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되버린 지스타, 4회째 맞지만 미래 밝지만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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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게임쇼’를 목표로 기획된 행사가 개최 3회 만에 이런 평가를 받은 원인은 무엇일까? 앞서 지스타에 대한 평가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매체의 보도 흐름을 짚어 보았는데, ‘출범효과’를 누린 첫 회 이래로 지스타에 대한 평가절하와 우려는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큰 걸음 디딘 지스타 2005’, ‘예상 뛰어넘은 흥행 대박’, ‘성공적인 평가의 지스타, 옥의 티를 말한다.’

한 포탈 사이트에서 ‘지스타 2005’를 키워드로 검색한 기사 중 일부분의 제목이다. 2005년은 ‘세계 3대 게임쇼’를 목표로 지스타가 야심차게 출범한 해다. 지스타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스타 2005에는 33개국 80개 업체(B2B 포함)가 참여했으며, 행사기간 동안 총 15만 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았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치뤄지는 ‘글로벌 게임쇼’였기 때문일까? 언론의 평가는 대부분 지스타에 후한 점수를 줬다. ‘게임 없고 이벤트만 준비 부족, 베스트 게임걸 시상 구설수’처럼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도 있었지만, 지스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대부분 ‘옥의 티’ 정도로 다뤄졌다.

하지만 지스타에 대한 칭찬은 1년을 가지 못한다. 지스타 2006이 끝난 직후의 기사들은 하나 같이 아쉬움을 표했다. ‘2% 아쉬운 지스타 2006’, ‘지스타 2006 폐막 세계 게임쇼로 절반의 성공’, ‘지스타 2006결산 아쉬움 반 희망 반’.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매체들은 2년째를 맞는 지스타에 대해 ‘우려’에 포커스를 맞췄다. 2006년에는 ‘바다이야기 사태’, ‘MMORPG 빅3 흥행참패’ 등 게임업계 전반에 악재가 이어지며 2005년 지스타 행사장의 절반을 메꾸었던 아케이드 업체가 불참했다. 국산게임의 흥행부진으로 바람몰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절반이 텅 빈 채로 진행됐던 지스타2006에 언론은 마냥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조직위원회가 밝힌 지스타 2006의 표면적인 성과는 30개국 226업체 참여(B2B 포함), 16만 명 참관, 2억 9천만 달러 수출상담 실적으로 전 해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출상담 실적은 9천만 달러 증가했다.

2007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지스타에 대한 우려의 농도가 깊어진다.‘지스타 게임업계 축제될 수 있을까?’, ‘시작은 국제대회, 안방잔치로 끝났다’, ‘막 내린 지스타2007 아쉬움 짙게 남아’, ‘흥행저조 한계 남기고 폐막한 지스타’. 그나마 2006년에는 수치로 ‘선방’을 했지만 2007년에 지스타가 받은 성적은 좋지 않았다.

지스타 2007에는 14개국 150개 업체가 참여 했으며 500명의 바이어가 방문했고 행사 기간 동안 15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슬로건 ‘게임을 즐겨라! 비즈니스를 즐겨라!’영향이었을까? 수출 상담 실적만이 5억 5천만 달러로 전 해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상담실적이 곧바로 수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스타는 게임쇼로서 개최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

