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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에서 배워라② 스랄과 그롬헬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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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드는 여러모로 한국경제와 닮은꼴이다. 두 차례의 전쟁으로 아제로스 대부분을 차지한 호드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드래노어를 잃고 악마의 피에 현혹된 호드는 한국의 IMF처럼 졸지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포로수용소에서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젊은 오크들의 모습은 지금의 청년실업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오랜 억류생활에서 벗어나 천신만고 위기를 넘겼지만,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 스랄의 지도하에 오랜 억류 생활에서 풀려난 호드. 하지만 그들이 풀어야할 숙제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필자는 호드와 한국경제의 공통점을 여기까지로 평가하고 싶다. 서로 위기는 같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도 불황 속에서 오리무중인데 반해, 호드는 역경을 딛고 오그리마를 아제로스 제 1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부터 칼림도어에 정착한 오크가 위기를 극복하면서 어떻게 지금의 성공을 일구어 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 치열한 흥망성쇠를 거쳐 온 와우의 종족들! 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우리는 현실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4장: 칼림도어에서 살아남는 법
스랄은 호드의 이념을 바로잡고 조직을 개편했으며, 메디브가 제시한 비전에 따라 서쪽 칼림도어로 향했다. 그러나 칼림도어에 도착한 그는 찬란한 희망 대신 쓰디쓴 실패를 맛봐야 했다.

오그리마는 실패에서부터 시작됐다
스랄은 바다를 건너는 도중 뜻밖에 거대한 폭풍우를 만났다. 아무리 호드의 의지가 강하다 해도 위대한 자연의 힘 앞에는 중과부적, 폭풍 속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스랄은 종족의 태반을 잃고 간신히 칼림도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언의 땅 칼림도어. 하지만 지금 스랄의 눈앞에 놓인 것은 풀 한포기 없는 척박한 광야뿐이었다. 호드가 타고 온 배들은 폭풍으로 대부분 파괴되거나 가라앉았다. 또 그롬 헬스크림을 비롯한 동료들은 그 생사조차 알 길이 없었다. 앞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 호드가 타고 온 배는 중간에 폭풍우를 만나 대부분 좌초되었고 많은 동료들이 죽었다. 이것이 스랄이 겪은 최초의 실패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칼림도어에 너무 많은 희망을 걸었던 걸까? 스랄은 충분한 준비 없이 일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려 했다. 그는 폭풍우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 두지 않고 무턱대고 바다를 건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뜻밖에 몰아닥친 재난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스랄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다 모든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나의 성급함 때문에 수많은 동료들이 폭풍속에서 목숨을 잃었구나!!”

스랄은 혈기에 이끌려 신중히 판단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뉘우쳤다. 이때의 쓰라린 경험은 그가 훗날 오그리마를 일으키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됐다. 그 후 스랄은 과욕을 부리지 않는 철저한 합리주의적 경영자의 길을 걷는다.

▲ 위대한 리더는 실패에 주저앉지 않는 법. 스랄은 과거 아제로스를 누비며 오크 포로들을 해방시켰듯 이번에도 칼림도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아남은 호드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어쨌든 힘들다고 마냥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 스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분연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난 스랄은 칼림도어 해안선을 따라 살아남은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 과거 아제로스 전역을 누비며 오크 포로들을 해방시킨 그는 이번에도 칼림도어 곳곳을 돌아다니며 호드를 모으기 시작했다.
스랄은 반드시 일어서겠다는 불굴의 신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그가 절망을 딛고 새롭게 출발한 장소가 듀로타 남부에 위치한 ‘메아리 섬’이다.

스랄, 인생의 세 번의 기회를 맞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세 번의 기회를 만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세 번의 기회 중 하나만 잡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위대한 영웅 스랄도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 기회는 그의 창업동지이자 불타는 군단으로부터 호드를 구한 그롬 헬스크림과의 만남, 두 번째 기회는 ‘칼림도어 구상’이라는 위대한 비전을 전해준 대현자 메디브와의 만남, 그리고 세 번째 기회는 타우렌 종족의 리더 케른 블러드후프와의 만남이다.

