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스팀이 게임 유통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며 PC게임 시장에 디지털 다운로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바람 속에서도 콘솔 시장에서는 실물 패키지 판매 비중이 줄곧 높았다. 모든 콘솔 기기에 다운로드 스토어가 생기고 다운로드 콘텐츠가 따로 발매되는 등 디지털 카피의 중요성은 계속 대두되어왔지만, 어디까지나 콘솔 게임 시장의 중심은 실물 패키지였다.
하지만, 최근 속속 공개되는 차세대 콘솔 게임과 관련된 정보를 보면 게임 시장의 중심이 실물 패키지가 아닌 다운로드를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작년에 나온 Xbox One의 디지털 에디션이 게임 패키지가 사라진다는 흐름의 전조였다면, 지난 12일에 진행된 공개된 PS5 디지털 에디션은 그야말로 확실한 트리거라고 할 수 있겠다.
디스크가 없어도 되는 게임 환경
지난 12일 진행된 PS5 퓨처 게이밍쇼에서는 두 가지 버전의 PS5가 공개됐다. 하나는 기존에 팬들이 예상했던 대로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포함된 일반판이며, 다른 하나는 별도의 드라이브가 없는 디지털 에디션이다. 소니가 디지털 전용 버전 콘솔 기기를 따로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PS4 슬림 같은 염가판이나, PS4 프로 같은 개량형 버전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디스크를 사용할 수 없는 버전을 출시한 것은 플레이스테이션 사상 처음이다.
MS는 이미 8세대 게임기인 Xbox One에서 이런 방식의 디지털 에디션을 출시한 바 있다. Xbox One S 올 디지털 에디션이 그것인데, 기존 기기에서 디스크 드라이브만 없고 나머지는 다 동일한 제품이다. 디지털 에디션은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서만 플레이 할 수 있으며, Xbox One S 보다 무려 100$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심지어 MS는 이전부터 Xbox 라이브나 게임 패스 멤버십 같은 구독 서비스를 통해 디스크가 없어도 모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IPTV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집에 콘솔 기기를 한대 구비하고 구독형 서비스에 가입만 해 놓으면 따로 패키지를 구매할 필요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소니 또한 PS플러스처럼 게임 패스와 비슷한 형식의 유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MS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엑스클라우드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XSX를 클라우드 게이밍 수상기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든 셈이다.

과반수 이상으로 늘어난 다운로드 버전 판매율
소니와 MS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그만큼 다운로드 버전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PS4 소프트웨어 전체 판매량 중 디지털 다운로드의 비율은 51%에 달한다. 이는 2018년 37%에 비해서 14%나 증가한 비율이다. SIE 짐 라이언 사장은 "2020년 1분기(4~6월)에 팔린 게임 중 3분의 2가 디지털 구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스퀘어 에닉스의 상반기 화제작인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의 출하량을 봐도, 전체 가운데 다운로드판의 비율은 4~5할 수준으로 나왔다. 이는 비단 PS4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패미통에 따르면 닌텐도 스위치 독점작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 또한 최근 1,000만 다운로드 판매를 돌파했을 만큼 디지털 버전이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지만, 콘솔을 사용하는 유저 전반이 점차 다운로드 버전을 선호하고 있음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소니와 MS는 디스크가 없어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점차 게임 환경을 변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실물 패키지가 없어지는 것이 믿기지 않을 수 있겠지만, 게임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제작 단가가 내려가고 중고 거래를 제한할 수 있어 이를 선호할 수도 있다.
이는 비단 게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LP나 테이프, CD 등의 음반을 구매하던 음악 시장은 현재 디지털 음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비디오나 디스크를 구매 혹은 대여하던 영상 시장 또한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다. 게임 역시 그 흐름에 발맞춰 변해가고 있을 뿐이다.
물론 실물 패키지에 대한 수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실물을 소유한 수 있다는 점이나 중고 판매의 이점, 함께 포장되는 부록이나 번들 제품 등 실물 패키지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각종 보고서나 게임사들의 전략에서 비춰지듯이 시장의 중심이 다운로드 버전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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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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