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각종 날들이 많다. 광복절, 삼일절, 제헌절, 개천절 등의 국경일(국가적인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 온 국민이 기념하는 날)을 비롯해 신정, 설날, 식목일, 석가탄신일 등의 공휴일(공적으로 쉬기로 정해진 날), 비록 쉬지는 않지만 바다의 날, 발명의 날, 방재의 날 등 다양한 기념일(정부가 제정, 주관하는 특정일을 기념하는 날)이 존재한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역시 각종 날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12월 3일과 2월 4일의 기념일이다.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의 날과 뿌요의 날이다.
역시 게임강국이라고 할까? 일본에는 수많은 기념일 중에 게임과 관련되는 두 개의 기념일이 있는데, 12월 3일이 ‘플레이스테이션의 날’, ‘2월 4일’이 ‘뿌요의 날’이다. 이 두 날은 일본기념일 협회가 인정한 진짜 기념일로 SCE와 세가 본사의 빌딩 내에는 이를 인정하는 상장이 걸려있다.
어쨌거나 12월 3일은 후세의 게이머들이 게임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할 플레이스테이션이 발매된 날이다. 그리고 12월 3일은 필자의 게임사에서 또 하나의 기념일로 꼽히고 있다. 바로 「마작 스테이션 MAZIN-마신」이 발매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들어봤나?
「마작 스테이션 MAZIN-마신(이하 마신)-」은 플레이스테이션과
동시에 발매된 기념비적인(?) 동시발매 타이틀이다. 보통 동시발매 타이틀은 하드웨어의
초반 보급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작 타이틀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마신」 역시 그런 놀라운 타이틀 중 하나!? 에이~ 설마~. 만약
그랬다면 여기 이렇게 ‘괴작게임’ 코너에 등장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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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
제작사 |
장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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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차로 가자 Ⅳ. 발매기념 한정 세트 |
아트딩크 |
시뮬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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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오공 천축 |
EA빅터 |
보드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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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상 파로디우스다! 디럭스 팩 |
코나미· |
슈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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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지 레이서 |
남코 |
레이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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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A |
타임워너 인터랙티브 |
액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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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크랙커즈 |
SCE |
롤플레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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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친자 |
테크노소프트 |
액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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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차로 가자 Ⅳ. 에볼루션 |
아트딩크 |
시뮬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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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 스테이션 MAZIN-마신- |
선소프트 |
보드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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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게임들이 동시에 발매되었지만 그 중 필자가 구입한 타이틀은 바로 「마신」이었다 |
이상 9개의 타이틀은 플레이스테이션의 발매와 함께 동시에 출시된 타이틀, 즉 동시발매 타이틀이다. 남코의 릿지 레이서를 비롯해 코나미의 극상 파로디우스, A 열차로 가자 Ⅳ처럼 인지도가 높은 타이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타이틀도 보인다. 「마신」은 안타깝게도 사람들에게 그 존재의 의의를 어필하지 못한 타이틀 범주에 속한다.
PS용 게임의 레이블을 보면 SLPS로 시작하는 몇 자리의 숫자가 보일 것이다. PS용으로 몇 번째로 발매된 게임인가를 나타내는 일종의 시리얼 넘버인데, 「마신」은 동시발매 타이틀답게 놀랍게도 ‘SLPS00005’, 즉 5번째 넘버를 갖고 있다. SLPS00001부터 SLPS00009까지는 어차피 12월 3일 같은 날 발매라서 넘버의 구분은 별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구분을 위해 굳이 번호를 매긴 것이니 실질적으로는 영광스러운 첫 넘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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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정품이다… |
▲ SLPS00005라는 넘버가 보이는가? |
그…러…나…
일단
시작해보자고!
게임을 시작하면 충격적(?)인 오프닝이 흘러나온다.
나는 마작의 신, 마신
실력에 자신이 있는
마작꾼들이여
나와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주겠노라
자, 나를 즐겁게
해다오
이런 프롤로그와 함께 내레이션이 계속된다.
