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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행] 액션에서 공포물로 돌아온 탕아, 바이오하자드 랩소디

공포물로 회귀한 리메이크 작품 ‘바이오하자드 RE: 2’ (사진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 공포물로 회귀한 리메이크 작품 ‘바이오하자드 RE: 2’ (사진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최근 고전 공포게임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 ‘바이오하자드 RE: 2’ 발매가 화제인 가운데, 조금 의아한 팬들의 반응이 하나 눈에 띈다. 바로 ‘이제야 공포 게임답다’는 이야기다. 공포 게임으로 유명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초반부만 기억하는 유저들에겐 의아한 부분이다.

실제로 ‘바이오하자드’는 꽤나 오랜 세월 동안 공포와 담을 쌓아왔다. 시리즈 초기에는 외딴 저택 내부에서 살아있는 시체에 쫓기거나, 좀비로 들끓는 도시에서 탈출해야 하는 등 좀비 공포물의 왕도를 보여주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좀비는 사라지고 액션만 남았다.

그렇다면 ‘바이오하자드’는 대체 언제부터 공포가 사라졌고, 어떤 스토를가 이어간 걸까? 이번 주에는 공포 서바이벌 게임으로 유명했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그 서사의 변화를 되짚어본다.

‘좀비의 저택’을 수색하라, 실내 공포물로 시작한 ‘바이오하자드’

‘서바이벌 호러’ 장르를 표방한 ‘바이오하자드’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 ‘서바이벌 호러’ 장르를 표방한 ‘바이오하자드’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현재 ‘바이오하자드’는 캡콤의 킬러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중요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바이오하자드’ 디렉터인 미카미 신지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1993년 당시에만 해도 스타 개발자가 아니었으며, 캡콤 입장에서도 ‘서바이벌 호러’라는 생소한 장르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모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바이오하자드’는 제한된 예산으로 제작에 착수했고, 후속작에 대한 염두도 없었다. 스토리도 단순할 수밖에 없었다.

1996년 처음 발매된 ‘바이오 하자드’ 스토리는 이러하다. 1998년 북미 중부에 위치한 가상의 도시 ‘라쿤 시티’에 일련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희생자의 사체에는 식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흉악범죄였다. 이에 ‘라쿤 시티’ 경찰청 산하 특수 전술 구조 부대는 범인이 극도로 위험한 싸이코라고 판단해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됐다. 그러나 선발대로 보내진 브라보 팀이 시 외곽 수색 중 연락 두절됐고, 이에 주인공 알파 팀이 추가로 파견돼 사라진 브라보 팀의 흔적을 쫓는 임무까지 맡게 됐다.

사운드트랙 표지를 장식한 두 주인공 ‘크리스 레드필드’(좌)와 ‘질 발렌타인’(우)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 사운드트랙 표지를 장식한 두 주인공 ‘크리스 레드필드’(좌)와 ‘질 발렌타인’(우)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그러나 게임 시작과 함께 알파 팀은 위기에 처했다. 추락한 브라보 팀의 헬기 잔해를 조사하던 중 어디선가 괴물처럼 변이된 미친 개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원 중 하나가 끔찍하게 살해되고, 그 광경을 보고 겁먹은 헬기 조종사가 혼자 도망침에 따라 나머지 대원들은 괴물들이 배회하는 도시 외곽 황무지에 남겨지게 된다. 그렇게 변이된 개들을 피하던 일행은 마침 인근에 있던 거대한 저택을 찾고 우선 그곳으로 피신했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크리스 레드필드’와 ‘질 발렌타인’이라는 두 대원 중 하나를 주인공 삼아 저택 곳곳을 수색하게 된다. 하지만 저택도 안전하지 않았으니… 저택 안에서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좀비들의 습격을 받아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탄환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좀비에 쫓기던 주인공은 차츰 이 저택이 보통 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 저택은 바이오메디컬 대기업 ‘엄브렐러’의 비밀 실험 시설이었던 것이다.

