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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서 현실로, 일본에서 만난 2D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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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돌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아라시나 모닝구 무스메, AKB48처럼 실존하는 가수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다르다. 반다이남코 ‘아이돌 마스터’, 카도카와와 선라이즈, 란티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러브 라이브’ 등, 이른바 ‘2D 아이돌’이 대표격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9월 21일 시작된 ‘도쿄게임쇼 2017’에서도 2D 아이돌은 주목의 대상이었다. 국내에도 한국어화 동시발매가 확정된 ‘아이돌 마스터 스텔라 스테이지’, ‘러브 라이브’ 3개 작품을 한 데 모은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올스타즈’, 그리고 코나미가 새로이 준비한 ‘도키메키 아이돌’ 등 다양한 2D 아이돌 게임이 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2D 아이돌이 주 무대인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나와 현실에 진출하고 있다.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들이 직접 팬을 찾아 라이브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2D 아이돌이 일반 연예인처럼 홍보와 마케팅에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가상세계를 넘어 현실로 진출하는 2D 아이돌, 일본에서 직접 만나보았다.

2D 아이돌이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2D 아이돌’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기본적으로는 현실의 아이돌처럼 춤 추며 노래하는 가상 캐릭터를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2D 아이돌은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2D 아이돌이 현실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들이 참여하는 라이브 공연이다.


▲ 기본적으로는 가상 캐릭터가 주인공이지만 (영상출처: 란티스 공식 유튜브)


▲ 실제 성우가 참여하는 공연도 있다 (영상출처: 란티스 공식 유튜브)

이러한 2D 아이돌 대표적인 시리즈로는 육성 시뮬레이션게임으로 시작한 ‘아이돌 마스터’, 미디어 그룹 카도카와, 음반사 란티스, 애니메이션 제작사 선라이즈가 합작한 ‘러브 라이브’ 프로젝트 등이 있다. 또한, ‘노래의 왕자님’이나 ‘아이돌 마스터 사이드M’처럼 보이그룹을 내세워 여심을 공략하는 작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D 아이돌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게 된 원인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작품 속 아이돌이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성장형 스토리’에 있다. 특히 2D 아이돌 콘텐츠는 팬들이 작품 속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각종 요소를 통해, ‘나와 아이돌이 함께 호흡하며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아이돌 마스터’는 플레이어를 아이돌을 육성하는 주체인 ‘프로듀서’라고 지칭하며, 직접 캐릭터와 한 발짝씩 나아간다는 느낌을 줬다. ‘러브 라이브’ 역시 ‘모두가 함께 이루는 이야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유저 참여형 이벤트를 자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앞서 말했듯이 실제 성우들이 참여하는 라이브 공연도 자주 진행된다. 이러한 점을 통해 2D 아이돌은 가상의 캐릭터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실제 아이돌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라이브 이벤트에도 많은 사람이 모인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 끝 없는 인파, '러브 라이브 선샤인' 첫 라이브 현장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이러한 2D 아이돌 콘텐츠는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 제작된 게임은 물론, 애니메이션이나 소설이 정식 수입되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공연을 극장에서 생중계하는 ‘라이브뷰잉’도 매번 매진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국내 반응은 2D 아이돌의 적극적인 한국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돌 마스터’ 신작 ‘스텔라 스테이지’는 오는 12월 한국어화 동시발매가 진행된다. 또한, 11월에는 ‘러브 라이브 선샤인’ 내한 공연까지 준비되고 있다. 바야흐로 국내에서도 ‘2D 아이돌 붐’이 오고 있다.

일본에서 만난 2D 아이돌, 그녀들은 정말 이 곳에 있다

이처럼 국내에도 뜨거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2D 아이돌, 과연 본토인 일본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기자는 일본 현지에서 '희미한 예감'을 좇아 아이돌이 있는 곳곳을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일본 서브컬처계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아키하바라였다.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즐비한 이 곳에서도 2D 아이돌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피규어부터 태피스트리,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2D 아이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긴 역사를 자랑하는 ‘아이돌 마스터’는 음반 매장에서도 매대를 꽉 채우며 저력을 과시했다. 또한, 성우들이 참여한 라이브 공연의 블루레이 디스크도 절찬리 판매되고 있었다.

