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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스토리] 블리자드 3부, 천만 제국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개발사 스토리] 블리자드 3부작

1부: 블리자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2부: 스타크래프트와 RTS 전쟁

3부: 천만제국, 월드오브워크래프트

2002년, 파리에서 ‘비벤디 게임페스티벌’이 개최됐다. 파리 근교 고성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시에라’, ‘유니버설게임즈’ 등 비벤디 소속의 개발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카스: 컨디션제로’, ‘반지의 제왕’, ‘크래쉬밴디쿳’ 등 쟁쟁한 대작들이 게임페스티벌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의 주인공 블리자드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던 중 구석 한 귀퉁이에서 차분히 신작을 시연하고 있는 블리자드를 찾을 수 있었다. 신작에 관심을 보이는 기자는 국내외를 합쳐 10명 남짓.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이란다. 순간 한숨이 나왔다.

‘잘나가는 콘솔을 놔두고 아직 검증 안 된 온라인게임을 만들다니, 블리자드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확실히 그랬다. 당시 게임계는 PS2와 Xbox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였다. 화려한 비주얼로 무장한 콘솔게임에 비해 지금 블리자드가 시연대에 올려놓은 온라인게임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인상적인 장면이라곤 오우거 비슷한 캐릭터가 화면 여기저기를 뛰어나는 장면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5년 후, 이 별 볼일 없던 게임이 천 만 가입자의 대제국을 형성할지 당시에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것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본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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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해가 지지 않는 천만 제국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블리자드의 새로운 도전, 콘솔이냐 온라인이냐!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을 선보여 PC게임업계를 주름잡은 블리자드는 98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자신들의 고유한 세계관을 이용해 콘솔게임과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블리자드의 이러한 행보에 기존 콘솔, 온라인 게임업계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블리자드는 99년 무렵부터 콘솔게임으로는 ‘스타크래프트‘ 세계를 이용한 잠입액션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를, 온라인게임으로는 ‘워크래프트’ 세계를 이용한 MMORPG ‘WOW’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당시 블리자드는 콘솔과 온라인게임 개발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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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는 개발도중 상당한 진통을 겪는다. 처음에는 콘솔게임 개발업체인 니힐리스틱 스튜디오와 공동개발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2003년 출시예정이던 ‘스타크래프트: 고스트’가 한 해 두 해 연기되더니, 결국 2005년에는 개발 및 출시가 무기한 연기된다. 

사실상 니힐리스틱 스튜디오와의 공동개발이 파기된 것이다.

▲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던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는 개발이 무기한 연기된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블리자드는 촉망받는 콘솔게임 개발업체인 스윙잉 에이프 스튜디오를 인수하고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개발의 바통을 넘긴다. 그러나 이 역시 2007년 현재 개발이 중지(Holding)된 상태다.

한편, ‘WOW’는 이미 2005년 5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순조롭게 대박게임 대열에 들어선다. 같은 해 ‘스타크래프트: 고스트’가 진통을 겪고 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WOW’는 아시아에서만 500만 명의 플레이어가 한 달마다 요금을 꼬박꼬박 지불하며 게임을 즐기는 초대박게임으로 성장한다. 북미와 유럽은 물론, 서양식 온라인게임의 무덤과도 같았던 아시아 시장을 단숨에 점령했다. ‘WOW’의 이런 성공은 당시 쓰러져가던 모회사 비벤디게임즈를 단숨에 일으켜 세울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비벤디게임즈나 블리자드로선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보다 ‘WOW’ 콘텐츠 개발에 더 큰 비중을 둘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첫 온라인 게임인 ‘WOW’가 큰 성공을 거둔만큼 오리지날 콘솔게임으로선 처녀작인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역시 성공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의 개발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앞으로 블리자드를 이끌어갈 메인타이틀 게임으로 ‘WOW’가 선택됐다.