좀비 개를 피해 들어선 저택이지만, 안에도 좀비가 득시글거리던 상황 (사진출처: Retro Collect)
▲ 좀비 개를 피해 들어선 저택이지만, 안에도 좀비가 득시글거리던 상황 (사진출처: Retro Collect)

저택은 단순히 위장일 뿐이었다. 그 실체는 저택 지하에 건설된 비밀스러운 실험실로, 이곳에서는 대기업 ‘엄브렐러’가 정부 감시를 피해 ‘T-바이러스’라는 위험성 바이러스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모종의 사고가 발생해 바이러스가 누출됐고, 바이러스 감염으로 괴물이 된 연구원과 개가 ‘라쿤 시티’ 근처까지 출몰해 사람을 잡아먹었던 것이다. 즉, 이 모든 사건은 초자연적인 저주나 마술 때문이 아닌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지하 실험실에는 연구원들이 ‘T-바이러스’ 변이를 인위적으로 통제해 만든 괴물인 ‘타이런트’가 있었다. 또한 대원 중 한 명인 ‘알버트 웨스커’는 사실 실험시설의 데이터를 회수하기 위해 ‘엄브렐러’가 파견한 비밀 요원이었고, 두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대원들까지 죽여 입막음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알버트 웨스커’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 풀어놓은 ‘타이런트’에 의해 살해되고, 이 괴물은 두 주인공마저 쫓기 시작했다.

지하 실험실에서 ‘타이런트’와 조우한 ‘크리스 레드필드’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 지하 실험실에서 ‘타이런트’와 조우한 ‘크리스 레드필드’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마지막에 두 주인공은 가까스로 ‘타이런트’를 쓰러뜨리고, 배신자 ‘알버트 웨스커’가 증거인멸을 위해 가동시킨 실험장 자폭 장치가 폭발하기 전에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도시로 복귀한 두 사람의 증언에도 세상은 냉담하기만 했다. 이미 ‘엄브렐러사’에서 손을 써 두었던 것이다. 이에 분노한 ‘크리스 레드필드’와 ‘질 발렌타인’은 자신들 나름의 방식으로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움직였고, 그렇게 ‘바이오하자드’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제작 당시에만 해도 ‘바이오하자드’는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작품이었지만, 발매 후 성적은 기대를 훨씬 웃돌 정도로 대단했다. 캡콤 투자자 사이트에 따르면 ‘바이오하자드’는 전세계적으로 275만 장 이상 판매됐으며, 1998년 발매된 ‘디렉터즈 컷’ 버전은 113만 장이 판매됐을 정도였다. 이는 당초 예상치인 10만 장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초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캡콤도 ‘바이오하자드’를 새로운 킬러 프랜차이즈로 점지하기에 이르렀다.

캡콤 역대 매출 17순위를 기록한 ‘바이오하자드’ (사진출처: 캡콤 공식 홈페이지)
▲ 캡콤 역대 매출 17순위를 기록한 ‘바이오하자드’ (사진출처: 캡콤 공식 홈페이지)

이에 디렉터 미카미 신지는 곧장 새로운 ‘바이오하자드’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크고, 공포스러우며, 충격적이어야 했다. 그 결과물은 ‘바이오하자드’로부터 2년 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바로 시리즈 최고 명작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작품 ‘바이오하자드 2’였다.

‘좀비의 집’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로, 규모와 함께 공포도 키운 ‘바이오하자드’ 2와 3

