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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게임시장 결산 - PC 패키지게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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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게임시장 조사 - PC 패키지게임 편

[2003년 게임시장 결산 - 온라인게임편 "2년연속 2배성장 장르 다변화 시도중"]

[2003년 게임시장 결산 - 비디오게임 편 "출범 2년, 내실을 다진 한 해"]

“PC게임 유통시장은 폐암 말기다”

모 게임 유통업체 CEO의 이 말은 2003년 PC 패키지게임 시장을 단적으로 정리해주는 말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장이자 IT 산업의 꽃으로, 활기찬 전자상가의 상징으로 또 전체 게임계를 힘차게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던 PC 패키지게임 시장은 이제 말기 암환자처럼 ‘백약이 무효’라는 말을 들으며 매일매일 몰핀에 의존하면서 재기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큰 꿈을 가지고 PC 패키지게임을 유통하던 업체들은 대부분 돈이 된다는 온라인게임으로 옮겨갔거나 비디오게임을 유통하며서 경기가 나아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중이며 아예 게임시장에서 대박의 꿈을 접고 철수한 업체의 수도 부지기수다.

▶ 2003년 게임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워크래프트3: 프로즌 쓰론. 하지만 몰락해가는 패키지시장을 구원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PC게임 유통사는 팝폴더와 네오폴더’ 라는 우스개 소리가 빈말이 아닐 정도로 패키지게임을 구입하는 사용자들의 수십배가 넘는 사람들이 게임 하나당 약 200원의 돈을 내고 패키지게임을 아무 제약이나 죄의식 없이 다운로드받고 있다. 패키지게임 시장은 점점 죽어가는데 비해 공 CD 시장은 매년 2배 규모로 커지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게임메카에서는 2003년 우리나라 게임시장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시장상황을 전망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PC와 비디오, 온라인게임 등 각 분야별 게임사들의 2003년의 게임시장 실적은 어떠했는지,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좋은 자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 모든 자료는 각 업체 담당자들과의 직접 인터뷰와 전화 인터뷰, E-메일을 통한 서면 답변을 통해 조사되었으며 일부 업체는 코스닥 공정공시 규정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는데 난색을 표시해와 부득이하게 게임출시 편수와 매출액을 근거로 추산하였음을 밝힌다.  

* 설문조사 업체의 매출액은 2003년 1월 1일부터 2003년 12월 31일까지 발생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았고 회계시기가 다른 극소수의 외국계 직배 유통사는 부득이하게 동일 회기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시장규모 687억, 실제로는 400~500억원선,  비디오게임 보다도 못해

패키지시장의 흥망을 밝혀주는 업체의 지표중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업체의 매출액이다. 하지만 IMF 때보다도 더 경제가 엉망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03년 PC 패키지게임 업체들의 매출은 사상 최악이다. 출시와 동시에 일정량의 판매량을 보증해 주었던 피파나 삼국지 등의 패키지게임들도 예외없이 수난을 면치 못했고 시장을 주도해갈만한 이렇다 할 빅히트작도 나오지 않았다. TV를 비롯한 각종 게임매체에서는 막강한 펀드를 제공받은 온라인게임과 대충 찍어도 그림이 좋은 비디오게임만을 중점적으로 다루었고 PC게임은 편수와 질적으로 온라인게임과 비디오게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또 2년전 삼성전자, 이소프넷 등의 굵직한 업체들이 PC패키지게임 사업을 철수한 이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타이틀을 출시했던 써니YNK와 소프트맥스, 손노리 등도 모두 PC게임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과 다름이 없어, 시장을 방어해주던 중견급 유통사의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런 유통사들은 모두 투자를 받고 온라인게임에 올인함에 따라 온라인게임의 비정상적인 비대현상과는 반대로 PC게임시장은 날이 갈수록 위축됐다. 그렇다면 실제로 표를 보면서 작년 PC패키지게임 시장의 매출이 2002년과 비교해서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자.

 2003년 업체별 PC 패키지게임 매출 현황

 * 이 매출 수치는 업계에서 밝힌 매출액에서 PC 패키지게임의 매출만을 따로 집계한 것이다. 업체에 따라서는 PC게임의 매출액만을 따로 산정집계하는 곳도 있었지만 많은 업체가 PC게임과 비디오매출을 통틀어 발표하고 구체적인 PC 패키지게임의 매출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업체들은 부득이하게 회사 매출액에서 PC 패키지게임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추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몇몇 비상장 업체는 패키지 타이틀 출시 편수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판매수량에 비해 턱없이 높은 매출액을 발표해 진위여부가 의심스러웠지만 업체의 발표를 존중해 가감없이 싣기로 했다.

