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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장편 추리소설 같은 연쇄살인 수사기, 루미네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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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네나이트 메인 이미지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홈페이지)
▲ 루미네나이트 메인 이미지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트위터)

‘좋아하는 것은 잘 알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만큼 가까이 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뜻도 되지만, 비슷한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다 보면 공통된 도식이 몸으로 체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디게임 개발자 중에는 이런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다 새로운 것을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뛰어드는 이들이 있는데, 오늘 소개할 루미네나이트의 개발사도 그런 회사다.

추리 게임을 좋아해서, 미제사건이 해결되는 것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주고 싶어서 개발을 시작한 이들이 만든 느와르 추리물은 어떻게 구성됐을까? 더해, 루미네나이트만이 가진 개성은 무엇일까? 게임메카가 개발사 스피카소프트 이정우 대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 루미네나이트 소개 트레일러 (영상출처: 스피카소프트 공식 유튜브 채널)

셀렌 포스터와 케빈 포스터, 부녀의 살인사건 수사기

루미네나이트는 미제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추리 어드벤처 게임으로, 1950년대 서머셋이라는 가상의 도시가 배경이다. 사건은 해변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변사자에게서 시작해, 플레이어는 형사 켈빈 포스터와 아마추어 탐정 셀렌 포스터를 통해 피해자의 신상 조사를 시작으로 미스터리한 인물 및 사건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증인 심문, 퍼즐, 잠입 등의 방식으로 숨겨진 비밀을 찾아나간다.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도시 ‘서머셋’은 미국의 뉴욕과 캠든, 그리고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모티브를 딴 가상의 도시다. 1950년대, 하나 둘 지어지는 화려한 마천루가 늘어선 신도심과, 이와 대비되는 시 외곽의 다소 낙후된 지역의 대비를 통해 서머셋의 역사 등등에 현실감과 재미를 줘 게임 내의 NPC에게 생동감을 주기 위한 장치로 활용했다. 195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은 디지털 시대 전 사람의 힘과 두뇌로만 수사하던 추리물에 최적화된 시대라 생각해서다.

여기에, 네온사인을 많이 사용한 당시대의 비주얼이 밤 거리의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이유도 있다. 이린 결합이 ‘지금은 사라진, 낯선 과거에 대한 모험’을 전달하는 요소로 전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이 디렉터의 생각이다.

마천루의 불빛 아래 가려진 구도심의 분위기가 잘 살아난다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홈페이지)
▲ 마천루의 불빛 아래 가려진 구도심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텀블벅 페이지)

▲ 루미네나이트의 시대적 배경에 감각을 더하는 네온사인 (사진제공: 스피카소프트)

루미네나이트에 준비된 연쇄살인사건은 하나의 흐름을 타고 길게 흘러가는, 장편소설과 같은 형식이다. 모든 스토리를 크게 상, 중, 하로 분류한다면, 이번에 공개된 데모는 상편의 일부에 해당한다. 이 디렉터는 “정식 출시 시점의 플레이 타임을 약 12시간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스토리는 미국 수사/추리 드라마 스타일에 코지 미스터리를 조합한 느낌으로 전개된다”고 밝혔다.

첫 기획 당시에는 형사로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수사하고 풀어내는 게임에 가까웠다. 개발진은 사건이 최대한 미스터리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도시를 돌아다니고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가며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조금 더 개성점을 찾고 싶어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추가하게 된 것이 탐정 이야기였으며, 이것이 더 발전돼 형사 아빠 켈빈과 탐정 딸 셀렌의 관계성과 추리방식이 정립됐다.

진행에서 조금 더 많은 역할과 비중을 맡은 것은 딸인 탐정 셀렌 포스터다. 잠입 등의 미니게임 플레이도 셀렌에게만 제공된다. 이는 켈빈과 달리 법을 준수해야 하는 형사가 아니므로 더욱 자유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신, 형사인 켈빈의 시점에서는 부검기록에 대한 접근과 목격담 청취 등 합법적이고 빠른 조사를 만나볼 수 있다. 현재 배포 중인 데모 버전에서는 개발적 사유로 셀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잠입 스테이지가 포함되지 못했지만, 본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수사 및 탐문 과정에서 셀렌과 켈빈, 기타 인물의 비중은 6 대 3 대 1일 정도로 비중에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게임사’로 거듭나기위해 노력 중인 스피카소프트

스피카소프트는 2021년 설립된 구성원 5인의 신생 인디게임 개발사다. 스토리의 가치를 중시해, 플레이를 마쳤을 때 성취감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웰메이드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루미네나이트 프로젝트는 2021년 5월 시작됐으며, 디자인 수정 등을 거치며 지난 11월 그 얼개가 잡혔다. 수정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비주얼로, 이 디렉터는 “예쁘고, 보기 좋아야 하고, 느와르 느낌도 나면서 그리기는 쉬워야 하고, 연령대가 다양해야 하며, 표정과 얼굴에 개성도 있어야 한다는 등 꽤 많은 것을 요구했던 터라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미안한 디렉팅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루미네나이트를 개발 중인 스피카소프트 사무실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루미네나이트를 개발 중인 스피카소프트 사무실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 디렉터는 특히 생각하는 셀렌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스피카소프트)

