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업계의 거대 공룡 EA가 한국에 온라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한다. EA 한국 스튜디오 설립은 그 동안 PC 패키지와 콘솔 게임만을 고집하던 EA가 온라인 시장 진출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EA가 풍부한 자본력과 유명 타이틀을 다수 보유한 개발사인 만큼 전 세계 게임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EA 본사차원에서 설립이 추진되는 EA 코리아 스튜디오는 해외 개발자들도 대거 투입될 예정이다. 총괄 프로듀서는 대니 아이작으로, 그는 1500여명 규모의 EA 밴쿠버 스튜디오에서 시니어 프로듀서로서 ‘해리포터’ 시리즈와 ‘피파 온라인’ 개발을 지휘했다. 대니 아이작을 보좌하는 라인 메니저로는 양지훈 팀장이 배정됐다. 이외에 EA 밴쿠버 스튜디오 개발진도 다수 EA 한국 스튜디오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게임메카는 EA 코리아 스튜디오를 총괄할 대니 아이작 프로듀서와 양지훈라인 프로듀서를 만나 향후 행보에 대해 들어보았다.
▲ EA 코리아 스튜디오 총괄 대니 아이작 시니어 프로듀서(우측)와 부총괄 양지훈 라인 프로듀서(좌측) |
한국은 아시아 온라인 게임 시장의 중심
게임메카: EA 코리아 스튜디오의 구체적인 설립 시기와 규모에 대해 알려달라.
대니 아이작: 조직구성에 대한 세부적인 부분은 3월 중에 드러날 것이다. 현재 스튜디오를 구성할 인력을 꾸리고 있는 중이다. 외부의존 없이 자체적으로 네오위즈와 공동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을 구성할 예정이다.
인력구성은 EA 밴쿠버 스튜디오의 일부 개발자들과 한국인 개발자들로 구성될 것이다. 현재 네오위즈와 공동으로 개발중인 게임 타이틀이 약 4개(배틀필드 온라인, NBA 프로 스트리트, 미공개 타이틀 2개)가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3월 중 ‘NBA 프로 스트리트’를 기점으로 인원과 조직구성을 체계화시킬 것이다.
게임메카: EA 코리아 스튜디오는 인수가 아닌 EA의 첫 온라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에 온라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대니 아이작: 한국이 가지고 있는 온라인 게임 개발 노하우는 EA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발 인력,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 온라인 게임 운영, 서비스 등 온라인 게임 개발에 있어 초보라고 할 수 있는 EA가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특히 네오위즈 게임즈와 함께 ‘피파 온라인’을 개발하면서 한국 게임 개발자들의 열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국은 아시아 온라인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곳이다.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게임 대부분이 아시아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한국 게이머들의 수준도 높고,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많아 빠르게 게임에 대한 의견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성공해야 아시아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임메카: EA 코리아 스튜디오는 아시아 온라인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다. 여러 아시아 국가 중 어느 국가를 주시 하고 있는가?
대니 아이작: 한국과 중국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이 제일 중요하다. 중국 시장은 시장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이다(웃음).
게임메카: 네오위즈 게임즈와의 공동개발 외에 자체적인 MMOG 개발 계획이 있는가?
대니 아이작: 현재로선 EA 코리아 스튜디오 설립과 조직 구성 등에 집중하고 있다. 또 네오위즈 게임즈와의 공동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후에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당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임메카: 한국에 스튜디오가 설립되는 만큼 ‘워해머 온라인’을 EA가 직접 한국에 서비스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니 아이작: ‘워해머 온라인’에 관련된 정보는 나도 정말 모른다(웃음). 혹시 알게 되면 나에게도 알려주기 바란다.