모든 것이 베일에 휩싸인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신(麻神)이 보내온 도전장을 받고
시간의 경계를 넘어 한 자리에 모인 선택된
마작꾼들
마신과 싸울 수 있는 도전권을 놓고
처절한 토너먼트 승부에서 살아남는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마신과의 승부 후에 남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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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타이틀 화면은 그럭저럭 통과할만한 수준이지만 |
▲ 곧이어 등장하는 동영상에서 초난감이었다 |
즉, 결론을 내보면 자칭 마신이라는 존재에게서 도전장이
왔고, 도전권자를 가리기 위해 토너먼트 전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참으로
간단명료하고도 심플한 스토리가 아닌가! 마신이 도전장을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
토너먼트에 어떤 사람들이 참가하는지 등의 필수불가결한 배경설정은 깡그리 무시한
채 핵심 팩터(factor)만 내세우고 있다.
이래서는 스토리 모드에 해당하는 캠페인 모드를 굳이 도입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자유롭게 선수랑 대전만 하는 모드를 만들지, 왜 굳이 엉성한 캠페인 모드를 만들었을까? 스토리 종반에 마신과 관련된 큰(?) 비밀이 밝혀지지만, 뭐 여기서 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고…. 어쨌거나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드는 생각은 ‘초난감’이었다.
폴리곤으로
완벽히 재현된 마작판
PS가 처음 등장했을 94년은 게임계에
폴리곤 열풍이 불고 있던 때였다. 수퍼패미컴의 부드러운 2D 그래픽과 차별을 주기
위해 당시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은 실감 넘치는 3D 폴리곤 그래픽을 무척이나 강조했는데,
「마신」 역시 게임 중에 표시되는 캐릭터와 마작패, 마작 탁자를 모두 폴리곤으로
표시했다며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시 유명한 마작게임 시리즈였던 「수퍼
리얼마작」의 2D 화면에 익숙해져있던 필자는 이 3D라는 시대의 흐름에 거부하지
못하고 솔깃해져 구입을 결심하고 말았다. 하지만 어찌 알았으랴! 그 날의 결심이
필자의 게임사에 12월 3일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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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게 어디 사실적인 3D 폴리곤이냐!!! |
솔직히 말해 제작사가 강조하던 3D 폴리곤 그래픽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면 필자는 결코 「마신」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군을 제대하고 오만가지 잡학에 관심을 두었던 필자는 마작의 룰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마신」은 본격적인 마작을 즐길 수 있다고 선전했고 게다가 ‘사실적인’ 3D 폴리곤이라고 강조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제대한지 얼마 안되서 용돈도 쪼들리는 판에 「마신」을 구입한 타격은 컸다. 그래도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그래픽만 구릴 거야”, “게임은 수퍼 리얼마작처럼 재밌겠지”, “그래도 기왕 산 거니까 조금만 참고 더 해보자”라는 주문을 걸고 게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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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뿐만 아니라 마작패, 마작 테이블 모두 3D 폴리곤이다 |
그…리…고…
망했다!
진짜 정통 마작게임
콘솔용으로
대표적인 마작게임 시리즈가 있다. 바로 「수퍼 리얼마작」 시리즈와 「아이돌 작사
스치파이」 시리즈가 그것이다. 미소녀 캐릭터들을 라이벌로 내세워 플레이어가 이기면
옷을 하나씩 벗는 소위 탈의마작이라 불리는 이 작품들은 간단한 게임룰과 함께 유저
편의적인 인터페이스, 약간은 쉬운 듯한 난이도, 예쁜 캐릭터들의 ♥♥♥한 모습까지
관람할 수 있어 많은 인기를 끌어왔다. 솔직히 말해 마작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마작의
재미를 맛보고 싶어서라기보다 캐릭터들의 ♥♥♥한 모습을 보기 위함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마신」을 구입할 때 애초부터 이런 점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단지 정통 마작게임을 원했던 필자는 3D라는 호기심에 이끌려 「마신」을 구입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 마작게임은 마작의 재미와 함께 뭔가 다른 보너스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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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
꼭 미소녀들의 ♥♥♥한 모습일 필요는 없다. 마작의 초보자들에게 좀 더 마작을 잘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는 테크닉이나 세계 마작대회의 실황 동영상, 마작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내용을 가르쳐주는 보너스 요소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나씩 등장했다면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고, 쉽게 질리지 않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신」에는 전혀 그런 부분이 없다. 단지 마작판이 계속 돌아가고, 테이블에 앉은 4명의 ‘꾼’은 계속 마작패만 돌린다.
