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과 태블릿, 자웅을 겨룰 것인가 하나로 일통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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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와 관련한 최근의 전망 중, 향후 PC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보고서는 단연컨대 하나도 없다. 세상이 클라우드를 외치기 시작하며 서버, 클라우

 

PC와 관련한 최근의 전망 중, 향후 PC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보고서는 단언컨대 하나도 없다. 세상이 클라우드를 외치기 시작하며 서버,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 기업용 하드웨어(엔터프라이즈) 전반의 수요가 증가하는 와중에도 개인용 컴퓨터는 몇 년 전부터 암울한 전망 일색에 성장률이 꺾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고야 말았다.

 

태블릿을 모바일PC 범주에 포함하는 경우, 모바일PC의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 가능해지지만, 시장조사기관들의 분류법과 달리 소비자들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인식조차 하지 않는다. 분명 두 기기 사이에 상당한 유사점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렇게 두 기기를 ‘다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유는 역시 ‘과거의 것’과 ‘새로운 것’이라는 넘을 수 없는 인식의 장벽이 두 기기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네이버에 ‘태블릿과 노트북’을 검색하면, 위와 같은 화면을 만나게 된다. 소비자들은 두 기기를 모두 구비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고,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 어쩌나, 마지막 보루인 노트북 시장마저

 

시장조사기관 대부분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모바일PC’ 등으로 한데 묶어 시장을 분석한다. 그만큼 이 두 제품 사이에 유사성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문제가 되는 걸까?

 

분명한 것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각기 다르다는 사실이다. 전통의 PC기업들이 만드는 노트북과 달리, 태블릿은 애플, 삼성 등 모바일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몇몇 기업들의 전유물이다. 결국 성격이 유사하더라도 소비자의 인식이 그러하지 않고, 제조사가 다른 이상 이 두 제품은 하나의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NPD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태블릿이 마침내 노트북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태블릿 출하 대수가 작년보다 67% 늘어난 2억 5650만 대, 2017년에는 5억 794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노트북은 향후 4년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2017년에는 1억 8330만 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산술적으로 2017년에는 태블릿이 노트북 시장의 5배 규모로 성장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 만들어봐야 지는 게임, 돌파구를 찾아라

 

상황이 이 지경이니 PC 업계에선 매일같이 앓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PC가 IT시장의 중심이었을 때엔 꽤나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을 나누며 공생해 왔지만, 기실 모바일 시장이 열린 후 이 시장은 애플, 삼성, 구글 정도만이 주인행세를 하고, 나머지는 모두 명함 내밀기도 어려운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더 큰 문제는 모바일 시장 자체가 기존의 PC시장 거의 대부분과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PC 업계로서는 앉아서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PC 업계도 가만히 있던 것만은 아니다. 전통의 제조사 대부분이 스마트폰, 태블릿의 제조에 도전했다. 그런데, 모바일 시장에 잔뼈가 굵은 기업들조차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이 시장에서 PC를 만들던 기업이 모바일 기기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것도 경쟁자가 애플, 삼성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현재 태블릿 시장은 정확히 이렇게 나뉘어 있다. 아이패드와 갤럭시, 넥서스와 킨들, 그리고 일명 ‘화이트박스’로 불리는 그냥 싼 중국산 제품.

 

PC, 노트북을 만들던 기업들의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급격히 스마트 디바이스로 이동하고 있는데, 만들어봐야 게임은 이미 끝난 상태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의 중심이 넘어가고 있는데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 기가바이트 U2142 ]

 

그래서 그들은 선택하고 있다. 아예 스마트폰·태블릿의 개발과 생산을 포기하고 기업용과 노트북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을 강화하고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 중 하나를 말이다. 델(Dell)과 같은 기업이 전자라면, 에이수스와 같은 기업은 아마도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 목이 마르면 우물을 파고,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하는 것이 정답

 

태블릿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시장조사 결과들은 그러나 미래에 발생할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할 수 없다는 한계점도 갖고 있다. 쉬 끓은 냄비가 빠르게 식듯, 급격히 달아오른 태블릿 시장이 예기치 않은 작은 변수 하나로 급격히 식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이 가능할까? 현 시점의 시장만을 바라보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 이론을 적용하자면, 급격한 변화를 수반할 변수는 오히려 노트북이 쌓아가고 있다. 티핑포인트란, 어떤 변수들이 지속적으로 쌓여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순간을 맞게 된다는 이론이다.

