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3.0 Pro
PC 유저들에게 재앙이 닥쳐왔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단순한 가격 인상을 넘어 본격적인 ‘수급 불균형’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AI 데이터센터용 HBM 생산에 공정과 자원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PC용 메모리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여기에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 지난 CES 2026에서 루빈 플랫폼을 소개하는 엔비디아 젠슨황 CEO
<이미지 출처 : 엔비디아 보도자료>
HBM 완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웨이퍼에서 생산된 DRAM die(디램 다이)를 8~12개 적층해야 한다. 이는 같은 웨이퍼 기준에서 PC용 메모리에 공급할 수 있는 DRAM 다이 물량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적 한계 속에서 PC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체감 가격은 이미 충격적인 수준이다. 현재 16GB DDR5 DIMM 하나의 시세는 약 40만 원 선. 듀얼 채널 구성을 위해 두 개를 장착하면 80만 원을 훌쩍 넘는다. 2026년 1월 14일 기준 금 한 돈(3.75g) 시세가 약 82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PC 한 대에 금 한 돈을 얹는 셈이다. 이제 PC 메모리는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CPU와 그래픽카드에 버금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에 필적하는 고가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금값 메모리’ 시대에 접어든 지금, 단순한 용량 비교만으로 메모리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클럭이나 타이밍 같은 표면적인 스펙은 기본에 불과하다. 이제는 금이나 귀금속의 보증서처럼, 메모리의 근본이자 족보라 할 수 있는 다이(die)의 정체성을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소중한 내 PC에 장착된 메모리가 어떤 다이에서 태어났는지, 그 뿌리를 추적해보는 여정이 필요한 이유다.
삼성과 SK, 메모리 die(다이)의 중요성

다이는 메모리 모듈 위에 부착된 사각형 형태의 반도체 칩으로, 반도체 웨이퍼에서 직접 생산되는 DRAM의 최소 구성 단위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램 모듈은 이 다이 여러 개를 PCB 기판 위에 실장해 완성한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단면(Single Rank) 모듈에는 8개, 양면(Dual Rank) 모듈에는 최대 16개의 다이가 사용된다. PC용 메모리 다이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두 회사 모두 내부적으로 알파벳으로 구분되는 다이 공정 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며, 각 공정은 성능, 전력 효율, 수율 등에서 서로 다른 특성과 역할을 맡고 있다.

<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보도자료>
먼저 삼성전자는 A, B, C, D, E로 구분되는 다이 공정을 운용해왔다. 이 가운데 A-die와 B-die는 DDR4 시절을 대표하는 공정으로 꼽힌다. A-die는 현재 찾아볼 수 없으나 B-die로 넘어가자. B-die는 낮은 CAS 타이밍과 높은 전압 내성을 동시에 갖춘 특성 덕분에, 오버클럭커 사이에서 ‘전설적인 다이’로 불릴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C-die는 안정성과 수율을 우선한 대량 생산용 공정이다. 주로 OEM PC나 완제품 시스템에 사용돼 왔으며, 성능보다는 호환성과 양산성을 중시한 설계 특성상 오버클럭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편이다.

D-die는 DDR5 초기부터 중기까지 삼성전자의 주력으로 활용된 공정이다. 전력 효율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설계 특성 덕분에, 노트북이나 서버 메모리 환경에 특히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후 등장한 E-die는 삼성전자의 최신 DDR5 공정으로, 6000MHz부터 7200MHz 이상에 이르는 고클럭 메모리 라인업을 담당하는 현세대 주력 다이로 자리 잡았다.

<이미지 출처 : SK하이닉스 보도자료>
SK하이닉스 역시 알파벳 기반의 다이 구분 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공정은 A-die, M-die, D-die다. 이 가운데 A-die는 DDR5 고클럭 메모리 시장을 사실상 주도해온 공정으로, 7600~8000MHz 이상 동작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고급 튜닝 메모리 대부분이 A-die를 기반으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die는 DDR5 메인스트림 라인업을 담당하는 공정으로, 수율과 안정성이 뛰어나 실사용자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은 편이다. 다만 서버 및 HBM 계열과 기술적 기반을 공유하는 특성상, PC용 물량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D-die는 서버 메모리와 HBM에 공급되는 비중이 높은 공정으로, 대규모 연산과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 AI 시대를 떠받치는 핵심 메모리 자원으로 분류된다.
내 메모리 die 정보는 어디에?

