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산업

서울대 의대 이경민 교수, 게임 통한 다양한 경험 '뇌 발달'에 필수

/ 4
▲ 서울대학교 이경민 교수 초청 토론회 현장 (사진제공: 한국게임미디어협회)

게임 질병코드를 취재하며 항상 궁금했던 점은 게임이 뇌에 진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다. 일부가 주장하는 ‘게임을 오래 하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가를 짚어내는 것은 어려웠다. 이 외에도 게임과 뇌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게임미디어협회와 한국게임기자클럽은 24일 서울 역삼동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지과학전공의 이경민 교수와의 초청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경민 교수는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 연구하며 쌓은 경험과 주요 해외 연구사례를 소개하며 게임이 과연 뇌에 어떠한 변화를 주는가를 전달하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앞서 이야기한 ‘게임을 오래 하면 뇌에 구멍이 난다’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이경민 교수는 “제가 보기에 그러한 이야기를 하며 인용된 논문이 ‘게임을 하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근거를 제시한 적은 없는 것 같다”라며 “게임을 하면 뇌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는데 실제로 뇌 MRI를 찍을 때 다른 활동에서는 활성화되었다가 게임을 할 때 활성화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를 비유적으로 ‘뇌에 구멍이 난다’라고 표현했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뇌 활동성은 너무 떨어져도 안 되지만 과해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서울대학교 이경민 교수 (사진제공: 한국게임미디어협회)

게임 질병코드에 대한 토론회에서 흔한 소재로 나오는 ‘도파민’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마약을 할 때도 도파민이 나오고, 게임을 할 때도 도파민이 나오기에 게임중독과 마약중독은 같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 역시 맹점이 있다. 이 교수는 “우선 도파민은 뇌세포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물질이다. 도파민 외에도 세포들은 다양한 물질로 소통하는데, 도파민의 역할 중 하나는 필요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학습’ 기전을 돌릴 때 분비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도파민’은 항상 나온다. 오히려 ‘도파민’이 안 나오면 그것대로 문제다. 이경민 교수는 “도파민 분비 세포가 점점 없어지면서 생기는 병 중 하나가 바로 파킨슨병이다. 그리고 도파민이 나오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도파민이 너무 많아도, 적어도 문제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따지기 위해서는 도파민이 얼마나 분비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에 대해 이경민 교수는 “1998년에 네이처에 등재된 논문에 따르면 게임을 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평소보다 13%에서 50% 증가한다. 음식을 먹을 때 50%가 오르고, 성행위를 할 때는 100%가 올라간다”라고 말했다. 게임을 할 때 증가하는 양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분비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마약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 교수는 “코카인은 350%, 각성제는 1,200%가 오른다”라고 전했다.

이를 종합하면 게임을 할 때 증가하는 도파민 양은 음식을 먹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며 마약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 게임을 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 양은 정상적인 범위라는 것이다. 이경민 교수는 “정량적인 것을 따지지 않고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 게임을 할 때 도파민 증가 수치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오히려 게임을 하면 뇌 기능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이경민 교수는 "영국에 어떤 과학자들이 외과 전공의를 모아두고 게임을 많이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하니 많이 한 쪽이 외과 수술 실력이 더 좋다는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라며 "최근에는 게임을 통해 길러둔 전략적인 사고 능력이나 자기통제력, 다면적 사고(여러 정보를 결합하여 생각하는 것) 등이 좋아진다는 발표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길러둔 능력은 게임은 물론 다른 일을 할 때도 쓸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경민 교수가 생각하는 게임의 좋은 점은 3가지다. 그는 "첫 번째는 게임을 통해 일상에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최대한 다양하게 해보는 것이 뇌 발달에는 필수적이다"라며 "두 번째는 반복학습이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뇌에 새로운 경로를 뚫었다면 반복학습을 통해 길을 넓혀야 한다. 잔디밭에 한두 명이 걸어가면 티도 안나지만 많은 사람이 걸어가면 샛길이 생기고, 길이 넓어지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세 번째는 위험을 최대한 줄인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라며 "자기통제력을 기르는 방법은 실패하는 경험을 직접 해보는 것이다. 화초도 온실 속에서만 자라면 바깥의 거친 바람에 견디지를 못한다.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일상에서 스스로릍 통제하는데 실패하는 경험을 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감옥이나 소년원에 가게 될 수도 있다. 게임을 통해서 실패에 대한 경험을 쌓으면 위험을 줄이면서도 자기통제능력을 기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나오는 ‘게임을 하면 뇌에 구멍이 난다’거나 ‘게임중독자와 마약중독자의 뇌가 같다’는 주장에 의학계가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관점의 측면에서 이야기했다. 그는 “꼭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만이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또한 표현이다”라며 “게임을 해도 도파민이 나오고, 마약을 해도 도파민이 나오니 게임은 마약과 같다는 주장이 엉뚱한 삼단논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사람은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부분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한 연구 결과를 잘못 해석해 가지고 오는 경우다. 이경민 교수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1차 주장이라면 이를 인용하는 것은 2차 주장이다. 그리고 2차 주장을 할 때는 두 가지를 검증해야 한다. 하나는 인용한 사례가 내용에 잘 맞는지, 또 하나는 그게 사실인지다. 만약 ‘뇌에 구멍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근거가 없거나, 잘못 인용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주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조한 부분은 과학자가 하는 말이 언제나 옳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회경제적인 갈등에서는 과반수가 의미가 있지만 과학에 대한 이슈는 과반수가 의미가 없다. 아인슈타인과 과학자 만 명을 모아두고 투표해도, 아인슈타인의 1표가 더 중요하다”라며 “TV 인터뷰를 보며 황당한 부분은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데 이 사람의 말이 옳은 것처럼 보도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검토하지 않고 자꾸 인용해서 자기주장을 강화하려 하는 것은 정치 행위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가 게임업계에 제안하고 싶은 부분은 뇌 건강에 좋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그는 "뇌가 건강하려면 혈액 공급을 잘 받아야 한다. 뇌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인데 쓰는 것에 비해 에너지를 적절하게 공급하지 못하면 병이 생긴다. 따라서 신체활동을 유발시키면서도 사람들과 협동하며 하는 게임이 좋다"라며 "두 번째는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하게 하여 뇌의 연결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노인은 물론 젊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며 뇌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만평동산
2018~2020
2015~2017
2011~2014
2006~2010
게임일정
2024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