그에 화답하듯 확장팩이 출시된 현재에 와선 전 세계 이용자수 일천만 명이란 진기록을 수립하며 세계 온라인 게임계를 지배하는 왕좌에 올라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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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가입자 수 약 1천만 명. 서울 인구 수와 맞먹는 규모다

블리자드 노스 폐쇄, 빌로퍼 사단이 블리자드를 떠난 이유

‘플래그십(동급최강, 군계일학이란 뜻을 포함하고 있다)’은 바로 우리 자신과 우리가 개발할 게임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목표였기에 이를 사명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단어는 우리 스스로 세운 기대는 물론 게임을 즐길 팬들이 거는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며, 우리가 개발자로서 쌓아온 경험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 플래그십 스튜디오 대표 빌로퍼

2005년 8월 충격적인 소식이 게임계를 강타했다. ‘디아블로’ 시리즈를 개발한 블리자드 노스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당시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블리자드 노스 폐쇄에 대해 “업무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속내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블리자드 노스의 폐쇄는 예견된 일이었다. 2003년 ‘데이비드 브레빅’, ‘에릭 쉐퍼’, ‘맥스 쉐퍼’, ‘피터 후’, ‘빌로퍼’, ‘필쉥크’ 등 블리자드 노스의 중추 개발자들이 이미 퇴사한 상태였기 ‹š문이다. ‘디아블로’의 아버지들인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블리자드 노스는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 전(前) 블리자드 노스맴버들은 블리자드 노스를 퇴사해 플래그십 스튜디오를 설립, ‘헬게이트:런던’ 개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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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래그십 스튜디오를 설립한 전(前) 블리자드 노스 핵심 맴버들. 왼쪽부터 피터 후, 데이비드 브레빅, 데이브 글랜, 맥스 쉐퍼, 에릭 쉐퍼, 빌로퍼, 필쉥크. 앞 줄은 타일러 톰슨(좌)과 케니스 윌리엄(우)

그렇다면 이들이 블리자드 노스를 퇴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민감한 부분인 만큼 그 이유에 대해 양측 모두 아직까지도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당시 정황과 양측의 주변인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우리는 몇 가지 믿을 만한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양측의 마찰이 극에 달했던 시기는 블리자드 매각설이 제기된 2002년 8월이었다. 당시 블리자드의 모회사인 비벤디 게임즈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출시한 게임 타이틀은 실패를 거듭했고 그 영향 때문인지 주가는 연일 폭락했다. 그러면서 해외 외신들은 당시 비벤디 게임즈가 소유하고 있던 블리자드, 시에라, 유니버셜인터렉티브 등을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취재 과정에서 실제로 PC타이틀로 성공한 국내 모 게임업체가 블리자드의 모회사인 비벤디게임즈 매입을 위해 활발히 활동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당시 블리자드 노스 대표였던 데이비드 브레빅과 부사장 빌로퍼가 이러한 사실을 뉴스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대외적으로 자회사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블리자드 사우스(본사)와 블리자드 노스 간에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모회사인 비벤디 게임즈의 입김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상황을 간단히 비유하자면 아버지가 지금까지 함께 고생한 어머니에게 말도 없이 전 재산인 논을 팔아버리려고 한 것. 어머니 입장에선 여간 서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블리자드 노스의 맴버들은 철저하게 개발자 마인드를 가진 엘리트들이다. 안정된 환경에서 외부의 간섭 없이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은 전 세계 개발자들의 공통된 꿈이자 이상향일 것이다. 블리자드 노스 맴버들 역시 그러한 개발환경을 꿈꾸지 않았을리 없다.
 

