이 같은 앰비언스 연출이 게임의 몰입감과 수준을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업계 전반의 인식 제고는 물론이고 게임 개발에서도 전문 제작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운드툴’을 제공하거나 개발진들과의 긴밀한 협의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 장짜리 게임 기획서를 바탕으로 게임사운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테이크원 미디어 염철규 실장 역시 “우리 귀가 들을 수 있는 소리와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있는데, 게임사운드에는 무조건 귀에 좋은 음악만 만들 수 없다. 소리는 기본적으로 공기의 움직임, 진동이다. 게임에는 하나의 소리만 나오는 게 아니라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동시에 나는데, 서로 다른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진동이 겹치게 되면 소리가 아예 안 나오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음향과 게임에 대한 이해 없이 배경음악 하나만 만들면 높은 퀄리티의 게임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불황이 게임사운드에 미친 득과 실

최근 토종 게임사운드 시장은 한 차례 격변을 맞고 있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의 불어온 것은 개발되는 신작 게임의 숫자가 줄어든 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체의 전반적인 불황으로 인해 게임업계 쪽으로 사운드 관련 인력과 업체가 대거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 두 가지 면 모두를 가지고 있다. 일단, 한정된 게임사운드 시장이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음악에서 새로운 시도를 찾아볼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이다.

게임사운드 제작업체 관계자는 “광고음악의 경우 파급효과도 크고 단가도 높지만, 최대 30초 이내에 음악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시간적 한계와 음악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라는 부분 때문에 제약이 많다.”며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온전히 자신의 세계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게임 음악은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작년까지는 찾아보기 드물었던 게임사운드 업체 간 이른바 ‘경쟁 프리젠테이션’도 급격하게 늘었다. 4~5군데 정도의 게임사운드 제작스튜디오에 게임에 대한 간단한 기획서를 제공하고, 그에 맞는 ‘샘플음악’을 미리 제작해달라고 한 다음, 개발사가 고르는 방식이다.

최근에 눈에 띄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인력 유입에 대해 대부분의 게임사운드 제작업체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게임음악으로 평가받는 리니지2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비와 같은 초기 투자비용은 높아지지만, 여전히 게임업체에서 받는 제작비에는 이 같은 노력들이 반영이 되지 않아 전문업체 자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운드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오는 ‘실패사례’로 인해 외주업체 전반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 게임음악 전문 제작자는 “게임음악에는 가요나 영화, 광고음악과는 달리 게임 프로그래밍적 지식이나 네트워크 문제처럼 게임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 아니면 쉽게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다. 기획서 한 장에 의존해 음악을 만들어서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단순히 게임 안에 BGM으로만 쓰이는 음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의 깊이 있는 환경을 구성해줄 음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B온라인 배성곤 대표이사는 “게임사운드 제작자들이 단순히 음악에 대한 전문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해서도 개발자 못지 않은 전문가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밤을 새워 실제로 게임을 테스트하고 음악뿐만 아니라 게임의 재미,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의견 제시하는 데 놀랐다.”라고 말했다.

게임의 시나리오가 게임의 이성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는 ‘머리’에 해당한다면, 게임사운드는 게임의 감성적인 세계관을 담당하며 유저의 몰입을 돕는 ‘가슴’에 해당한다. 머리와 가슴이 모두 살아서 함께 움직이는 게임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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