업체

2002년 매출액

2003년 매출액

손오공

38

210

한빛소프트

430

170

EA코리아

180

120

위자드소프트

56

52

한국마이크로소프트

76

50

코에이코리아

10

20

메가엔터프라이즈

25

20

지앤씨인터렉티브

17

15

웨이코스

없음

11

한국후지쯔

20

9

THQ코리아

없음

5

조이온

45

3

동서게임채널

자료없음

1.5

엠드림

8

1.5

아타리코리아

80

공개거부

총계

1039

688.5

* 단위 억원, 2003년 매출액순 

위의 표에서 보듯이 대부분 업체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매출액 자체로만 보자면 비디오게임 시장보다도 못한 수치다. 수치상 매출액은 700억원에 가깝지만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중복매출 집계를 생각하면 실제 업체의 총 매출액은 450억~500억에 불과하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복 집계란  A사의 게임을 B사가 넘겨 받아 다시 유통하는 방식으로 유통과정에서 중복되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이런 거품을 제외하면 실제적인 시장 규모는 업체에서 발표한 700억 보다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본다면 실제의 시장 규모는 일반적으로 게임업계가 생각하고 있는 규모의 1/2 수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장규모에 대한 정확한 매출액 산정에 의문이 있더라도 지금의 시장상황은 2001년이나 2002년과 비교해서 더 축소된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등의 게임매장에 가봐도 PC 패키지 게임을 판매하는 매장의 수가 예전에 비해 1/2 이하로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유통사들에게 잔인했던 한해

이번 시장 조사 결과 한국시장 진입과 동시에 다양한 타이틀을 출시함으로서 종합 퍼블리셔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EA코리아의 매출액 급감의 충격은 메가톤급이다.

 EA의 딜레마중 하나는 EA게임즈와  EA스포츠의 스포츠 프랜차이즈 게임이 연례행사로 나온다는 것이다. 피파를 비롯한 대부분의 스포츠게임이 1년을 주기로 출시되기 때문에 빠른 로스터 업데이트를 원하는 스포츠팬들에게는 좋지만 ‘어차피 1년 있으면 새버전 나오는데... 2003버전은 다운 받아서 하지 뭐’ 라는 정서의 대표적인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소장의 가치가 1년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파일공유 서버에서 항상 인기 1위를 달린다는 반갑지 않는 1등도 EA의 몫이다.  

 

 

 ▶ C&C: 제너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RTS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 피파의 예상외 부진은 EA 매출액 감소에 큰 영향을 주었다

 국내 PC패키지게임 구입자들이 ‘소장가치’를 따져가며 게임을 구입하는 것으로 볼 때 EA스포츠의 1년 주기 출시는 EA코리아에게는 꿀이자 독일 수밖에 없어 이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급한 명제가 되고 있다. 특히 2003년은 EA 1년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책임져주었던 피파의 인기가 예년만 못했다.

2003년 EA코리아의 패키지 사업은

2003년은 EA코리아에게는 수난의 한 해였다. 탄탄한 PC게임의 토대위에 PS2와 Xbox의 매출까지 합쳐서 국내시장에서의 No. 1의 입지를 더욱 굳힐 것으로 예상 했었으나 결국 출시하는 대표적인 타이틀들이 시장에서 예상외의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바람에 스타일을 구기고 말았다.

2003년 2월 11일 C&C 시리즈의 최신작인 C&C: 제너럴이 출시되었다. 전통적으로 층이 두터운 C&C 매니아와 함께 그간의 독자적인 풀다운 인터페이스를 버리고 스타를 따라한다는 비난까지 받으면서 도입했던 단축키 인터페이스, 이라크에서 전운이 감도는 세계 분위기에 편승해 엄청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외로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한국시장에서 C&C 불패신화도 함께 깨지고 말았다. C&C의 예상외 부진은 고사양과 멀티플레이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시장에서 RTS의 인기 자체가 몰락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드는 심즈 시리즈 또한 한국에서는 그냥저냥 확장팩 남발하는 게임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고 NHL, NFL, NBA 등 구미시장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N 트리오’ 도 한국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외에도 프리덤 파이터 등  외국에서 수입한 패키지에 한글 메뉴얼도 스티커만 붙여서 극소량으로만 파는 게임의 수도 점점 늘어났다. 다만 MVP 베이스볼 2003은 향상된 게임플레이로 하이히트에 빼앗겼던 전통야구 팬들을 다시 불러모아 후속작에 대한 큰 기대를 하게 했다.

