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체

[인터뷰] 게임개발자 된 서울대 총학생회장 황라열씨

/ 1

늦깍이 대학생(30세)인 황라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인디밴드 가수, 백댄서, DJ, 온라인게임 업체 사장, 무에타이 선수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공부 잘하는 대학생에 맞지 않는 이력으로 황라열 총학생회장은 일찌감치 유명인사 반열에 올랐다. 게임메카는 온라인게임 사운드디자이너로서 그를 직접 만나, 게임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경품게임기 ‘바다이야기’의 제작사인 지코프라임의 온라인게임 개발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사실상 그는 지코프라임의 신작 댄스게임의 사운드 디자이너와 서울대 총학생회장직을 함께 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5살 때 피아노로 시작했던 음악을 천직 삼아 인디밴드 리더로 활동하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함께 그는 총학생회장 자리도 결코 소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막 살아온 20대에서 틀이 잡히는 30대에 뭔가 할 수 있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게임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게임메카: 게임음악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 게임음악과의 인연은 2003년 프리챌에서 서비스한 3D 아바타 댄싱게임인 ‘쇼타임’의 음악을 맡으면서 시작했습니다. 밴드음악을 그만두고 이런저런 일을 알아보다 음악관계 일이라 무작정 시작했죠. 당시 쇼타임에 사용된 음악 두 곡을 작곡했고, 전체적인 음향을 담당했었어요. 해보고 나니 매력도 있고, 그때부터 게임음악에 본격적으로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온라인 댄스게임을 개발 중이던 ‘엑스페이스’라는 회사와 인연이 닿아, 대표직을 맡았고요. 작은 회사라 개발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최근 온라인게임 사업을 시작한 지코프라임에 인수되고 나서, 좋은 환경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게임메카: 만들고 있는 온라인 댄스게임은 어떤 것인가요?

: 클럽을 배경으로 보다 사실적이고 코어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댄스배틀 게임입니다. 오는 11월 즈음에 공개할 예정으로,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임이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내 역량이 게임의 완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까요. 기존의 음원외에도,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등을 따로 작업 중입니다.

게임메카: 인디밴드로 활동한 경험도 있고, 본인이 기존에 하던 음악들과 게임음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접점 같은 게 있나요?

: 솔직히 접점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원래 음악을 하던 사람이라 처음에는 게임음악이란 장르가 달갑지 않았죠. 밴드활동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게임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잖아요. 예전에는 워크맨 하나만 가지고 음악을 들어도 행복했는데, 이제 음악은 단독으로 듣는 게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고, 컴퓨터 BGM에서도 들을 수 있고. 이렇게 음악이란 것 자체가 시대가 변하면서 단독으로 의미를 갖기보다 다른 것과 융합되는 게 더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 트렌드를 보면서 게임음악으로 우리 사회에서 음악이 갖는 새로운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게임메카: 그러면 기존에 하던 개인적인 밴드음악에는 미련이 없나요?

: 몇 년 동안 밴드음악을 중단한 이유도 음악에서 표현할 ‘꺼리’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음악의 소재 자체가 매력적이고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어요. 그런데 요새는 노래할 ‘꺼리’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쌓인 게 많아서 ‘메탈’을 하려고요. (웃음)

게임메카: 평소에 즐기거나 좋아하는 게임이 있나요?

: 제가 ‘스타크래프트광’이예요. 2000년부터 지금까지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에서 방송한 스타크래프트 경기는 한 경기도 놓친 적이 없어요.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전 경기 봤습니다. 못 본 경기는 VOD로도 다 챙겨봤죠. ‘파이트포럼’에서 나오는 기사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카우트해주세요. (웃음)

게임메카: 스타크래프트의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인가요?

: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즐겨왔는데, 점점 제 나이또래에서 대전할 친구들도, 시간도 없더라고요. 저는 바둑의 오묘함과 심리전에 매력을 느꼈는데, 스타크래프트가 바둑의 그런 매력을 대체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람들은 스타크래프트의 열기가 얼마 안 가 식을 거라고 예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스타크래프트가 마치 무한한 바둑판의 세계처럼 보이거든요. 몇 년을 봤는데 아직도 기발하고 신선한 플레이가 나와서 놀라워요. 게임성도 대단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도 프로게이머들의 노력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게임조작도 못하지만, 멀티플레이는 더 못 해서 스타크래프트도 사무실 고수분이랑 경기하면 항상 지고 있습니다.

게임메카: 앞으로 어떤 게임음악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데, 음악동호회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박진배라는 게임음악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창세기전부터 게임음악을 만드신 분인데, 한국에서 제대로 된 게임음악을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매진하고 계시죠. 그 분은 동호회 게시판에 게임음악 작업 후기를 올리며 끊임없이 장비나 작업리뷰를 하시더라고요. 제레미 소울이나 한스 짐머 같은 외국의 유명 음악가들도 좋아하지만, 가까이에서 많은 자극을 받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을 쓰는 웅장한 분위기의 게임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대중음악에서 그런 스펙타클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이 영화나 게임밖에 없잖아요. 게다가 영화나 다른 방송 분야는 이미 고착화된 분야인데 게임음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서 더 도전하고 싶었고요. 현재 음대에서 관현악 수업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제 학점의 절반이 음대수업으로 채워졌죠. (원래, 그의 전공은 종교학이다.)

게임메카: 총학생회장 하나에만 매달려도 굉장히 힘든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양 쪽의 일을 같이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 아침에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보고 점심을 먹고 학교로 갑니다. 보통 2, 3시에 도착하는데 학생회 업무를 보고 나면 자정에 마치죠. 보통 회사원들도 회사 다니면서도 사생활도 갖는데, 저는 그걸 일체 줄인 거예요. 학생회 일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시간낭비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4학년인데 학점은 절반밖에 못 채워서 2년은 더 다녀야 됩니다. 총학생회장이 되고 나서 여자친구도 2번밖에 못 만나서 곤란한 지경입니다.

지코프라임 황라열 대리는 재주가 없는 자신도 ‘나이가 서른쯤 되면 멀티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서울대 총학생회장 일이나 게임개발,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게임이란 분야가 단지 성실함만이 아닌,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분야라 더욱 큰 매력을 느낀다고.

오래 전부터 엔씨소프트, 넥슨 등 많은 게임업체들이 고학력의 게임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아직 게임의 사회적인 인식은 낮다. 게임관련 학과가 있지만 그것은 일부 학과나 전문대학에 한정된 일. 그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 언젠가 서울대에도 게임학과가 생기는 날이 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황라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최근 자신을 둘러싼 수 많은 논란들에 대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확실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관련기사

"바다이야기 제작사, 온라인 댄스게임 개발 중"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5년 3월호
2005년 2월호
2004년 12월호
2004년 11월호
2004년 10월호
게임일정
2024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