▲ 라스트 가디언 메디브(위), 타우렌 족장 케른 블러드후프(좌), 워송클랜의 리더 그롬 헬스크림(우). 스랄의 성공은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보통사람 같았으면 하나도 잡지 못할 법한 기회를 스랄은 모두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애송이’라며 사사건건 무시했던 그롬을 끝까지 설득해서 자기사람으로 만들었다. 또 아제로스의 모든 사람들이 미친놈이라 매도했던 메디브에게 일부러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타우렌 기업의 리더 케른과의 만남은 더욱 극적이다. 세 번의 기회를 모두 잡은 스랄은 제계 1위의 나이트 엘프와도 필적할만한 거대한 기업을 건설할 수 있었다.

결단은 리더의 숙명!!
스랄은 살아남은 동료를 찾기 위해 불모의 땅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눈앞에 보이는 것은 부서진 배의 잔해뿐. 또 서리갈기 일족, 하피 같은 야수들이 곳곳에서 공격해와 큰 어려움을 겪었다.

▲ 타우렌 족장 케른 블러드후프와의 만남은 스랄은 물론 호드전체의 운명을 바꾸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얼마나 갔을까? 스랄 일행은 네발 달린 마인들이 황소같이 생긴 종족들을 살육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충돌은 피하려 했지만 위기에 빠진 타우렌들을 그냥 지나치고 갈수는 없었다. 스랄은 타우렌을 도와 켄타우로스를 몰아냈다. 여기서 그는 타우렌의 리더 케른 블러드후프와 만나게 된다.

“녹색피부의 용맹한 전사들이여! 당신들은 어디서 왔소?”

“우리는 예언된 운명을 찾아 멀리 동쪽 대륙에서 이곳까지 온 것이오”

스랄과 케른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당시 칼림도어 토착 기업인 타우렌은 켄타우로스의 약탈에 시달리고 있었다. 케른은 켄타우로스의 위협에서 비교적 안전한 북쪽 멀고어 땅에 새로운 터전을 짓기로 했다. 그는 멀고어로 이주하는 동안 켄타우로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스랄에게 부탁했다. 한마디로 타우렌의 보디가드를 해달라는 것이다.

▲ 오크, 트롤, 타우렌은 M&A를 통해 새로운 호드의 기틀이 열어간다

스랄은 여기서 결단을 내려야만했다. 동료들의 생사도 모르는 판에 한가로이 타우렌의 보디가드나 해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앞으로 오크의 든든한 사업 파트너가 되어줄 타우렌의 부탁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결단과 책임은 리더의 숙명이다. 대족장 스랄은 수많은 결단의 기로에서 서서 종족 전체의 운명을 책임져왔다

리더는 제때에 결단을 내리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스랄은 눈앞에 닥친 단기적인 생존방편보다는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았다. 지금의 안정보다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택했다.
그는 하던 일을 잠시 보류하고 타우렌을 돕기로 했다. 어쩌면 이때부터 스랄은 ‘종족간의 M&A’라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지만, 호드의 기틀을 다지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칼리 피오리나와 스랄
얼마 전 휴렛팩커드의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가 전격 사임됐다는 기사를 봤다. 세계 정상급 PC업체 휴렛팩커드(HP)의 리더로 경제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여제(女帝) 칼리 피오리나가 5년 만에 경질된 것이다.