EA 부진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2002년 효자종목이었던 피파와 해리포터다. 피파는 TV광고와 함께 EASO(EA 스포츠온라인)를 내세우고 타임쿠폰제까지 도입하면서 불법사용자들을 정품사용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피파 불패의 신화도 깨지고 말았다. 할인매장과 백화점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안사주고는 못 배겼던 해리포터도 1편(30만장 판매)에 비해 흥미가 크게 떨어져 어정쩡한 타이틀이 되고 말았다.

EA코리아는 지금까지 PC게임 위주였던 게임 타이틀 출시를 2004년부터는 콘솔게임 위주로 재편하고 PC게임의 비중을 점차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콘솔의 보급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 시장에서 이 같은 전략이 먹혀들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국내 패키지게임 시장의 중흥기를 열었던 한빛소프트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 스타와 디아의 300만장 신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워크래프트 3가 국내에서 70만장이나 판 2002년에 비해서 2003년은 이렇다 할 킬러 타이틀 없이 스타와 디아, 등의 타이틀을 계속 우려먹는 상황만 이어갔다. 2003년 한빛소프트가 출시한 PC게임 타이틀은 아이도스의 코만도스 3와 툼레이더 : AOD 등 딱 2개뿐이다. 한빛소프트의 2001년 매출은 827억, 2002년 매출은 430억, 2003년 매출은 170억이다. 불과 2년 만에 매출이 1/5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170억이라는 수치도 코만도스 3와 툼레이더 등 새 작품으로 새로운 판로를 뚫은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비벤디의 4대 타이틀(스타, 디아, 워3, 카스)의 판매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다는 것이 한빛의 딜레마다.

 

 

 ▶ 출시작의 절대부족이 매출액 하락으로 이어졌다

 ▶ 6년전 게임이 아직도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

 

한빛소프트의 2003년 패키지 사업은

국내 패키지게임의 중흥기를 연 한빛소프트가 2002년까지 전체 패키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적게는 50%, 많게는 60%에 육박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2002년을 기점으로 한빛의 막강했던 시장 점유율은 40% 이하로 떨어지면서 지난해에는 30%를 약간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기사인 ‘2003년 온라인게임시장 결산’ 기사에도 나오겠지만 PC게임에서의 손실을 온라인에서 메꾸자는 한빛의 온라인 올인 전략은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만큼 PC 패키지시장에서의 손실이 컸다는 이야기도 된다.

코만도스 3와 툼레이더의 판매량이 합쳐서 15,000여장. 결국 패키지시장에서는 비벤디의 빅 4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한빛소프트는 비벤디와 아이도스 이외에도 다른 퍼블리셔의 게임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최근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럽 패키지게임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그라나도 에스파다, 팡야, 네오스팀, 탄트라 2, 화랑 등 굵직굵직한 온라인게임을 무더기로 발표한 한빛소프트에게 패키지게임은 수익률 악화를 가져오는 계륵같은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한빛이 지금까지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밑거름이 된 사업분야인 만큼 앞으로도 상당 시간 사업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한 ‘보스’ 등의 성적이 좋지 않아 온라인에 올인하는 회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PC 패키지 매출액 1위로 올라선 손오공

스타크래프트가 출시한지 햇수로 7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판매 순위에서 10위안에 드는 것은 케이블 방송사마다 돈 적게 들고 일정 시청률을 보장하는 스타리그 중계에 힘입은 바 크다. 현재 한빛소프트의 입장에서는 스타리그의 존재가 어정쩡하다.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자니 스타의 판매가 예전만 못하고 발을 끊자니 그나마 한달에 1만장씩 꾸준히 나가주는 타이틀이 완전히 죽는다. 이제 어떻게 솜씨 좋게 스타를 사장시키느냐가 한빛의 고민중 하나다.

 작년 한국패키지시장을 논할 때 빠트릴 수 없는 회사가 바로 손오공이다. 완구와 캐릭터사업으로 일가를 이룬 손오공이 탑블레이드로 아동용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때만해도 ‘원소스 멀티유즈’ 의 성공사례쯤으로 여겨졌던 손오공은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판권을 한빛소프트로부터 강탈(?)해 오면서 일약 게임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원본과 확장팩의 유통사가 따로국밥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

▶ 탑블레이드 등 프랜차이즈 완구와 게임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지만 내년에도 매출액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하얀마음 백구 2, 탑블레이드, 사이버 전사 웹다이버 등 아동 프라임시간대(?)인 만화방영시간을 주름잡은 만화들을 프랜차이즈해 짭짤한 재미를 본 손오공은 일반의 예상을 뒤집고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판권을 따오면서 비벤디와 한빛을 이혼시키고 비벤디의 ‘롱 텀 파트너’로 간택 받는다. 어마어마한 액수로 개런티를 했을 것이라는 항간의 비난을 일축하며 PC게임 유통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손오공은 올 매출액 210억(손오공 발표)으로 EA코리아와 한빛소프트를 제치고 국내 PC게임 유통사 매출액 1위를 달성했다.