특히 이 폐해는 캠페인 모드에서 더하다. 토너먼트 10위에서 시작하는 주인공은 상위의 랭커를 하나씩 꺾기 위해 포인트가 필요하고, 그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서는 계속 마작을 벌여 이겨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4명이 하는 게임이다보니 승률보다는 질 확률이 높아지고, 여간해서는 포인트를 모으기가 어려워 게임은 점점 지루해진다. 수백판의 마작판을 거쳐 코너먼트 1위에 올라야 이 지루한 과정이 끝나니, 어지간한 게이머라면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간에 머리를 식힐 다른 어떤 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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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페인 모드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건 없다. 더 지루하다는 것 말고는… |
▲ 이렇게 한 명씩 제쳐 최종적으로 토너먼트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
불편한
인터페이스
특수 커맨드 대응 버튼을 찾아라!
사실
마작게임은 복잡한 조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떤 패를 고르고 버릴 것인지에
필요한 방향키와 결정 버튼, 그리고 치, 론, 리치, 츠모, 캉, 폰 등의 특수 조작이
가능할 때 해당 커맨드를 불러내는 버튼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마신」은 특수
조작에 필요한 버튼을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의 많고 많은 버튼 중 방향키에 지정해두었다.
보통 롤플레잉이나 시뮬레이션 등 다른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서브 커맨드를 불러낼 때 △나 □, 혹은 스타트 버튼이나 셀렉트 버튼을 이용한다. 거의 암묵적인 협약처럼 지켜지고 있는 부분이라 다른 게임을 할 때도 비슷한 버튼을 눌러보면 필요한 커맨드 윈도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마신」은 특수 커맨드를 방향키에 지정해두어(그것도 상, 하 방향) 쉽게 익숙해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혹여 좌, 우 버튼을 누르게 되는 오작동이 일어날 경우 전혀 엉뚱한 패를 버리게 되는 등 심각한 결과를 발생시킨다.
이미 △와 □ 버튼 등 다른 버튼을 다 사용하고 있다면 몰라도 펑펑 놀고 있는 버튼에게 역할을 맡기면 될 것을 어째서 불편한 방향키에 대응시켰는지 필자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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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 커맨드에 대응되는 버튼을 몰라 승리의 기회를 놓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
▲ 어디서 본듯한 녀석들인데? |
세이브는 언제 하냐고!
캠페인
모드를 진행할 경우 게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메모리 카드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세이브를 임의로 할 수 없다는 것.
보통 캠페인 모드에서 한 번 판이 벌어지면 약 10게임 정도를 연속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 후 획득한 점수에 따라 포인트의 가감이 이루어지고, 그 포인트의 상황에 따라 토너먼트 전의 순위가 결정되는데, 포인트의 가감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게임을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게 큰 문제다. 게임을 중단하고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포인트의 가감이 이루어질 때까지 판을 계속 진행해야 하니, 중간에 게임을 중단하고 싶은 게이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늘에 빌며 볼일이 끝날 때까지 그냥 PS를 켜두는 수밖에 없다.
특이한
작품
특별히 언급할 부분은 아니지만 「마신」은 가격 역시
특이하다. PS용 게임의 가격이 5,800엔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PS2용 게임이 6,800엔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비해 「마신」은 특이하게도 6,000엔이라는 가격으로 발매된
것이다. 특출날 점도 없는 것 같은데 다른 게임보다 200엔이나 더 주고 「마신」을
구입한다? 단순히 끝없이 계속되는 순수 마작게임을 즐기기 위해?
비록 94년 당시에는 없었지만 그 후에 심플 시리즈(1,500엔이다)로 등장한 마작게임을 즐기는 것이 훨씬 좋았을 거라는 때늦은 후회 속에 이번 괴작게임의 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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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작게임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6,000엔은 너무 비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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