▲  휴렛팩커드의 CEO 칼리 피오리나와 호드의 리더 스랄은 둘 다 혁신적인 경영마인드로 조직을 개혁했다. 하지만 피오리나는 컴팩과 M&A에 실패해 경질됐지만, 스랄은 타우렌과의 성공적인 동맹으로 호드를 최강의 조직으로 만들었다

혁신적인 그녀는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190억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컴팩을 인수했다. 컴팩과의 M&A 이후 제왕 IBM까지 넘볼 정도로 외형적인 부분은 팽창했다. 그러나 회사가 비대해지자 곧이어 엄청난 감원의 회오리가 불기 시작했다. 실적은 점점 내려가고 이사회는 물론 사원들과의 사이도 벌어졌다. 결국 휴렛팩커드는 IBM은커녕 경쟁사인 델에게도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피오리나가 추구했던 컴팩 인수 도박은 실패로 끝난 것이다.
규모면에서 보자면 오크와 타우렌의 동맹은 휴렛의 컴팩 인수에 비견할 만 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호드는 성공했고 휴렛은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크와 타우렌은 어떤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M&A를 달성했는지 알아보자.

오크와 타우렌의 이상적인 M&A란?

1. 상호보완적 M&A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기업은 다른 기업과 M&A를 할 필요가 없다. 당시 오크와 타우렌은 둘 다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한 처지였다. 타우렌은 켄타우로스와의 전쟁으로 멸족의 위기에 놓여있었다.

이동속도가 더딘 타우렌은 빠른 발과 원거리 공격에 능한 켄타우로스를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오크의 신속한 기동력과 고도의 전쟁노하우는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절실한 부분이었다.

오크는 어떤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오크로써는 어떻게든지 칼림도어의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토착세력인 타우렌의 도움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결국 오크는 타우렌의 생존권을 지켜주었고, 타우렌은 오크가 정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오크와 타우렌은 상호보완적 M&A를 체결함으로써 함께 살아나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2. 우호적 M&A
오크와 타우렌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양사간의 우호적적인 M&A를 체결했다. 우선 이들은 기업의 이념과 문화를 공유했다. 오크의 ‘샤먼’과 타우렌의 ‘토템’ 사상은 모두 자연을 숭배하고 상생과 조화를 중시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서로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이다.

▲ 호드는 적대적이 아닌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호적인 M&A를 채결했다

3. 수평적 M&A
이들은 어느 한편에 기울지 않은, 동등한 조건의 M&A를 시도했다. 대표적인 예로 그들의 도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오크의 수도 ‘오그리마’나 타우렌의 수도 ‘썬더 블러프’는 각자의 고유한 문화를 그대로 이어갔다. 허나 접경지대인 불모의 땅, 돌발톱 산맥 등의 신도시들은 서로의 문화를 적절히 융합하면서 발전시켜 나갔다. 크로스 로드, 톱니 항, 타우라조 야영지, 칼바람 봉우리 등은 타우렌과 오크의 문화가 어우러진 멋진 도시들이다.

▲ 불모의 땅에 위치한 크로스 로드와 타우라조 야영지. 오크와 타우렌의 접경지대에 건설된 이 곳은 그들의 문화가 멋지게 어우러진 위성 도시들다

4. 종족간의 윈윈전략
오크와 타우렌의 동맹은 결국 서로간의 ‘윈윈전략’을 추구하기 위해 채결됐다. 이들은 M&A를 통해 창출된 이익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다. 오크는 타우렌의 수렵기술을 배웠고, 타우렌은 오크의 전투기술을 습득했다. 

▲ 호드, 휴먼, 나이트 엘프 간의 3자 회담. 스랄이 구상한 종족간의 윈윈전략은 불타는 군단의 침략으로부터 칼림도어를 지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들은 합병을 통해 ‘주술사’를 아제로스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직업으로 만들었다. 토템을 이용해 적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고양’, 치유마법을 극대화 시켜주는 ‘복원’, 강력한 원거리 공격의 ‘정기’, 그리고 물리적 공격력까지 겸비한 주술사는 오크와 타우렌의 윈윈전략이 만들어낸 가장 이상적인 직업이다.

스랄은 이런 방식으로 나이트 엘프, 포세이큰, 심지어 원수였던 휴먼과도 동맹을 맺는다. 결국 그가 구상한 종족간의 윈윈전략은 이후 하이잘 산 대전투에서 불타는 군단을 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5장: 워송의 울부짖음
스랄이 기업의 초석을 놓는 동안 대륙에는 또 한번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었다. 메디브의 경고를 무시하고 현실에 안주한 로데론 기업은 결국 불타는 군단과 스컬지의 공격을 받고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마법사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는 로데론의 혼란을 피해 살아남은 휴먼들을 이끌고 칼림도어로 이주했다.