손오공의 2003년 패키지 사업은

 최근 손오공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아타리의 PC게임 다수를 발매한다는 소식은 IPO 상장을 노리는 쇼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말라죽어가던 PC게임계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정부분 손해를 볼 것을 감수하면서도 이렇게 PC게임을 과감하게 출시할 수 있는 것은 손오공이라는 회사의 수익구조가 일반 게임유통사하고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손오공은 완구로 돈을 벌어 PC게임에 투자하고 있는 회사다. 완구와 아동용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에 PC게임에서 몇개 타이틀이 실패했다고 해서 당장 회사문을 닫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PC게임 타이틀 장사가 꽃놀이패처럼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식도 아니다.

 손오공이 출시한 워크래프트: 프로즌 쓰론의 공식적인 판매량은 약 30만장. 단순히 출시가격 X 30만장 이라고 계산하면 약 110억 이라는 매출액이 나온다. 하지만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판매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얼마전에 열렸던 블리자드 인비테이셔널의 약발도 하릴없는 것으로 드러나 올해는 프로즌 쓰론에 의지했던 매출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빛과 비벤디, 손오공 3자간의 줄다리기가 끝나지 않아 워크래프트 3 합본팩의 향방도 아리송한 현재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미 출시한 홈월드 2와 비벤디의 빅타이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먹힐지는 여전히 미지수.

 손오공은 2004년에도 완구와 연계된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TV에 방영된 만화가 인기를 얻으면 프랜차이즈를 맺고 완구로 개발하고 다시 그 완구를 자동적으로 아동용게임으로 만드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아동용게임시장은 불법복사가 거의 없다는 점과 할인매장에서의 판매량이 높다보니 깔끔한 유통구조(?)가 장점이다. 올해 PC와 비디오게임을 합쳐서 약 250억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손오공은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와 아타리의 드라이버 등 비디오게임 매출을 크게 늘리겠다는 각오이다. 올해는 해외퍼블리셔들과 롱텀 파트너쉽을 맺기 보다는 우수 타이틀을 선별해 타이틀 별로 계약을 맺고 유통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패키지 출시편수는 매년 35%씩 감소

국내 시장에서 PC게임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책임져 주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스튜디오로 통합된 이후 출시한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 프리랜서, 헤일로 등의 타이틀의 판매가 기대이하였기 때문이다. 올해 약 50억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매출액중 상당부분을 예전에 출시한 AOE와 AOK의 판매에 기대고 있는 것도 약점이다. 다시 말하면 새로 출시한 게임들이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제작 초기부터 한글화를 염두에 두고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의 외면이 더 쓰라릴 수밖에 없다. 출시한 타이틀이 대부분 최고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일반유통부가 추진하는 Xbox 사업 또한 PC 패키지게임으로서는 달가울 수가 없다. 한정된 예산으로 Xbox와 PC 패키지게임 동시에 최고의 마케팅을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사에서 Xbox 사업에 대한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Xbox 사업에 전력투구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벌써 Xbox 사업의 수장이 2명이나 바뀌는 어수선한 가운데 올해에는 라이즈 오브 네이션 확장팩과 던전 시즈 2 등의 빅 타이틀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03년에 국내에 PC 패키지게임을 출시한 업체는 총 15개 업체로 동서게임채널, 메가엔터프라이즈, 손오공, 엠드림, 웨이코스, 위자드소프트, 아타리코리아, 조이온, 지앤씨인터렉티브, 코에이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후지쯔, 한빛소프트, EA코리아, THQ코리아 (가나다 순) 등이었다. 이외에 써니YNK 등의 유통사에서 아동용게임을 1~2편 출시했으나 규모가 영세해 조사대상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2002, 2003년 PC 패키지게임 출시편수 비교

업체

2002

2003

코에이코리아

2

3

지앤씨인터렉티브

13

9

조이온

13

3

아타리코리아

30

14

위자드소프트

7

9

엠드림

6

2

손오공

7

12

메가엔터프라이즈

6

7

한빛소프트

6

2

한국후지쯔

3

7

EA코리아

20

28

한국마이크로소프트

8

5

THQ코리아

0

2

합계

134

103

 * 2002년 출시편수 총합계가 맞지 않는 것은 써니YNK 등의 업체를 2003년 조사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표에서 보듯이 지난 2003년 우리나라 주요 유통사들이 출시한 패키지게임은 약 100여 타이틀이다. 2001년의 200 타이틀 이상, 2002년 134 타이틀이 출시된 것에 비하면 출시편수만 해도 해마다 약 35% 정도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기에 실제적인 구매력 하락과 매장 철수까지겹치면 거의 50% 이상 전년대비 시장이 위축되었다고 보여진다.

