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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육성 최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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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장: 판 쓸 준비 됐나?

“쏴아아아아…”

문득 정신을 차린 사내는 창호지 문 너머로 들려오는 빗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의 주변에는 구겨지거나 찢어진 화선지들이 널려 있었다. 그 화선지 면면에는 검은 먹물이 휘저은 길들이 어지러이 춤을 추고 있었다. 범인들이 보기엔 명필이라 할 만한 솜씨이건만 이 사내에게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아!”

한 숨을 내쉰 사내는 문을 열고, 장맛비가 쏟아지는 정원을 내다봤다. 정원 구석의 대나무들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분재들은 작은 몸을 떨며 빗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옆 자그마한 연못에 쏟아지는 장맛비에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잉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내의 마음은 더욱 착잡해졌다.


▲ 이것이 비광의 숨겨진 이야기!!

사내는 거듭 한 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밖으로 나섰다. 한 여름의 장맛비가 그칠 줄 모르고 거세게 쏟아지는 가운데 사내는 대문 밖으로 나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늘어난 강물로 시냇물은 흙탕물로 바뀌었고 시냇가의 버드나무들은 제각각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가려던 사내는 한 버드나무 가지 아래에서 팔짝팔짝 뛰고 있는 청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청개구리는 버드나무의 가지를 잡을 속셈인 양, 가지를 향해 팔짝팔짝 뛰고 있었는데 사내가 보기에는 도무지 가능하지 않을 듯 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미물이구나.”

그렇게 청개구리를 비웃으며 바라보던 사내는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청개구리가 불가능하리라 보여지던 높이를 뛰어 버드나무 가지 위로 올라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며 사내는 자신이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한낱 미물인 청개구리도 노력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데 어찌 사람인 내가 좌절하여 포기를 한 단 말인가”

그리하여 사내는 더욱 정진했고 마침내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바로 그가 일본 3대 서예가라 불리우는 오노도후(小野道風)다. 그리고 이 일화가 담겨있는 그림이 바로 비광이다.

벌써부터 비광의 개구리는 황금색이니 두꺼비지, 어떻게 청개구리냐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다면 참아주길 바란다. 전해오는 이야기가 청개구리라고 하니 청개구리라 적은 것이고 두꺼비는 원래 점프를 잘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청개구리가 열심히 노력해 마침내 버드나무 가지에 올랐듯이 맞고 초보자인 여러분도 열심히 노력하면 맞고의 대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 마지막 시간입니다. 잘 들으세요!! 졸지마셈!! -_-+

자, 그럼 맞고 고수되기 마지막 회를 시작해보겠다. 맞고의 기본부터 실전까지, 나아가 상대방의 심리까지 파악했다면 이제 판을 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판 쓸 준비가 됐는가?

맞고 고수되기 마지막 회! 맞고오계(魔高五戒)

고수는 독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맞고에서 높은 점수는 패 점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각종 미션과 흔들기, 고를 통해 점수 불리기를 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보자.


▲ 피박, 광박, 흔들기까지 해도 6GO가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

30점인 플레이어가 3고를 했다면 두 배의 점수를 받는다. 다시 4고를 하면 4배가 되고 여기에 광박이면 8배며, 흔들기까지 추가됐다면 16배가 된다. 이것을 점수로 환산해 보면 기본점수 30점은 순식간에 480점으로 뻥튀기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뻥튀기 시킬 것이냐 하는 것이다. 흔들기, 광박, 피박, 멍따 등의 경우는 한 번에 적용가능한지에 대한 것이 결정된다. 다시 말하자면 한 번 광박이 날 패가 아니라면 그 판에서는 어떻게 해서도 광박이 나기 어렵단 말이다. 그러나 고의 경우는 다르다.

3고부터 2배씩 점수가 곱해지는 룰에서 고를 많이 하면 할수록 점수는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간다. 그러나 그만큼 독박(게임 중 고를 불렀다가 상대가 7점 이상이 돼버리는 경우)의 위험성도 높아져 간다. 특히 폐인맞고 같은 경우는 독박을 쓰면 오히려 상대방이 2배의 점수를 가져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맞고에서 고의 허와 실이다.

이론적으로 맞고에서는 9고까지 가능하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설마 맞고 특강을 하는 강사가 거짓말을 하겠는가?

<돌발퀴즈>
맞고에서 9고까지 가능한 이유를 덧글로 달아주시면 추첨을 통해 한분께 선물을 드립니다.


▲이 정도 점수는 나와야 그래도 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됐든 이 많은 고의 기회에서 끝까지 고를 하지 않으면 대박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보통 대박점수는 6고 이상부터 나오는데 이때부터는 기본점수의 16배를 더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만약 기본 점수가 50점이라면 총 플레이어가 가져갈 점수는 900점이 되는 것이다. 5고에서 멈추게 될 경우 가져갈 수 있는 점수가 450점임을 감안한다면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박을 위해서는 뚝심 있게 고를 부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며 이는 바로 독박을 두려워 스톱을 부르지 않음이니 이를 곧 화투무퇴(花鬪無退 : 화투에선 물러섬이 없다)라 한다.

