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박스 타이틀 국내 유통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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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는 MS의 X박스 게임기 정식 발매를 앞두고 유통사들이 X박스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며 타이틀 출시에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①“서두를 것 없다”, X박스 정착 후 유통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X박스 게임기의 국내 정식 유통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대부분의 국내 유통사들은 X박스 타이틀 유통에 별 관심이 없거나 계획이 있어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기의 성패는 게임기의 성능 자체보다도 타이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상식. 게임기가 잘 팔리려면 ‘킬러 타이틀’이 게임 판매대에 쭈욱 깔리면서 얼마나 사용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X박스의 정식 발매를 3달 정도 앞둔 지금 이 시점까지 대부분의 유통사가 X박스 타이틀 유통에 회의적이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안 그래도 갈 길이 먼 X박스 사업이 ‘타이틀 수 절대 부족’으로 인한 ‘게임기 판매 부진’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X박스 게임기의 국내 정식 발매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X박스 관계자들이 올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X박스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누누이 말해왔고 여러 가지 정황을 미루어볼 때 X박스의 정식 국내 유통은 다소간의 조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연내에는 이루어질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없는 게임기는 말 그대로 고철. 현재 X박스 정식 발매와 함께 출시가 확정된 타이틀은 불과 10여개다. 그나마 대부분 MS가 유통하는 게임들이다. 대표적으로는 헤일로, DOA 3 등 해외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했던 타이틀이며 이외에도 ‘에이스급’ 타이틀 들은 거의 예외 없이 국내에 정식 발매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MS에 의하면 부분한글화와 전체한글화를 포함해 현재 10여개의 타이틀을 로컬라이징하고 있고 발매 이후 지속적으로 타이틀을 쏟아낼 계획이기 때문에 타이틀이 부족해서 X박스 게임기를 구입하기 꺼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직배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내 유통사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해외 퍼블리셔의 국내 직배사 중 하나인 A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직배사의 경우 해외에서 이미 X박스 타이틀을 팔고 있기 때문에 X박스가 정식 발매된다면 언제든지 타이틀을 유통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X박스 타이틀이 회사의 주력 타이틀이 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으며 처음부터 로컬라이징 작업 등 회사의 역량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B 업체의 관계자도 “X박스의 정식 발매와 동시에 게임 타이틀을 내놓기 시작한다면 결국 X박스 게임기와 함께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되는데 현재 침체된 게임시장에서 성공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은 게임기 판매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라고 말하고 “현재 해외 퍼블리셔와 접촉하면서 X박스 타이틀 유통 준비를 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계획’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해 적극적인 유통 의지나 시장 선점에 관해 별 생각이 없음을 나타냈다.

C 업체 관계자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게이머 성향과 비교적 잘 맞는다는 PS2 타이틀 유통도 그다지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많은 PC 게임 개발사나 유통사들이 지속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에 매달리고 있는데 X박스 게임기가 설 자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게임유통사이니 만큼 X박스 타이틀을 유통하는 것은 확실하겠지만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X박스 타이틀에 관심이 없거나 있더라도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하드웨어 보급이 충분히 될 때까지 기다려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발매와 동시에 붐업(Boom-up)을 기대하는 한국MS의 X박스 마케팅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② 당분간 고전하겠지만 결국 표준게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하지만 모든 업체의 시각이 이런 것만은 아니다.

D 유통사 대표는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미국 게임기에 대한 거부감이 일본 보다 덜한데다가 어차피 콘솔게임기 시장이 초기 단계라서 소니의 PS가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과는 사정이 다를 것” 이라면서 “X박스 라이브가 활성화된다면 멀티플레이를 좋아하는 국내 게이머의 성향에 맞아 PS2와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 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 직배사의 경우 좀 더 적극적이다. “돈이 되는 타이틀만 내려고 해서는 시장을 넓혀 나갈 수 없다. 게이머가 게임 판매대 앞에 섰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야 된다”며 “X박스 정식 발매와 동시에 타이틀을 적극 유통할 계획”이라고 말하면 마지막에 “그래도 MS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말을 해석해보면 MS가 게임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당분간 PS2에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지만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MS가 X박스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결국 X박스가 시장에서 표준이 되게 되어있다라는 말이다. 운영체제와 인터넷 브라우저, 오피스, 워드, 메신저 시장에서 MS가 보여준 독점적인 마케팅을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F업체의 관계자의 경우 “현재 X박스의 타이틀이 액션과 스포츠에 집중되어 있지만 다수의 전략시뮬레이션과 롤플레잉 게임이 제작되고 있어 대작 롤플레잉을 좋아 하는 한국 시장에도 X박스 붐이 일 수도 있다고 본다. 대작 롤플레잉을 위주로 한글화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MS는 ‘게임기=소니’라는 일반인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액수를 홍보와 마케팅에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수차례의 가격인하를 단행했고 DVD 키트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TV CF를 강화하는 등 도처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국MS의 게임사업부가 미국 MS처럼 천문학적 예산을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결국 게임시장에서 X박스의 붐을 일으킬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열쇠는 어쨌든 한국MS 측의 마케팅 능력에 달려 있다. SCEK의 PS2 마케팅에 대해서는 ‘실패다’ ‘성공이다’ 엇갈린 평가가 많지만 “PS2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MS관계자에 말을 들어보면 최소한 한국MS 측에서는 SCEK의 마케팅은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한국MS의 X박스 마케팅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경제가 나아지기 전까지는 백약이 무효’라는 게임업계의 자조 섞인 분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X박스를 정식 발매하는 시기가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기 때문에 대선을 전후해서 돈이 풀리면서 주가가 오르는 등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X박스 판매도 호조를 보이게 될 것이고 유통업체들도 X박스 타이틀 출시를 서두르는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게임메카 원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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