실제로 현재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지분은 핵심 개발자(에릭 쉐퍼, 맥스 쉐퍼, 데이비드 브레빅, 빌로퍼 등)들이 100% 소유한 상태다. 이 점만 봐도 독립적인 개발 스튜디오 설립을 위한 그들의 의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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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래그십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MMOG `헬게이트:런던`

WOW, 동서양을 품에 안다

한국 게이머의 특성을 오랫동안 파악하고 지켜봤기 때문에 더욱 좋은 게임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블리자드 수석 부사장 폴 샘즈

다시 본론으로 와서 WOW와 관련된 온라인 게임 이야기를 살펴보자. 온라인 게임 태동기인 2000년 당시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은 두 개의 커다란 줄기로 분열되어 있었다. 아시아에선 ‘리니지’, ‘미르의 전설’ 등을 필두로 반복플레이 중심의 이른바 한국형 MMORPG가 대세였다. 북미와 유럽은 자유도의 ‘울티마 온라인’, 파티플레이의 ‘에버퀘스트’, RvR의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 세 개 게임이 득세하고 있었다.

특히 아시아 온라인 게임과 북미, 유럽 온라인 게임 간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북미, 유럽 온라인 게임은 아시아에 진출하는 족족 실패했다. 그 반대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에버퀘스트’,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 등이 국내 서비스사를 통해 정식 서비스됐지만 결국엔 사업철수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이뤄진다. 그래서 인지 당시엔 아시아와 북미, 온라인 게임 시장을 별개의 시장으로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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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게임 `에버퀘스트(좌)`와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우)`. 하지만 아시아에선 인기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2005년 ‘WOW’가 출시되면서 이 넘을 수 없는 동서양의 벽이 깨졌다. 서양 온라인 게임의 무덤으로 불리던 한국,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던 북미와 유럽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이룬다. 현재에 와선 전 세계 사용자 수가 약 일천만 명에 달한다. 즉,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인 동양과 서양의 온라인 게임시장에 실크로드를 뚫은 것이다.

‘WOW”의 이런 대단한 성공은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규모 성장에 중대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실제로 ‘WOW’ 출시를 기점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개발된 온라인 게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온라인 게임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미와 유럽 유저들이 온라인 게임의 재미에 눈뜨면서 중소규모 개발사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부각됐다. 90년 대초 블리자드가 신천지인 RTS 장르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말이다(블리자드 스토리 2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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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동안 오직 패키지 게임(PC, 콘솔)만을 고집하던 거대 유통사들도 서서히 온라인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EA의 미식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꼽을 수 있다. 미식 언터테인먼트는 ‘다크에이지오브카맬롯’을 개발한 미국 MMORPG 명가다.
 

그리고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탄생 역시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한 액티비전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현재 비벤디 게임즈가 벌어들이고 있는 수익의 대부분이 WOW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액티비전의 유명 타이틀이 블리자드를 통해 온라인게임으로 개발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을 개발한 EA미식의 새로운 신작 MMOG `워해머 온라인`

유명한 게임 저널리스트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타리쇼크와 맞먹을 정도로 세계 게임 시장의 흐름을 변화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처럼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WOW’가 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WOW쇼크’라고 할까?

WOW, 한국 온라인 시장을 변화시키다

블리자드에게 있어 한국은 첫 손에 꼽히는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한국의 열정적인 게이머들이 블리자드의 게임을 얼마나 사랑해주고, 아껴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블리자드의 개발자들도 항상 한국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개발합니다.
 

- 블리자드 대표 마이크 모하임

그렇다면 WOW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가장 눈 띄는 부분은 한국 서비스사들의 해외 온라인 게임 유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외 유명 온라인 게임들은 한국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 이후로 게임계에는 ‘해외 온라인 게임은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라는 고정관념이 형성됐다.

실제로 ‘WOW’가 한국에서 첫 선을 보였을 때 당시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대세였다. 하지만 ‘WOW’ 성공 이후 한국 서비스사들은 앞다투어 해외 온라인 게임을 유치하기 시작한다. ‘던전앤드래곤스 온라인’, ‘시티오브히어로즈’, ‘길드워’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아직까지 ‘WOW’를 능가하는 성공작은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서비스사들의 해외 게임 유치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EA의 ‘워해머 온라인’, 터바인의 ‘반지의 제왕 온라인’, ‘타뷸라랏사’가 한국 서비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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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내에 출시되어 같은 해 철수한 `던잰앤드래곤스 온라인`. 아직도 한국은 해외 온라인 게임에겐 차가운 땅이다