난항을 겪은 것은 초기 기획과 비주얼 뿐만이 아니다. 해외를, 심지어 구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보니 고증을 맞추는 일에도 난항을 겪었다. 미국이 인구밀도가 낮은 편이라 고밀도의 으슥한 느낌을 넣기 위해 유럽 구시가지의 비주얼을 다소 참조했다. 이에 구도심을 상징하는 솔티메리역과 신도심을 상징하는 서머셋, 그리고 서머셋 항만이 얽힌 루미네나이트만의 도시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루팡 3세의 디자인과 역전검사 및 역전재판 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은 상호작용이 더해져 하나의 게임이 완성됐다. 루팡 3세에 대한 오마쥬는 크라우드 펀딩 스트레치 골 달성으로 만든 엽서에도 반영됐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것은 난이도 조절이다. 이는 개발 중인 지금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요소로, 이 디렉터는 “추리 퍼즐을 좋아하는 마니아에게는 너무 쉽게, 추리게임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은 아주 어렵게 느낀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라 말하며, 힌트 시스템을 여러 방향으로 도입 중이다. “누군가는 이런 부분을 비효율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첫 작품이니만큼 효율을 추구하기보다 힘들더라도 확실한 재미를 추구하고자 한다. 스토리 기반 게임에서 재미가 어디서 오는지 확실하게 학습하고, 이후 차기작에서 학습한 점들을 기반으로 제작 과정에 효율성을 늘려 나갈 예정”이라는 것이 이 디렉터의 설명이다.

루팡 3세에 대한 오마주가 반영된 엽서세트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텀블벅 페이지)
▲ 루팡 3세에 대한 오마주가 반영된 엽서세트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텀블벅 페이지)

루미네나이트는 독특하게도 현재 공개중인 데모가 일반 버전과 저사양 버전으로 나누어졌다. 이는 그래픽 때문으로, 옥토패스 트래블러와 같은 2.5D 스타일의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더해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연필 스크래치 효과 등의 커스텀 셰이더도 다수 존재한다. 이 요소가 사양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내장 그래픽으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셰이더 기능을 제외한 저사양 데모를 따로 배포했다.

비주얼을 타협하면서도, 콘텐츠 면에서는 최대한 온건한 결정을 내렸다. 데모에도 많은 디테일을 넣으려 노력했다. 예를 들어 데모 마지막 스테이지인 솔티메리 역에서 진행되는 켈빈의 수사 중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역에 불도 꺼지고 직원들도 퇴근하고, 승객들도 사라진다. 이 디렉터는 이런 구성에 대해 “추리 게임은 특히 디테일이 중요하고, 좋은 디테일에서 좋은 플레이 경험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땀한땀 열심히 만들었다”고 밝히며, “게임을 구매하지 않으시더라도, 데모를 한번은 플레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캐릭터 스탠딩에 존재하는 스크래치 효과는 커스텀 셰이더로, 분위기를 더욱 살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텀블벅 페이지)
▲ 스크래치 효과는 커스텀 셰이더로, 분위기를 더욱 살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텀블벅 페이지)

루미네나이트 이후로도 이어질 이야기를 기다리며

인터뷰 마무리에서 이 디렉터는 “루미네나이트는 스피카소프트의 첫 게임이다. 동시에 이제 앞으로 만들어나갈 루미네나이트 시리즈의 첫 번째 게임이기도 하다. 그래서 루미네나이트는 굉장히 ‘미안한’ 게임이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미안하다는 의미란, 제작진의 미숙,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수정하지 못한 문제점이나, 분량상 삭제되어 버린 스테이지 같은 부분들이 안타깝다는 뜻이다. 그래도 이제 기조가 잡혀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게임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인디게임들이 유저 피드백을 받기 위해 자주 진행하는 앞서 해보기 등의 사전 출시 여부에 대해서는 “추리게임이라 스포일러가 생기는 상황을 만들기 싫어서 가능하면 앞서 해보기를 진행하고 싶지 않다”며, “게임이 나왔을 때 온전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완성된 상태로 공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루미네나이트는 2024년 3월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텀블벅 페이지)
▲ 루미네나이트는 2024년 3월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출처: 루미네나이트 공식 텀블벅 페이지)

함께, 정식 출시에 맞춰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 지원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 차례 견적을 받아본 결과 6만 단어를 넘기는 분량으로 인해 번역 비용만 1,000만원 이상이 잡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많은 분들께 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라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해 DLC 개발 또한 고려를 하고 있다며, 제작될 경우 DLC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가한 모든 후원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 밝혔다. “아직 나오지 않은 게임이고 가격대가 낮은 게임도 아닌데 흔쾌히 믿고 구매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러니 이 정도는 해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모쪼록 이들의 소설 같은 게임과 이후의 이야기들을 계속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루미네나이트는 2024년 3월 정식 출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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