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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스토리, 그 중추에 레오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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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블리즈컨 2011’에서 크리스 멧젠 수석 부사장은 “디아블로 세계관을 재정립하는데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이 과정을 통해 디아블로1에서 디아블로를 쓰러뜨리는 주인공 어둠의 방랑자에게 ‘에이단’이라는 이름이 생겼으며, 레오릭 왕의 장남이라는 설정이 추가되었다.”라 말하며 해골왕 레오릭을 언급했다. 또한 전설급 아이템들 중 레오릭과 관련된 아이템이 있는 등 매 시리즈에서 해골왕의 존재와 그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해골왕 레오릭,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디아블로의 세계관에서 그를 만나보도록 하자.

 

칸두라스의 성군이 되다

케자니력 1258년, 빛의 종교 ‘자카룸’의 신자이며 동쪽 지방의 군주인 레오릭은 자신의 기사들과 자카룸 사제들을 이끌고 서쪽 대륙인 ‘칸두라스’ 지방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칸두라스를 정복한 그는 제위에 올라, 그 지역을 통치했다.

처음 칸두라스 백성들은 자신의 땅을 침략한 레오릭에게 반발했다. 하지만 레오릭 왕이 데려온 많은 기사들과 사제들은 칸두라스를 눈부시게 발전시켰고, 그의 곧은 성품과 지혜 등은 불신에 쌓인 칸두라스 백성들을 감화시키기 충분했다. 백성들이 레오릭 왕을 인정하고 따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그런 그를 성군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 트리스트람 대성당을 건축하면서 레오릭 왕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비극의 시작, 깨어난 디아블로

레오릭 왕은 칸두라스 남서쪽에 위치한 ‘트리스트람’에 자신의 성을 건설했다. 그리고 자카룸의 사제들을 위해 대성당을 건축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장소는 약 240년 전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가 묻힌 옛 ‘호라드림 수도원’의 힘이 깃든 자리였다. 대성당을 건축하면서 수도원에 깃들었던 힘은 상실되었고, 어둠이 드리워진 곳에서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는 서서히 부활을 준비했다. 이것은 레오릭 왕에게 앞으로 다가올 비극의 시작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제 막 트리스트람에 도착했고, 나는 약간 실망감이 들었다. 이곳은 농부들로 가득찬 한낱 벽지일 뿐이고, 고대의 수도원은 허물어졌다. 여긴 칸두라스의 왕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나는 왜 라자루스가 우리 왕권의 새로운 지역으로 어울리는지 의도하는 바를 이해할 수 없다.”

- 레오릭의 일지(Leoric’s Scroll) 中

제일 먼저 디아블로는 레오릭 왕의 조언자인 ‘대사제 라자루스’의 욕망을 이용, 그의 정신을 타락시켜 자신의 수하로 삼았다. 그리고 그를 소울스톤이 보관된 곳으로 유도하여 소울스톤의 봉인을 깨뜨리게 했다. 디아블로는 자유를 되찾았지만 오랜 시간 봉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힘이 많이 약화된 상태였다. 따라서, 완벽한 부활을 위해 자신이 머물 강한 육체를 필요로 했고, 마침내 한 사람을 찾았으니 그가 바로 레오릭 왕이었다.


▲ 대사제 라자루스는 내면의 욕망때문에 디아블로에게 지배당한다

 

성군에서 암흑 왕으로

한편, 레오릭 왕은 트리스트람 입성 후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악한 힘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굳은 의지와 빛의 힘으로 이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 사제들이나 심지어 자신의 측근들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디아블로는 매일 밤 레오릭 왕을 악몽에 시달리게 하여 그의 정신을 조금씩 타락시켰고, 디아블로의 심복이 된 대사제 라자루스는 레오릭 왕을 겉으로 돕는 척 하면서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이로 인해 레오릭 왕은 충신들에 대한 믿음을 잃고 점점 미쳐갔으며, 이내 폭정을 시작했다.

레오릭 왕은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 존재라는 명분으로 충신들을 포함, 여러 사람들을 제거했다. 5년 동안 그의 폭정에 죽거나 시달린 사람들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때 성군이었던 왕이 점점 미쳐가는 것을 바라본 칸두라스의 백성들은 이 사실을 안타까워하거나 두려워했고 그런 그를 암흑 왕(Black King)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디아블로에 정신이 분열되어가는 레오릭 왕

 

몰락하는 칸두라스와 디아블로의 부활

대사제 라자루스의 끊임 없는 감언이설에 레오릭 왕은 결국 자신의 왼팔인 충신 ‘라크다난’에게 ‘웨스트마치’를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라크다난은 자살행위인 이 전쟁을 납득할 수 없어 대신들과 함께 반대했지만, 왕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 이상으로 충성을 맹세한 왕의 명령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던 라크다난은 어쩔 수 없이 명을 받들어 웨스트마치로 진격했다.

“라자루스.. 그가 확실했다. 그는 유일하게 왕의 귀를 갖고 있었고 어둡고 사악한 마법들을 왕의 귀에 중얼거렸으며, 웨스트마치에 기습 공격을 하도록 세뇌시켰다. 대사제에 반대하는 것을 두려워한 의회는 그들의 텅 빈 머리를 끄덕였고, 우리를 사지로 내몰았다.”