▲ PC 패키지 `배틀필드2142` 스크린 샷 |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EA의 좋은 맞수
게임메카: 액티비전과 비벤디 게임즈가 합병됐다. 이에 따라 EA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EA 코리아 스튜디오 설립은 위기론의 해결책이라는 말도 있는데…
대니 아이작: EA 코리아 스튜디오 설립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그다지 관계가 없다(웃음). ‘피파 온라인’을 개발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이미 EA 코리아 스튜디오 설립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 게이머의 콘텐츠였던 게임이 온라인과 만나면서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로 바뀌었다. 한 발 더 나아가 PC 이외에 기타 매체(특히 모바일) 등과 결합하면서 말 그대로 일반대중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됐다. 온라인 상에서 형성되는 커뮤니티가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 시장은 EA에게도 무척 중요한 시장이다.
솔직히 우리의 온라인 시장 진출이 늦은 것은 사실이다. 5년 전 쯤에 이미 온라인 스튜디오를 설립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우리에게 좋은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EA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개발사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경쟁사들의 영향이 컸다. 경쟁하면서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경쟁상대가 사라진 현재에 와선 오히려 뚱보가 되어 버렸다(웃음).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경쟁하면서 EA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메카: ‘배틀필드 온라인’, ‘NBA 프로 스트리트’ 외에 앞으로 두 개의 온라인 타이틀을 개발할 예정인데, 언제쯤 공개되는가?
대니 아이작: EA는 유명한 타이틀을 워낙 많이 가지고 있어 온라인 타이틀을 선정하는데 오히려 조심스럽다. 패키지에서 성공했다고 반드시 온라인에서도 성공하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선정하고자 하는 타이틀은 온라인 요소와 잘 어울리면서 한국적인 정서, 아시아적인 정서에 부합되는 타이틀을 선택하고자 한다. 네오위즈 게임즈와의 협의도 빼 놓을 수 없다.
아마 조만간 발표되지 않을까?
게임메카: 개인적으로 개발을 희망하는 오리지날 온라인 게임이 있는가?
대니 아이작: 개인적인 희망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들은 소비자의 바램에 의해 탄생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좋은(Best)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또 오리지날 작품을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시장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한 후에 결정해야 할 것이다.
▲ 콘솔 게임으로 출시된 `NBA 스트리트2` 스크린샷 |
야근 없는 체계적인 온라인 게임 개발 프로세스 만들어 낼 것
게임메카: EA 코리아 스튜디오 설립과 관련해 현재 고민거리가 있다면?
양지훈: 체계적인 온라인 게임 개발 프로세스를 세우는 작업이다. 국내 온라인 개발사에서 수 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아직까지 많은 국내 개발사들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온라인 게임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주먹구구식 야근이 많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EA는 한 해에 수 많은 패키지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한다. 공장처럼 말이다(웃음). 그 원동력은 25년간 게임을 개발해 오면서 다져온 패키지 게임 개발 프로세스에 있다. 우리는 EA 코리아 스튜디오를 통해 온라인 게임 개발에 적합한 프로세스를 성립과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중이다.
네오위즈 게임즈와는 상호보완 관계
게임메카: 네오위즈 게임즈와의 공동 개발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가?
양지훈: 네오위즈 게임즈와는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상호보완 관계다. 네오위즈 게임즈는 서버와 관련된 기술적인 부문과 콘텐츠 부분을 주로 담당할 예정이다. 즉, 게이머들이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적 요소를 네오위즈 게임즈가 담당하게 된다.
EA 한국 스튜디오는 게임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부문을 맡게 된다. 즉, 물리 엔진, 그래픽 엔진, 그래픽 소스 등 EA가 소유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온라인 게임에 적용시킬 예정이다.
대니 아이작: 네오위즈 게임즈의 정상원 부사장은 ‘피파 온라인’을 통해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다. 그와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고 기대된다.
우선은 탄탄한 EA 코리아 스튜디오를 만드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네오위즈 게임즈와 공동개발은 그런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메카: (대니 아이작에게) 한국은 처음인가? 첫 인상은 어땠나?
대니 아이작: EA 코리아 스튜디오 설립 때문에 지난 12월부터 2주 간격으로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기뻤고 지하철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 놀랬다. 또 일본에서 잠깐 지낸 적이 있었는데, 일본에 비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 또 한 번 놀랬다. 공항이 멀다는 것만 빼면 아주 좋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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