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달라요, 천/마 커스터마이징 차이 분석!

[아이온: 영원의 탑>메카리포트]

‘아이온’하면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어비스의 치열한 전투? 아이템을 얻기 위해 지겹도록 돌던 인스턴스 던전? 아름다운 천계와 마계의 풍경들? 많은 생각이 나겠지만, 많은 게이머들은 ‘아이온’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커스터마이징’을 꼽는다. 남들보다 더 예쁜, 개성 있는, 특별한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겠다는 소비자의 욕구를 겨냥했던 이 시스템은 그 목표에 명중했고, 오픈 초기부터 큰 화제를 이끌며 아이온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게시판에는 자신의 캐릭터 소스들을 공개하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캐릭터 얼굴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많은 글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천족(마족)에게만 적용되는 소스입니다.’라는 문장이다.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천족과 마족의 캐릭터 얼굴을 똑같게 만들어낸 사람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어차피 예쁘고 멋진 건 천족이나 마족이나 매한가지인데, 대체 왜 한 종족에게만 적용된다는 걸까? 거기에 숨겨진 사소하지만 큰 이유, 천족과 마족의 커스터마이징의 차이를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외형 샘플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으면, 각 종족의 컨셉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천족은 선이 얇고 온화한 이미지의 얼굴들을 가지고 있지만, 마족은 선이 굵고 매서운 얼굴들을 가지고 있다. 마치 남방계 얼굴과 북방계 얼굴로 나누어지는 우리 민족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러한 샘플들은 ‘빛이 풍부하고 따뜻했던 천계와 빛이 잘 들지 않고 열악한 기후의 마계’라는 아이온의 초기 설정과 맞아떨어져 더욱 흥미롭다.

▲ 선이 얇고 온화한 이미지의 천족과 강인하고 매서운 이미지의 마족
(이미지 출처: 공식 홈페이지 파워북)

천족 남성 캐릭터 외형 샘플
마족 남성 캐릭터 외형 샘플
천족 여성 캐릭터 외형 샘플
마족 여성 캐릭터 외형 샘플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몸무게에 변화가 없는 친구들이 늘 하는 변명, ‘나는 뼈가 굵다고!’. 이 변명 아닌 변명은 아이온에도 적용되고 있다. 처음부터 천족과 마족은 주어지는 얼굴형에 차이가 있다. 다른 종족을 베이스로 만든 캐릭터 소스를 보고 아무리 똑같이 만들려고 노력해봤자 완전히 똑같아질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얼굴을 뜯어고쳐도 그 안의 골격까지 바꿀 수는 없기 때문.

▲ 아무리 똑같은 소스로 만들어도
▲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 바로 얼굴형

천족 남성 얼굴형 보기
마족 남성 얼굴형 보기
천족 여성 얼굴형 보기
마족 여성 얼굴형 보기

이러한 ‘원판 불변의 법칙’이 적용되는 건 비단 얼굴형뿐만이 아니다. 특히 눈썹 모양은 같은 소스로 다른 얼굴이 나오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눈썹 모양을 어느 정도 바꿀 수는 있지만, 처음 그려진 형태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지만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눈썹의 커스터마이징이 이렇게 제한적이다 보니, 완벽하게 똑같은 얼굴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이다.

▲ 제각각인 눈썹들이 똑같아질 확률, 0.0001%

눈썹처럼 처음부터 변경할 수 없는 부분이 또 있다. 바로 눈동자다. 물론 눈동자의 홍채 부분은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색깔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오드 아이(두 눈동자의 색이 다른 눈)나 붉은색 동공 등의 눈동자는 유저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 유저 임의대로 바꿀 수 없는 눈동자도 있다(좌: 붉은 동공, 우: 오드 아이)

이 외에도 종족의 고유한 특색을 가지고 있어 더 큰 차이를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 이 중 가장 좋은 예는 피부색이다. 천족의 피부색 팔레트는 실제 사람과 비슷한 따뜻한 색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마족은 차갑고 어두운 색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족과 마족의 차이 중 가장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 종족간 큰 차이를 보여주는 피부색 팔레트

기껏 만들어 놓은 얼굴이 어쩐지 밋밋해 보일 때, 화룡점정의 기분으로 얹는 문신. 이 역시 천족과 마족이 다른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 각 종족의 특색을 살려주는 고유 문신들

또한, 마족의 경우 뿔이 달린 헤어스타일이나 균열이 생긴 듯한 얼굴 등 천족에 없는 고유한 커스터마이징 요소들도 가지고 있다.

▲ 마족 고유의 커스텀, 뿔과 갈라진 얼굴

지금까지 천족과 마족의 커스터마이징 차이점들을 살펴보았다. 비록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세세한 차이지만, 다양한 부분에서 천족과 마족은 각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이상 큰 차이가 났다면 오히려 이상했을지도 모른다. 스토리상 천족과 마족은 ‘인간’이라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일이 일파만파 퍼져 큰일을 부른다는 뜻이 있는 말이다. 비록 커다란 외형의 차이는 없지만, 미세한 차이가 같은 소스에서 다른 얼굴을 만드는 것도 어찌 보면 하나의 나비효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이 ‘같은 소스인데 왜 나는 안될까?’ 하며 고민하던 유저들에게 명쾌한 답을 내려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글: 게임메카 임경희 기자(aion@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