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AM 블랙아웃의 심리 공포게임 신작, JIAOHUN(쟈오훈) 첫 영상 살펴보니
폭스토리 2026.10.12 08:13:50 | 조회 46

집집마다 걸린 달력은 1999년 마지막 날짜에 멈춰 있다. 거리에는 '새천년을 맞이하자'는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 있다. 새로운 세기는 끝내 오지 않았고, 마을은 밀레니엄 전야에 시간이 멈췄다. 상하이 개발사 12AM 블랙아웃의 1인칭 심리 공포 신작 'JIAOHUN(이하 쟈오훈)'이 그리는 중국 소도시 백수현 선녀마을의 모습이다. 플레이어는 이 마을로 돌아와 마지막 밤의 진실을 추적한다.


'쟈오훈'은 지난 10월 9일 새벽 1시에 열린 인디 게임 쇼케이스 '더 트리플-아이 이니셔티브'에서 40개 타이틀 가운데 첫 순서로 공개됐다. 언리얼 엔진 5로 만들면서도 4:3과 2.39:1 화면비 전환, 필름과 VHS 질감을 연출에 끌어들였고 전투 대신 탐색과 퍼즐에 무게를 실었다. 성냥불로 시작해 가슴을 갈라 열라는 대사로 끝나는 첫 공개 영상은 고어한 장면 없이도 끝까지 불안을 놓지 않는다. 2027년 PC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 5 출시를 예고했다.


지도에 없는 마을, 1999년 마지막 날에 멈추다


백수현 선녀마을은 지도에서 찾기도 힘든 작은 마을이다. 시대의 흐름에서 밀려난 채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던 이곳은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마지막 변화를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서 마을은 밀레니엄 전야의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플레이어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시간이 멈춘 거리와 집을 돌아다니며 그날 밤 벌어진 일을 되짚는다. 플레이어가 누구인지, 어떤 사연으로 돌아왔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개발사가 이 마을을 세운 재료는 1990년대 후반 중국 소도시의 생활상과 시대의 기억이다. 건물과 거리뿐 아니라 생활 공간 구석구석의 세부 요소까지 당시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 힘을 쏟았다. 초자연적인 공포를 앞세우기보다 익숙했던 공간과 기억이 낯설게 변해가는 과정에서 오는 불안을 표현하겠다는 것이 목표였을 것.


비 내리는 골목과 국화 핀 얼굴, 영상이 남긴 장면들


첫 공개 영상에서 그 설명이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있다. 등장하는 공간은 하나같이 평범하다. 낡은 아파트, 오래된 나무문, 비 내리는 좁은 골목처럼 누구나 지나쳐 봤을 장소들이다. 공포는 이 익숙한 풍경과 소리가 조금씩 어긋나는 데서 비롯된다. 


고어하거나 유난히 기괴한 장면은 없는데도 영상 내내 심리를 건드리는 묘한 불안이 이어진다. 영상의 가장 큰 특징을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또한, 크리처는 다양한 형태로 번갈아 나타난다. 탐색 중심 호러인데도 지루할 틈이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얼굴에 국화가 핀 크리처다. 국화는 동아시아에서 조문과 애도에 쓰는 꽃이다. 제목의 뜻과 포개 보면 이 연출이 숨겨진 이야기와 이어져 있으리라. 참고로 영상의 시작은 성냥불이다. 작은 불꽃으로 어둠을 밝히며 천천히 나아가는 장면은 어릴 적 보던 레트로 공포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밀레니엄 직전에 멈춘 마을의 풍경도 1990년대 초반 중국 영화의 한 장면을 옮겨온 듯해 시대 재현의 밀도가 그대로 전해진다. 이런 레트로 감각의 바탕에는 연출 기법이 있다. 언리얼 엔진 5로 만들면서도 4:3과 2.39:1 화면비를 오가고, 필름과 VHS 테이프를 연상시키는 화면 효과를 더했다.


전투 대신 탐색, 집념이라는 이름의 공포


플레이 방식은 흔한 전투형 호러와 거리를 둔다. 환경 탐색과 퍼즐, 워킹 시뮬레이션 요소가 뼈대다. 그 위에 얹힌 주제가 집념이다.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밀려온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이 품는 욕망과 집착, 그것이 한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심리 공포로 풀어낸다. 


제목도 주제와 맞물린다. 영상 첫머리에서 영문 제목 JIAOHUN 뒤로 한자 叫魂이 겹쳐 보인다. 부를 규에 넋 혼, 혼을 부른다는 뜻이다. 중국 민간에서는 크게 놀라 혼이 빠져나갔다고 여기는 아이의 이름을 불러 혼을 되돌리는 초혼 풍습을 이렇게 부른다. 


떠난 혼을 놓지 못하는 집념이라는 주제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영상 끝에 나오는 "어서 내 가슴을 갈라 열어"라는 대사까지 더하면 마지막 밤의 진실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렴풋한 윤곽이 잡힌다. 물론 답은 2027년에나 알 수 있다.


데드셀 개발사의 쇼케이스, 첫 순서가 말해주는 것


쟈오훈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자리도 짚어둘 만하다. 더 트리플-아이 이니셔티브는 데드셀 개발사 이벌 엠파이어가 주최하는 인디 게임 쇼케이스다. 진행자도 광고도 없이 45분 내내 트레일러만 이어 붙이는 방식이 특징이다. 해마다 4월에 열리던 행사가 10월에 한 번 더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이날 40개 타이틀의 소식과 8개의 월드 프리미어가 공개됐다. 


'마시나리움 2', '탈로스 원리 3', '디 이스케이피스트 3' 같은 속편이 이름을 올렸고, 누적 판매 1,000만 장을 넘긴 국내 작품 '데이브 더 다이버'는 마지막 DLC 소식을 전했다. 그 많은 작품 가운데 맨 앞자리를 차지한 것이 '쟈오훈'이다. 쇼케이스의 오프닝은 행사 전체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자리다. 이름난 속편을 뒤로 돌리고 신생 개발사의 신작을 첫 순서에 세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최 측이 이 작품에 거는 기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쟈오훈'은 가을밤에 잘 맞는 공포다. 점프스케어로 깜짝 놀라게 하는 대신 서서히 조여오는 불안과 비 내리는 골목, 성냥불 같은 정서적 연출을 앞세운다. 밤이 길어지는 계절에 불을 끄고 천천히 빠져들기 좋은 종류다. 1999년 밀레니엄을 앞둔 기대와 불안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기억이라 중국 소도시가 무대라는 점이 거리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출시는 2027년 PC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 5로 예정됐고 스팀 페이지는 이미 열려 위시리스트 등록을 받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 쟁쟁한 신작 사이에서 첫 순서를 받은 존재감 ▲ 세기말 중국 소도시라는 독자적인 시공간 ▲ 화면비와 필름 질감을 연출로 끌어들인 감각, 세 가지다. 1999년 마지막 날에 멈춘 마을에서 누군가 불러낸 혼이 어떤 진실을 품고 있을지, 2027년까지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

0 0
폭스토리
89%

포션 2,803

가입일로부터 : 3335일

신고 목록 글쓰기
총 2271개의 게시물이 있습니다. 글쓰기
번호 제목 작성자 추천 조회 등록
글쓰기
게임잡지
2005년 3월호
2005년 2월호
2004년 12월호
2004년 11월호
2004년 10월호
게임일정
2026년
10월
일 월 화 수 목 금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