한국 게임 서비스사들이 해외 게임유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WOW를 통해 한국 유저들이 해외 온라인 게임에 적응했고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에서 개발되는 MMORPG들의 시스템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 2000년 초 게임계에는 ‘리니지스러운 게임이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유저들간의 PvP와 끝없는 반복플레이로 대표되는 이른바 ‘한국형 MMORPG’란 단어 역시 이 당시 생겨난 단어다. 하지만 ‘WOW’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러한 속설이 바뀌었다. ‘WOW스러운 게임이 성공한다.’로 말이다. 실제로 많은 국산 MMORPG가 과거와 ‘한국형 MMORPG’의 틀을 깨고 퀘스트와 RvR 중심의 게임으로 등장했고 또 등장하고 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WOW’와 비슷한 MMORPG들도 몇몇 눈에 띈다.

흥행 메이커 블리자드, 그 힘의 원천은?

우리의 게임 철학은 쿨(멋진)한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즐기고, 좋아해야 할 게임이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만족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족할 수 없다면 게이머들 역시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죠.
 

- 블리자드 개발 부문 부사장 랍 팔도

잘 살펴보면 블리자드가 개발한 게임은 하나같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그리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히트작들이다.

도대체 블리자드는 어떻게 출시하는 작품마다 히트를 기록할까? 그 비밀은 무엇일까?

블리자드의 비법 1. 수평적인 조직체계

블리자드는 독특한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다. 블리자드의 독특한 조직체계는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또 철저하게 개발팀 중심으로 회사가 움직인다. 따라서 상명하복의 관료주의적 조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블리자드의 수평적인 조직구조 핵심에는 프랭크 피어스, 랍팔도, 크리스 맷젠 세 명으로 이루어진 세 명의 개발 부문 부사장진이 있다. 이들은 모두 블리자드 초창기 맴버들로 블리자드에서 개발되는 모든 게임들을 관리, 감독한다. 즉, 개발되는 모든 게임이 뚜렷한 목표와 컨셉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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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리자드의 조직 형태는 수평적인 구조로 모든 조직이 철저하게 게임 개발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개발팀의 핵심에는 랍 팔도 개발 부문 부사장이 있다

이 세 인물 중 랍팔도는 일명 ‘블리자드의 카리스마’로 불린다. 그만큼 그는 블리자드 개발자들에게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그의 개발철학은 단호하며 명료하다.

‘시각적으로 쿨하고 재미있는가?’

아무리 멋진 그림, 디자인이더라도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랍팔도 눈에는 무용지물이다. 또 대단히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실제 게임에 적용했을 때 재미가 없다면 역시 버려진다. 이처럼 그는 철저하게 게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며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다.

블리자드는 결코 혁명적인 게임 시스템을 내놓는 개발사가 아니다. 그들은 기존의 재미있는 게임 요소를 철저히 분해, 분석해 그들의 스타일에 맞게 재조립한 후, 그들의 성에 찰 때까지 게임을 닦고 또 닦는 개발사다. 블리자드의 이런 독특한 개발철학이 만들어지는데 랍팔도가 한 몫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블리자드의 비법 2. 철저한 게임 위주의 인사정책

블리자드에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개발자가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등학교 중퇴자는 물론 아파트 경비원, 식당 웨이터, 술집 바텐더 등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학력보단 실력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웹디자이너로서 실력이 뛰어난 인물과 실력은 평균적이지만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후자를 채용한다. 그만큼 게임을 중심으로 인사를 결정한다. 면접 자체도 상당히 까다롭다. 때문에 직원 한 명을 충원하는데 몇 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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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블리자드 평균직원 연봉은 다른 IT대기업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다른 회사보다 보너스는 엄청나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2’ 개발팀이 엄청난 대박을 쳤다면, 그에 걸맞는 엄청난 보너스가 지급된다.