- 라크다난의 일지(Lachdanan’s Scroll) 中


▲ 라자루스의 끝없는 감언이설에 레오릭 왕은 결국 웨스트마치를 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오랫동안 레오릭 왕을 타락시킨 디아블로는 새로운 육체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아주 희미했지만 레오릭 왕 안에 질기게 남아있는 그의 마지막 이성과 정의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미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충분히 레오릭 왕을 이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육체를 찾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마침내 찾아낸 대상은 레오릭 왕의 둘째 왕자 ‘알브레히트’였다. 대사제는 왕자를 유인하여 디아블로 앞으로 데려갔으며, 디아블로는 이 어리고 순진한 어린 왕자를 완전히 지배하여 그 육체를 제물로 부활에 성공했다.


▲ 알브레히트 왕자를 숙주로 하여 디아블로는 부활에 성공한다

 

충신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다

레오릭 왕은 디아블로의 시달림에서 벗어났지만 이미 그의 정신은 피폐되어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알브레히트 왕자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크게 분노하였다. 레오릭 왕은 자신의 아들을 납치한 자를 찾기 위해 주변의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들을 도륙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아내마저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후 레오릭 왕은 웨스트마치에서 크게 패한 후 생존자들을 모아 가까스로 귀환한 라크다난에게 국가에 큰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그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참는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목숨을 다바쳐 충성을 맹세했던 라크다난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 이상 이를 지켜볼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군대를 몰아 성을 점령하고 왕실 수비병들까지 모조리 쓰러뜨린 후, 레오릭 왕의 심장을 꿰뚫었다. 칼을 맞은 레오릭 왕은 일갈의 신음을 토하면서도 라크다난을 포함한 반역자들에게 영원한 저주를 퍼부으며 생명이 다할 때까지 부르짖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가 웨스트마치에서의 끔찍한 패배로부터 귀환했을 때, 총애하는 국왕은 모든 사리분별을 잃은 상태였다. 분노에 차있던 그는 우리를 반역자라며 몰아세웠고, 나는 큰 슬픔을 안은 채 달려들어 그를 찔렀다.”

- 라크다난의 일지(Lachdanan’s Scroll) 中


▲ 충신 라크다난은 슬픔을 머금고 레오릭의 심장을 찔렀다

해골왕으로의 부활

레오릭 왕을 쓰러뜨린 라크다난은 비록 폭정을 했고 국력을 약화시켰지만, 자신이 모든걸 바쳐 충성을 맹세한 왕이었기 때문에 그의 기사단과 함께 시신을 대성당 깊은 지하의 묘지에 안치했다. 하지만 부활한 디아블로의 부정한 힘이 레오릭 왕의 시체에 깃들었고, 그는 해골왕으로 부활하여 라크다난과 그의 기사들에 저주를 내렸다. 저주를 받은 라크다난과 병사들은 추악한 악마의 모습이 되었고, 이후 디아블로의 명령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가 왕이 매장될 방에 그를 편안히 눕혔을 때, 그는 섬뜩한 해골 악마로 나타났다. 고라쉬와 다른 사람들은 한번에 압도 당했지만, 나는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이제 나는 한때 친애했던 국왕에 의해 저주받은 채 헤매고 있다.”

- 라크다난의 일지(Lachdanan’s Scroll) 中


▲ 해골왕의 저주를 받아 라크다난은 추악한 악마의 모습으로 변했다
 

친애하는 부친에게 안식을

라자루스는 대성당 지하에 갇힌 왕자를 구해야 된다고 주민들을 현혹시켰고, 그에 속아넘어간 다수의 주민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갔으나 돌아온 자들은 거의 없었다. 트리스트람 주민들은 탈출한 생존자에게서 악마들로 가득한 대성당의 소식을 듣고 대부분 마을을 떠났으며, 남아있는 사람들은 보물과 명예를 노리고 오는 영웅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웅들은 대성당에 깃든 어둠에 하나 둘 지배당하여 그들의 하수인이 되거나 목숨을 잃었고, 마침내 한 영웅이 등장하는데 그는 레오릭 왕의 장남인 ‘에이단’이었다.

에이단은 트리스트람 주민들을 통해 단서를 추적하면서 디아블로의 부활, 모든 일의 배후에 대사제 라자루스가 있다는 것, 그리고 레오릭 왕이 자신의 부하에게 목숨을 잃고 대성당 지하 깊은 곳에 매장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왕자를 구하고 디아블로를 처단하기 위해 대성당에 발을 들였으며 그곳에서 자신의 부친이지만 악마의 하수인이 된 해골왕을 만나게 되었다. 해골왕의 모습은 살아있을 당시의 위풍당당했던 모습 대신 악취와 덜그럭거리는 해골의 형상뿐이었다. 에이단은 어둠에 지배된 그에게 칼을 겨누었고, 그의 칼을 맞고 분쇄된 해골왕은 죽어서도 계속된 고통에서 벗어나 안식을 되찾게 되었다.


▲ 다크 원더러는 정립된 세계관에서 레오릭 왕의 장남 에이단으로 설정되었다 

여기까지가 해골왕 레오릭에 관련된 디아블로 스토리다. 레오릭 왕이 칸두라스로 진출하고 트리스트람에 대성당을 건축한 것이 디아블로가 풀려나게 된 시발점이 되었고, 이후에 발생한 그의 비극은 디아블로1의 스토리로 이어진다. 결국 그는 디아블로 세계관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것이다.

 

: 게임메카 김홍열 기자(dia3@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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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디아블로 3'는 전작 '디아블로'와 '디아블로 2'의 스토리라인을 계승한 작품이다. 야만용사, 부두술사, 마법사, 수도사, 악마사냥꾼 등 5가지 직업을 지원한다. 무시무시한 악마 및 강력한 보스들과의 전투와 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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