국내외 글로벌 업체들이 지스타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

‘세계 3대 게임쇼’를 목표로 기획된 행사가 개최 3회 만에 이런 평가를 받은 원인은 무엇일까? 앞서 지스타에 대한 평가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매체의 보도 흐름을 짚어 보았는데, ‘출범효과’를 누린 첫 회 이래로 지스타에 대한 평가절하와 우려는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스타의 이런 낮은 평가의 이유로 몇 가지를 지목할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글로벌 게임쇼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참여업체의 면면이다. 일단 세계적인 업체의 참여가 전무 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행사가 발생시킬 수 있는 이슈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MS, 소니, 닌텐도 등 콘솔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기업들은 지스타에 불참하거나, 참여를 하더라도 콘솔 게임기 몇 대만 배치시킨 뒤 행사장에서 시연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올해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진 닌텐도를 제외한 MS, 소니 등은 지스타 2008에서도 부스개설을 통한 적극적인 참여보다는 콘솔시연 같은 소극적인 참여를 할 계획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 글로벌 게임기업의 한 관계자는 “본사나 지사나 ‘지스타는 온라인 게임쇼’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비디오 시장의 수요가 적은 한국에서 굳이 게임쇼에 투자할 이유를 못 찾겠다.”며 지스타에 적극적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의 참여는 활발한가? 한국에 지사를 둔 블리자드는 지스타 출범 이래로 지속적인 참가 요청을 받아왔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블리자드 측은 대외적으로 ‘자사의 게임쇼(블리즈컨, WWI)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종합 게임쇼에는 나가지 않는다’고 불참의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사실 이는 면피성 발언에 가깝다.   블리자드는 올해 독일에서 열린 2008 게임컨벤션을 통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리치왕의 분노’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지스타 2008에서는 ‘2009년 스타크래프트2 발매’라는 굵직한 이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블리자드의 참여가 점쳐졌으나 올해도 블리자드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08 독일 게임컨벤션에 출전한 액티비전 블리자드

업체들의 소극적인 태도, 한국시장 매력도 떨어지는 것이 근본원인        

국내기업 중 글로벌 급으로 평가 받는 엔씨소프트조차 지스타에는 신작출품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대형 MMORPG ‘아이온’을 2006년 E3에서 최초로 공개한 뒤 지스타에 출품했다. ‘드래고니카’ 등 지스타에서 선보인 신작들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캐주얼 게임들이 주를 이뤘다. 지스타 2007의 경우 넥슨이 ‘마비노기 영웅전’,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등 자사의 신작을 다수 발표하면서 이슈를 생성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게임쇼’에서 ‘글로벌 온라인 게임쇼’로 범위를 줄여도 그 타이틀에 미치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렇게 온라인, 콘솔을 막론하고 업체의 참여가 소극적인 이유는 지스타 이전에 한국 시장의 매력도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 업체들은 한국 시장을 보고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중국 혹은 북미 시장을 목표로 하는 업체들이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한국에서 게임을 소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스타는 게임쇼인 만큼 B2C가 강화되어 있는데 사실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은 해외 파트너와의 만남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업체라면 지스타에 나가지 않아도 그 정도 판로는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전비용에서 부담이 적은 글로벌 업체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중소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형업체들의 불참으로 큰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란 쉽지 않다. 지스타가 질적 성장뿐 아니라 양적인 성장에서도 지지부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접근성/행사진행 등 대부분 낙제, 운영의 묘가 아쉬워

해가 거듭 되도 나아지지 않는 ‘운영’은 지스타가 짊어진 또 하나의 큰 짐이다. 지스타는 2005년 이후 쭉 일산 KINTEX에서 진행되어오고 있는데 거리상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음식점, 숙소 등 주변 부대시설이 부실해 관람객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KINTEX를 ‘즐TEX’로 비하해 부르기도 했다. 작년까지 지스타를 주관했던 조직위 측도 이런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2007년에 만난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KINTEX와 관련해 불만족스러운 심기를 드러냈다. 불만의 요지는 ‘일산까지 와서 행사를 치루는데 KINTEX 측의 협조가 미진하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내년 행사의 경우 자리를 옮기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는 언급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멘트는 기사화되지 못했다. KINTEX쪽과의 마찰을 우려한 조직위 측이 급히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3회째 행사를 진행해 오면서 주최 측과 KINTEX측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불편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문제들이 쉬쉬하며 묻혀져 오는 동안 개선의 기회는 사라졌고, 덕분에 지스타 2008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게임쇼를 ‘고생스럽게’ 즐겨야 할 전망이다.