당신은 톰크루즈가 되야 한다.

플레이어는 이제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등장하는 톰크루즈가 돼 맞고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미션을 성공시켜야 한다. 온라인 맞고게임에는 미션이란 것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적게는 2장부터 많게는 4장까지 주어진 패를 모두 먹어야 하는 미션이 있다. 이미 미션에 대해서는 지난 회에서 소개를 해 드린 바 있다. 미션을 성공하면 즉석해서 1,000원이라는 게임머니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맛있는 메인디시(대박점수)를 위한 애피타이저(보너스머니)일 뿐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점수를 뻥튀기해주는 미션은 성공 시 엄청난 대박을 몰아주게 된다. 가령 6고로 50점이 900점으로 뻥튀기 된 상태에서 다시 4배 짜리 미션을 성공시켰다면 점수는 무려 3,600점이나 된다. 3600점이다. 점 1,000원짜리 맞고라 해도 한판에 3,600만원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자! 여기서 ‘우와~’하고 탄성 한 번 질러주자.

“우~와!!”


▲대박의 길은 무조건 GO에 있다.

그러나 “미선오린 즉 패가망신”(美善誤燐 卽 敗家亡身 : 미션에 올인하면 패가망신한다.)이란 말이 있듯이, 미션과 점수가 나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과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미션을 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내용들을 참고해서 톰크루즈가 되도록 하자. 쭉빵 미녀 대신에 엄청난 머니들이 여러분께 덤벼들 것이다.

불가능한 일을 성공시켜 점수를 뻥튀기 시키니, 이를 곧 사군이충(事窘以? : 막힌 미션도 뚫어서 성공시킨다)이라 한다.


▲ 괜히 미션만 노리다간 나지도 못하는 수가 있다

바닥의 패를 보지 말고, 손에 들은 패를 보라!!

4고에 이어 이제 5고를 해야 할 상황이 됐다. 상대패를 보니 4점에 홍단이 두 장이고 바닥 패에 나머지 홍단 패가 깔려 있다. 자, 이럴 때는 어떡해야 할까?

생각할 것도 없다 바로 스톱을 부르면 된다. 울지마라! 고를 불러서는 절대 대박점수를 얻을 수 없다. 바닥에 무슨 패가 깔려 있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손에 그 패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뒤집어서 나오는 패는 어차피 복골 복이다. 플레이어는 상대방의 손에 그 패가 있느냐를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심리전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장에서 공부했다.

10초가 안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판의 판세변화를 떠올리고 분석하라. 상대방이 그 홍단 패를 들고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말이다. 가장 쉬운 진단방법은 상대가 홍단을 손에 든 패를 통해 먹었는가 아니면 뒤집은 패를 통해 가져갔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맞고는 한 손으로는 콧구멍을 파며 한 손가락으로 끄적거리는 한심한 게임이 절대 아니다.


▲상대의 패를 분석한다면, 4점의 상대라도 GO를 할 수 있다.

50장의 패속에서 벌어지는 무한한 우주의 탄생과 소멸의 연속인 셈이다(마지막 회라 애드립이 극에 달해 있다). 첫 번째로 말했던 화투무퇴 정신도 좋지만 상대방이 날 수 있는 패를 들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 때는 결연하게 스톱를 부르고 다음 기회를 노리도록 하자. 그러나 상대방의 손에 패가 없다고 확신될 때에는 뒤집어진 패로 독박을 당하더라도 당당하게 5고를 외치자. 상대방의 패를 읽음으로써 진퇴를 용단하는 모습을 보이니 이를 교우이신(攪宇易信 : 손안에 든 우주를 읽어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결정하다)이라 한다.

대박을 위해 인정은 버려라!!

자신의 마음가짐과 미션에 대한 마음가짐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으로 이야기 할 것은 바로 상대와 나의 마음가짐이다. 5고를 외쳐서 위풍당당해진 당신에게 상대방이 채팅창으로 말을 걸 것이다.

“님아, 한 번만 봐주셈!! ㅜ.ㅜ”

‘셈’체를 사용하며 눈물 이모티콘까지 뿌리는 상대의 연약한 모습. 상대가 여성일 경우라면 그대의 심장은 이미 한 밤의 모기향처럼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오빠, 저 잘 못하는데 봐주세욤. 흑.. ㅜ.ㅜ*”


▲구걸하는 자 앞에서, 어찌 잔인하게…….계속 GO!!를 하자!!

