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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두 축, 개발팀은 '수단', 사업팀은 '목적'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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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로 게임즈 최영근 PD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옛말이 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자는 공동목표가 있지만 서로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보면 목적은 없어지고 싸움만 남는다. 게임회사에도 이러한 '부부' 관계 같은 팀이 있다. 개발팀과 사업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 둘의 목표는 '게임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함께 일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가 있다. 태생부터 다른 개발팀과 사업팀, 두 팀은 어떻게 '단란하게' 함께 일할 수 있을까?

'에브리타운' 라이브 서비스를 3년 간 이어오고 있는 플레로 게임즈 최영근 PD는 NDC 16 현장에서 개발팀과 사업팀의 협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26일 열린 '화성에서 온 개발팀, 금성에서 온 사업팀'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최영근 PD가 강조한 점은 '개발팀과 사업팀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최 PD는 "일반적인 케이스로 이야기하면 개발팀은 자존심이 강하고, 과정을 중시하며 감정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대로 사업팀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을 낮출 수 있으며, 이성적이며 적극적 기제를 드러낸다"라고 말했다.

'게임'을 인지하는 방식도 다르다. 개발팀은 '게임'을 본인이 낳은 자식으로 생각하며 논리적으로 비판해도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자존심 상해 한다. 반대로 사업팀은 '게임'을 제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논리적인 방식으로 지적하고 싶고, 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싶어한다. 최 PD는 "이러한 차이는 정상이다.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 같은 회사에서 같은 게임을 맡고 있어도 개발팀과 사업팀은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모바일게임 시대로 넘어오며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개발팀과 사업팀의 협업이 무엇보다 더 중요해졌다. 최 PD는 그 이유를 '빅데이터'에서 보았다. 그는 "지금 모바일게임의 경우 수십 가지 SDK가 들어가는데 이렇게 많은 종류를 넣는 이유는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다양한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서다. 수십 종에 달하는 여러 데이터를 개발팀이 모두 수집하고, 분석해 제작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 분석은 사업팀이 맡아 개발팀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사업팀'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옳은 방식일까? 최 PD는 "사업적 분석과 제안이 훌륭해도 게임의 기반이 되는 재미와 게임성이 보장이 안 된다면 성공할 수 없다. 즉, 개발팀 혹은 사업팀이 독자적으로 라이브 서비스를 이끌어가기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 이 수많은 데이터, 개발팀이 홀로 분석하기란 매우 힘들다




▲ 그러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근본은 '재미'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

앙숙이 아니라 파트너, 차이를 이해하고 협업해야

그렇다면 개발팀과 사업팀이 힘을 합칠 수 있는 효율적인 대화 방식은 무엇일까? 최 PD는 "사업팀은 '목적'을, 개발팀은 '수단'을 중시한다. 따라서 서로가 원하는 부분을 들어줄 수 있음을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불가능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 개발팀은 '수단', 사업팀은 '목적'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최근 업데이트에서 현금 결제 유도가 심하다는 유저 불만이 많아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골드 지급 이벤트'를 한다고 치자. 이 경우 사업팀의 목적은 '무료 재화를 모든 유저에게 동시에 제공해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팀이 주목하는 부분은 서버 한계로 '모든 유저에게 동시간에 골드를 증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영근 PD는 "여기서 '유저 불만 낮추기'라는 목표와 '서버 부하 우려'라는 수단에 주목하지 않고 서로 안 되는 부분만 강조하면 싸우기 마련이다. 가령 사업팀이 '전 서버 동시에 모든 유저에게 레벨에 비례해 골드를 줘라'고 한다면 개발팀은 '서버 부하는 어떻게 하고 저걸 동시에 줘?'라고 반박한다. 이 경우 사업팀은 '5분 만 차이 나도 항의가 빗발친다'를, 개발팀은 '서버 부하 때문에 불가능하다'만 강조하게 된다. 이 경우 일은 해결되지 않고 싸움만 지속된다"라고 밝혔다.


▲ 상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이런 식의 대화는 곤란하다

그러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개발팀은 사업이 원하는 목적을 먼저 말하고, 수단이 문제라면 이 목적에 부합하는 방법을 제시하면 된다. 반대로 사업은 '목적'을 이해시킨 뒤 개발팀이 더 좋은 수단이 있는지 아이디어를 묻는 것이 좋다. 

최 PD는 "사업팀이 먼저 배려했다면 '그 기능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도 시간이 차이 나면 유저 불만이 많다'라고 말하면 개발팀에서는 '그렇다면 퀘스트를 이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라는 피드백이 온다. 반대로 개발팀에서 먼저 '그 기능은 어렵지만 부정적인 피드백 없이 골드를 제공하도록 퀘스트 쪽으로 풀어보겠다'고 하면 사업팀은 불만 잠재우기라는 목표가 충족됐기에 개발팀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사업팀이 먼저 마음을 연다면 '다른 수단'에 대한 여지를
개발팀이 배려한다면 '목적'을 이룰 다른 수단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상대가 원하는 부분에 맞춰 '먼저' 말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영근 PD는 "우리의 경우 내가 좀 강성인데, 사업 PM이 부드러운 편이다. 그래서 지표가 떨어지거나 하면 '이 목적을 달성해야 되는데 무엇을 할 수 있냐'나 '우리가 어떤 것을 해주면 좋겠느냐'라고 자주 물어보는 편이다. 상대편이 이렇게 다가오니 나 역시 스스로 '지표가 낮으니 업데이트 필요하지 않냐' 등을 제안하며 돈독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발팀과 사업팀은 '부부'와 같다고 말했다. 최영근 PD는 "빅데이터 시대에는 개발팀과 사업팀이 협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서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엄연히 다르며 서로 의존하지 않으면 빛을 낼 수 없다"라며 "여기에 개발과 사업은 이질적인 부서라 효율적인 '대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일이다. 마치 부부처럼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분명 성과를 낼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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