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리바이어던 편에서 살짝 예고한 대로 이번에도 파이널판타지 게임을 통해 세간에 잘 알려진 마수, 베헤모스와 바하무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렇다고 갑자기 또 딱딱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재미없으니 지난 시간처럼 애드립을 한 번 넣고 시작하겠다.
베헤모스(Behemoth)
보아라! 저 베헤모스를, 황소처럼 풀을 뜯는 저 자태를,
내 너를 창조한 것처럼 그것도 역시 창조했느니라.
그 억센 허리와 강인함이 넘치는 뱃가죽,
송백이 꿈틀거리는 것과 같은 꼬리와 힘줄이 터질 것 같은 억센 다리를 보아라.
그 뼈는 청동의 관과도 같고 갈빗대는 철창살과도 같으니
그것은 하나님의 창조물 중에 으뜸이라.
[욥기 40:15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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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도 변함없이 구약성경의 한 구절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도록 하자. 마수 베헤모스는 바다의 마수 리바이어던(Leviathan)과 대비되는 대지의 마수로 흔히 알려져 있다(리바이어던에 대해서는 1화를 참조). 위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 베헤모스를 황소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허나 이는 단순히 문자를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며 해석에 따라서는 코끼리, 하마 등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따라서 그 모습을 황소로 특정 지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 구절을 통해 베헤모스가 육지에서 살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구약성서 위전 ‘제 4에스라서’에서는 원래 이 두 마리의 마수는 바다에서 태어났는데 그 엄청난 크기 때문에 이 두 마리를 모두 바다에 두기엔 바다가 비좁을 정도여서 천지창조 3일째 되는 날 비로소 마른 땅이 된 부분에 베헤모스를 살게 했다고 서술되고 있다. ◀모 판타지 게임에 나오는 흉폭한 마수, 베헤모스 |

▲전승에
따라서는 코끼리나 하마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베헤모스의 진화 그리고 최후까지
이 마수는 오리엔트 지역의 신화에서 탄생해 구약성경을 거쳐 그 형태가 정립됐고 당연하다는 듯이 중세에 들어서는 악마로 전락하게 된다(리바이어던 편 참조). 그 뒤로는 그 거대함과 흉포함, 그리고 대지를 상징하는 상징성과 맞물려 현실에서 뿐만 아니라 RPG, 시뮬레이션 등 장르를 막론하고 게임 속 강력한 병기의 이름으로도 쓰이게 됐으며 전차나 전함 나아가서는 인간형 병기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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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외산게임에 관계없이 베헤모스의 이름이 인용되곤 한다. 그림은 베헤모스의 이름이 붙은 창세기전 3의 마장기와 스타크래프트의 통칭 배틀크루저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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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 베헤모스는 리바이어던 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후심판의 날이 찾아오면 리바이어던을 죽이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허나 이와 함께 자신도 신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사체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식량으로 쓰일 비참한 운명도 함께 기다리고 있다.
어차피 필자나 이 글을 읽을 분들이 모두 그 때까지 산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혹시라도 최후의 심판과 함께 베헤모스나 리바이어던 같은 각종 마수들이 대지에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른다는 걸 상상해 보자.
지상에서 펼쳐질 괴수대혈전으로 몹시 흥분된다면 자기 전에 하늘에 대고 살아있는 동안 최후심판의 날이 찾아오길 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단, 최후심판 때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바하무트(Bahamut)
이번에는 바하무트 차례다. 이 마수는 파이널판타지(이하 FF) 시리즈의 거의 모든 작품에 출연해 그 인기로 따지면 단연코 선두를 다툴 마수다. 이 게임에선 앞에 언급한 베헤모스처럼 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리바이어던 등과 같이 소환수로서 주인공들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 준다.
이 마수의 유래는 이슬람권의 중심지,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지역에서 비롯된다. 이곳에서는 바하무트의 모습을 거대한 물고기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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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무트는 다른 여러 마수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데 이 녀석은 콧구멍 크기가 대지의 모든 바다를 합친 것과 같을 정도로 굉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아라비안 나이트’란 제목으로 유명한 아라비아 전승집 ‘천일야화’의 제 496째 밤 이야기에서는 이사(예수)가 바하무트를 보게 되는 기회를 얻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이사는 이 때 기절해 땅에 쓰러져 사흘 낫, 사흘 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 내용과 함께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바다에 사는 거대한 물고기…. 이 녀석은 용가리로 진화하니 어쩌면?! |
거대한 물고기 밑에 바다가 있고 바다 밑에는 대기의 틈새가, 대기의 아래로 불이 있고 불 아래에는 팔라크라는 뱀이 있는데 이 뱀의 입 속에 여섯 지옥이 있다.
이 물고기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속에서 살고 있는데 그것의 등에는 쿠자카라는 거대한 황소가 올라타고 있으며 이 황소 위에는 지옥의 펼쳐져 있다. 또 이 위로 대지가 있으며 다시 그 위로는 하늘이 있다고 아라비아 인들은 생각했다. 이는 고대의 사람들이 바다 위에 대지가 떠 있다고 생각한 세계관, 나아가 우주관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으며 그들이 바다에 가졌던 경외심과 상상을 같이 살펴 볼 수 있다.
돌발! 이건 걸고 넘어가자!
<Question 1> 베헤모스 = 바하무트?
