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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로 늘어난 탄력근로제, 게임업계 '사측과 근로자' 모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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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경지사회노동위원회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해 합의했다 (사진출처: 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최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 있었다. 지난 2월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 것이다. 탄력근로제는 본래 2주 또는 3개월 동안 1주일에 일하는 평균 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맞추는 것이다. 가령 첫 주에 52시간을 넘겨 60시간을 일했다면 다음주에는 44시간을 일하는 것이다. 이러면 2주 동안 일한 시간은 104시간, 평균은 52시간이다.

이러한 ‘탄력근로제’를 쓸 수 있는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증가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기존보다는 필요할 때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 셈이다. 그렇다면 탄력근로제 활용 기간이 늘어난 것에 대해 게임업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게임메카는 이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노동시간에 대한 중요한 부분이기에 사측과 노동자,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측, 기간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아직 부족하다

▲ 현재로서는 현장에서 쓰기 빠듯하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 (사진출처: 픽사베이)

우선 게임사에서는 탄력근로제 기간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현장에서 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IT 및 게임업계에서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라며 “이번 탄력근로제를 확대하자는 합의는 업계 의견이 어느 정도 수용된 긍정적인 결과로 보고 있다”라며 “하지만 각 기업마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규모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라고 전했다.

3개월에서 6개월이면 쓸 수 있는 기간이 2배 늘어난 것인데 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업계는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과정에서는 직원들이 얼마나 일할지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고, 24시간 서비스 체제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사전에 예상하기 어렵고, 예기치 못한 장애에 대한 대응도 수시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게임 출시 전과 후에 필요한 인력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력을 더 충원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단위로 팀이 움직이고, 한 번 팀이 구성되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유지 및 보수만 진행하기 때문에 신규 인력 채용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 팀 단위 헙엽을 기본으로 한 게임 개발 과정을 반영해주길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게임 출시 전까지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출시 후에는 상대적으로 일이 줄어든다. 따라서 출시, 테스트와 같은 중요한 일정에 좀 더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탄력근로제 기간이 늘어나길 바란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력근로제의 현실적인 적용을 위해 단위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실 국내 게임사 대부분은 탄력근로제가 아니라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바탕으로 일을 하고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주 평균 최대 52시간’을 맞춰야 하는 탄력근로제보다 시간을 쓸 수 있는 폭이 좀 더 넓다. 회사와 직원이 한 달에 일할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근무하는 시간을 160시간으로 정했다면 출퇴근을 언제 하느냐는 직원에 맡긴다.

하지만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일하는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다. 현재는 1달 동안 일한 시간 전체에 대한 평균을 내서 1주에 일한 시간이 최대 52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근무시간을 정산하는 기간을 1달이 아니라 2달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원하고 있다. 정산 기간이 늘어나면 기존보다 좀 더 원하는 시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게임업계 특성을 반영해 1개월이 아닌 3~6개월 이내에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게임 출시와 비공개 테스트, 공개 테스트 등을 앞두고 집중, 초과 근로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재량근무제 또는 재량근로시간제에 게임산업을 포함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근로자, 기간과 함께 정당한 휴식시간 보장에 대해 생각해봐야

그렇다면 게임사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이 역시 결론부터 말하면 탄력근로제 기간을 늘린 것은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장시간 노동을 더 악화시키리라는 의견이 나왔다.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대표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해 이야기하며 노동자에게 얼마나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줄 것이냐는 논의에서 빠져 있다. 기간과 함께 휴식권 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번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며 달아놓은 일종의 안전장치가 있다. 일을 한 후 직원에게 11시간은 연속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휴식 시간 보장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불가피한 경우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이 부분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 합의문에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휴식 시간을 11시간보다 당길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자료출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넥슨 노조 ‘스타팅 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은 “단위 기간 확대와 함께 11시간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는 안전장치를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해지시킬 수 있다는 단서가 붙은 것이다.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 대표는 회사가 지정할 수 있다. 휴식 시간 보장에 대한 안전장치를 회사에 쥐어준 것이나 다름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게임업체 중 노조가 있는 곳은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뿐이다.

이와 함께 탄력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는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며 게임업계에서 이를 채택할 가능성도 생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게임업계는 탄력근로제보다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이용하는 곳이 많다. 그 이유는 탄력근로제는 기존에 3개월밖에 쓸 수 없다는 제한이 있었고, 제조업과 달리 언제 일이 몰릴지 예상할 수 없기에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더 쓰기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력근로제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면 게임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할 여지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악용하면 근로자는 8개월 동안 장시간 근로에 놓일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상, 하반기로 6개월씩 나누고, 상반기에서 앞의 2개월은 통상으로, 뒤의 4개월을 일을 많이 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하반기에 앞의 4개월을 더 일하고, 뒤의 2개월을 줄이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연속으로 8개월 동안 초과근로를 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를 게임을 만드는 과정과 엮어서 생각하면 노동자의 자리는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 회사에 따라 기간은 다르지만 내부에서 만들고 있는 신작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증하는 단계를 거친다. 시장에 나가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먼저 점검해보는 것이다. 1년 단위로 내부 점검을 거치고, 확대된 탄력근로제를 통해 최장 8개월까지 근무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개발 기간 동안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간 뒤, 내부 검증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인력을 정리하기 쉬운 구조가 되리라는 의견이었다.

▲ 늘어난 탄력근로제를 악용하면 야근이 해소되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넥슨 노조 배수찬 지회장은 “결국은 포괄임금제 폐지라고 생각한다. 만약 포괄임금제가 폐지된다면 다른 회사에서도 장시간 근로를 환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없앤다. 만약 포괄임금제가 폐지된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야근에 대한 임금 부담이 생기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인력 활용 방향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대표는 “중국에서는 여러 스튜디오가 함께 게임을 만든 뒤, 작업한 결과물을 합치는 형태로 게임이 완성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중국은 질과 속도를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이다”라며 “중국의 게임 개발력이 한국을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현재, 국내에서는 언제까지 회사에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쥐어짜내는 형태로 일을 할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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