▲ 불타는 군단의 총사령관, 아키몬드. 그는 스컬지군을 이끌고 로데론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에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던 나이트 엘프들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오크를 타락시킨 장본인, 불타는 군단의 ‘만노로스’가 나타났다는 사실이 호드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이제 동부대륙을 잿더미로 만들었던 전란의 불길이 서서히 칼림도어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 호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로데론 왕국은 한때 최고의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그들의 만용으로 인해 아키몬드의 군대에게 철저히 도륙당한다

그롬 헬스크림을 강등시키다!!
타우렌과의 M&A를 성사시키고 다시 불모의 땅으로 돌아온 스랄은 그롬을 비롯한 호드 동료들을 무사히 만날 수 있었다. 이제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제 2의 창업을 도모할 때가 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업자인 그롬 헬스크림과의 잦은 마찰이었다.

전편에도 언급했지만 스랄과 그롬은 일하는 방식부터가 달랐다. 스랄은 이해와 설득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반면, 그롬은 앞뒤 안 가리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려 하는 성향이 강했다.
또 스랄은 진보적 성향이 강한 샤먼위주의 정치를 지향했고, 그롬은 호드 워락 위주의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

▲ 스랄(좌)과 그롬(우)은 각기 다른 경영방식으로 자주 마찰을 빗었다. 중요한 것은 과거 오그림둠해머와 굴단과는 달리 그들은 서로의 신뢰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롬은 조직의 규율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기 일쑤였다. 그는 칼림도어에 정착한 휴먼을 공격해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켰다. 스랄은 휴먼과의 충돌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듣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찬 그롬은 계속해서 인간과 마찰을 빚어 스랄을 곤란케 했다.

▲ 인간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친 그롬은 수차례 인간을 공격해 스랄을 곤란케 했다

스랄은 조직의 리더로서 그롬의 독단적인 행동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었다. 결국 주력사업인 ‘오라클 프로젝트’에서 그롬을 제외시키고, 대신 후방의 기지건설 작업반장으로 강등시켰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대선배지만 원활한 기업운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호드는 창사 이례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끝나지 않은 피의 계약
후방 기지건설조로 배속된 그롬은 자신을 밀어낸 스랄을 저주했다. 한때 최강의 워송 클랜을 이끌며 수많은 전장을 누볐던 그가 한낮 후방의 작업반장 신세로 전락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랴. 한마디로 ‘토사구팽’당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망할 놈의 스랄, 최강의 전사들을 단순한 노무직에 배속시키다니!! 내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 달의 샘에 악마의 피를 뿌리는 만노로스. 결국 그롬은 워락에 힘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피를 마시고 만다

한편 호드 내부의 사정을 간파한 만노로스는 다시 한번 오크를 피의 굴레 속에 가두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 그는 ‘달의 샘’에 자신의 피를 섞어 그롬의 내면에 잠든 ‘타락한 피’를 일깨웠다.

“하찮은 오크들이여!! 과거 나와 맺은 피의 계약은 유효하다! 너희는 아직 나의 소유물이다!”

결국 그롬은 피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그는 강력한 ‘워락’의 힘을 얻기 위해 또 한번 만노로스의 피를 마셨다. 이제 스랄과 그롬은 서로 죽여야 할 운명에 놓였다. 과거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던 오그림 둠해머와 굴단의 운명처럼 말이다.

▲ 과연 스랄은 오랜세월에 걸쳐 호드를 괴롭혀 왔던 피의 굴레를 끊을 수 있을까?

