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 2008 성공에서 배워야 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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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4일 일요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된 제 7회 게임 컨벤션(이하 GC)이 성황리에 폐막되었다.

2008년 8월 24일 일요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된 제 7회 게임 컨벤션(이하 GC)이 성황리에 폐막되었다. 몇 해 전 전성기를 이루던 E3와 비교될 정도의 규모로,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 전시회에서 명실상부 세계적인 게임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라이프치히 GC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호황을 이루었던 것은 아니다. 7년 전 처음 GC가 개최될 당시에는 전시가 이루어지는 메쎄의 단 2홀만이 사용되었으며, 비즈니스 센터의 규모도 미미했다. 그러나, E3와 같은 대형 게임쇼가 축소되고 영국의 게임쇼가 폐지되는 등, 경쟁자들이 사라지는 동안 GC는 자연스럽게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많은 게임 전시회가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순간에도 반대로 GC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철저한 B2C 일반관람객 대상의 전시 운영이다. 이번 전시기간 내내 메쎄 내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은 편안한 쿠션의자에 앉거나 아예 드러누워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다른 게임쇼의 경우 일반 관람객들이 한 자리에서 너무 오랫동안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스탠드 형식의 게임기와 컴퓨터를 설치한다. 심지어 시간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단 몇 분 동안 선 체로 게임을 즐겨야만 하는데, GC에서는 넉넉하게 마련된 좌석에서 최대한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마치 거실을 통째로 전시장으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다. 유럽인의 거실문화를 엿보는 듯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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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C는 관람객들이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게임을 즐기는 데 최대한 배려하는 GC만의 독특한 문화는 홀 곳곳에 마련된 간이 스낵코너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킨텍스(KINTEX)의 3배가 넘는 크기의 해당하는 메쎄의 총 5홀에서 진행되는 GC는 각 홀마다 넓은 공간의 스낵 코너와 휴식공간을 마련해놓았다. 소시지, 샌드위치, 파스타 등 다양한 음식들이 판매되며, 심지어 맥주까지 판매한다. 철저한 컨슈머(관람객) 중심의 게임 전시회로서 먹고 놀면서 하루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다.

GC가 성장하는 동안, 일반 관람객 부스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센터도 함께 덩치를 키우고 자리를 잡았다. 비즈니스 센터 역시 단순히 칸막이로 나뉘어진 공간이 아니라 각 회사의 개성을 살리는 동시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본적으로 커다란 음악이 들리는 행사장과 거리가 떨어진 별도의 홀에 마련된 비즈니스 센터는 넉넉한 공간과 함께 회사마다 개성을 살린 인테리어, 간이 음식코너, 편안한 좌석 등을 마련해놓았다. 마찬가지로 홀 곳곳에 편안한 쿠션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GC에서 눈에 띄는 것은 행사장을 방문하는 게이머들이 기본적으로 20대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청소년 게이머는 소수에 해당하며, 대부분 부모님으로 보이는 보호자를 동반하고 행사장을 방문한다. 20대에서 30대의 젊은 남성들이 제일 눈에 많이 띄며, 40대, 50대로 보이는 장년층도 종종 눈에 띈다. 마찬가지로 성인 여성의 참여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게임을 무조건 어린아이의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터부시하는 우리와 달리 자유로운 유럽인들은 게임을 즐기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인들이 모든 게임에 관대한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PC게임이 발달한 독일의 사정으로 잠깐 돌아가면, 행사장에서도 의아한 부분이지만 18세 이상 성인만이 출입 가능한 비공개 부스가 많다는 것이다. ‘폴아웃3’, ‘콜오브듀티4’와 같은 게임들은 부스 내에서 따로 만들어진 사각의 부스에 성인관람객을 입장시켰다.

독일은 통합된 유럽 안에서도 독자적인 심의기구가 있는 나라로, 미성년자의 폭력게임 이용을 철저하게 금지한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몇 년 전 발생한 미성년자 총기사고는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켰다. 당시 11명의 사상자를 낸 총기사고의 주인공이 게임 마니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현재 독일은 나치를 찬양하거나 잔인한 신체훼손이 등장하는 게임에 대해서는 출시조차 불가능하다. ‘울펜슈타인’, ‘맨헌트’, ‘데드라이징’, ‘GTA’와 같은 게임들은 모두 독일에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간신히 심의를 통과한 게임이더라도 때로는 게임에 등장하는 피 색깔을 녹색으로 바꾸어야 한다.

