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의 실수가 아케이드 게임의 등급 거부 사유?

▲ 이번 문제의 주범인 `운영정보표시장치(OIDD)`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도입한 기계장치의 시간 기록 오류로 인해 수많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가 등급 거부를 받아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현재 국내에서 등급을 신청하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의 94% 가량은 등급거부 판정을 받고 있다. 등급거부 사유 1위는 과도한 사행성을 막기 위한 심의 기준인 `1시간당 투입 금액이 1만원을 초과하지 못한다` 이라는 조항에 위반된다는 이유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이 조항의 근거인 ‘시간’ 을 기록하는 장치의 시간 기록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에 부착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는 `운영정보장치` 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장치는 동전이 투입되는 시간과 액수를 기억하는 하드웨어 기계장치로, 게임명과 점수, 돈이 들어가는 시간과 액수 등을 기록/관리해 사용자의 지나친 재산 손실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운영정보장치` 의 시간 기록과 게임기 메인보드에 기록된 실제 게임시간이 맞지 않아 `1시간` 이라는 게임 시간을 각각 다르게 인지한다는 것이 밝혀지며 문제가 불거졌다. 이는 ‘운영정보장치’ 와 아케이드 기기간의 시간이 연동되지 않아 발생하는 오류로, 일정 주기로 국제표준시간에 맞춰 초 단위의 시간을 재설정하는 기기와는 달리 ‘운영정보장치’ 는 배터리를 사용한 자체적인 시간 기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설정 시마다 미묘한 시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 게임기 본체와 OIDD는 직렬통신 연결은 되어 있지만 시간 연동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쌓인 시간 차이가 누적되면 결국 분 단위의 시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운영정보장치` 의 시간이 메인보드보다 2분 늦어진 경우, 1시간에 1만원까지 소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을 1시간 동안 플레이 한 시점에서 ‘운영정보장치’ 는 58분의 게임을 플레이 한 것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시간 기록의 기준이 되는 ‘운영정보장치’ 에 따르면 2분간의 플레이가 더해져야만 비로소 1시간의 게임플레이가 인정되고, 이 결과 1시간 당 투입 금액이 1만원을 넘기며 등급 거부 사유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에 게임위는 지난 29일, `아케이드 게임기와 운영정보장치의 시간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등급거부 문제` 를 주제로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 관계자들을 소집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게임위 관계자는 `등급 거부율이 높아 안타깝게 생각하며, 운영정보표시장치의 결함은 조만간 개선할 것이다. 시간당 1만원 이하라는 조항으로 인해 너무 1만원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 기계장치의 시간 오차를 생각해서 시간당 7~8천원으로 만들면 심의에 문제가 없다` 라는 발언을 하며 업계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고 한다.

이같은 업계의 반발에 대해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위가 운영정보장치의 오류를 알고 있으면서 고의로 사실을 감춘 것은 절대 아니다. 문제를 파악 시기는 극히 최근이며, 시간 차이가 난 이유가 처음 공정 부분에서였는지, 유통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다. 일단은 운영정보장치의 자체적인 오류라기 보다는 메인보드와의 시간 연동 기능이 없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라고 밝혔다.

단, 이번 오류로 인해 등급 거부를 당한 게임개발사에 대한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최근 3개월간 58~70% 정도가 해당 사유로 등급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게임이 1~2분 차이로 등급 거부를 받았는지 등의 자세한 여부는 파악이 어렵다. 현재 계획된 보상은 아직 없으며, 자세한 것은 외주 개발사의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