문제는 이 다이 정보가 제품 스펙 표기에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메모리 용량이나 클럭, 타이밍은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어떤 제조사의 어떤 공정에서 만들어진 다이인지는 판매자 또한 알기 어렵고 밝힐 의무도 없다보니 사용자가 구매 후에 직접 확인하거나 추론해야 한다.
간혹 쇼핑몰 판매정보에 다이를 적어두는 양심(?) 판매자도 있다.
또는 판매자에게 물어보면 답을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다이의 출신과 공정이 메모리의 성능 성향과 잠재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모두 한번 확인해보자. die의 세부 내역을 알아내는 가장 빠른 방법은 'Thaiphoon Burner'라는 유틸리티를 이용하는 것이다.

‘Thaiphoon Burner’는 검색을 통해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메모리 분석 도구다. 압축을 해제하면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바로 실행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상단 메뉴에서 Read 버튼을 누르면, 현재 PC에 장착된 메모리 모듈 목록이 표시된다. 이 가운데 확인하고 싶은 모듈을 선택하면, 잠시의 로딩 후 해당 메모리의 상세 정보가 화면에 나타난다.
이 화면에는 메모리의 용량과 규격은 물론, 제조사와 구성 방식 등 이른바 ‘메모리의 족보’라 부를 만한 정보들이 정리돼 있다. 다이 관련 정보는 우측 상단의 DIE DENSITY / COUNT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항목을 통해 다이의 용량과 구성 방식은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용된 다이의 성격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비록 DDR4 규격이긴 하지만, 필자가 현재 사용 중인 사무용 PC의 메모리 정보는 다음과 같다.

제일 상단 MEMORY MUDULE은 메모리 모듈 1개 구성의 정보이며 오른쪽 DRAM COMPONENTS는 die 하나가 가지고 있는 정보다. 모듈와 DRAM의 [MANUFACTURER], 즉 제조사는 모두 삼성전자다. 시금치 메모리라는 말이다. 거기에 CAPACITY를 보면 모듈 1개당 용량은 4GB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DIE DENSITY/COUNT]에 나온다. "8 Gb C-die (Pascal / 18 nm) / 1 die"이라 표시된 정보를 해석해보자.
○ [8Gb] : 다이 1개의 용량. Gb(소문자)는 비트 단위 → 8로 나누면 1GB
○ [C-die] : 삼성전자 C-die 공정에서 만들어진 메모리
○ [Pascal /18nm] : 파스칼은 삼성 내부 공정 코드네임, 18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
○ [1die] : 다이를 적층하지 않은 기본적인 단일 칩 구조
정리하면, 필자의 PC에 장착된 메모리 한 개는 삼성전자 파스칼(Pascal) 18나노미터 공정의 C-die에서 생산된 1GB 용량의 다이 4개로 구성된 4GB 단면 모듈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동일한 메모리가 총 4개 장착돼 있어, 전체 메모리 용량은 16GB 구성이 된다. 사무용 PC인 만큼, 수율과 안정성을 중시한 대량 생산 공정 기반의 보급형 메모리라는 점이 Thaiphoon Burner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마치 고대 문서를 해독하는 듯한 과정이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출시된 DDR5 메모리가 장착된 PC에서도 동일하게 Thaiphoon Burner를 실행해보자, 예상치 못한 난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까 DDR4 메모리보다는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ESSENCORE KLEVV DDR5-6000 CL30 CRAS V RGB 패키지<928,990원>를 장착한 PC에서 Thaiphoon Burner를 돌려보면 위 이미지와 같이 나온다. DIE DENSITY/COUNT에 16Gb/1die로만 표시된다. 다이 공정의 정보는 없다. 내부 공정 코드는 JEDEC 표준 항목이 아니라서 의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정보 미기재로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 물론 확실히 밝혀진 스펙 정보와 메모리에 각인된 파트 넘버를 통해 유추는 가능하다.
○ 메모리 모듈 제조사는 ESSENCORE / die 제조는 Hynix
○ [16Gb] : 다이 1개의 용량. Gb(소문자)는 비트 단위 → 8로 나누면 2GB
○ [CAPACITY]가 32GB이니 2GB die가 16개 붙은 메모리 모듈
○ JEDEC 표준 규격 속도는 DDR5-5600(전압 1.10V에서 작동할 경우)
○ 3200MHz(유효 클럭 6400MHz)에서 CL32 타이밍, 이 순간 전압은 1.35V
○ [1die] : 다이를 적층하지 않은 기본적인 단일 칩 구조
먼저 화면 상단의 MANUFACTURER 항목을 통해 이 메모리의 제조사가 SK하이닉스임은 분명히 확인된다. 앞서 정리한 하이닉스 다이 공정 표에서 후보를 좁혀가면 된다. SPEED GRADE는 DDR5-5600으로 표시돼 있지만, 이는 JEDEC 규격 기준 1.10V 동작 값이다. XMP나 EXPO 프로파일을 적용할 경우 실제 동작 클럭은 3200MHz(DDR 기준 6400MHz)로 상승하며, 동시에 CL32-38-38-78 타이밍에 1.35V로 동작하도록 설정돼 있다.
이 조건을 앞서 정리한 SK하이닉스 다이 공정별 특성과 대조해보면, 해당 메모리에 사용된 DRAM 칩은 하이닉스 A-die 계열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마치 고대 문서를 해독하는 듯한 과정이지만, 이렇게 하나씩 단서를 맞춰가며 사용 중인 메모리의 정확한 ‘출신’을 밝혀내는 작업은 꽤 흥미롭다.