아직은 ‘서바이벌 호러’ 장르를 고수한 ‘바이오하자드 2’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 아직은 ‘서바이벌 호러’ 장르를 고수한 ‘바이오하자드 2’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바이오하자드 2’는 기본적으로 전작과 구성은 비슷하되 규모를 키운 게임이었다. ‘바이오하자드’는 외딴 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공간적 무대가 한정됐지만, 1998년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2’는 아예 ‘라쿤 시티’ 전체로 재앙의 규모가 확장됐다. 그로 인해 분위기는 전통적 ‘귀신의 집’ 스타일 보다는 ‘좀비 아포칼립스’에 가깝게 변했다. 좁은 복도로 이어지는 저택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분위기 대신, 좀비 바이러스로 아비규환에 빠진 참상의 도가니를 그린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2’는 전작에서 몇 개월이 지난 ‘라쿤 시티’를 무대로 시작됐다. ‘T-바이러스’ 실험에 관여했던 ‘엄브렐러’ 연구원 ‘윌리엄 버킨’은 ‘T-바이러스’의 개량 버전 ‘G-바이러스’ 정보를 정부에 팔 야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모종의 사연으로 이 음모가 들통나는 그는 회사 임원들이 보낸 암살 팀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고, 결국 스스로에게 ‘G-바이러스’를 투여해 스스로 괴물로 변했다. 덕분에 그는 암살 팀으로부터 살아남았으나, 빠른 속도로 변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숙청 당할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를 괴물로 만든 ‘윌리엄 버킨’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 숙청 당할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를 괴물로 만든 ‘윌리엄 버킨’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괴물이 된 ‘윌리엄 버킨’이 연구실에서 난동을 부리던 중 사고로 ‘T-바이러스’가 누출, 도시 전체에 바이러스가 퍼진 것이다. 이로서 시민 대부분이 좀비가 된 ‘라쿤 시티’는 완전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바이오하자드 2’는 이처럼 ‘T-바이러스’로 혼란에 빠진 도시에서 사건에 휘말린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라쿤 시티’ 신참 경찰인 ‘레온 케네디’ 그리고 전작 주인공 ‘크리스 레드필드’를 찾아온 여동생 ‘클레어 레드필드’가 그들이었다.

‘바이오하자드 2’는 무대가 커진 만큼 전작보다 훨씬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주인공 외에도 ‘엄브렐러’가 바이러스 누출 사건 관계자를 제거하고 실험자료를 회수하기 위해 파견한 용병들, 괴물이 된 연구원 ‘윌리엄 버킨’의 딸이자 유일한 바이러스 항체 보유자인 ‘셰리 버킨’ 등이 등장, 좀비 지옥이 된 불타는 도시에서 탈출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줄거리를 보여주어 이야기 다각화를 꾀했다. 사실상 등장인물이 다섯 명 뿐이었던 전작에 비해 복잡한 스토리가 된 셈이다.

전작에 비해 확실히 다양해진 등장인물들 (사진출처: Retro Collect)
▲ 전작에 비해 확실히 다양해진 등장인물들 (사진출처: Retro Collect)

무대를 도시 전체로 확장시켜서 공포의 규모도 키운 ‘바이오하자드 2’는 총 496만 장이 판매되는 큰 실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공에 자극 받은 캡콤은 이듬해인 1999년 후속작 ‘바이오하자드 3: 네메시스’를 출시했다. ‘바이오하자드 3: 네메시스’는 전작 ‘바이오 하자드 2’와 같은 시간대 다른 시점에서 진행되는 사건으로, 시리즈 첫 작품 ‘바이오 하자드’ 주인공이었던 ‘질 발렌타인’이 ‘라쿤 시티’에서 탈출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여기에 ‘바이오하자드 3’는 능동적으로 추적해오는 적 ‘네메시스’를 등장시켜 긴장감을 더하고자 했다. ‘네메시스’는 ‘엄브렐러사’에 통제되는 생물 병기로, 관계자를 제거하기 위해 기업이 보낸 또다른 해결사였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더 있으니, 미국 정부가 ‘라쿤 시티’의 바이러스 문제를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핵무기를 발사한 것이다. ‘네메시스’의 추적을 따돌리는 동시에 핵무기가 도시에 떨어지기 전에 탈출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조성된 셈이었다.