 또 EA코리아와 아타리코리아 등은 출시편수는 많았지만 상당부분의 타이틀이 수백장 이하로 수입해 들여와 판매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게임구매층은 그런 게임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같이 유통사들의 패키지게임 출시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물론 패키지게임을 출시해도 이윤이 거의 안남기 때문이다. 작년에 14편에서 올해 3편으로 급속하게 줄어든 조이온을 비롯한 대다수의 업체는 온라인사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패키지게임을 출시했다 하더라도 ‘시늉’에 가까운 것일뿐 이익을 노리고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국내 패키지 게임업체 총매출액 년간 변동상황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PC패키지게임시장은 2000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2001년에 최고치에 올랐다가 2002년부터 감소해서 2003년은 1999년과 비슷한 수치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국내의 PC 보급률이 가정당 1대가 넘어선 상황에서, 다시 말하면 하드웨어는 충분히 공급된 상황에서 어찌해서 소프트웨어는 팔리지 않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불황, 온라인게임, 비디오게임의 강세, 불법복제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IMF 때와 비슷한 경기불황으로 사치재에 가까운 게임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가 초고속 인터넷이 집집마다 들어가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NHN, 넷마블, 피망 등 쉽고 재미있는 웹보드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더 이상 PC 패키지게임으로 게임에 입문하는 사용자가 없다는 말이다. 또 MMORPG로 대변되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아이템거래 등으로 청소년층에게 짭짤한 용돈벌이가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PC게임을 할 시간에 온라인게임 레벨업과 아이템 사냥을 더 한다는 게이머가 늘어난 이유도 있다.

 PC게임자체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것이 큰 문제

이와 같이 3년째 하락하고 있는 PC게임의 인기가 실제로 떨어진 것일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 1~2년 전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릴 때에 실제 게임의 판매량은 2~3천장에 머물러도 그 게임의 패치를 받아가는 사용자들은 게임 판매량의 수십배에 달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구입은 하지 않지만 불법복제로라도 게임을 즐기는 층이 엄청났던 예년에 비해 불법복제 자체도 잘 하지 않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모 게임유통업체의 한 간부는 “라이트 유저는 온라인게임에 다 뺏기고 하드코어 유저는 비디오게임에 다 빼앗긴 꼴” 이라고 현재 PC게임이 처한 상황을 정리했다. 앞에서도 한번 언급이 있었지만 매체에서도 유저들의 관심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온라인게임과 비디오게임만을 비중있게 다루고 PC게임은 그냥 들러리로 시간을 때우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복제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나귀, WINMX, 프루나 등 무료파일공유 서비스뿐만 아니라 팝폴더 네오폴더 등 유료파일전송 서비스의 공유폴더에 가면 우리나라에 출시도 하지 않은 해외 최신작들이 말 그대로 ‘널려’ 있다. 특히 전송속도가 엄청난 유료파일전송 서비스의 경우 최근 3MB 당 1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과 함께 지속적으로 무료 패킷을 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어 게임을 하나 다운받는데는 100~200원 가량 밖에 들지 않는다.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CD-RW가 장착되어 나오는 요즘에는 굳이 용산이나 할인매장에 게임을 구입하러 가지 않아도 집에서 10분이면 게임을 다운받아서 CD로 구울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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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장의 침체가 해외퍼블리셔에게 낮은 로열티를 지급하고 좋은 게임을 가져오는 순기능의 역할도 한다. 2만장을 넘기며 선전하고 있는 콜 오브 듀티

▶ 불법복사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는 시장이 되었으나 불법복사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PC패키지 게임의 특성상 불법복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판매량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묘책은 없다. 개발사와 유통사들은 자정노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칼을 휘둘러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메가엔터프라이즈에서 출시한 콜 오브 듀티나 EA의 MVP 베이스볼은 시장에서 2~3만장이 팔리는 등 꾸준히 인기를 얻어가며 계속적으로 재주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이 아무리 안 좋아도 팔리는 타이틀은 있기 마련이다. 어려운 시장이기는 하지만 PC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을 높인다면 충분한 하드웨어가 마련되어 있는 PC패키지게임 시장에 다시 해뜰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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