‘아니 바하무트는 제대로 소개도 안 해 놓곤 이게 무슨 소리냐?’ 라고 반문하실 분들을 위해 잠시 변명하자면, 이따금씩 몇몇 사람들이 베헤모스와 바하무트의 이름의 유사성(사실 필자는 어디가 어떻게 비슷하게 보인다는 건지 모르겠다) 때문인지 아니면 혀가 너무 잘 굴려서 베헤모스를 ‘바하~무스~’라고 발음하게 된 건지(이것이 사실이라면 전 국민을 빠숑화 시키려는 범 국민적 음모임이 틀림없다) 이 둘을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에 필자는 바하무트 홍보 겸 걸고 넘어져 보겠다.
우선 한 마디.
‘바하~무스인지 박하~무스인지 베헤모스랑 바하무트는 다른
물건이니 헷갈리지 맙시다!’
(마수광고협의회)
베헤모스는 리바이어던과 마찬가지로 이집트에서 소아시아 지역 그리고 인더스강 서쪽에 걸친 소위 오리엔트라 불리는 지역을 근간으로 하는 ‘대지의 마수’이고 바하무트는 이슬람권의 중심지인 아라비아에서 전해 내려오는 ‘바다의 마수’다. 물론 이슬람교가 구약성경의 전승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점, 두 마수의 발원지가 겹치는 점에서 보면 베헤모스-리바이어던의 전승이 미묘하게 섞인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겉모습에 있어서는 바하무트가 리바이어던에 가까우면 가까웠지 베헤모스와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 판단된다.

▲굳이
따지자면 구도가 될까? 물에 사는 녀석과 뭍에 사는 녀석이 만날 일은 거의 없을
거 같기도 하지만…
<Question .2> 베헤모스는 코끼리? 하마?
FF시리즈에 익숙한 당신이라면 분명 앞서 선보인 뚱땡이 코끼리의 모습을 한 베헤모스의 모습에 어의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베헤모스의 모습을 세밀하게 나타내고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승마다 다른 해석을 통해 여러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적 배경을 통해 유추해 볼 때 이들의 고향 즉 오리엔트 지역에서 물(리바이어던)과 대비될 수 있으면서 거대한 체구를 지닌 동물이 무엇이 있을까? 바로 코끼리와 하마가 아닌가! 마치 리바이어던이 악어나 물뱀의 모습을 나타낸 것처럼 이 지역의 사람들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면서 나름대로 공포감을 품을 수 있는 동물의 모습을 반영하게 된 건 필연 중의 필연이라 할 수 있겠다.
<Question 3> 바하무트가 물고기라고?!
처음 바하무트가 물고기라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분명 이 의문을 품으면서 동시에 ‘저 사람 FF언급하면서 정작 FF시리즈는 한 번도 못 해봤군’ 이라고 생각하신 분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님 바하무트는 날개 달린 용이에염 구라 즐이셈’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실제로 필자는 FF시리즈는 7탄과 8탄을 ‘구경’만 했을 뿐이고 10, 10-2는 조금밖에 플레이하지 못했다.
분명 FF시리즈에서 바하무트는 창공을 지배하는 거대한 비룡(飛龍)이며 대부분의 일본 RPG에서는 이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FF를 포함한 이러한 게임들을 RPG의 정석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리바이어던 편에서도 말한 바가 있듯이 이는 고전에 대한 재해석 및 재구성으로 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나아가 해외 모든 나라 개발사들이 태고적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그대로 만든다는 보장은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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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FF시리즈에서는 전통적으로 날개가 달린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을 한 바하무트가 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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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헤모스의 경우에도 FF시리즈의 나타난 모습은 맷돼지, 황소를 교묘하게 조합한 모습으로 보인다(혹자는 7탄의 레드서틴이 진화한 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절대로 속지 말 것).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고전의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개성적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날개 달린 드래곤의 모습을 한 바하무트 모습 역시 FF시리즈 나름대로 재창조를 통해 얻어낸 성과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뭐, 이 역시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니 만약 이에 불만이 있는 분이 계신다면 스퀘어에닉스에 열렬히 팬레터(라고 쓰고 폭탄메일이라고 읽는다)를 보내 시정하게 만들어 보자. 유저의 힘은 위대하니까(그렇다고 정말로 할 사람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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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FF시리즈가 아닌 RPG에서는 이처럼 고전에 맞춰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 |
▲마니아나 알아볼
만한 게임 드래곤 |
▲베헤모스&바하무트 편을 마치며
이번 연재는 지난 리바이어던 편에 연계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특히 FF시리즈로 유명한 마수들에 대한 지식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 마수는 FF시리즈에 등장한 모습으로 잘 알려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외양이나 유래에 대해서는 대강 알기는 하지만 어디서 유래하는지 어떤 내용으로 언급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RPG란 요소와 맞물려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마수들이 게임에서 다뤄지기 시작했으며 그들의 모습과 성격은 게임자체의 설정에 맞게 변형됐고 이를 바라보는 일반 유저의 시각 역시 제작사의 설정이나 유저의 취향에 맞춰져 마수들 자체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외로 관심이 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마수들의 대해 좀 더 자세한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RPG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연재가 조금이나마 유저들에게 RPG 속 마수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럼 다음 화부터는 좀 더 색다르면서 친숙한 RPG에 등장하는 마수들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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