사내대장부는 목숨을 구걸하는 자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했고 사내의 주먹은 여인을 지키는 데만 쓴다 하였거늘 ‘내 어찌 이깟 맞고 한 판에서 상대의 저 구걸하는 모습에 잔인하게 고를 선택하랴’라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정말 ‘성인군자(聖人君子)’

……라고 할 줄 알았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맞고는 곧 전쟁터고 변화무쌍한 순간의 연속이다. 다음 판에 내 자신이 올인 될지도 모르고 몇 십 판을 지지부진하며 시간만 허비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가끔씩 저렇게 봐주면서 치면 꼭 나중에

“ㅋㅋㅋ, 봐달라니 진짜 봐주네. X신 즐!!”이라고 하면서 제비다리 고쳐줬더니만 박씨는커녕 똥만 싸고 가는 까치처럼 은혜를 모르고 까부는 버릇없는 유저가 있게 마련이다.

자신이 한 판에 대박을 취할 수 있는 확률만큼 내가 대박으로 많은 돈을 잃을 확률 또한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상대에게 많은 돈을 땄다고 해서 미안한 마음에 봐주거나 상대가 봐달란다고 봐주지 말자.


▲모든 것이 한 판, 한 판의 결과로 판이하게 달라진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대부분이 후회한다(가끔 잘돼서 커플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ㅠ_ㅠ 쳇~! ).

대박이란 목표를 위해 상대방에게 잔혹하다 할 정도로 인정을 버리고 목표에 전념하니 이를 곧 사친이효(邪親餌哮 : 먹이 앞에서 이를 드러내고 사악함과 친하다)라 한다.

바람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렇다! 물은 고이면 썩지만 흐르는 물은 마침내 거대한 바다를 이루게 된다. 바람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드높은 바다와 드넓은 황무지를 건너 끊임없이 분다. 맞고에 임하는 여러분의 자세도 항상 그래야 한다. 대박으로 판을 쓸기 위한 마지막 마음가짐은 바로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목표를 찾아 이동하는 도전자적 정신이다.


▲이런 적은 머니의 상대와 쳐서는 남겨 먹을 것이 없다

상대와 접전을 벌이다 몇 번의 대박이 나면 상대의 머니가 몇 백만 원 또는 몇 십만 원으로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 고유의 화투판 문화에는 “딴 자는 먼저 자리를 털지 아니하며 딴 자는 판을 접은 후에 반드시 개평을 놓는다’는 전통이 있다.

돈을 따고 있는 자가 먼저 그만치겠다고 말하지 않고 다 치고 난 뒤에 돈을 딴 자가 잃은 자를 위해서 개평(딴 돈의 일부를 다시 나눠주는 것)을 놓으니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이런 전통 때문인지 현재 온라인 맞고게임에는 대박판이 나고 나면 상대편이 올인 될 때까지 나가지 않는 것이 보편화 돼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도 올인 될 때까지 나가지 않으며 악착같은 모습을 보인다. 혹여 대박판을 쓸고 나가기라도 하면 바로 쪽지가 날라오기도 한다.


▲맞고 득도의 길은 끝이 없다!!~ 저 많은 등급을 보라

”삐~~~ 삐~~~하고 삐~할 ~야 삐~에 삐~~냐? 이런 삐~할 삐~야!! (욕설 필터링)”

하지만 끝까지 올인 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가? 그렇지 않다. 앞 주제에서 인정을 버리라고 했다. 올인 시켜도 고작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 남은 상대랑 쳐서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인가? 오히려 괜히 대박을 맞게 되면 손해만 커질 뿐이다. 상대방이 돈이 얼마 안 남았다면 단호하게 다른 방을 찾아 이동하도록 하자. 물론 다른 방으로 이동하면 선(先)이라는 이점을 잃게 되긴 하지만 선이란 한 판에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또 머니가 충분하다면 등급을 구매해 다음 계급으로 신분 상승을 꾀하도록 하자.

화투는 하나의 우주이며 바람이며 물이다. 여러분도 끊임없이 계급상승과 머니획득을 위해 대박판을 찾아 흐르도록 하자.

끊임없이 상대를 찾아 이동하며 선(先)에 연연하지 아니하고 많은 돈을 잃더라도 대박의 목표를 찾아 헤매이니 이를 살생유택(殺生流宅: 삶과 죽음을 이룰 장소가 끊임없이 흐른다)이라 한다.

맺음

자, 이것으로 한 달간 함께 했던 맞고 고수되기 강좌가 끝났다. 나름대로 재미있게 하고자 소설도 써보고 유머도 써보고 했는데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화투, 특히 맞고는 한 번에 많은 돈이 오고가는 재미가 있는 만큼 도박성도 강하다. 또 화투라는 게임 자체가 일본에서 들어와 일반에 인식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절제한다면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며 강좌에서도 밝혔지만 상대와 자신의 패 그리고 심리를 분석하는 전략, 전술적인 재미도 있다.

흔히 바둑이 하나의 우주로 비유되듯 맞고도 48개의 패와 2개의 보너스 패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우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재미를 찾고 ‘오노도후의 청개구리’처럼 열심히 즐긴다면 고수가 되고 또 많은 머니를 벌 수 있을 것이다.

대박이 나는 그날까지 열심히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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