참가를 하는 업체는 업체대로 불만이다. 부스비용이 싸지 않은데다가 부스 설치에 대한 시간을 너무 촉박하게 설정해 매번 빠듯하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7년 지스타에 참가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앞 뒤로 배치된 전시 일정 때문에 빡빡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지스타의 경우는 개장직전까지 밤을 꼬박 세워서 부스를 마련해야 할 만큼 정도가 심하다.”며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수준이 낮은 전시환경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책 없고 성의 없는 기획도 문제점이다. 지스타 2008의 경우 조직위의 업무를 인수받은 게임산업진흥원과 경기디지털콘텐츠 진흥원이 주관한다. 주최 측은 주 전시장인 KINTEX를 벗어나 일산 호수공원, 라페스타 등에서 게임패션쇼, 도심RPG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11월의 추운 날씨와 불편한 교통편 등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KINTEX에서 개별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한다는 계획만 발표한 상태다. 더군다나 도심RPG나 게임패션쇼 같은 아이템은 대구에서 매년 진행해오던 ‘e-fun’의 아이템. ‘거저먹기’란 지적과 함께 창의적 운영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

참가업체의 노력에 대한 지적도 매년 이어진다. 부스걸을 지나치게 앞세운 참가업체들의 전시방법은 ‘지스타는 걸스타’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볼거리를 게임이 아닌 여성에 집중해 게임쇼로서의 순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매년 있어왔다.

게다가 휴식공간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전시공간의 배치는 관람객을 위한 배려와 거리가 멀다.지스타 행사장에서 플래쉬 세례를 받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부스걸이며, 관람객은 그저 통제의 대상이란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나마 2007년에는 해외 게임쇼를 수 차례 경험한 엔씨소프트 등 대형게임사를 중심으로 관객위주의 부스배치를 하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조직위의 해체, 잦은 업무이관과 통폐합은 또 다른 걸림돌

2005년부터 행사를 3회째 치뤄 오던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올 초 게임산업진흥원으로 업무를 이관한 것은 지스타 2008의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 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게임산업진흥원이 다른 기관(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과 함께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운영 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통폐합이 지스타의 모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금으로선 단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장의 필요에 따른 통폐합이 아닌 ‘1부 1원’이라는 원칙에 따라 통합된 기관들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직위의 해체-진흥원의 통합을 거치며 그나마 쌓아왔던 3년간의 노하우가 실종될 가능성도 있다.

▲ 2007지스타를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관의 지스타에 대한 관심은 대개 `단발성 보여주기`에 그친다

새로운 정부의 등장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 면도 있다. 네오위즈, CJ인터넷 등 작년 행사에 나오지 않았던 업체들이 올해 다시 참가한다. 게임산업진흥원은 최근 보도 자료를 내고 ‘지스타 2008’에 메이저 업체들이 대거 출전한다고 홍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메이저 업계의 대거참여를 ‘눈치보기’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직 새 정부에 대한 파악이 덜 된 정권초기인 만큼 관이 주도하는 행사에 불참해서 ‘찍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 메이저 업체들의 공통된 입장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참여가 아닌 만큼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메이저 업체의 참여도는 예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지스타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게임쇼’로 자리잡기에는 아직 난제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노력이 과연 있냐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의지만 있고 분명한 해답을 찾지못한 상황이다. 현 정부는 `콘텐츠 산업이 중요하다`는 큰 담론만 반복할 뿐 아직까지 게임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성장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출범 초기부터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새 정부로서는 출범 4회째를 맞는 지스타가 먹기도 어렵도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계륵` 같은 존재로 비춰질만하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지스타 참가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스타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연 관람 인원이 줄지 않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관람객 인프라만은 아직 탄탄한 셈.”이라며 지스타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지스타가 가진)대부분의 문제들이 노하우와 관 주도의 노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글로벌 업체의 경우도 정부차원에서 유치를 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글로벌 게임쇼로 위상을 굳히기에는 힘들겠지만 참가업체나 바이어들에게 실리적인 면을 강조한 알짜 게임쇼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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