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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의 7:3 수수료에 대한 밸브 입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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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브 CI (사진제공: 밸브)

국내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스팀'은 참 가까운 플랫폼이지만, 이를 운영하는 밸브 코퍼레이션은 아직까지도 멀게 느껴진다. 비교적 자주 게임을 출시하고 이와 관련된 소식을 발표하는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면 외부에 알려지는 소식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풍문은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그만큼 더 많은 의문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임메카는 스팀 덱 국내 출시 발표를 맞아, 시애틀에 있는 밸브 본사에 방문해 회사 문화, 경영 방침, 그리고 스팀 정책 등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밸브에서 11년째 일하고 있는 로렌스 양과 밸브의 7년 차 엔지니어 피에르루프 그리파이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인터뷰에 참여한 밸브 11년 차 직원 로렌스 양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밸브 특유의 수평적인 회사 구조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많다. 일단, 몇 가지 질문에 예/아니오 대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Q. 직함이 있으나 사장과 임원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 = 아니오

로렌스 양(이하 로렌스): 사장과 임원을 떠나 애초에 타이틀이 없다. 프로젝트를 할 때만 담당이 있지 따로 불리는 직위나 직책이 없다. 이것이 다른 회사들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명함에도 이름만 적혀 있다. 경력과 상관없이 한 프로젝트의 대표가 될 수도 있고, 주니어가 될 수도 있으며, 여러 분야의 일을 맡을 수 있기 때문에 특정한 타이틀이 없다. 심지어는 한 프로젝트를 하다가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피에르루프 그리파이스(이하 피에르): 개발자가 패키징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하며, 보도자료를 적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한 사람이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에 구분하지 않고 있다. 

Q. 사장인 게이브 뉴웰에게 할 말이 있으면 그냥 직접 가서 말하면 된다 = 예

Q.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선 직원이 직접 가서 프로젝트에 끼워 달라고 하거나, 사람들을 모아서 프로젝트를 만들면 된다 = 예

로렌스: 내가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바로 물어보고 참여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옆 사람에게 가서 한두 마디 조언을 던지다가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Q. 직원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맘에 안 들면 다른 프로젝트로 마음대로 전환할 수 있다 = 예

25년을 맞이한 밸브의 가장 큰 변화는 하드웨어를 만들게 된 것이다 (사진제공: 밸브)

Q. 밸브도 설립된 지 25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변한 것은 무엇이며,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피에르: 근 10년 동안 큰 변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하드웨어 개발에 힘을 쏟게 됐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하드웨어 개발진을 많이 데려왔으며, 사무실도 그에 맞춰서 많이 바뀌었다. 일하는 공간은 물론 방문객이 보는 부분이나 체험하는 곳도 다소 바뀌었다. 게임을 만들던 회사가 어느새 게임을 파는 일을 겸하게 됐고, 지금은 하드웨어도 만들게 됐다고 보면 된다. 그 동안 딱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우리가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Q. 밸브서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피에르: 제일 좋은 것은 엔지니어링을 하더라도 그 분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분야에도 도움을 주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팀별로 각자 만든 것을 합치는 작업을 하면서 여러 분야가 협응하는 것이 매우 좋았다. 

로렌스: 이렇게 서로서로 업무에 도움을 주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수평적인 구조를 깨달을 때가 굉장히 짜릿했다.

피에르: 이런 구조 탓에 의사 결정 시 결론을 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각 팀원의 의견이 하는 일과 상관없이 같은 무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어렵다면 어려운 부분일 수 있겠다.

▲ 밸브 직원들의 책상에는 모두 바퀴가 달려 있어 언제나 자유롭게 자리를 옮길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밸브 타임'을 비롯한 부정적인 단어들이 몇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렌스: 많은 부분에서 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팀 덱의 경우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밸브 타임' 같은 경우는 모든 준비가 된 다음에 발표와 출시를 하다 보니 계속해서 늦어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완벽한 출시 준비가 끝나기 전까진 날짜와 관련된 약속을 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좋은 물건을 늦게 받는 게 낫지, 좋지 않은 물건을 일찍 받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Q. 현재 여러 플랫폼 중에서 스팀은 꾸준히 7 대 3 수수료를 고집하고 있다. 독과점에 대한 논란도 있고, 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은데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피에르: 사실 지금도 완전히 7 대 3은 아니다. 판매가 많이 되거나 수익이 높은 제품은 수수료가 줄어든다. 더불어 스팀에서만 제공하는 여러 이득도 분명 있다. 마케팅과 언어에 따른 번역, 각종 무료 제작 도구도 제공한다. 최근엔 창작마당과 스트리밍 서비스도 지원하며, 각국에 새로운 서버도 만드는 등 단순히 게임을 받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을 제공한다 생각하기에 수수료 자체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로렌스: 특히 최근엔 스팀 덱까지 나왔기 때문에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사용자와 제품이 워낙 많으며, 매년 사용자 수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수수료를 넘어선 스팀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Q. 혹시 스팀의 수익 분배 구조를 조정할 계획은 있는지?

로렌스: 위에서 말했듯이 이미 조금씩 수익에 따라 조절하는 정책을 구비하고 있다. 

▲ 스팀도 사실 수수료가 30%로 완전 고정돼 있진 않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홈페이지)

Q. 2시간 환불 제도를 악용하는 유저가 있고, 이 피해의 다수는 플레이타임이 짧은 인디게임들이 받는다. 혹시 게임 플레이타임에 따라 환불 적용 시간을 다르게 적용하는 정책을 활용할 생각은 없는가?

피에르: 저희도 항상 이를 악용하는 유저들을 체크하고 있다. 또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없앨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방침이 소비자와 개발자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해 유지하고 있다. 

Q.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Orc Massage' 검열 사태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스팀에 게재된 여러 포르노 게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피에르: 당연히 알고 있으며, 한국에서 연락이 왔기에 그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스팀은 일단 각 나라의 규정과 법을 최대한 우선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스팀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모든 제품을 주는 것인데, 어찌 됐든 한국 법정에서 안 된다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로렌스: 기본적으론 모든 게임을 소비자에게 다 알려드리고 선택할 수 있는 기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취향이나 문제가 되는 게임에 있어 선 필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스팀 유저들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나 해당 종류의 게임을 보지 않을 수 있다.  

▲ 한국 게임위의 요청에 따라 오크 마시지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스팀페이지)

Q. 한국에 지사를 세울 계획은 혹시 있는지 궁금하다. 

로렌스: 그 전에 시도해보긴 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사실 밸브의 일하는 방식은 매우 특이한 편이다. 이 방식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선 모든 직원이 한 곳에 있어야 했다. 지사를 낼 경우 소통도 힘들며, 그 방식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는 이 건물에서만 모든 직원이 모여서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Q. 최근, 더 나아가서 한국의 심의 규정과 자율 심의 규제 제도에 대해선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혹시 여기에 가입할 생각은 없는지?

로렌스: 개인적으론 잘 모르지만, 변호사들이 이에 대해 알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의논하고 있다. 

▲ 밸브 내 변호사들이 국내 자율심의제도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밸브가 제작하는 게임에 대해서 묻고 싶다. 혹시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포탈, 하프라이프 등 도타 외의 다른 IP 중에서 개발 중인 게임이나 신작이 있는가?

로렌스: 우리는 항상 게임을 만들고 있으나, 오늘 특별히 말씀드릴 것은 없다. 
 
Q. 하프라이프 X는 현재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가? 하프라이프 3를 대신할 게임이 될 것인가?

로렌스: 이 또한 마찬가지다. 분명히 우리는 게임을 만들곤 있지만, 특별히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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