물론, 독일 게이머들이 이 같은 게임들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독일 게이머들이 ‘이베이’를 통해서 이 같은 게임들을 구입하거나 가까운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에서도 이 같은 게임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결국 열린 유럽사회에서 이 같은 심의 정책이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서도 독일인 스스로 의문을 가지는 부분이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기어즈오브워2’가 없는 이유?

이 같은 심의 정책덕분에 전시회 직전에 재미있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지난 E3에서는 키노트에서 강연되었을 정도로 혁신적인 게임으로 알려진 ‘기어즈오브워2’는 GC 전시장에서는 만날 수 없다. 에픽게임즈의 마크 라이언은 “기어즈오브워를 독일에서 팔지 못하기 때문에 전시장에서도 만날 수 없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소니의 ‘레지스탕스 2’도 마찬가지다. 전시회 기간 동안 18개의 게임이 심의를 받지 못했다. 거대한 전시회로 자리잡은 GC는 많은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와 함께 현장을 찾는다.

2002년 이후에 제정된 법에 의하면 술을 파는 공간이나 공공장소에서 잔인한 게임이나 영화장면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 같은 정책 덕분에 전시장 내 인포메이션에서는 관람객의 나이를 확인하여 별도의 손목 텍을 나누어준다. 연령별로 나누어진 비공개 부스에서 이루어지는 게임 시연이나 시네마틱 영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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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한 차례 큰 변화를 맞을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CG가 자리를 옮겨 쾰른에서 개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GC가 인구 약 50만 명의 구 동독의 작은 도시 라이프치히가 수용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행사이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들어왔다. 서독 지역이며,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에 해당하는 쾰른에는 라이프치히 메쎄 못지 않은 대형 전시장이 있다. 쾰른은 오는 11월 월드사이버게임즈(WCG)의 결승전도 유치했다.

이름도 바뀐다. 게임 컨벤션(Game Convention)에서 게임스 컴(Games COM)으로 달라질 예정이다. 날짜도 8월이 아닌 9월로 바뀔 예정이다.

GC를 조직, 운영하는 협회 측은 라이프치히가 현재와 같은 큰 규모의 대형 이벤트를 치러내기에는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 및 국제공항 등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앞서 “우리는 GC가 어디서나 열릴 수 있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GC와 같은 대규모 전시회는 해당 장소를 제공하는 측과 2~3년 정도의 협상 기간 및 장소 대여에 대한 약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이프치히의 경우, 괴테가 대학시절을 보내고 바흐 등 유명 음악가를 배출한 예술도시이자, 중세시절부터 견본시장(박람회)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구 동독에 이르러 도시 규모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며, 이를 정부 측에서 프로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월드컵 경기를 유치시키고, 또 여러 대기업 생산시설을 유치시키며 활성화에 나선 바 있다.

반대로 쾰른의 경우, 상대적으로 독일에서도 서 쪽에 위치하여 프랑스나 네덜란드와 같은 서유럽 국가와 접근성이 좋으며 규모가 큰 대도시에 해당한다. 독일 내에서도 교통과 미디어가 특히 발달해 있으며, IT 인프라도 뛰어나다. EA의 독일 지사도 쾰른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협회 측의 일방적인 발표에 대해 라이프치히시 측은 유감을 표명하였다. 라이프치히 역시 접근성 및 인프라, 지원 등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 라이프치히 시 측은 쾰른에서 벌어질 GC와 달리 독자적인 게임 전시회를 개최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게임업체 중에서도 덩치가 큰 기업들은 보다 접근성이 뛰어난 쾰른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일부는 쾰른의 높은 물가와 인력수급에 어려움 때문에 라이프치히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 간의 놀라운 성공이 불러일으킨 기묘한 결과이다.

기본적으로 유럽에서 메쎄(messe)란 견본시장, 전시회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크푸르트 메쎄, 라이프치히 메쎄, 쾰른 메쎄다. 도쿄게임쇼가 개최되는 치바현의 마쿠하리 메쎄도 마찬가지다. 회의, 집회를 의미하는 컨벤션과 일맥상통한다.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한 라이프치히 GC는 인터넷이 발전하고, 실시간으로 정보가 교환되더라도 여전히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것을 거꾸로 역설한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유럽인들의 정신과 순수하고 열정적인 게이머의 열정이 그대로 반영된 GC는 게임 전시회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가장 새로운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전시회가 아닌 ‘놀이하는 인간’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 돌아간 GC의 시도와 성공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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