하지만,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메모리도 많다. 위 캡처 이미지는 현재 '답나와'의 메인 TEST 시스템에서 Thaiphoon Burner를 돌린 결과인데, Unknown은 물론 Undefine도 부지기수다. 하는 수 없이 전원을 끄고 메모리를 분리해서 표면에 새겨진 코드를 읽어서 출신을 알아봐야한다.

제품은 G.SKILL DDR5-6400 CL32 RIPJAWS M5 RGB 화이트 패키지<1,769,990원> 중 한 개 모듈이다. 방열판 표면에 바코드와 함께 DDR5-6400, CL32-39-39-102, 1.40V라고 적혀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정보를 통해서 하나씩 증거를 찾아 갈 수도 있지만, 친절하게 이 메모리는 로트 코드(Lot Code)를 제공한다. 바코드 바로 위에 0A56KXS820A라고 쓰여진 것이 로트 코드다. 이 중에서 S820A가 핵심이다. S는 다이의 밀도를 의미하며 16Gb(소문자)임을 의미한다. 82는 제조사를 의미한다. 2는 SK하이닉스의 번호다. 마지막 A는 die의 코드네임. 종합하면 이 메모리는 하이닉스 A-die에서 만들어진 DRAM 칩셋으로 구성되었다는 게 증명된다.

로트 코드는 각 제조사 브랜드마다 고유의 체계를 가진다. 가령 커세어는 버전(ver)넘버를 통해 다이 공정을 표시한다. 3은 마이크론, 4는 삼성전자, 5는 하이닉스 공정이다. 위 메모리는 필자가 집에서 사용하는 CORSAIR DDR5-5600 CL36 Dominator Platinum RGB<494,440원>의 표기 내용인데, ver 4.43.02로 써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DRAM 칩이 부착된 메모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43 계열은 삼성의 최신 공정인 E-die를 의미한다. 뒤에 02는 두번째 개량 버전이라는 말이다.
로트 코드를 통해 단번에 유추하는 것이 제일 빠르고 확실한데, 지금까지 설명한 Thaiphoon Burner는 무슨 존재냐고 비웃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굴러가고 있는 메모리의 측면을 보려면 PC 전원을 끄고 측면 패널을 열고, 메모리를 분리하고 정보를 알아낸 후 다시 역순으로 조립해야하는 엄청난 귀차니즘이 따른다. 그래서 처음에 Thaiphoon Burner같은 소프트웨어로 시도하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로트 코드 해석을 추천한다.
확실한 die 체크로 메모리 가치를 더욱 높이!

지금까지 메모리를 구성하는 다이(die)의 공정을 확인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Thaiphoon Burner를 활용한 비교적 간편한 방식도 있지만, 직접 메모리를 분리해 칩에 표기된 코드를 하나씩 해석하며 정체를 좇는 과정 역시 꽤 흥미롭다. 단순한 부품을 넘어, 메모리 한 장의 ‘이력서’를 들여다보는 느낌에 가깝다.
PC 유저들에게는 다소 씁쓸한 이야기지만, 메모리 가격이 단기간 내 정상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주요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 중심으로 공정을 재편하고 있고, 유통사 역시 급등한 가격에 선뜻 재고를 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PC용 메모리는 점점 더 희소한 자원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메모리는 영화 속 비브라늄이나 언옵테늄처럼, 반드시 필요하지만 쉽게 손에 넣기 어려운 존재로 ‘신분 상승’을 이뤘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요구되는 기준도 달라졌다. 용량과 가격만 보던 시대를 지나, 어떤 다이에서 태어난 메모리인지까지 따져봐야 하는 시점에 들어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메모리 가격이 하루빨리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길 바라지만, 당분간은 더 꼼꼼한 선택만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듯하다.
고난의 시절을 함께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조촐한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이름하여 "금보다 더 소중한 나의 메모리 자랑하기!"
앞서 소개한 die 판별하는 법을 잘 활용해 자랑하는 시간을
여러분에게 드리도록 하겠다.
일류는 힘들때 웃고 즐긴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Coming Soon...!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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