 

태블릿의 진화를 꼼꼼히 되짚어보면,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다소 높아지고 프로세서가 빨라진 것 외에 눈에 띄는 개선점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빌게이츠는 “아이패드는 문서 하나조차 만들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혁신적인 키보드를 장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도 문자의 입력에 조금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 그다지 자랑할만한 생산성을 갖춘 것은 아니다. 태블릿은 이런 ‘낮은 생산성’이라는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도시바 WT310 ]

 

반대로 노트북 영역에서는 최근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급격한 변화가 수반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태블릿으로, 또는 노트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노트북부터 아예 태블릿 형태를 갖고 있어 평소엔 태블릿처럼 활용하다 높은 생산성이 필요할 땐 별도의 크래들에 장착해 노트북처럼 사용하는 제품도 발표됐다.

 

[에이수스 타히치 ]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격언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보면 될까? 노트북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어떻게든 노트북의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태블릿의 장점을 수용한 기기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노트북 형태의 기기에서 디스플레이만 분리해 태블릿처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넘어 더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중이다.

 

노트북 업체들이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태블릿과의 힘겨운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방법 중 하나가 노트북과 태블릿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그간 적용하지 못했던 다양한 변화상을 제품에 접목해 ‘노트북’이란 단어에 소비자들이 떠올리는 고정관념을 지워가는 것도 방법이다. 쉽게 말해, 기존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노트북이란 어휘에 따라다니는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탈피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때마침 성능과 전력 관리가 더욱 개선된 인텔 '하스웰'이 출시 대기 중이다. 좀 더 가벼운 시스템을 위한 실버몬트도 발표됐다. 노트북 업계는 노트북인지 태블릿인지 모를, 그러나 태블릿보다 문서나 차트, 이미지 작업 시 분명 나은 생산성을 가진 기기를 만들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 카테고리를 무력화 시켜라

 

‘태블릿’은 기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번 시도했다 실패한 카테고리의 제품이다. 개념이나 사용 목적, 활용방식 등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건만, 애플은 ‘아이패드’로 똑같은 시장에 도전해 성공을 거뒀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인데, 이 같은 성공의 이면엔 아이폰으로 드높아진 애플의 위상과, 잡스로 대변되는 ‘혁신’에 대한 소비자들의 환상이 한 몫 거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시장에 아직도 잡스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태블릿으로 도전한다는 건 무모한 도전일이도 모를 일이다.

 

[ MSI 슬라이더 S20 ]

 

잡스는 “신은 인간에게 이미 10개나 되는 스타일러스를 주셨는데 왜 다른 스타일러스가 또 필요한가?” 라고 물었다. 분명 옳은 말이지만, 보다 세밀하고 정밀한 포인팅이 수반돼야 하는 작업에서 인간의 손가락만큼 정밀하지 못한 도구도 없다는 사실을 이미 태블릿 사용자들은 느끼고 있을 일이다.

 

그리고 아이패드로 대변되는 태블릿이 이런 철학을 고수한다면, 언제고 부족한 생산성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될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더욱 향상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기존의 노트북을 더욱 진화시키고 있는 노트북 업계는 현 시점에서도 상당한 변수들을 시장에 쌓고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지속적인 변수의 투입은 어느 순간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의 급격한 변화를 수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노트북이 터치와 키보드, 터치패드, 트랙볼, 마우스의 지원 등 보다 다양한 입력기의 지원이 가능한 것은 크나큰 장점. 여기에 태블릿 만큼의 크기와 무게, 편리한 이동성을 확보한다면, 종래엔 두 기기 사이의 구별이 무의미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노트북 업계에겐 태블릿과 승부를 가른다는 생각보다 두 제품을 구분하는 카테고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시도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예전 방식’이란 낡은 느낌을 쇄신하고, 생산성을 강조하는 등의 변수를 지속적으로 쌓아간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은 일로 보인다. 이왕이면 ‘노트북’이란 고정관념이 철철 넘치는 이름부터 버리는 것은 어떨까?

 

오국환 기자 sadcaf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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