나이트 엘프의 분노
스랄이 오라클을 찾아 칼림도어 일대의 인스턴트 던전을 돌아다니는 동안, 그롬은 천지가 발칵 뒤집힐만한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다. 바로 나이트 엘프의 대주주 세나리우스를 살해한 것이다. 나이트 엘프가 기지 건설작업을 방해하자 워락의 힘을 받은 그롬은 공격대를 이끌고 세나리우스의 본진을 습격해 그를 암살했다.

▲ 워락의 힘을 받은 그롬은 공격대를 조직해 세나리우스를 암살한다. 세나리우스의 죽음은 곧 칼림도어 일대에 엄청난 파란을 몰고온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불타는 군단마저 두려워하는 숲의 정령 세나리우스가 한낮 녹색피부의 하급 종족에게 죽임을 당하다니…. 세나리우스의 죽음은 곧바로 나이트 엘프 CEO 티란데 위스퍼윈드의 귀에 들어갔다.

여기서 잠깐, 나이트 엘프의 조직구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족벌경영으로 부도직전까지 갔던 나이트 엘프 기업은 ‘전문경영자 말퓨리온 스톰레이지’의 혁신적인 개혁을 통해 제계 1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을 재건한 말퓨리온은 여성CEO '티란데 위스퍼윈드'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에메랄드 드림을 찾아 잠시 일선에 물러나 있는 상태.

▲ 전문경영자 말퓨리온과 대주주 세나리우스가 공동으로 경영하는 나이트 엘프 는 불타는 군단마저 두려워하는 재계 서열 1위의 기업이다

세나리우스는 나이트 엘프의 대주주로 경영일선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뒤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였다. 실제로 1만년전 불타는 군단의 1차 침략도 세나리우스에 의해 좌절됐다.
세나리우스의 죽음은 칼림도어 전체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특히 나이트 엘프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티란데는 비상전시체제를 선포하고 동면중인 말퓨리온을 일선으로 불러들였다. 상황은 스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 현재 나이트엘프를 이끌고 있는 여성 CEO 티란데 위스퍼윈드, 말퓨리온 스톰레이지와는 연인사이다

그롬의 도발로 인해 스랄은 나이트 엘프라는 강력한 종족을 ‘적’으로 돌리게 됐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 반대로 만노로스는 손에 피 한 방울 적시지 않고 세나리우스를 제거하는 일거양득의 이익을 얻게 됐다.

용서받지 못한 자

종족간의 화합을 위한 스랄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그는 휴먼족 리더인 제이나에게 그롬의 실수에 대해 대신 사과했다.

또 메디브의 중제로 나이트 엘프의 말퓨리온과도 손을 잡았다. 화가 난 티란데는 스랄을 죽여 버리려 했지만 사건의 정황을 듣고 오해를 풀었다.

용맹한 호드의 전사들은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라며 울분을 터뜨렸지만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스랄의 노력으로 나이트 엘프와 휴먼은 호드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사건의 장본인 그롬 헬스크림만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 로데론의 마지막 영웅,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죽이느냐, 살리느냐!!

나이트 엘프와 휴먼의 입장에서 그롬은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존재였다. 그들은 스랄에게 그롬을 척살하라고 요구했다. 조직 내에서도 배신자 그롬을 죽이라는 여론이 거세졌다. 스랄은 또 한번 결단의 기로에 놓였다. 아니 처음부터 결론은 뻔하다. 배신자 그롬을 죽여야만 종족간의 오해를 풀고 호드가 살아남을 수 있다. 고민 끝에 그는 모든 종족들에게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내가 지금 그롬을 구하지 못하면, 내 종족 또한 영원히 구하지 못할 것이오!”

스랄에게 있어서 그롬은 친구이자, 스승이었고, 자상한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그롬은 스랄이 맨손으로 기업을 일으켰을 때 자신의 워송클랜을 이끌고 기꺼이 함께 해 주었으며, 위험부담이 많은 칼림도어 비전에도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주었다. 비록 악마의 피에 물들어 과오를 저질렀다 해도 그롬은 변치 않은 동반자이자 좋은 친구였다.