'아이돌 마스터'는 역시 베스트셀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아이돌 마스터'는 역시 베스트셀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신사에서도 대인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신사에서도 대인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게이머즈 아키하바라점에서는 ‘러브 라이브 선샤인’을 주제로 하는 특별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많은 팬들이 전시장을 찾았는데, 전시장으로 향하는 계단에서부터 ‘나는 마리쨩 오시(推し, 특정 캐릭터를 가장 좋아한다는 의미의 일본어)다’라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러브라이브 선샤인' 특별 전시가 한창이던 게이머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러브라이브 선샤인' 특별 전시가 한창이던 게이머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른 팬들과 함께 떠들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찾아간 전시장은 한 층 전체를 ‘러브 라이브 선샤인’으로 꽉 채우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명장면으로 가득히 채워진 포토 존,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코너 등, 눈길을 사로잡는 전시가 가득했다.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실제 공연에서 성우들이 입었던 의상까지 진열됐는데, 기자 역시 지난번 라이브 뷰잉에 참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감회가 새로웠다.

기자도 이것저것 많이 사왔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기자도 이것저것 많이 사왔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한, 2D 아이돌은 마케팅 분야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었다. 세가가 운영하는 아케이드 게임센터 ‘클럽 세가’에는 ‘쿠니키다 하나마루’가 대표 캐릭터로 선정되어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간판에는 ‘클럽 세가’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 일러스트 상품이 있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여기에 기자가 아키하바라를 찾은 9월 19일은 공교롭게도 ‘러브 라이브 선샤인’ 캐릭터 중 한 명인 ‘사쿠라우치 리코’의 생일이었다. 이에 다양한 매장에서 “리코쨩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세가 이미지걸로 선정된 '쿠니키다 하나마루'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세가 이미지걸로 선정된 '쿠니키다 하나마루'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리코쨩 생일 축하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리코쨩 생일 축하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도쿄게임쇼 2017 중에도 다양한 2D 아이돌 관련 게임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국내 게이머들에게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 최신작인 ‘아이돌 마스터 스텔라 스테이지’다. 무려 한국어판 동시 발매가 확정된 것. 이러한 파격적인 소식은 한국 ‘프로듀서’들을 들뜨게 했다.


▲ 3작품을 하나로, '러브 라이브 스쿨아이돌 페스티벌 올스타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이벤트 현장에서 성우들의 특별한 이벤트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아이돌 마스터’에서는 나카무라 에리코, 이마이 아사미 등, 시리즈를 대표하는 성우들이 스테이지에 올라 새로운 정보를 알렸다. ‘러브 라이브’에서는 ‘타카미 치카’ 역 이나미 안쥬, ‘코사카 호노카’ 역 닛타 에미 등 유명 성우들이 참여했고, 새로운 그룹인 ‘러브 라이브 PDP’ 캐릭터 성우들이 자기 소개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여고생 밴드를 내세운 ‘뱅드림’역시 성우를 초청해 모바일게임 ‘뱅드림! 걸즈밴드파티’ 체험회를 진행했다. 유명 성우가 등장하는 이벤트에 현장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처럼 일본에서 2D 아이돌은 단순히 가상 캐릭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생일을 축하하며 정말로 현실의 아이돌 대우를 받고, 캐릭터를 대변하는 존재라 할 수 있는 성우도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여하며 팬을 만난다. 2D 아이돌이 가상의 존재를 넘어 실제 아이돌과 비견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 '아이돌 마스터 프로듀서 미팅 2017' 영상, 팬들의 환호를 찾아볼 수 있다 (영상출처: 란티스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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