‘질 발렌타인’을 끝까지 추적해오는 사냥꾼 ‘네메시스’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 ‘질 발렌타인’을 끝까지 추적해오는 사냥꾼 ‘네메시스’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바이오하자드 3: 네메시스’ 역시 전세계적으로 35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작품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전작인 ‘바이오하자드 2’와 근본적인 줄거리와 분위기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첫 번째 작품 주인공 ‘질 발렌타인’을 다시 본 것도 반갑고 게임도 준수했으나,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전작과 별반 차이가 없는 시나리오라 신선함을 보여주지 못한 게 문제였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캡콤은 몇 년 후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보여줄 신작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신선함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조금 지나치게 나간 감이 있었다. 좀비도 공포도 없이, 초능력과 전투에만 초점을 맞춘 액션 스릴러가 된 것이다. 이 게임을 시작으로, 한동안 ‘바이오하자드’ 프랜차이즈는 전작들과 같은 ‘서바이벌 호러’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먼 분위기로 흘러가게 됐다.

좀비는 가고 초능력 돌연변이가 왔다,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

초능력 돌연변이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 (사진출처: Resident Evil Database)
▲ 초능력 돌연변이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 (사진출처: Resident Evil Database)

2000년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는 정식 넘버링이 붙지는 않았으나, 스토리로 보면 나름대로 중요한 이정표가 된 작품이다. 앞서 언급했듯 ‘바이오하자드’는 초기 저 예산 서바이벌 호러 게임으로 기획됐으나, 예상을 크고 웃도는 성과를 기록하면서 캡콤 킬러 프랜차이즈가 됐다. 이에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기 앞서 기존 스토리를 정리할 필요를 느꼈는데, 그 초석이 된 작품이 바로 이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였기 때문이다.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부터 ‘T-바이러스’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기존 작품에는 단순 생물병기를 만들기 위해 개발된 바이러스라는 설명이었지만, 이제는 인간 개량이라는 보다 원대하고 과대망상적 계획을 위한다는 설정이 붙었다. 지금껏 좀비를 만든 ‘T-바이러스’는 불완전하여 문제를 일으킨 것이고, 대기업 ‘엄브렐러’는 부작용을 없앤 완전한 바이러스를 인간과 융화시켜 새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포부를 지닌 조직으로 다시 설정됐다.

인간을 초월하겠다며 바이러스를 자진 주입한 ‘알렉시아 애쉬포드’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 인간을 초월하겠다며 바이러스를 자진 주입한 ‘알렉시아 애쉬포드’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는 이러한 내용을 풀어내기 위한 포석이었다. 여기서는 ‘바이오하자드 2’ 주인공 ‘클레어 레드필드’가 오빠 ‘크리스 레드필드’를 찾아 프랑스와 남극 ‘엄브렐러’ 연구시설에 파괴공작을 벌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엄브렐러’ 임원진 가문들의 진정한 목적인 ‘인간 개량’을 파악하게 된다. 또한 ‘클레어 레드필드’와 ‘크리스 레드필드’ 남매는 자기 자신을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초능력을 얻은 ‘엄브렐러’ 간부 ‘알렉시아 애쉬포드’와도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사실 ‘엄브렐러’는 함께 고대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세 가문이 함께 세운 기업이었다. 그런데 이 중 하나인 ‘애쉬포드’ 가문은 점차 경영권 다툼에서 밀리자 천재였다는 전설이 있는 가문 시조 ‘베로니카’의 유전자를 복제한 클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클론인 ‘알렉시아 애쉬포드’는 뛰어난 지성을 바탕으로 특수한 ‘T-베로니카 바이러스’로 만들었으나, 스스로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T-베로니카 바이러스’로 변이를 거듭하는 ‘알렉시아 애쉬포드’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 ‘T-베로니카 바이러스’로 변이를 거듭하는 ‘알렉시아 애쉬포드’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T-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고 있던 ‘알렉시아 애쉬포드’는 갑작스러운 변이로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냉동시킨 상태에서 오랜 세월 동안 바이러스를 천천히 감염시켰고, 덕분에 신체와 바이러스가 온전히 융합하여 초인적 힘을 얻었다. 이로서 ‘알렉시아 애쉬포드’는 허공에서 불꽃을 일으키거나 공중부양을 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초능력을 사용하기에 이른다. 이제 ‘T-바이러스’는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바이오 무기가 아니라, 일종의 초인화 도구로 묘사되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캡콤은 좀비보다는 ‘기생체를 통해 변이한 괴물’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리즈 첫 작품인 ‘바이오하자드’의 프리퀄로 개발된 2002년 작품 ‘바이오하자드 제로’나, 2005년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4’도 이러한 관점에서 특기할 만한 작품들이다. ‘바이오하자드 제로’는 죽었던 사람이 바이러스와 융합해 회춘해 부활하는 내용이 나오며, 아예 ‘바이오하자드 4’에서는 바이러스가 아닌 신종 기생 생물 ‘플라가’가 나와 인간과 융합해 변이하는 전개로 흘러갔다.