▲ 스랄은 제이나와 케른을 설득해 악마의 피에 빠진 그롬을 구하러 간다. 개인적으로 이 미션이 워크래프트 중 가장 어려웠다

스랄은 그롬을 포기하지 않았다. 설령 리스크가 크더라도 그는 그롬을 끝까지 신뢰했다. 미쳐 날뛰는 그롬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소울 젬을 이용해 타락한 그의 영혼을 치유해 주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현대인에게 스랄의 리더십은 구시대적인 감상주의 또는 온정주의로 비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이야 말로 조직이 진정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만노로스와의 일전!!
정신을 차린 그롬은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스랄의 진심에 감동했다. 그리고 그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그리고 스랄과 그롬은 호드를 괴롭혀왔던 끈질긴 피의 굴레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만노로스와의 일전에 나섰다. 만노로스는 그런 그들을 조롱했다.

“애송이 스랄이여! 강력한 헬스크림과 함께 왔구나. 너의 그 천한 종족의 피와 함께 쓸어주마”

스랄은 오그림 둠해머로부터 물려받은 ‘워해머’로 만노로스에게 일격을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만노로스의 반격을 받고 심한 상처를 입었다. 스랄이 쓰러지자 만노로스는 또 다시 그롬을 유혹했다.

“어차피 네 몸속에는 나의 피가 흐르고 있다. 이것은 절대 끊은 수 없는 너희 오크들의 운명이다!!"

▲ 스랄과 그롬은 질긴 피의 악연을 끊기위해 만노로스와 일전을 벌인다

▲ 스랄과 그롬 사이를 또 다시 이간질하는 만노로스. 정녕 호드의 영혼은 구제받을 수 없는 것일까?

“당신은 우리 모두의 속박을 풀었소!”
그롬은 유혹을 뿌리치고 만노로스에게 달려 들어가 최후의 일격을 작열했다. 치명타를 맞은 만노로스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폭발해 버렸다. 만노로스 내부에 있는 악마의 불꽃이 폭주하자 주위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그롬은 자신의 몸을 방패 삼에 스랄을 보호했다.

호드 역사상 가장 숭고하고 위대한 희생이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진 그롬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말했다.

“스랄, 피의 안개가 걷혔네. 이제야 내 자신의 속박으로부터 풀려났다네!”

“그렇지 않소 오랜 친구여, 당신은 우리 모두를 속박으로부터 풀어주었소”

스랄은 마지막까지 그롬을 믿었다. 이로써 그롬은 배신자의 멍에를 벗고 명예로운 전사로써 자랑스럽게 죽음을 맞을 수 있었다. 대대로 오크를 괴롭혀온 악마의 피는 그롬의 숭고한 희생으로 씻겨 내려갔다. 이 장면을 본 모든 오크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스랄에게 영원한 충성을 다짐했다.

▲ 스랄과 그롬는 신뢰가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롬의 숭고한 희생으로 호드는 마침내 길고 긴 피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자신을 신뢰하고 인정해주는 상사와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은 리더십의 핵심척도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비전을 가졌더라도 조직원의 신뢰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랄은 그롬을 끝까지 믿음으로써 호드 전체의 신뢰를 얻게 됐다.

새로운 시대는 이제부터다!!
필자는 스랄의 오그리마 신화를 총 3가지 테마로 나누었다. 1회는 ‘비전’, 2회는 ‘신뢰’, 마지막 3회는 ‘성장’이다. 스랄은 어렵게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제 렉사를 만나 오그리마를 호드의 중심으로 발전시킨다.
다음 회에는 워크래프트 사상 최대의 전투이자 와우 역사의 최대 전환점인 ‘하이잘 산 전투’ 그리고 렉사, 볼진 등의 신세대 인제들이 펼치는 ‘호드 대개혁’ 등 오그리마 신화의 대단원이 마무리 된다.

▲ 헬스크림의 죽음 후 차세대 오그리마 신화의 주역 렉사. 다음회는 그를 중심한 호드 대개혁의 깃발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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