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2 효과, 그래픽카드 시장 판도 완전히 바꿔

지난 7월 9일 리니지 2가 오픈 베타테스트를 실시하자 대다수의 3D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업체뿐만 아니라 용산을 비롯한 컴퓨터 부품 유통시장도 그래픽카드의 가격하락을 시작으로 급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니지 2 베타테스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미 용산을 비롯한 많은 컴퓨터 부품 상가에서는 고급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락하고 있고 업체들도 신규 그래픽카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삼성전자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펜티엄 4 2.4GHz, 램 512, 지포스 FX 5600이 탑재된 일명 ‘리니지 2 PC`를 PC방에 공급하겠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그래픽카드 유통업체들은 엄청난 PC방 수요를 미리 예상하고 일제히 가격을 조금씩 인하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7월 9일 리니지 2 오픈 베타테스트가 시작되고 사용자들이 몰려 긴급히 서버를 계속 추가하는 상황이 일어나자 여기저기서 “이제 게임은 끝났다(3D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리니지 2의 독주를 예상한다는 뜻)”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신규 그래픽카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발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각 업체의 지포스 4 Ti급과 FX급의 인기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10일 사이에 15%~35%가량 폭락 했으며 얼마전까지만 해도 30만원대의 가격을 호가했던 FX 5600 PRO의 가격은 10만원대로 급속하게 떨어졌다.

용산의 그래픽카드 전문 매장 관계자는 “하이엔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Ti의 마진이 MX에 비해서 상당히 좋았지만 가격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Ti의 마진이 아주 박해졌다. 현재 상태로는 Ti는 완전 끝물이고 FX가 급속하게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현재 FX의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FX의 독주가 예상된다” 고 말했다.

리니지 2는 그래픽카드 시장의 판도도 바꿔놓고 있다. 애초 그래픽카드 시장은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가 독주를 하다가 작년부터 ATI의 레이디언 시리즈가 엄청나게 그래픽카드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리니지 2가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에 최적화되었다고 발표되고 PC방을 중심으로 지포스의 대량구매 소식이 전해지자 PC방에서는 ATI의 레이디언 시리즈가 완전히 전멸하는 중이라고 한다. 특히 레이디언이 리니지 2에서의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 인기 좋던 레이디언의 주문이 가뭄에 콩나듯 한다는 것이다.

용산의 한 중견 PC 부품 업체의 관계자는 “7월은 방학이 시작되고 전체적으로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시장의 활기가 꼭 리니지 2의 효과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작년에 워크래프트 3로 인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기대심리가 리니지 2로 인해 빛을 보는 것 같다”면서 “리니지 2가 대성공을 거둔다면 꽁꽁 얼어붙었던 PC 시장도 금새 활기를 띄고 그 호황 유지기간도 오래 가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엄청난 고사양을 요구하는데도 동시접속자수가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리니지 2를 보면서 여러 PC 부품 관련 업체에서도 여러 가지 이벤트를 선보이는 등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앱솔루트 코리아는 구형 그래픽카드를 최신 지포스 FX 5600으로 바꿔주는 보상행사를 실시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체인점 가맹 PC방을 중심으로 지포스 FX를 특가에 공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용산의 대표적인 유통업체 컴오즈의 정세희 팀장은 “리니지 2를 겨냥해 여러 업체들간의 지포스 FX 5600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급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면서 “저렴한 가격에 그래픽카드의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게이머들이라면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충분히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카드뿐만 아니라 고성능 하드디스크의 수요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리니지 2가 하드디스크 스왑이 많은 게임이라고 알려지면서 PC방을 중심으로 7200RPM급과 10000RPM급의 하드디스크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리니지 2의 인기가 계속 올라가면서 PC유통업계에서는 98년 스타크래프트 이후 최고의 특수를 맞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감도 함께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