‘플라가’를 기생시켜 거대해진 인간 ‘엘 히간테’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 ‘플라가’를 기생시켜 거대해진 인간 ‘엘 히간테’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위키)

결국 ‘바이오하자드 5’에 이르러서 스토리는 시리즈 첫 작품에 나와 죽음을 가장하고 있던 흑막 ‘알버트 웨스커’가 궁극 ‘우로보로스 바이러스’를 살포해 전세계 인간을 강제 진화시키고, 진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제거한다는 조금 황당하면서도 진부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물론 ‘알버트 웨스커’ 본인도 스스로 바이러스에 감염돼 초인적인 속도와 힘을 보여주는데, 주인공 중 일부도  ‘T-바이러스 항체’가 있다는 이유로 노화가 중단되거나 무시무시한 재생력을 얻기도 한다.

이렇듯 ‘바이오하자드’ 초기작에서 바이러스는 숙주를 좀비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생물무기였지만, 점차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일종의 파워 업 아이템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이 변이하고 강화되는 설정이 흥미로웠지만, 문제는 너무 바이러스를 만능으로 묘사하다 보니 이제는 ‘서바이벌 호러’가 아닌 ‘액션 활극’이 되어버린 데 있었다. 더 이상 좀비도 공포도 없이, 냉혹하고 침착한 초인 괴물 사냥꾼들만 남은 것이다.

공포물로 회귀, ‘바이오하자드 7’

갑작스럽게 공포물로 회귀한 ‘바이오하자드 7’ (사진출처: 캡콤 공식 홈페이지)
▲ 갑작스럽게 공포물로 회귀한 ‘바이오하자드 7’ (사진출처: 캡콤 공식 홈페이지)

그렇게 ‘바이오하자드’가 공포라는 장르에서 탈피하기로 했나 싶었을 즈음, 뜻밖의 작품 하나가 출시됐다. 바로 2017년 출시된 ‘바이오하자드 7’이었다. 바로 그 전에 출시된 2012년 ‘바이오하자드 6’이 진부하고 두서 없는 스토리와 잔인하기만 한 데드신으로 비판 받아 시리즈 최초로 메타크리틱스 기준 60점을 기록했기에, 사실 한동안 ‘바이오하자드’ 프랜차이즈의 생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7’은 첫 공개 당시부터 의외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바로 ‘공포물로의 귀환’이었다.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 이후 기존 작품은 TPS 시점으로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변이된 괴물들을 사냥하는 액션 게임이었다. 그런데 새로이 공개된 ‘바이오하자드 7’은 시점도 1인칭으로 바꾸고 VR을 지원하는 등 게임 방식까지 바꾸어가며 공포물로의 회귀를 추구한 것이다. 뜻밖이라면 뜻밖의 변화였다.

‘바이오하자드 7’의 새로운 악당 ‘베이커’ 가족 (사진출처: 스팀)
▲ ‘바이오하자드 7’의 새로운 악당 ‘베이커’ 가족 (사진출처: 스팀)

