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기획인터뷰] 뉴포트리스를 꿈꾸는 남자 양경호 사장

/ 2

포트리스 때문에 법학도의 길을 접은 남자

취재스케줄도 오후 4시 이후에나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는 양경호 사장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는 ‘지상 최대의 안주빨’이라고 적힌 간판 덕에 초행길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찾을 수 있었던 한 호프집이었다.

PC방 사장님이자 국내에서 내로라 할 정도로 유명한 포트리스 길드장이라고 소개받았던 것과 달리 그는 건대입구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먹자골목에서 학교 후배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낮에는 포트리스를 즐기는 게임마니아로 밤에는 호프집을 경영하는 젊은 사장이었다.

▲고시준비생, 포트리스 달인되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고른 유저층을 보유하며 2001년 국민 온라인게임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던 ‘포트리스 2 블루’ 최고길드인 ‘검은바다’를 운영하고 있는 양경호 사장.

마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어린 유저들과 함께 포트리스를 즐기고 있는 양 사장은 “포트리스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로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포트리스를 접한 지 햇수로 6년째에 접어드는 양 사장은 본래 건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법무사를 꿈꾸던 고시생이었다. 양 사장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여자친구와 고시원 지하 게임방에 들렀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의 추천으로 포트리스를 처음 접하게 됐다”며 “그날부터 빠져들어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포트리스를 즐기는 다른 유저들과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포트리스를 시작한지 2주 만에 여자친구와 단 둘이 만든 길드 ‘검은바다’는 양 사장의 포트리스 인생에 있어 큰 재산 중 하나.

법무사 시험을 포기하고  4~5개월은 줄곧 PC방에 출근하디시피 하면서 하루 12시간 이상씩 포트리스를 즐기며 운영해온 길드는 이제 130여 명의 우수 길드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입을 위해 대기자가 생길정도로 많이 성장했다고 양 사장은 설명했다.

당시 10개월 이상 베타서버 지존자리를 유지하며 잠자는 시간 외에는 거의 포트리스만 했다는 양 사장은 “인생이 바뀔 정도로 포트리스에 빠지긴 했지만 중독된 것이 아닌 게임과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당시 이런 그에게 고운 시선을 보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양 사장은 당시 가장 큰 걸림돌은 ‘고시생이 공부 외에 뭘 하겠느냐’는 사회주변인의 시각과 뚜렷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여자친구에게 제시할 수 없었던 자신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PC방 붐이 불던 2001년 9월, 그는 이러한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C방을 창업했다.

▲양 사장이 말하는 포트리스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기 온라인게임의 스타유저여서였을까? 양 사장과 그가 운영하고 있는 마젤란 PC방의 인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취재열기가 뜨거울 정도였으며 포트리스 마니아가 운영하고 있는 마젤란 PC방은 3년 간 방문한 포트리스 유저의 누적수가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포트리스 메카가 됐다.

이렇게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하루 15시간이상 게임을 즐기며 포트리스 대중화에 누구보다 앞장 선 양 사장은 포트리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포트리스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버 지존이고 포트리스 내에서는 잘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느끼는 집착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포트리스에서는 다른 온라인게임과 달리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려운 조작, 렙업, 아이템 파밍, 빠른 게임진행으로 점철된 다른 온라인게임과 달리 간단한 조작법과 턴제를 기반으로 한 채팅 커뮤니티가 잘 발달된 포트리스는 현실에서 소외된 친구들도 게임 속에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충분히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 양 사장의 설명이다.

포트리스에 대해 누구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양 사장이지만 포트리스 3 패왕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양 사장은 “남성미가 풍기는 다이내믹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를 채용한 포트리스 2 블루와 달리 포트리스 3 패왕전은 섬세함과 아기자기함을 동시에 강조해 여성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다”며 “이런 포트리스 3 패왕전의 모습은 당시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비교했을 때 우위를 차지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포트리스 2와 포트리스 3의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는 것이 그의 평

남성적인 맛을 가진 포트리스 2 블루에 푹 빠진 유저들에게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포트리스 3 패왕전은 새로운 포트리스를 원한 유저들이 생각했던 포트리스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 사장은 포트리스 3 패왕전이 실패했기 때문에 포트리스의 인기가 식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포트리스라는 게임이 가진 한계수명 ▲다른 온라인게임으로의 인원분산 ▲불법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적절한 대책 미흡 ▲유저들의 채팅 커뮤니티에 대한 기본적인 네티켓 불량 ▲포트리스의 유료화 선언 등의 이유 때문에 포트리스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 사장은 “사업확대와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추가로 인한 불가피한 유료화 정책에 대한 CCR의 입장은 이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예상 외로 비싼 IP사용료와 당초 정책과 다른 개인유저를 상대로 한 프리미엄 유료서비스 등은 무리수였다”고 말했다.

▲‘뉴포트리스’는 침체된 포트리스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열쇠

이렇게 포트리스의 인기가 침체된 가운데 오는 9일부터 첫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할 뉴포트리스의 등장에 대해 양 사장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뉴포트리스라고는 하지만 아직 패왕전을 떠올릴 만한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직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상황에서 뉴포트리스에 대해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는 것이 시기상조긴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뉴포트리스가 침체된 포트리스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죠”

▲뉴포트리스에서도 캐릭터의 의인화는 여전하다

뉴포트리스가 포트리스 2 블루보다는 포트리스 3 패왕전이 가진 느낌과 많이 닮긴 했지만 나름대로의 절충점을 찾은 색다른 작품일 수도 있거니와 뉴포트리스의 등장으로 벌써부터 사그라들었던 포트리스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뉴포트리스는 포트리스의 명성을 되살려 놓을만한 기폭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이 양 사장의 설명이다.

뉴포트리스의 등장에 따른 포트리스 3 패왕전의 폐쇄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양 사장은 “포트리스 2 블루, 포트리스 3 패왕전, 뉴포트리스를 모두 병행하게 되면 유저분산현상이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며 “고육지책으로 잘라내야 할 것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포트리스 3 패왕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만일 뉴포트리스가 포트리스 2 블루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인다면 뉴포트리스만의 독자적인 운영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며 “어떤 서비스를 폐쇄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새로 등장할 포트리스가 어떤 완성도로 선보여질 것이냐에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터페이스의 회귀

▲‘벨리’와 같이 모든 유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높은 완성도를 가진 맵의 등장 ▲채팅 필터기능 강화 ▲식상함을 깰 수 있는 컨텐츠 ▲불법 프로그램에 대한 유연한 대처 ▲홍보강화 등의 요소가 뉴포트리스를 통해 만족되면 예전의 포트리스가 가졌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양 사장은 머지않은 시간에 다시 PC방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시 포트리스를 앞세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그래야하지 않겠냐”고 대답한 양 사장은 포트리스 게이머들의 메카와 같았던 마젤란 PC방보다 더 나은 환경의 PC방을 오픈하는 것이 단기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비록 포트리스 때문에 법무사의 길을 버리긴 했지만 잃은 것 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다는 양 사장은 최후의 포트리스 유저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벌써부터 포트리스 2 블루에서 활동하고 있는 검은바다 길드를 뉴포트리스로 옮기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뉴포트리스에 거는 양 사장의 기대는 어느 포트리스 유저 못지 않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