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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주제 `오타쿠`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 넥슨 신규개발 2본부의 김현석 책임
연구원
당신은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 청년이다. 새로 만난 수많은 대학 동기 중 우연히 마음이 탁 들어맞는 단짝친구를 사귀었다. 어느 날, 그의 집으로 놀러 갔는데 방안 한 가득 장식된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와 책장에 빼곡한 만화책을 발견했다면 당신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6월 1일, 아이타워 넥슨교실에서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에는 ‘오타쿠! 편견 속 감춰진 이야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을 맡은 넥슨 신규개발 2본부의 김현석 책임 연구원은 문화를 넘어 이미 산업적으로 크게 성장한 ‘오타쿠’ 콘텐츠에 대한 편견과 그 안에 감춰진 엄청난 산업 규모를 소개했다. 편견을 한 꺼풀 벗기고 보면 막대한 자본이 오고 가는 성숙한 시장이 형성된 분야가 바로 ‘오타쿠’라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신입 직원에게 스토리 텔링을 공부할 자료로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와 같은 게임을 권하면, 오타쿠 게임이라서 꺼려진다는 반응을 얻고는 한다.”라며 편견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좋은 학습 기회를 놓치게 되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이해는 하지만 납득은 안 된다’라는 니체의 유명한 말처럼 일반인들 사이에서 ‘평범한 취미 생활’이라 인정받지 못하는 ‘오타쿠 문화’, 그 안에 숨은 엄청난 자본력을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만화 ‘원피스’ 작가의 1년 수익은 400억? - 거대 산업화된 ‘오타쿠’ 문화
김 연구원이 발표한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의 규모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국내에도 방영 중인 유명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원작 작가 오다 에이치로의 1년 수익은 대략 31억 2228만엔, 한화로 약 400억원 이상으로 밝혀졌다. 음악부에서 밴드 활동을 하는 여고생의 일상을 그린 ‘케이온’에 등장한 50만원 상당의 헤드폰은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 그 가격이 뛰었으며, 만화에 등장한 핸드폰은 구형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품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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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온`
일본 현지에 있는 실물 크기의 ‘건담 프라모델’은 해당 지역의 인기 관광상품으로 성장했다. 김 연구원은 “이런 고가의 프라모델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오타쿠’ 산업은 그 규모가 굉장히 크다.”라며 “그 성공 포인트는 바로 미디어 믹스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는 만화, 소설로 시작해 동인게임, 음반, 피규어 산업으로 ‘오타쿠’ 콘텐츠가 성장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앞서 소개한 ‘케이온’의 음반은 전세계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음반시장 속에서도 꾸준히 1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자랑한다.
김 연구원이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은 올해 국내에도 개봉한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이다. 라이트 노벨로 시작한 ‘스즈미야 하루히’ 문화는 세계 각지로 확산되는 파급력을 과시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장소는 현지에서 관광명소가 되었으며, 엔딩 크레딧에 공개되는 춤을 따라하는 전세계의 ‘스즈미야 하루히’ 팬들의 모습은 뉴스에도 소개된 바 있다. 만화/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스토리와 같은 소스를 팬 아트로 재창조하는 ‘동인’ 문화의 발달 역시 ‘오타쿠’ 열풍을 반영하는 구체적인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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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로 시작해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지평을 넓혀간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은 잘못된 편견 속에서 만들어진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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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와 실제로 결혼한 남자가 등장하며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 `러브 플러스`
우리나라의 일반인이 ‘오타쿠’를 떠올릴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아름다운 여성과 사귀는 과정을 다룬 일명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다. 김 연구원은 “원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은 없었으며, 이 단어에는 성인용 게임과 미소녀 게임, 그리고 비주얼 노블 3가지 관념이 혼합되어 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이 생겼으며, 왜 사람들은 이를 천박하게 여길까? 김 연구원은 “성인물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점, 속칭 ‘미연시’를 즐긴 게이머들은 잘 모르는 일본어는 빨리 넘기고 자극적인 부분만 보는 습관을 들였다. 이 모습에 부정적인 시각이 덧붙여져 ‘미연시’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게임을 통해 성적인 자극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즐기는 연애 테마의 게임을 ‘미연시’로 치부하는 관념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이 ‘미연시’에도 게임 개발자로서 배울 점이 매우 많다고 역설했다. 그 예시로 등장한 것이 2009년에 출시된 ‘테크 48’이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는 플레이어의 머리 움직임을 감지해 게임 속의 캐릭터가 게이머의 시선을 따라가는 ‘헤드 트래킹’ 기술이 적용되어 있었다. 그는 “무려 4년 전에 이 기술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헤드 트래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1년 ‘그란투스리모 5’ 등의 게임이 출시된 이후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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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기술이었던 `헤드 트래킹` 기술이 도입된 `테크 48`
영화가 하면 예술, 게임이 하면 외설?
지난 4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을 밤 10시 이후 강제로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을 정도로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은 극도로 심하다. 김 연구원은 이를 똑같이 ‘장애인과의 사랑’을 소재로 다룬 영화 ‘오아시스’와 등장하는 여주인공 모두가 신체적 장애를 앓고 있는 연애 시뮬레이션 ‘장애소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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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소녀를 히로인으로 삼아 논란을 일으킨 `장애소녀`
김 연구원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의 경우 백상예술대상과 베니스 상을 거머쥐며 수준 높은 예술 영화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게임 그 중에서도 ‘미연시’인 ‘장애소녀’는 장애인과의 ‘애정씬’을 보고 싶은 것이냐는 등의 비난이 쏟아진다.”라며 게임에 대한 고정관념의 벽이 상당히 높음을 강조했다.
그 고정관념은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키는 사건으로 넘어와도 그대로 유지된다. 김 연구원은 “성직자가 어린아이를 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대중은 종교 전체가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당사자만을 힐난한다. ‘글로미 선데이’를 듣고 발생한 집단자살에서도 사회는 음악 전체를 비판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가 살인을 저지르면 문제시 된 게임은 물론 현재까지 개발된 모든 게임은 폭력적이라는 사회적인 족쇄를 차게 된다.”라며 세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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