‘바이오하자드 7’은 늪지대에 사는 미치광이 살인마 가족에게 붙잡힌 사내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주인공 ‘에단 윈터스’는 실종된 아내를 찾아 왔는데, 그 흔적을 쫓던 중 ‘베이커 가’라고 하는 이 싸이코 가족의 집까지 오게 됐다. 그런데 아내 ‘미아 윈터스’는 남편도 못 알아본 채 정신 나간 살인마가 되어 식칼과 전기 톱을 휘두르며 공격해오고, 이를 피하던 중 기절한 ‘에단 윈터스’는 정신을 차린 후 자신이 이 ‘베이커 가’의 포로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문제는 ‘베이커 가’에 기묘한 비밀이 몇 개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모두 불사신이었다. 총으로 쏘거나 칼로 찌르는 정도의 피해는 금방 재생해버리기에, 사실상 비무장 민간인인 ‘에단 윈터스’ 입장에서는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또한 ‘베이커 가’는 모두가 극도로 정서불안하고 예민한 살인마들이지만, 어쩐지 ‘에단 윈터스’를 새 가족으로 대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에단 윈터스’를 바로 죽여버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비위를 못 맞추면 ‘베이커’ 아저씨에게 삽이나 도끼 같은 걸로 맞게 된다 (사진출처: Game Stop)
▲ 비위를 못 맞추면 ‘베이커’ 아저씨에게 삽이나 도끼 같은 걸로 맞게 된다 (사진출처: Game Stop)

이에 ‘에단 윈터스’는 미치광이 ‘베이커 가’ 비위를 맞춰주는 한편,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아내에게 일어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함께 도망치기 위해서 단서를 수집하게 된다. 이 또한 배후 사정을 알고 보면 기존 ‘바이오하자드’ 세계관의 ‘T-바이러스’와 연관된 사정이 드러나지만, 게임 중에는 그러한 설정은 신경 쓸 여유도 없다. 그보다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미친 살인마 가족을 피해 숨어 다니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바이오하자드 7’의 줄거리는 알고 보면 이러하다. 사실 ‘베이커 가’는 실험시설에서 탈주한 변종 바이러스 숙주 ‘이블린’의 희생자였다. 호송대를 살해하고 탈주한 ‘이블린’은 마지막 관리인이었던 ‘미아 윈터스’와 함께 해상에서 표류하다 ‘베이커 가’에게 구조되는데, 가족의 애정에 몹시 굶주린 ‘이블린’은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베이커 가’를 미친 괴물로 바꾸고 자신을 가족처럼 여기게 만든 것이다. ‘미아 윈터스’가 처음에 남편을 못 알아본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바이오하자드 7’의 최종 보스 ‘이블린’ (사진출처: 스팀 공식 커뮤니티)
▲ ‘바이오하자드 7’의 최종 보스 ‘이블린’ (사진출처: 스팀 공식 커뮤니티)

다시 공포물로 급격한 장르 전환을 한 ‘바이오하자드 7’는 팬들로부터 크게 호불호 갈리는 반응을 얻었다. 설정 자체는 전작들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주인공을 힘 없는 민간인으로 설정한 데다 시점과 연출이 공포물에 특화되어 있어서 너무 무섭다는 것이다. ‘바이오하자드’가 공포물로 회귀하기를 바란 진성 공포물 팬들은 환호했지만, 전통적인 주인공 ‘질 발렌타인’ 등이 시원하게 괴물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이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 것이다.

리메이크 되는 ‘바이오하자드’, 액션은 줄이고 공포 늘릴까?

공포와 액션 두 마리 토끼를 쫓은 ‘바이오하자드 RE: 2' (사진출처: 스팀 공식 커뮤니티)
▲ 공포와 액션 두 마리 토끼를 쫓은 ‘바이오하자드 RE: 2' (사진출처: 스팀 공식 커뮤니티)

이처럼 ‘바이오하자드 7’은 팬들로부터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얻었지만, 캡콤은 한동안은 계속 공포물 노선을 탈 계획인 듯하다. 새로 출시된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 버전 ‘바이오하자드 RE: 2’도 공포물에 가까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작 두 개를 연달아서 공포물로 만든 것을 본다면, 당분간 앞으로 나올 ‘바이오하자드’ 게임들도 계속 공포물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코드 베로니카’ 이래 17년 동안 쌓아온 액션 스릴러 정체성을 희석하고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시리즈 초창기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적어도 아직까지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바이오하자드’를 ‘코드 베로니카’ 이후 접한 팬까지 온전히 품기 위해서는, 공포와 액션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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