즉, 개발팀이 열심히 일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든다면 그만큼 보상해주는 것이다(실제로 WOW 개발팀은 상당히 많은 보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눈에 불을 켜고 멋진 게임을 만들려 하지 않겠는가?

▲ 블리자드는 웹디자이너 조차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채용한다

블리자드의 자유스러운 개발 분위기도 빼 놓을 수 없다. 블리자드를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언제 일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을 진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인사관리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나 지식이 미달이란 결정이 내려지면 과감히 잘라낸다. 자신이 알아서 업무를 진행하지 안으면 직업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블리자드 개발자들은 동물들이 태어나자 마자 스스로 땅을 딛고 걷는 것처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법부터 배운다.즉, 수직적인 구조에서 볼 수 있는 수동적인 업무 방식이 아닌 능동적인 업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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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소속되어 있는 블리자드 사원 밴드 `L70ETC(Level 70 Elite Tauren Chiftein)`. 블리자드 개발팀 분위기는 상당히 자유스럽다

블리자드의 비법 3. 마감시간이 없다

간단하게 말해 ‘게임을 언제까지 출시해야 한다.’라는 문구는 블리자드에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마감이 있다면 ‘우리가 만족할만한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 때 까지.’다. 블리자드 임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언제 게임이 출시됩니까?’인데, 그들은 항상 ‘우리가 만족하면 출시할 예정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취재 결과 실제로 내부에서도 위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개발자들이 방만해질 법도 하지만,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능력미달은 알아서 짐을 싸야 하므로 그런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개발이 막바지에 다다르면 잦은 야근에 들어간다. 실제로 ‘WOW: 불타는 성전’ 당시 약 7개월 전부터 하루 10시간+주 6일 근무를 진행했다. 

그리고 야근 때는 개발자들의 밀린 빨래를 위해 빨래 배달 서비스까지 대절해 줬다고 한다. 국내의 개발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 가지고 야근이라니!’라고 발끈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해외의 게임 개발사들의 환경을 생각하면 가혹하다면 가혹한 근무 환경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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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2`의 출시일은 미정이다. 블리자드는 자신들이 만족할만한 게임이 나올 때까지 게임을 출시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2008년의 용호상박, 액티비전 블리자드 VS EA

`모든 것은 적당히 즐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도 말이죠!`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오늘의 팁

이제부터 블리자드의 미래를 이야기 할까한다.

앞으로 다가올 2008년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EA의 불꽃 튀는 대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EA미식엔터테인먼트에서 ‘WOW’에 필적할 만한 네임밸류를 가진 ‘워해머 온라인’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부문에 있어 두 거대 공룡의 간판스타(WOW와 워해머 온라인)의 정면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게임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고 원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EA와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아시아 시장에서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다(특히 중국시장). EA는 그들의 명작 패키지 타이틀을 동원해 어느 정도는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북미나 유럽만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단지 현재 중국에서 ‘WOW’를 서비스하고 있는 ‘더 나인’에 투자해 간접적 이득을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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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호상박(龍虎相搏). 이 두 게임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하지만 게임계의 거대공룡 EA 조차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아시아 시장을 ‘WOW’가 뚫고 선점해 버렸다. 아시아 시장 공략의 핵심인 온라인 게임을 간과해온 EA의 완패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와신상담한 EA가 북미의 MMORPG 명가 미식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워해머 온라인’으로 다시 한 번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모회사 비벤디 게임즈가 합병되면서 EA 못지 않은 거대공룡이 탄생했다. 이제 EA는 더 이상 온라인 시장을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영원한 일인자는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EA는 `워해머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대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역시 EA의 도전을 호락호락하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한 축은 여전히 ‘WOW’다. 만약 EA의 ‘워해머 온라인’에 밀려버린다면, 그 한 축이 무너짐을 뜻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역시 그러한 부분을 의식해 차세대 MMOG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리라.

아무튼 2008년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EA, EA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두 맹수의 한 판 승부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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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블리자드에서 개발중인 차세대 MMOG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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